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스쿨미투’ 후속조치 결과 공개 거부한 교육청 처분은 위법”

입력 2020.03.06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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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스쿨 미투' 사건에 관한 후속 조치 결과를 공개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교육청이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어제(5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해 3월 서울시교육청에 '스쿨 미투' 현황과 관련된 자료를 달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스쿨 미투'란 학교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고발하는 학내 '미투(Metoo)' 운동을 뜻합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스쿨 미투' 발생 학교명과 발생 시기, 피해 사례, 특별감사 시행 여부만 공개하겠다고 결정하고, 나머지 정보에 대해서는 해당 정보가 없다거나 정보공개법상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공개를 거부한 정보에는 ▲피해자·가해자의 분리 여부, ▲가해 교사의 직위해제 여부 ▲교육청 징계 요구 내용 및 처리 결과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보고서 등 '스쿨 미투' 후속 조치와 관련된 자료가 대거 포함됐습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이같은 서울시교육청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습니다. 이 단체는 "학생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고도의 보호법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교내 성폭력 사건의 처리 경과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아이를 가진 학부모들로서 어떤 교사가 어떤 학교에서 성범죄를 저질러 어떤 후속 조치가 있었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감사 결과보고서를 제외한 자료, 즉 피해자·가해자의 분리 여부와 가해 교사의 직위해제 여부·징계 처리 결과는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해당 자료 중 가해 교사의 '실명'이 적힌 부분은 공개될 경우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며, 이에 한해 비공개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를 살펴볼 때 '비공개 대상 정보'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하는 경우"라고 전제했습니다.

이어 피해자·가해자의 분리 여부와 가해 교사의 직위해제 여부·징계 처리 결과는 교내 성폭력 사건의 조사 또는 후속 조치와 관련된 1쪽 분량의 자료로 객관적 사실관계를 담고 있을 뿐, 공개될 경우 인사관리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주는 '비공개 대상 정보'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스쿨 미투' 사건 내용이 이미 언론 보도나 SNS를 통해 상당수 알려져서, 그 처리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교육청 업무에 추가로 지장이 발생할 우려는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또 이같은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향후 교내성폭력 사건의 고발 및 그 처리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의 조사·징계 결과를 알리는 것은 학부모를 비롯한 일반 국민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관심사라면서, "헌법상 알권리나 정보공개법에 의한 정보공개청구권의 보호 범위에 포함시켜 이를 공개하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서울시교육청의 '스쿨 미투' 감사 결과보고서를 공개 거부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습니다. 보고서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감사 결과보고서에 성폭력 피해자와 관련된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는 점을 판단의 주요 근거로 들었습니다.

보고서에는 피해 학생에 대한 면담·문답 내용, 면담 장소와 시간, 피해 학생에 대한 성폭력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모두 포함돼 있는데, 이를 그대로 공개한다면 앞으로는 사건 당사자가 부담을 느껴 적극적인 피해 진술이나 협조를 꺼리게 될 가능성이 있어 교육청의 감사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불러온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또 피해 학생의 면담은 대부분 비공개를 전제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면 "피해 학생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고, 2차 피해 발생의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보고서 정보의 대부분이 '성폭력 범죄사실'에 해당해 관련 교사들에 대한 형사재판 과정에 증거로 제출됐거나 제출될 예정인 자료로 보인다면서, 형사소송법상 제3자는 형사사건의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야 제한된 목적으로 검찰청에 소송기록의 열람과 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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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스쿨미투’ 후속조치 결과 공개 거부한 교육청 처분은 위법”
    • 입력 2020-03-06 19:17:18
    사회
이른바 '스쿨 미투' 사건에 관한 후속 조치 결과를 공개하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교육청이 거부한 것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시민단체 '정치하는 엄마들'이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정보공개 거부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어제(5일)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지난해 3월 서울시교육청에 '스쿨 미투' 현황과 관련된 자료를 달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습니다. '스쿨 미투'란 학교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사건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고발하는 학내 '미투(Metoo)' 운동을 뜻합니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스쿨 미투' 발생 학교명과 발생 시기, 피해 사례, 특별감사 시행 여부만 공개하겠다고 결정하고, 나머지 정보에 대해서는 해당 정보가 없다거나 정보공개법상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습니다. 서울시교육청이 공개를 거부한 정보에는 ▲피해자·가해자의 분리 여부, ▲가해 교사의 직위해제 여부 ▲교육청 징계 요구 내용 및 처리 결과 ▲서울시교육청의 감사 결과보고서 등 '스쿨 미투' 후속 조치와 관련된 자료가 대거 포함됐습니다.

정치하는 엄마들은 이같은 서울시교육청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냈습니다. 이 단체는 "학생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이라는 고도의 보호법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교내 성폭력 사건의 처리 경과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특히 아이를 가진 학부모들로서 어떤 교사가 어떤 학교에서 성범죄를 저질러 어떤 후속 조치가 있었는지를 알아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감사 결과보고서를 제외한 자료, 즉 피해자·가해자의 분리 여부와 가해 교사의 직위해제 여부·징계 처리 결과는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만 해당 자료 중 가해 교사의 '실명'이 적힌 부분은 공개될 경우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며, 이에 한해 비공개 처분이 적법하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정보공개법의 입법 취지를 살펴볼 때 '비공개 대상 정보'란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이 객관적으로 현저하게 지장을 받을 것이라는 고도의 개연성이 존재하는 경우"라고 전제했습니다.

이어 피해자·가해자의 분리 여부와 가해 교사의 직위해제 여부·징계 처리 결과는 교내 성폭력 사건의 조사 또는 후속 조치와 관련된 1쪽 분량의 자료로 객관적 사실관계를 담고 있을 뿐, 공개될 경우 인사관리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주는 '비공개 대상 정보'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스쿨 미투' 사건 내용이 이미 언론 보도나 SNS를 통해 상당수 알려져서, 그 처리 결과를 공개함으로써 교육청 업무에 추가로 지장이 발생할 우려는 그다지 크지 않아 보인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또 이같은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향후 교내성폭력 사건의 고발 및 그 처리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학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사건의 조사·징계 결과를 알리는 것은 학부모를 비롯한 일반 국민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관심사라면서, "헌법상 알권리나 정보공개법에 의한 정보공개청구권의 보호 범위에 포함시켜 이를 공개하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서울시교육청의 '스쿨 미투' 감사 결과보고서를 공개 거부한 처분은 적법하다고 봤습니다. 보고서가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판단입니다.

재판부는 감사 결과보고서에 성폭력 피해자와 관련된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는 점을 판단의 주요 근거로 들었습니다.

보고서에는 피해 학생에 대한 면담·문답 내용, 면담 장소와 시간, 피해 학생에 대한 성폭력 행위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모두 포함돼 있는데, 이를 그대로 공개한다면 앞으로는 사건 당사자가 부담을 느껴 적극적인 피해 진술이나 협조를 꺼리게 될 가능성이 있어 교육청의 감사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불러온다는 것입니다.

재판부는 또 피해 학생의 면담은 대부분 비공개를 전제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고서 내용을 공개하면 "피해 학생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있고, 2차 피해 발생의 가능성도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재판부는 보고서 정보의 대부분이 '성폭력 범죄사실'에 해당해 관련 교사들에 대한 형사재판 과정에 증거로 제출됐거나 제출될 예정인 자료로 보인다면서, 형사소송법상 제3자는 형사사건의 판결이 확정된 이후에야 제한된 목적으로 검찰청에 소송기록의 열람과 등사를 신청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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