[저리톡] “조국 보도, 의혹 검증보다 의혹 키우기 경쟁에 매몰”

입력 2019.08.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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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사망' '가짜뉴스아웃'. 국내 포털사이트들의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한 여섯 글자다. 현 시각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 특히 가십 뉴스나 스캔들의 중심에 선 인기 연예인, 정치인 이름으로 채워지기 일쑤인 인기검색어에 이 같은 구호가 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언론을 향한 분노, 가짜 뉴스를 향한 경계심을 드러낸 이른바 '검색어 만들기 운동'의 배경에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있었다. 이번 주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지난 8일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쏟아진 보도들의 양상을 들여다본다.


"의혹 검증보다 의혹 키우기 경쟁에 매몰"
정준희 교수는 현 상황을 시험지에 비유했다. “공직자에 관한 여러 기준의 시험지 안에서 문제시될 만한 질문들을 던지면, 그것에 대해 답을 하는 기회가 바로 청문회인데 지금은 청문회가 열리기 전이라 답을 하기도 어려운 조건이다. 질문이 던져졌다면 언론도 팩트를 체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언론이 서로 질문 던지기 경쟁만 한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이 일부 나온 것이 있다면 이 해결된 사안들은 사라져야 하지만 언론과 정치권은 ‘그건 됐고 이건 어떻게 답할래?’라는 식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답이 나온 것조차도 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결국 수용자로서는 ‘의혹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불쾌감, 그로 인한 부정적 태도로 이어지게 되고 이 부정적 태도를 양산하려는 방법으로 현재의 인사검증 보도가 흐르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의혹이 등장하면 그 의혹을 검증하기보다는 더 키우는 방식의 보도에 치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의혹에 대한 '답'을 마련하는 것은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정치적 낙인이 찍힐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예 새로운 의혹을 던지거나 나온 의혹을 키우면, 언론이 현 집권 세력에 대해 독립성을 갖고 있다는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된다. 즉, 책임도 회피하고 언론의 독립성이라는 알리바이도 갖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검증이라는 이름하에, 답을 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팟캐스트 진행자 최욱 씨는 “조 후보자가 주차한 것이 뉴스 속보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방배동 자택을 나서는 조 후보자', 차를 빼려 다른 차를 미는 모습까지 실시간으로 뉴스가 되는 현상은 어떻게 해석해야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교수는 “기자들이 정보를 얻기 위한 욕구 때문에 이른바 ‘뻗치기’를 하는 상황은 아니다. 이 같은 취재 과정을 통해 장관 후보자의 의혹을 해명할 수 없지만, 후보자의 표정을 사진으로 담고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여론의 집중적 관심을 받고는 당사자의 분위기가 혹시 달라지진 않았는지, 또 그러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통해 다른 의혹 던지기와 연관시키는 방식의 기사들이 많아졌다. 정보로서 가치가 없는 상황에서 2주 넘게 여러 의혹에 대한 반응을 이미지로 연상시키게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유정 교수는 “언론이 권력의 감시를 하는 기관이라면 일종의 ‘사실 제공’을 먼저 해야 하는데, 조국 후보자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선택적 정의’가 작동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매일경제 <조국캐슬·무법장관·조적조·조로남불…>이라는 제목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권력 감시를 위한 사실 제공인가, ‘조국 캐슬’ '조유라'같은 유행어를 유포하고 화제를 끌기 위한 것인가. 특정 의도는 차치하고서라도, 선정적 제목으로 클릭 수를 유도하거나 화제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TV·신문 모두 정책보다 도덕성 검증 보도 치중″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보도 내용을 분석한 결과는 어떨까.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지난 9일~26일 5대 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와 지난 9일~25일 TV 저녁종합뉴스 보도(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내놨다.



5대 일간지의 경우 조국 후보자 보도 568건 중 도덕성에 관한 내용이 358건이었다. 도덕성을 다룬 비율이 63%로 절반이 넘었지만, 정책을 다룬 보도는 15건에 불과했다. TV 저녁종합뉴스에서는 358건을 보도했는데 이 중 후보자의 전문성에 관한 자질을 묻는 보도는 모두 합해 19건이었다. 나머지 339건이 후보자 본인과 가족의 도덕성에 관한 보도였다.

정준희 교수는 이에 대해 "언론이 '도덕성 의혹'이 많아서 그렇다고 이야기한다면 변명이다. 정책 검증도 인사 검증의 중요한 과정인데, 정책 보도의 10배에서 20배 이상의 보도가 후보자와 후보자 가족의 도덕성 검증에 치우쳐 있는 결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필기 없이 합격' '황제 전형'? 입시 요강 들여다보면 어불성설"
조 후보자 딸의 이른바 '입시 특혜 의혹' 보도도 들여다봤다. 한국일보 <조국 딸, 두 번 낙제하고도 의전원 장학금 받았다>(지난 19일) 단독 기사, 동아일보 <고교 때 2주 인턴 조국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지난 20일) 기사를 통해 대학교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과정에 관한 의혹 기사가 이어졌다. 특히 "모든 입시 필기 없이 합격...조국 딸 '금수저 전형’"등의 기사 제목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경영 기자는 “기사가 아니라 2010년도 고려대 수시모집 요강부터 살펴봐야 한다. 필기시험 자체가 포함돼 있지 않은 전형이었다. 전체 수시 입학 정원 845명 중 조씨가 지원한 ‘세계선도 인재 전형’에 190명이 합격했다. 그러니까 845명을 뽑는 수시 전형 중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형으로 합격한 것인데, 조 씨의 합격을 ‘황제 전형’, ‘금수저 전형’으로 규정짓는 것이 옳은 것인가. 언론이 이 사안을 가지고 후보자의 도덕성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지만, 후보자가 이 입시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팩트라고 할 만한 것이 나왔는가. 당시의 입시 시스템을 가지고, '조 후보자가 서울대 교수 신분이었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됐다’고 보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유정 교수는 “조 씨가 입시를 치른 2009년 전후는 입시 전형이 급변한 때였다. '입학사정관제도'라는 것이 만들어졌고 정책에 따라 대학마다 수시 전형 비율을 크게 확대하면서 말 그대로 ‘필기 없이 합격’하는 비율 자체가 늘어났다. '필기 없이 합격'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부정적 이미지를 풍기기 때문에 제목만 읽어도 마치 조 후보자 자녀를 위한 맞춤형 전형, 특혜라는 느낌을 주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공주대 교수 인터뷰 “논문이 아니라고 처음부터 설명했지만…"
조 후보자 딸의 학업 의혹과 관련된 당사자가, 해당 사안을 보도하는 언론의 과장된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후보자 딸이 고등학교 3학년 때 공주대에서 인턴을 하면서 논문 제3저자로 등재됐다’‘제대로 인턴 역할도 수행하지 않았다.’ 등의 보도가 쏟아진 가운데, 당사자인 해당 교수는 모든 사안에 조목조목 반박이 가능하다며 '저널리즘토크쇼 J'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교수는 “일단 '조 씨가 이름을 올린 ‘초록'은 논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는 요약문이고 분량도 여덟 줄짜리다. 세 번째로 이름이 올라간 것은 학회에서 나눠 주는 요약문이지 논문이 아니다'라고 처음부터 기자들에게 답변해 왔다. 그러나 ‘논문에 세 번째로 등재’, ‘고등학교 때 논문 한 편을 썼다’는 제목으로 보도되더라”고 설명했다.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고등학생들이 학회 자료 준비 과정을 돕고 학회에도 참석해 보면 의미가 있다고 보고 운영한 것이다. 스스로 경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가는 것을 특혜라고 할 수 있는가. 10년 전의 정확한 날짜를 갑자기 기억해 낼 수 없어 기자가 ‘3주 정도 했냐’고 묻자 ‘그런가 보다'하고 답한 것이, 마치 인턴십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곡해돼 내 음성까지 그대로 보도에 쓰였다"고 반박했다.


또 국민일보 <조국 딸 인턴십 지도 교수 "선의로 도운 것…덮어 달라>(지난 26일) 보도에 대해서는 "새벽 2시 반에 전화에 잠이 깨서 '며칠째 왜 이러시냐, 내일 중요한 발표도 있는데 이제 그만 좀 해 달라'고 호소했는데, 그렇게 보도됐다. '이제 그만 하자'고 한 내용을 이렇게 쓸 수 있나. 이 기사가 나가고 주변에서는 '이제 진실을 고백했느냐'고 묻더라.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게 증명이 된들 그 때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사퇴프레임' 꺼내든 언론, 정치 플레이어 자세 취하고 있어"


서울대·고려대에서 열린 집회 등 젊은층의 비판 여론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후보자 사퇴'를 언급하는 보도들도 등장했다. 이에 대해 최경영 기자는 “공정성, 박탈감 등 여러 측면의 정서들이 표출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이 같은 분노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고 본다. 여당 후보를 비판하고 이 국면에서 승리하는 정치 싸움을 하기 위해 야당은 그렇게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언론이 가세해서 ‘정치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문제다. 마치 정의로운 인사검증 보도의 일환인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유정 교수는 “언론의 위기가 느껴진다. 비공식적인 언론 검증은 계속되고, 제도적으로 마련된 검증 장치인 청문회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언론이 의혹과 의혹을 확산시키고 양산하는 과정만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청문회가 어떻게 이렇게 늦춰지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 시각을 지닌 기사는 왜 없느냐고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내일(일요일) 밤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57회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보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둘러싼 언론 보도 양상을 짚어 본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장부승 일본간사이외국어대 교수, 최경영 KBS 기자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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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리톡] “조국 보도, 의혹 검증보다 의혹 키우기 경쟁에 매몰”
    • 입력 2019-08-31 07:00:35
    저널리즘 토크쇼 J
'한국언론사망' '가짜뉴스아웃'. 국내 포털사이트들의 실시간 검색어에 등장한 여섯 글자다. 현 시각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 특히 가십 뉴스나 스캔들의 중심에 선 인기 연예인, 정치인 이름으로 채워지기 일쑤인 인기검색어에 이 같은 구호가 오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언론을 향한 분노, 가짜 뉴스를 향한 경계심을 드러낸 이른바 '검색어 만들기 운동'의 배경에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있었다. 이번 주 <저널리즘 토크쇼 J>에서는 지난 8일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후 쏟아진 보도들의 양상을 들여다본다.


"의혹 검증보다 의혹 키우기 경쟁에 매몰"
정준희 교수는 현 상황을 시험지에 비유했다. “공직자에 관한 여러 기준의 시험지 안에서 문제시될 만한 질문들을 던지면, 그것에 대해 답을 하는 기회가 바로 청문회인데 지금은 청문회가 열리기 전이라 답을 하기도 어려운 조건이다. 질문이 던져졌다면 언론도 팩트를 체크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언론이 서로 질문 던지기 경쟁만 한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답이 일부 나온 것이 있다면 이 해결된 사안들은 사라져야 하지만 언론과 정치권은 ‘그건 됐고 이건 어떻게 답할래?’라는 식으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답이 나온 것조차도 답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결국 수용자로서는 ‘의혹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불쾌감, 그로 인한 부정적 태도로 이어지게 되고 이 부정적 태도를 양산하려는 방법으로 현재의 인사검증 보도가 흐르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의혹이 등장하면 그 의혹을 검증하기보다는 더 키우는 방식의 보도에 치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속내를 들여다보면, 의혹에 대한 '답'을 마련하는 것은 결과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정치적 낙인이 찍힐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예 새로운 의혹을 던지거나 나온 의혹을 키우면, 언론이 현 집권 세력에 대해 독립성을 갖고 있다는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된다. 즉, 책임도 회피하고 언론의 독립성이라는 알리바이도 갖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검증이라는 이름하에, 답을 하지 않는 방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팟캐스트 진행자 최욱 씨는 “조 후보자가 주차한 것이 뉴스 속보의 가치가 있는 것일까. '방배동 자택을 나서는 조 후보자', 차를 빼려 다른 차를 미는 모습까지 실시간으로 뉴스가 되는 현상은 어떻게 해석해야 되느냐"고 물었다.



이에 정 교수는 “기자들이 정보를 얻기 위한 욕구 때문에 이른바 ‘뻗치기’를 하는 상황은 아니다. 이 같은 취재 과정을 통해 장관 후보자의 의혹을 해명할 수 없지만, 후보자의 표정을 사진으로 담고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한 것이다. 여론의 집중적 관심을 받고는 당사자의 분위기가 혹시 달라지진 않았는지, 또 그러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통해 다른 의혹 던지기와 연관시키는 방식의 기사들이 많아졌다. 정보로서 가치가 없는 상황에서 2주 넘게 여러 의혹에 대한 반응을 이미지로 연상시키게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강유정 교수는 “언론이 권력의 감시를 하는 기관이라면 일종의 ‘사실 제공’을 먼저 해야 하는데, 조국 후보자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선택적 정의’가 작동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매일경제 <조국캐슬·무법장관·조적조·조로남불…>이라는 제목은 무엇을 위한 것일까. 권력 감시를 위한 사실 제공인가, ‘조국 캐슬’ '조유라'같은 유행어를 유포하고 화제를 끌기 위한 것인가. 특정 의도는 차치하고서라도, 선정적 제목으로 클릭 수를 유도하거나 화제를 만들기 위한 목적이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TV·신문 모두 정책보다 도덕성 검증 보도 치중″
조국 후보자를 둘러싼 보도 내용을 분석한 결과는 어떨까. 민주언론시민연합에서 지난 9일~26일 5대 일간지(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신문)와 지난 9일~25일 TV 저녁종합뉴스 보도(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내놨다.



5대 일간지의 경우 조국 후보자 보도 568건 중 도덕성에 관한 내용이 358건이었다. 도덕성을 다룬 비율이 63%로 절반이 넘었지만, 정책을 다룬 보도는 15건에 불과했다. TV 저녁종합뉴스에서는 358건을 보도했는데 이 중 후보자의 전문성에 관한 자질을 묻는 보도는 모두 합해 19건이었다. 나머지 339건이 후보자 본인과 가족의 도덕성에 관한 보도였다.

정준희 교수는 이에 대해 "언론이 '도덕성 의혹'이 많아서 그렇다고 이야기한다면 변명이다. 정책 검증도 인사 검증의 중요한 과정인데, 정책 보도의 10배에서 20배 이상의 보도가 후보자와 후보자 가족의 도덕성 검증에 치우쳐 있는 결과를 보인다”고 말했다.

"'필기 없이 합격' '황제 전형'? 입시 요강 들여다보면 어불성설"
조 후보자 딸의 이른바 '입시 특혜 의혹' 보도도 들여다봤다. 한국일보 <조국 딸, 두 번 낙제하고도 의전원 장학금 받았다>(지난 19일) 단독 기사, 동아일보 <고교 때 2주 인턴 조국 딸, 의학논문 제1저자 등재>(지난 20일) 기사를 통해 대학교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과정에 관한 의혹 기사가 이어졌다. 특히 "모든 입시 필기 없이 합격...조국 딸 '금수저 전형’"등의 기사 제목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온라인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최경영 기자는 “기사가 아니라 2010년도 고려대 수시모집 요강부터 살펴봐야 한다. 필기시험 자체가 포함돼 있지 않은 전형이었다. 전체 수시 입학 정원 845명 중 조씨가 지원한 ‘세계선도 인재 전형’에 190명이 합격했다. 그러니까 845명을 뽑는 수시 전형 중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형으로 합격한 것인데, 조 씨의 합격을 ‘황제 전형’, ‘금수저 전형’으로 규정짓는 것이 옳은 것인가. 언론이 이 사안을 가지고 후보자의 도덕성 의혹을 확산시키고 있지만, 후보자가 이 입시에 어떻게 관여했는지 팩트라고 할 만한 것이 나왔는가. 당시의 입시 시스템을 가지고, '조 후보자가 서울대 교수 신분이었는데 그렇게 해서는 안 됐다’고 보도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유정 교수는 “조 씨가 입시를 치른 2009년 전후는 입시 전형이 급변한 때였다. '입학사정관제도'라는 것이 만들어졌고 정책에 따라 대학마다 수시 전형 비율을 크게 확대하면서 말 그대로 ‘필기 없이 합격’하는 비율 자체가 늘어났다. '필기 없이 합격'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부정적 이미지를 풍기기 때문에 제목만 읽어도 마치 조 후보자 자녀를 위한 맞춤형 전형, 특혜라는 느낌을 주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공주대 교수 인터뷰 “논문이 아니라고 처음부터 설명했지만…"
조 후보자 딸의 학업 의혹과 관련된 당사자가, 해당 사안을 보도하는 언론의 과장된 보도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후보자 딸이 고등학교 3학년 때 공주대에서 인턴을 하면서 논문 제3저자로 등재됐다’‘제대로 인턴 역할도 수행하지 않았다.’ 등의 보도가 쏟아진 가운데, 당사자인 해당 교수는 모든 사안에 조목조목 반박이 가능하다며 '저널리즘토크쇼 J'와의 전화 인터뷰에 응했다.

교수는 “일단 '조 씨가 이름을 올린 ‘초록'은 논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는 요약문이고 분량도 여덟 줄짜리다. 세 번째로 이름이 올라간 것은 학회에서 나눠 주는 요약문이지 논문이 아니다'라고 처음부터 기자들에게 답변해 왔다. 그러나 ‘논문에 세 번째로 등재’, ‘고등학교 때 논문 한 편을 썼다’는 제목으로 보도되더라”고 설명했다. 인턴십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고등학생들이 학회 자료 준비 과정을 돕고 학회에도 참석해 보면 의미가 있다고 보고 운영한 것이다. 스스로 경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가는 것을 특혜라고 할 수 있는가. 10년 전의 정확한 날짜를 갑자기 기억해 낼 수 없어 기자가 ‘3주 정도 했냐’고 묻자 ‘그런가 보다'하고 답한 것이, 마치 인턴십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곡해돼 내 음성까지 그대로 보도에 쓰였다"고 반박했다.


또 국민일보 <조국 딸 인턴십 지도 교수 "선의로 도운 것…덮어 달라>(지난 26일) 보도에 대해서는 "새벽 2시 반에 전화에 잠이 깨서 '며칠째 왜 이러시냐, 내일 중요한 발표도 있는데 이제 그만 좀 해 달라'고 호소했는데, 그렇게 보도됐다. '이제 그만 하자'고 한 내용을 이렇게 쓸 수 있나. 이 기사가 나가고 주변에서는 '이제 진실을 고백했느냐'고 묻더라. 나중에 사실이 아닌 게 증명이 된들 그 때 누가 신경이나 쓰겠는가."라고 덧붙였다.

"'사퇴프레임' 꺼내든 언론, 정치 플레이어 자세 취하고 있어"


서울대·고려대에서 열린 집회 등 젊은층의 비판 여론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후보자 사퇴'를 언급하는 보도들도 등장했다. 이에 대해 최경영 기자는 “공정성, 박탈감 등 여러 측면의 정서들이 표출되는 상황에서 정치권은 이 같은 분노에 불을 지필 수도 있다고 본다. 여당 후보를 비판하고 이 국면에서 승리하는 정치 싸움을 하기 위해 야당은 그렇게 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언론이 가세해서 ‘정치 플레이어’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은 문제다. 마치 정의로운 인사검증 보도의 일환인 것 같은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유정 교수는 “언론의 위기가 느껴진다. 비공식적인 언론 검증은 계속되고, 제도적으로 마련된 검증 장치인 청문회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언론이 의혹과 의혹을 확산시키고 양산하는 과정만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청문회가 어떻게 이렇게 늦춰지고 있는지에 대한 비판 시각을 지닌 기사는 왜 없느냐고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저널리즘토크쇼 J'는 KBS 기자들의 취재와 전문가 패널의 토크를 통해 한국 언론의 현주소를 들여다보는 신개념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다. 내일(일요일) 밤 10시 30분 KBS 1TV와 유튜브를 통해 방송되는 57회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보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둘러싼 언론 보도 양상을 짚어 본다. 정준희 한양대 언론정보대학 겸임교수, 팟캐스트 MC 최욱, 강유정 강남대 한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장부승 일본간사이외국어대 교수, 최경영 KBS 기자가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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