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연말 결산] 올 한해 특파원은…

입력 2006.12.2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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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다사다난했던 2006년도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올 한 해 저희 특파원들은 세계 80개국을 누비며 지구촌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습니다.

지난 1년, 특파원 현장보고의 발자취를 박석호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2006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정부군과 반란군의 교전이 일주일 넘게 계속된 동티모르.

한국인 1명도 시내에서 벌어진 교전의 와중에 목에 유탄을 맞아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왔습니다.

한 달여 뒤에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면서 중동 사태가 전면전 직전까지 치달았습니다.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 천막을 치고 살아야 하는 처지에 전쟁 전에 계속했던 생업은 다시 시작할 엄두조차 나지 않습니다.

<인터뷰>아드난 만수르(레바논 난민) : "7층에서 살았죠. 전쟁 마지막 날 공습으로 집이 부서졌습니다. 가게는 공습 15일 만에 이렇게 부서졌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911 5주년을 맞아 탈레반의 저항이 다시 격화됐습니다.

<녹취>아프간 정부군 : "탈레반이 산 속으로 숨고 있어서 계속 전진하며 공격하는 중입니다."

위험을 무릅쓴 분쟁 지역 취재 과정에서 용태영 특파원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납치되는 사건까지 일어났습니다.

<인터뷰>용태영(KBS 두바이 특파원) : "당 간부가 내게 와서 이제 곧 석방될 것이라고 말했을 때 앞으로 더 성실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거대한 자연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은 올해도 어김없이 입증됐습니다.

지난 2004년 지진해일로 13만 명이 숨졌던 인도네시아에서는 올해 또다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 수천 명이 희생됐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오늘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6천2백명을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평균 사망자 수가 천명 이상 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자연 환경도 급변한 한해였습니다.

높이 백여 미터, 폭 3킬로미터의 빙하 곳곳이 무너져 내립니다. 빙하 조각이 무너지는 횟수는 평균 10분에 한번,

<인터뷰>프랜시스 잭슨( 빙하 안내인) : "과거에 비해서 빙하 활동이 대단히 활발해졌습니다. 무너지는 모습도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알프스의 고봉 곳곳에서도 빙하가 녹아내린 흔적이 보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빙하의 해빙이 가속화 돼 2035년엔 빙하가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빌트리트 해벌리(교수) : "기후 변화 모델의 결과를 보면 빙하의 해빙은 갈수록 빨라지게 되고, 앞으로 50년 이내에 빙하는 대부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녹아내린 빙하로 인해 남태평양 해수면은 상승하고 있습니다.

비만 오면 푸나푸티 난민촌에는 바닷물이 넘치기 시작했습니다. 해수면이 한꺼번에 30cm 상승하며 섬의 침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아모스(주민) : "비만 오면 이곳이 다 잠깁니다. 또 물에 잠길텐데 치워서 뭐합니까?"

고통 받는 지구촌 이웃들을 돌아보는 일도 특파원 현장보고의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주인의 성적 요구를 뿌리쳤다는 이유만으로 아들과 함께 염산을 뒤집어쓴 인도 최하층 불가촉천민의 여성.

<인터뷰>띠자 데비시 : "내 온 몸에 상처가 났고, 내 아들은 이렇게 됐어요. 제 아들의 인생은 끝난 것이다 다름없어요."

중국에서는 탈북 여성들이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면서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은밀한 장소에서 만난 조선족 브로커는 탈북여성 두명의 사진을 보여주며 흥정을 걸어왔습니다.

<녹취>조선족 브로커 : "한 명은 6천 위안, 한 명은 8천 위안. 두 명 다 얼굴은 괜찮습니다. 처음 넘어왔을 때에는 말랐었는데, 두어 달 먹이니까 살이 올랐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포도농장에는 임금 대신 포도주를 지급하는 이른바 돕 시스템의 폐단이 남아있습니다.

포도주를 임금으로 받은 노동자들은 식사조차 술로 대신하기 때문에 결국엔 알콜 중독에 빠져듭니다.

포도 농장 노동자들이 세 들어 사는 이 마을에는 알콜 중독자들이 넘쳐납니다.

그러면서도 다채롭고 진기한 이야기들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태아의 성별을 조절해 모든 가정이 1남 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는 중국 잔리촌의 비밀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첫 아이는 자연 출산하지만 둘째의 성별은 첫째와 반대로 조절한다는 얘깁니다. 임신 초기에 꽃을 바꾼다는 뜻을 지닌 '환화초(換花草)'를 복용해 태아의 성별을 선택한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우나이저우(잔리촌 주민) : "환화초 끓인 물을 하루 3번 마십니다. 하루에 1병씩, 사흘 동안 3병을 마십니다."

역시 중국의 오지인 윈난성에서는 여성이 여러 명의 남성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모계 사회 모수오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각종 사안에 대한 결정권은 어머니에게 있고 어머니가 세상을 뜨면 그 딸이 재산과 가장의 권리를 이어 받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여자의 성을 따르고 여자가 맡아 기릅니다.

<인터뷰>거타 치라미(주민) : "아이에 대한 권리는 여자들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남자들도 아이가 보고 싶으면 언제라도 와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브라질 삼바 축제와 프랑스의 물랭루즈,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등 세계 곳곳의 다양한 볼거리도 풍성했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는 이처럼 올해 세계 80여 나라를 누비며 분쟁과 인권, 환경과 문화 등 지구촌의 절망과 희망을 함께 조명했습니다.

2007년에도 우리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특파원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저희 프로그램에서 방영했던 이충형 기자의 <피그미 멸족 위기, 학살 현장을 가다>가 제 48회 뉴욕 페스티벌에서 뉴스.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미디어 대전인 뉴욕 페스티벌 뉴스.다큐멘터리 부문에서 한국 방송사가 수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요.

저희는 앞으로도 휴머니즘을 최우선의 가치로 지구촌의 구석진 곳들을 찾아다니겠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올해 순서는 오늘로 마치고 저희는 새해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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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 연말 결산] 올 한해 특파원은…
    • 입력 2006-12-24 10:29:15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다사다난했던 2006년도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올 한 해 저희 특파원들은 세계 80개국을 누비며 지구촌 사람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습니다. 지난 1년, 특파원 현장보고의 발자취를 박석호 기자가 돌아봤습니다. <리포트> 2006년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분쟁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정부군과 반란군의 교전이 일주일 넘게 계속된 동티모르. 한국인 1명도 시내에서 벌어진 교전의 와중에 목에 유탄을 맞아 중상을 입고 병원에 실려 왔습니다. 한 달여 뒤에는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하면서 중동 사태가 전면전 직전까지 치달았습니다. 무너진 건물 잔해 위에 천막을 치고 살아야 하는 처지에 전쟁 전에 계속했던 생업은 다시 시작할 엄두조차 나지 않습니다. <인터뷰>아드난 만수르(레바논 난민) : "7층에서 살았죠. 전쟁 마지막 날 공습으로 집이 부서졌습니다. 가게는 공습 15일 만에 이렇게 부서졌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911 5주년을 맞아 탈레반의 저항이 다시 격화됐습니다. <녹취>아프간 정부군 : "탈레반이 산 속으로 숨고 있어서 계속 전진하며 공격하는 중입니다." 위험을 무릅쓴 분쟁 지역 취재 과정에서 용태영 특파원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에 납치되는 사건까지 일어났습니다. <인터뷰>용태영(KBS 두바이 특파원) : "당 간부가 내게 와서 이제 곧 석방될 것이라고 말했을 때 앞으로 더 성실하게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거대한 자연 앞에 선 인간의 무력함은 올해도 어김없이 입증됐습니다. 지난 2004년 지진해일로 13만 명이 숨졌던 인도네시아에서는 올해 또다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나 수천 명이 희생됐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오늘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6천2백명을 넘어섰다고 밝혔습니다. 하루 평균 사망자 수가 천명 이상 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자연 환경도 급변한 한해였습니다. 높이 백여 미터, 폭 3킬로미터의 빙하 곳곳이 무너져 내립니다. 빙하 조각이 무너지는 횟수는 평균 10분에 한번, <인터뷰>프랜시스 잭슨( 빙하 안내인) : "과거에 비해서 빙하 활동이 대단히 활발해졌습니다. 무너지는 모습도 과거보다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알프스의 고봉 곳곳에서도 빙하가 녹아내린 흔적이 보입니다. 문제는 앞으로 빙하의 해빙이 가속화 돼 2035년엔 빙하가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인터뷰>빌트리트 해벌리(교수) : "기후 변화 모델의 결과를 보면 빙하의 해빙은 갈수록 빨라지게 되고, 앞으로 50년 이내에 빙하는 대부분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녹아내린 빙하로 인해 남태평양 해수면은 상승하고 있습니다. 비만 오면 푸나푸티 난민촌에는 바닷물이 넘치기 시작했습니다. 해수면이 한꺼번에 30cm 상승하며 섬의 침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입니다. <인터뷰>아모스(주민) : "비만 오면 이곳이 다 잠깁니다. 또 물에 잠길텐데 치워서 뭐합니까?" 고통 받는 지구촌 이웃들을 돌아보는 일도 특파원 현장보고의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주인의 성적 요구를 뿌리쳤다는 이유만으로 아들과 함께 염산을 뒤집어쓴 인도 최하층 불가촉천민의 여성. <인터뷰>띠자 데비시 : "내 온 몸에 상처가 났고, 내 아들은 이렇게 됐어요. 제 아들의 인생은 끝난 것이다 다름없어요." 중국에서는 탈북 여성들이 인신매매의 대상이 되면서 노예나 다름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은밀한 장소에서 만난 조선족 브로커는 탈북여성 두명의 사진을 보여주며 흥정을 걸어왔습니다. <녹취>조선족 브로커 : "한 명은 6천 위안, 한 명은 8천 위안. 두 명 다 얼굴은 괜찮습니다. 처음 넘어왔을 때에는 말랐었는데, 두어 달 먹이니까 살이 올랐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포도농장에는 임금 대신 포도주를 지급하는 이른바 돕 시스템의 폐단이 남아있습니다. 포도주를 임금으로 받은 노동자들은 식사조차 술로 대신하기 때문에 결국엔 알콜 중독에 빠져듭니다. 포도 농장 노동자들이 세 들어 사는 이 마을에는 알콜 중독자들이 넘쳐납니다. 그러면서도 다채롭고 진기한 이야기들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태아의 성별을 조절해 모든 가정이 1남 1녀의 자녀를 두고 있다는 중국 잔리촌의 비밀은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첫 아이는 자연 출산하지만 둘째의 성별은 첫째와 반대로 조절한다는 얘깁니다. 임신 초기에 꽃을 바꾼다는 뜻을 지닌 '환화초(換花草)'를 복용해 태아의 성별을 선택한다고 설명합니다. <인터뷰>우나이저우(잔리촌 주민) : "환화초 끓인 물을 하루 3번 마십니다. 하루에 1병씩, 사흘 동안 3병을 마십니다." 역시 중국의 오지인 윈난성에서는 여성이 여러 명의 남성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모계 사회 모수오족이 살고 있었습니다. 각종 사안에 대한 결정권은 어머니에게 있고 어머니가 세상을 뜨면 그 딸이 재산과 가장의 권리를 이어 받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여자의 성을 따르고 여자가 맡아 기릅니다. <인터뷰>거타 치라미(주민) : "아이에 대한 권리는 여자들에게 있습니다. 하지만 남자들도 아이가 보고 싶으면 언제라도 와서 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브라질 삼바 축제와 프랑스의 물랭루즈,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등 세계 곳곳의 다양한 볼거리도 풍성했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는 이처럼 올해 세계 80여 나라를 누비며 분쟁과 인권, 환경과 문화 등 지구촌의 절망과 희망을 함께 조명했습니다. 2007년에도 우리의 눈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특파원들의 노력은 계속될 것입니다. 지난해 11월 저희 프로그램에서 방영했던 이충형 기자의 <피그미 멸족 위기, 학살 현장을 가다>가 제 48회 뉴욕 페스티벌에서 뉴스.다큐멘터리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미디어 대전인 뉴욕 페스티벌 뉴스.다큐멘터리 부문에서 한국 방송사가 수상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요. 저희는 앞으로도 휴머니즘을 최우선의 가치로 지구촌의 구석진 곳들을 찾아다니겠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올해 순서는 오늘로 마치고 저희는 새해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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