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임 포커스] ‘기름과의 사투’…복구 총력

입력 2007.12.12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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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충남 태안은 그야말로 기름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자원 봉사자까지 나서 방제 작업을 돕고 있지만 곳곳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습니다.

구경하 기자!

이제 사고가 일어난지 엿새째를 맞고 있는데 복구가 더딘 이유가 뭡니까?

<리포트>

기름 피해를 입은 해안이 160km를 넘을 정도로 규모가 엄청난 것이 가장 큰 이윱니다.

여기에 복구 지휘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해 효율적인 방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데요.

복구 현장에는 역한 기름 냄새까지 진동해 주민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 속에 기름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기름띠는 끝내 충남에서 가장 큰 양식 단지인 가로림만까지 들이닥쳤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폐현수막 해안을 닦아봅니다.

최고조에 달한 밀물이 남쪽 안면도까지 위협하자 어민들은 바다에 나가 그물 대신 흡착포를 던졌습니다.

<인터뷰> 문승국(충남 태안군 몽산포어촌계장) : "최후 방어선이 이 지역이라 여기서 뚫리면 우리 지역까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전 어촌계원이 생업을 포기하고 작업하러 나왔습니다."

어민들을 돕기 위한 봉사의 발길도 이어졌습니다.

어제 하루 만 7천여 명이 흡착포로 기름을 닦아내고 양동이로 기름을 떠냈습니다.

<인터뷰> 최임걸 대표(충청하나은행) : "피해 규모가 엄청납니다. 국민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위험한 갯바위에서는 환경 전문 부대원들이 땀을 흘렸습니다.

<인터뷰> 김형명 중령(117환경대대) : "첫 임무로 이곳에 와서 주민들을 위한다는 사명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제 작업을 위한 지휘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습니다.

<녹취> 자원봉사자들 : "일단 부분적으로 단체가 왔으면 대표자가 오면 빨리 자재를 줘야 하는데 그걸 자꾸 안 주는거야."

공무원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자원봉사자를 배치하기 때문인데요.

유명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자원봉사자가 배치되다보니 자원봉사자가 한 명도 투입되지 못한 해안도 있습니다.

<녹취> 만리포 주민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 "(인력 배치는 (태안)군에서는 안하나요?) 군에서는 안해요. 이장님한테 물어봐요. 아주 골 아퍼..."

외딴 섬의 사정은 더욱 딱합니다.

태안에서 배를 타고 30분 정도 가야하는 가의도.

기름 범벅이 된 해산물을 바라보던 어민은 눈물을 흐릅니다.

<인터뷰> 고구옥(가의도 주민) : "이게 우리네 생계 유지하는 건데 이게 다 절단 났는데 어떻게 눈물이 안나요. 섬 주민들은 이제 뭐 먹고 살아요. 꿈에도 기름이 넘실거려요."

하지만 본격적인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주민 80여 명 가운데 90%가 예순 살을 넘긴 노인인데다 하루에 두 번밖에 없는 배편에 자원봉사자들도 섬에 들어오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김희연(가의도 주민) : "보다시피 여기 다 노인들 아니에요. 집에서 쉬어야 할 노인들인데 이렇게 됐으니 쉴 수가 있나요."

여기에 기름띠가 닥친 해안마다 역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는데요.

바다의 유출된 원유 가운데 휘발성 성분이 공기 속으로 날아갔기 때문입니다.

그 양만 해도 유출된 원유량의 30% 정도로 추정됩니다.

이 기름 냄새가 바닷가에서 2-3km 떨어진 곳까지 퍼져 주민들은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병자(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 "냄새가 하도 지독해서 아주 머리가 아프고 속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점심도 조금 먹었어요."

이 기름냄새는 벤젠, 톨루엔 등 원유 성분이 들어있는데요.

호흡기 질환과 암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기현 교수(세종대 지구환경공학과) : "정제되지 않고 바로 다 유출되는 바람에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부차적으로 사람의 건강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을 것으로 염려됩니다."

당장은 방제가 급하지만 보상받는 일도 어민들에겐 큰 걱정거립니다.

양식장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방제 작업에 여념이 없는 어민들에겐 사진을 찍고 규정대로 증거를 보존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뷰> 이충경(의항리 어촌계장) : "(보상) 준비하는데 부족한 점이 많죠. 체계가 안 잡혀 있고 갑자기 닥친 일이라..."

소라와 굴을 따서 생계를 이어온 영세 어민들은 더욱 난감합니다.

보상을 청구하려면 최근 3년간 수산물 거래 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로 소득을 증명해야 하는데 증거 서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1995년 씨 프린스호 사고 당시에도 보상 청구액 735억 5천만 원 가운데 실제 보상액은 203억 원에 그쳤습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기름에 악취와 보상문제까지,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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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타임 포커스] ‘기름과의 사투’…복구 총력
    • 입력 2007-12-12 08:11:08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충남 태안은 그야말로 기름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자원 봉사자까지 나서 방제 작업을 돕고 있지만 곳곳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습니다. 구경하 기자! 이제 사고가 일어난지 엿새째를 맞고 있는데 복구가 더딘 이유가 뭡니까? <리포트> 기름 피해를 입은 해안이 160km를 넘을 정도로 규모가 엄청난 것이 가장 큰 이윱니다. 여기에 복구 지휘체계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해 효율적인 방제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데요. 복구 현장에는 역한 기름 냄새까지 진동해 주민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 속에 기름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기름띠는 끝내 충남에서 가장 큰 양식 단지인 가로림만까지 들이닥쳤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폐현수막 해안을 닦아봅니다. 최고조에 달한 밀물이 남쪽 안면도까지 위협하자 어민들은 바다에 나가 그물 대신 흡착포를 던졌습니다. <인터뷰> 문승국(충남 태안군 몽산포어촌계장) : "최후 방어선이 이 지역이라 여기서 뚫리면 우리 지역까지 피해를 보기 때문에 전 어촌계원이 생업을 포기하고 작업하러 나왔습니다." 어민들을 돕기 위한 봉사의 발길도 이어졌습니다. 어제 하루 만 7천여 명이 흡착포로 기름을 닦아내고 양동이로 기름을 떠냈습니다. <인터뷰> 최임걸 대표(충청하나은행) : "피해 규모가 엄청납니다. 국민들의 도움이 절실합니다." 일반인들이 접근하기 위험한 갯바위에서는 환경 전문 부대원들이 땀을 흘렸습니다. <인터뷰> 김형명 중령(117환경대대) : "첫 임무로 이곳에 와서 주민들을 위한다는 사명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제 작업을 위한 지휘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곳곳에서 혼선이 빚어졌습니다. <녹취> 자원봉사자들 : "일단 부분적으로 단체가 왔으면 대표자가 오면 빨리 자재를 줘야 하는데 그걸 자꾸 안 주는거야." 공무원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자원봉사자를 배치하기 때문인데요. 유명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자원봉사자가 배치되다보니 자원봉사자가 한 명도 투입되지 못한 해안도 있습니다. <녹취> 만리포 주민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 : "(인력 배치는 (태안)군에서는 안하나요?) 군에서는 안해요. 이장님한테 물어봐요. 아주 골 아퍼..." 외딴 섬의 사정은 더욱 딱합니다. 태안에서 배를 타고 30분 정도 가야하는 가의도. 기름 범벅이 된 해산물을 바라보던 어민은 눈물을 흐릅니다. <인터뷰> 고구옥(가의도 주민) : "이게 우리네 생계 유지하는 건데 이게 다 절단 났는데 어떻게 눈물이 안나요. 섬 주민들은 이제 뭐 먹고 살아요. 꿈에도 기름이 넘실거려요." 하지만 본격적인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주민 80여 명 가운데 90%가 예순 살을 넘긴 노인인데다 하루에 두 번밖에 없는 배편에 자원봉사자들도 섬에 들어오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김희연(가의도 주민) : "보다시피 여기 다 노인들 아니에요. 집에서 쉬어야 할 노인들인데 이렇게 됐으니 쉴 수가 있나요." 여기에 기름띠가 닥친 해안마다 역한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는데요. 바다의 유출된 원유 가운데 휘발성 성분이 공기 속으로 날아갔기 때문입니다. 그 양만 해도 유출된 원유량의 30% 정도로 추정됩니다. 이 기름 냄새가 바닷가에서 2-3km 떨어진 곳까지 퍼져 주민들은 두통과 메스꺼움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조병자(충남 태안군 소원면 의항리) : "냄새가 하도 지독해서 아주 머리가 아프고 속이 안 좋은 것 같아서 점심도 조금 먹었어요." 이 기름냄새는 벤젠, 톨루엔 등 원유 성분이 들어있는데요. 호흡기 질환과 암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기현 교수(세종대 지구환경공학과) : "정제되지 않고 바로 다 유출되는 바람에 생태계 파괴는 물론이고 부차적으로 사람의 건강에도 상당히 문제가 있을 것으로 염려됩니다." 당장은 방제가 급하지만 보상받는 일도 어민들에겐 큰 걱정거립니다. 양식장 피해를 보상받으려면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데 방제 작업에 여념이 없는 어민들에겐 사진을 찍고 규정대로 증거를 보존하는 것도 만만치 않습니다. <인터뷰> 이충경(의항리 어촌계장) : "(보상) 준비하는데 부족한 점이 많죠. 체계가 안 잡혀 있고 갑자기 닥친 일이라..." 소라와 굴을 따서 생계를 이어온 영세 어민들은 더욱 난감합니다. 보상을 청구하려면 최근 3년간 수산물 거래 영수증이나 세금계산서로 소득을 증명해야 하는데 증거 서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 1995년 씨 프린스호 사고 당시에도 보상 청구액 735억 5천만 원 가운데 실제 보상액은 203억 원에 그쳤습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기름에 악취와 보상문제까지,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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