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무비] 상반기 영화계 결산

입력 2007.07.1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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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영화계 소식, 이민우 기자 나왔습니다.

자, 오늘은 첫 소식으로 올 상반기 영화계를 결산해주신다구요?

<리포트>

예, 2007년도 벌써 반이 지나갔습니다. 세월 참 빠르죠.

양 앵커도 왠지 마음이 점점 급해지시죠? 올 상반기 영화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한 번 돌이켜 볼까요? 그냥 돌아보면 심심할 것 같아서, 숫자로 되돌아봤습니다. 함께 풀어보시죠.

너무 쉽나요? 비수기인 3월, 뭐랄까, 남성들의 본능을 자극했다고 해야할까요?

아마도 올 상반기 영화 중 유일하게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가 될 정도로 인기였었죠.

3백에 만자 하나 더 붙였습니다. 3백만.

올 해 한국 영화 중 이 영화 딱 한 편만이 관객 3백 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올해 한국 영화 마의 숫자, 불운의 숫자,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요?

거장의 백 번째 작품. 천년학이죠.

많은 이들이 거장의 예술혼에 아낌없는 존경과 갈채를 보냈지만, 아쉽게도 흥행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올해 60회를 맞은 칸 영화제가 힘 빠진 한국 영화계에 영양제를 놔줬죠.

영화계뿐 아니라 문화계 전체에 있어, 올 한해 가장 큰 뉴스가 아닐까 싶네요.

이 숫자는 삼보다는 쓰리, 이렇게 읽어야 할 것 같네요.

스파이더맨 쓰리, 캐리비언의 해적 쓰리, 슈렉 쓰리까지...

이 쓰리 세 편, 극장가를 싹쓸이하다시피했습니다.

흥행이 삼삼했다는 얘기죠.

외화 흥행 신기록을 향한, 변신 로봇들의 거침없는 하이킥도 관심삽니다.

현재 기록은 반지의 제왕 3편의 5백 96만 명인데, 이 로봇들 개봉 15일째인 어제까지 벌써 4백 80만 명을 불러모았습니다.

수입사측은 7백만까지 장담하고 있네요.

또 6백입니다.

억자 하나 더 붙일까요?

6백억입니다.

올 상반기 49편의 한국 영화가 개봉했는데, 많은 영화들, 본전도 못 건지고 망했습니다.

그래서 상반기 추정 손실액이 6백억이라는데, 정말 억 ~ 소리 나죠? 듣는 사람도 억하는데, 영화 종사자들은 얼마나 억장 무너질까요?

이 숫자는 희망사항입니다.

후반기엔 한국 영화 힘들 내서, 천만 영화 나왔으면 하는 바람말이죠.

천만 영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계 기력 회복에 적지않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질문>올해 우리 영화계 최대 기대작이요? 최근 전국 시사회를 갖고 화제가 많던데, '화려한 휴가' 어떤 영화인가요?

<답변>

시사회장에서 영화가 끝난 뒤, 한 여고생이 눈물을 훔치며 나오더군요.

그래서 소감을 물었더니, 이 영화, 슬픈 전쟁영화라고 얘기하더군요.

5.18이라는 역사가 10대들에겐 그만큼 낯설었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오히려 젊은 관객들이 이 영화 꼭 봤으면 하는 게 개인적 바람입니다.

교과서에 실린 죽은 내용이 아니라, 눈 앞에 생생히 살아있는 5.18 광주를, 그것도 감동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아버지가 죽었습니다.

평범한 이들의 가슴엔 피멍울이 맺혔습니다.

<녹취>"내일도 와주실거죠. 뭐라구요. 내일 아침도 저 데리러 와달라구요."

사랑하는 사람도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있어서는 안 될, 하지만 지울 수 없는 엄연한 역사적 현실. 그 5.18을 정면으로 다룬 첫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정치색을 띠고 있지 않습니다.

소박한 행복을 꿈꾸던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녹취>"현상수배 사진 찍소 지금부터 안 웃는 사람 똥구멍에 털난사람."

왜 지금 다시 5.18 광주일까.

광주는 아직 끝나지 않는 것일까.

<인터뷰>김지훈('화려한 휴가' 감독): "가해자와 피해자가 완전한 용서가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화를 보며 흔히들 여러 판단 기준을 제시합니다.

재미있다, 재미없다. 혹은 잘 만들었다, 못 만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조금 다른 기준을 적용해도 좋을 듯 싶습니다.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비극의 역사. 그 아픔과 분노에 공감하는가. 공감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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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무비] 상반기 영화계 결산
    • 입력 2007-07-13 08: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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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영화계 소식, 이민우 기자 나왔습니다. 자, 오늘은 첫 소식으로 올 상반기 영화계를 결산해주신다구요? <리포트> 예, 2007년도 벌써 반이 지나갔습니다. 세월 참 빠르죠. 양 앵커도 왠지 마음이 점점 급해지시죠? 올 상반기 영화계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한 번 돌이켜 볼까요? 그냥 돌아보면 심심할 것 같아서, 숫자로 되돌아봤습니다. 함께 풀어보시죠. 너무 쉽나요? 비수기인 3월, 뭐랄까, 남성들의 본능을 자극했다고 해야할까요? 아마도 올 상반기 영화 중 유일하게 개그 프로그램의 소재가 될 정도로 인기였었죠. 3백에 만자 하나 더 붙였습니다. 3백만. 올 해 한국 영화 중 이 영화 딱 한 편만이 관객 3백 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올해 한국 영화 마의 숫자, 불운의 숫자, 이렇게 표현해도 될까요? 거장의 백 번째 작품. 천년학이죠. 많은 이들이 거장의 예술혼에 아낌없는 존경과 갈채를 보냈지만, 아쉽게도 흥행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올해 60회를 맞은 칸 영화제가 힘 빠진 한국 영화계에 영양제를 놔줬죠. 영화계뿐 아니라 문화계 전체에 있어, 올 한해 가장 큰 뉴스가 아닐까 싶네요. 이 숫자는 삼보다는 쓰리, 이렇게 읽어야 할 것 같네요. 스파이더맨 쓰리, 캐리비언의 해적 쓰리, 슈렉 쓰리까지... 이 쓰리 세 편, 극장가를 싹쓸이하다시피했습니다. 흥행이 삼삼했다는 얘기죠. 외화 흥행 신기록을 향한, 변신 로봇들의 거침없는 하이킥도 관심삽니다. 현재 기록은 반지의 제왕 3편의 5백 96만 명인데, 이 로봇들 개봉 15일째인 어제까지 벌써 4백 80만 명을 불러모았습니다. 수입사측은 7백만까지 장담하고 있네요. 또 6백입니다. 억자 하나 더 붙일까요? 6백억입니다. 올 상반기 49편의 한국 영화가 개봉했는데, 많은 영화들, 본전도 못 건지고 망했습니다. 그래서 상반기 추정 손실액이 6백억이라는데, 정말 억 ~ 소리 나죠? 듣는 사람도 억하는데, 영화 종사자들은 얼마나 억장 무너질까요? 이 숫자는 희망사항입니다. 후반기엔 한국 영화 힘들 내서, 천만 영화 나왔으면 하는 바람말이죠. 천만 영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화계 기력 회복에 적지않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질문>올해 우리 영화계 최대 기대작이요? 최근 전국 시사회를 갖고 화제가 많던데, '화려한 휴가' 어떤 영화인가요? <답변> 시사회장에서 영화가 끝난 뒤, 한 여고생이 눈물을 훔치며 나오더군요. 그래서 소감을 물었더니, 이 영화, 슬픈 전쟁영화라고 얘기하더군요. 5.18이라는 역사가 10대들에겐 그만큼 낯설었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오히려 젊은 관객들이 이 영화 꼭 봤으면 하는 게 개인적 바람입니다. 교과서에 실린 죽은 내용이 아니라, 눈 앞에 생생히 살아있는 5.18 광주를, 그것도 감동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아버지가 죽었습니다. 평범한 이들의 가슴엔 피멍울이 맺혔습니다. <녹취>"내일도 와주실거죠. 뭐라구요. 내일 아침도 저 데리러 와달라구요." 사랑하는 사람도 이제 더 이상 만날 수 없습니다. 사랑하는 우리 형제 자매들이 계엄군의 총칼에 죽어가고 있습니다. 있어서는 안 될, 하지만 지울 수 없는 엄연한 역사적 현실. 그 5.18을 정면으로 다룬 첫 영화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정치색을 띠고 있지 않습니다. 소박한 행복을 꿈꾸던 평범한 인물들의 이야기일 뿐입니다. <녹취>"현상수배 사진 찍소 지금부터 안 웃는 사람 똥구멍에 털난사람." 왜 지금 다시 5.18 광주일까. 광주는 아직 끝나지 않는 것일까. <인터뷰>김지훈('화려한 휴가' 감독): "가해자와 피해자가 완전한 용서가 이뤄지지 않았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영화를 보며 흔히들 여러 판단 기준을 제시합니다. 재미있다, 재미없다. 혹은 잘 만들었다, 못 만들었다. 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조금 다른 기준을 적용해도 좋을 듯 싶습니다. 점점 잊혀져가고 있는 비극의 역사. 그 아픔과 분노에 공감하는가. 공감하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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