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노한 문희상 국회의장 “참아요, 또 참아요!”

입력 2019.03.12 (16:35) 수정 2019.03.12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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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파행을 빚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빗댄 발언이 단초가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는 20분 넘게 이어졌고 여야 원내 지도부가 국회의장석까지 뛰쳐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장내 소란으로 연설이 여러 차례 중단되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결국 격노했습니다. 2분 30초 동안 격정에 찬 토로 끝에 마침내 장내를 정리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의 머리에 떠오른 건, 중국 드라마, '판관 포청천'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개작두를 대령하라!"

문희상 국회의장(왼쪽)과 중국 드라마 속 판관 포청천(오른쪽). 포청천은 공명정대한 판결로 이름을 날린 송나라 때 판관이다.문희상 국회의장(왼쪽)과 중국 드라마 속 판관 포청천(오른쪽). 포청천은 공명정대한 판결로 이름을 날린 송나라 때 판관이다.

"참아요, 참아요, 또 참아요!"

문 의장은 의장석에서 일어서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지금 다 지켜보고 있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국회는 민주주의의 본령이다, 여기서 시작이고 끝이다"라며 "이건 공멸의 정치이고 상생의 정치가 아니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장내 소란을 꾸짖는 듯한 발언에 한국당 의석 쪽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자 "박수칠 일이 아니다"라며 "말 한다고 아무 발언이나 막 하는 거 아니다. 품격있게 격조있게 해야 한다"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습니다.

문 의장은 "청와대 스피커라는 소리를 듣고도 의장도 참았다"라면서 "얘기는 들어줘야 한다"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참아요, 참아요, 또 참아요"라고 '참을 인(忍)' 세 번을 되뇌기도 했습니다.

문 의장은 지난해 9월 3일 본회의 개회식 연설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때 여야 지도부가 함께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가 이틀 뒤 한국당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에게 "입법부 수장이 블루하우스의 스피커를 자처하느냐"는 비난을 들었습니다. 당시 문 의장은 김 원내대표가 연단을 내려간 뒤 울컥한 모습을 보이며 "국회의장이 모욕당하면 국회가 모욕당한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고 심경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지팡이 하나로 조용해지는 의회 원한다"

문 의장은 오늘 짧은 장내 발언에 민주주의에 대한 평소 소신까지 밀도 있게 담아냈습니다. "의회의 모든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서 영국 의회처럼 지팡이 하나 가지고 '오더(order)' 내리면 다 조용해지는 그런 의회를 원한다"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민주주의라는 게 하루 만에 뚝딱 도깨비 방망이처럼 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경청해서 듣고, 그 속에서 배울 건 배우고, 스스로 반성하고 들어야 하는 게 민주주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용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귀를 열고 듣자"라면서 "정치적 평가는 마음대로 하시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우리 정치가 수준껏 할 수 있다"라고 다독였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장내 소란을 정리하고 있다문희상 국회의장이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장내 소란을 정리하고 있다

"역시 민주당 출신 의장"…'수고했다'는 생략

끝날 것 같지 않던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는 문 의장의 격정적인 연설로 잠잠해졌지만,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장님 말씀에 일부는 감사드린다"면서도 "의장님 말씀의 또 일부는 역시 민주당 출신 의장님이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받아쳤습니다.

문 의장은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모두 끝난 뒤 의례적인 "수고했다"는 인사를 생략하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부른 뒤 잠시 침묵했습니다. 그러고서는 "산회를 선포한다"는 짧은 말로 전쟁 같았던 한 시간에 걸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무리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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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노한 문희상 국회의장 “참아요, 또 참아요!”
    • 입력 2019-03-12 16:35:33
    • 수정2019-03-12 16:35:50
    취재K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의 첫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파행을 빚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 수석대변인'에 빗댄 발언이 단초가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는 20분 넘게 이어졌고 여야 원내 지도부가 국회의장석까지 뛰쳐 올라가기도 했습니다.

장내 소란으로 연설이 여러 차례 중단되자 문희상 국회의장이 결국 격노했습니다. 2분 30초 동안 격정에 찬 토로 끝에 마침내 장내를 정리했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의 머리에 떠오른 건, 중국 드라마, '판관 포청천'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개작두를 대령하라!"

문희상 국회의장(왼쪽)과 중국 드라마 속 판관 포청천(오른쪽). 포청천은 공명정대한 판결로 이름을 날린 송나라 때 판관이다.
"참아요, 참아요, 또 참아요!"

문 의장은 의장석에서 일어서서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지금 다 지켜보고 있다"는 말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국회는 민주주의의 본령이다, 여기서 시작이고 끝이다"라며 "이건 공멸의 정치이고 상생의 정치가 아니다"라고 일갈했습니다.

장내 소란을 꾸짖는 듯한 발언에 한국당 의석 쪽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자 "박수칠 일이 아니다"라며 "말 한다고 아무 발언이나 막 하는 거 아니다. 품격있게 격조있게 해야 한다"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습니다.

문 의장은 "청와대 스피커라는 소리를 듣고도 의장도 참았다"라면서 "얘기는 들어줘야 한다"고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러면서 "참아요, 참아요, 또 참아요"라고 '참을 인(忍)' 세 번을 되뇌기도 했습니다.

문 의장은 지난해 9월 3일 본회의 개회식 연설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 때 여야 지도부가 함께 가야 한다'고 언급했다가 이틀 뒤 한국당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에게 "입법부 수장이 블루하우스의 스피커를 자처하느냐"는 비난을 들었습니다. 당시 문 의장은 김 원내대표가 연단을 내려간 뒤 울컥한 모습을 보이며 "국회의장이 모욕당하면 국회가 모욕당한다는 사실을 명심해 주길 바란다"고 심경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지팡이 하나로 조용해지는 의회 원한다"

문 의장은 오늘 짧은 장내 발언에 민주주의에 대한 평소 소신까지 밀도 있게 담아냈습니다. "의회의 모든 책임을 지는 사람으로서 영국 의회처럼 지팡이 하나 가지고 '오더(order)' 내리면 다 조용해지는 그런 의회를 원한다"라고 호소했습니다.

또 "민주주의라는 게 하루 만에 뚝딱 도깨비 방망이처럼 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아무리 말이 안 되는 소리라도 경청해서 듣고, 그 속에서 배울 건 배우고, 스스로 반성하고 들어야 하는 게 민주주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용히 마무리할 수 있도록 귀를 열고 듣자"라면서 "정치적 평가는 마음대로 하시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는 우리 정치가 수준껏 할 수 있다"라고 다독였습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장내 소란을 정리하고 있다
"역시 민주당 출신 의장"…'수고했다'는 생략

끝날 것 같지 않던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는 문 의장의 격정적인 연설로 잠잠해졌지만,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장님 말씀에 일부는 감사드린다"면서도 "의장님 말씀의 또 일부는 역시 민주당 출신 의장님이시라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받아쳤습니다.

문 의장은 나 원내대표의 연설이 모두 끝난 뒤 의례적인 "수고했다"는 인사를 생략하고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부른 뒤 잠시 침묵했습니다. 그러고서는 "산회를 선포한다"는 짧은 말로 전쟁 같았던 한 시간에 걸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무리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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