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에 신음하는 이집트 ‘나일강’

입력 2008.01.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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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중국과 더불어 인류문명의 또 다른 발상지, 나일강이 오염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는 화려했던 이집트 문명도 나일강이 있어 가능했다는 뜻으로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불렀는데요.

5천년 넘게 이집트인들의 생명의 원천이던 이 나일강이 심하게 오염되고 있어서 후손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영석 순회 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화려했던 고대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 세계 7대 불가사의인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비롯해 이집트는 5천년 인류 문명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고대 문명의 중심엔 이집트인의 젖줄 나일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중부 빅토리아 호에서 발원한 백나일과 아비시니아 고원에서 시작된 청나일.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합류한 두 강은 나일강 본류를 형성한 뒤 남에서 북으로 이집트 전체를 관통해 지중해로 흐릅니다. 길이가 6천7백39킬로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이기도 합니다.

지난 1971년 이집트 남부 아스완에 세워진 거대한 하이댐. 이 댐에 막힌 나일강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인공 호수 나세르 호를 형성합니다.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나일강은 주변 자연 환경과 어울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합니다.

이집트 사람들은 이 나일강을 신이 주신 축복이라 여깁니다. 거의 전 국토가 사막인 이집트에서 풍부한 수량을 가진 나일강은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나일강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나일강은 도심을 가로지르며 국제도시 카이로에 풍요로움을 더합니다.

<인터뷰> 마흐무드(카이로 시민): "나일 강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됩니다."

하지만 나일 강은 이미 예전의 모습이 아닙니다. 이집트를 관통하며 흘러온 나일강은 이미 인간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입니다.

<인터뷰> 아흐마드(카이로 시민): "나일강 통해 전기도 얻고 많은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람들이 나일강을 해치고 있습니다."

피라미드로 유명한 카이로 서쪽의 기자 지역. 나일강 물을 이용해 도심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던 수로는 이미 쓰레기로 뒤덮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수로에 쓰레기를 버립니다. 어른들을 보고 자란 어린이들도 그대로 따라합니다.

<인터뷰> 압둘하만(주민): "쓰레기 통도 없고 해서 사람들이 그냥 쓰레기를 버립니다. 그러면 나중에 차가 와서 가져 갑니다."

각종 공장들이 몰려 있는 카이로 시내의 헬르완 공업 지구. 쉴 새 없이 트럭들이 드나들며 흙먼지를 일으키고, 공장 굴뚝에서 내뿜는 검은 연기는 주변 대기를 뿌옇게 변색시켰습니다.

수로 한편엔 주변 공장에서 흘러든 폐수가 끊임없이 쏟아집니다. 주민들은 식수원이 오염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인터뷰> 일라일(주민): "아사프에서 헬르완까지 땅이 많이 오염됐습니다. 여기에 국회의원이 4명이나 있는데 (환경 개선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카이로 시내 수로 곳곳에선 수로 복개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수질 오염이 심각해지고 주변 환경이 악화되자 차라리 수로를 덮기로 한 것입니다.

나일강변의 공장들은 최대 오염원입니다. 손쉽게 공업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나일강을 따라 늘어선 공장만 4천여 개. 이 가운데 산업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해 나일강에 버리는 공장은 12%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부분 처리하거나 그대로 나일강에 배출하고 있습니다.

카이로 시내의 로드 섬. 조그만 섬에 4만 5천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주로 농삿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낡은 나룻배는 육지와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 수단입니다. 이들에게 나일강은 생명의 원천입니다. 나일강 수질이 나빠지면서 이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압둘라디(섬 주민): "20년 전과 많이 다릅니다. 이전엔 누구나 강물을 마실 수 있었는데 지금은 오염이 심해 그럴 수 없습니다."

나일강 유역은 그동안 반복돼 온 범람으로 비옥한 토지를 제공해 왔습니다. 나일강은 이집트 농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원입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농경지가 나일강 주변에 형성돼 있습니다. 이렇게 나일강 주위에 밀집된 농경지는 나일강 오염을 부추기는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화학 비료와 농약 잔류물이 나일강으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사이드 압둘카림(주민): "평생 어쩔 수 없이 강물과 오염 물질을 함께 마셨습니다. 신장과 간 질환으로 죽는 사람 봤지만 다른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나일강 유람은 관광 대국 이집트의 주요 관광 코스입니다. 크고 작은 돛단배부터 대형 크루즈까지... 나일강을 따라 이집트 전역에서 운행되는 유람선은 3천여 척에 이릅니다.

유람선에서 버려지는 각종 분뇨와 생활 쓰레기 등도 나일강을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오염된 나일강 물을 마시고 해마다 9만 명의 이집트인이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므르(카이로대 독성연구소장): "오염된 나일강 물을 통해 이전에 없던 간염이 아주 많이 퍼졌습니다.또 피부병,눈병 등도 크게 늘었지만 역시 간 질환이 가장 문제입니다."

나일강 물은 곳곳에 있는 정수장에서 처리 과정을 거친 뒤 각 가정에 공급됩니다. 인구 4분의 1이 몰려 있는 카이로에는 현재 13개의 정수장이 가동되고 있고 5개가 더 건설 중입니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벅찬 상태입니다. 정부는 정수장 시설 확충과 함께 뒤늦게나마 수질 오염 방지를 위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압둘라흐만 샤힌(보건인구부 대변인): "정부도 나일강 오염 막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사람 건강과 관련된 문제라 아주 중요한 주제입니다."

나일강은 고대 문명의 발상지이자, 현재를 사는 이집트 인들에겐 삶의 근원입니다. 하지만 인간들의 과욕과 관리 소홀로 나일강은 하루가 다르게 오염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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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염에 신음하는 이집트 ‘나일강’
    • 입력 2008-01-20 08:15:59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중국과 더불어 인류문명의 또 다른 발상지, 나일강이 오염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는 화려했던 이집트 문명도 나일강이 있어 가능했다는 뜻으로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불렀는데요. 5천년 넘게 이집트인들의 생명의 원천이던 이 나일강이 심하게 오염되고 있어서 후손들에게는 재앙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 이영석 순회 특파원이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화려했던 고대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 세계 7대 불가사의인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비롯해 이집트는 5천년 인류 문명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고대 문명의 중심엔 이집트인의 젖줄 나일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중부 빅토리아 호에서 발원한 백나일과 아비시니아 고원에서 시작된 청나일.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합류한 두 강은 나일강 본류를 형성한 뒤 남에서 북으로 이집트 전체를 관통해 지중해로 흐릅니다. 길이가 6천7백39킬로미터로, 세계에서 가장 긴 강이기도 합니다. 지난 1971년 이집트 남부 아스완에 세워진 거대한 하이댐. 이 댐에 막힌 나일강은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인공 호수 나세르 호를 형성합니다.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는 나일강은 주변 자연 환경과 어울려 빼어난 풍광을 자랑합니다. 이집트 사람들은 이 나일강을 신이 주신 축복이라 여깁니다. 거의 전 국토가 사막인 이집트에서 풍부한 수량을 가진 나일강은 생명의 원천이기 때문입니다. 고대 이집트 문명을 꽃피울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나일강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나일강은 도심을 가로지르며 국제도시 카이로에 풍요로움을 더합니다. <인터뷰> 마흐무드(카이로 시민): "나일 강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도 많이 하게 됩니다." 하지만 나일 강은 이미 예전의 모습이 아닙니다. 이집트를 관통하며 흘러온 나일강은 이미 인간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된 상태입니다. <인터뷰> 아흐마드(카이로 시민): "나일강 통해 전기도 얻고 많은 혜택을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람들이 나일강을 해치고 있습니다." 피라미드로 유명한 카이로 서쪽의 기자 지역. 나일강 물을 이용해 도심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하던 수로는 이미 쓰레기로 뒤덮였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아무 거리낌 없이 수로에 쓰레기를 버립니다. 어른들을 보고 자란 어린이들도 그대로 따라합니다. <인터뷰> 압둘하만(주민): "쓰레기 통도 없고 해서 사람들이 그냥 쓰레기를 버립니다. 그러면 나중에 차가 와서 가져 갑니다." 각종 공장들이 몰려 있는 카이로 시내의 헬르완 공업 지구. 쉴 새 없이 트럭들이 드나들며 흙먼지를 일으키고, 공장 굴뚝에서 내뿜는 검은 연기는 주변 대기를 뿌옇게 변색시켰습니다. 수로 한편엔 주변 공장에서 흘러든 폐수가 끊임없이 쏟아집니다. 주민들은 식수원이 오염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인터뷰> 일라일(주민): "아사프에서 헬르완까지 땅이 많이 오염됐습니다. 여기에 국회의원이 4명이나 있는데 (환경 개선에) 전혀 도움이 안 됩니다." 카이로 시내 수로 곳곳에선 수로 복개 공사가 진행중입니다. 수질 오염이 심각해지고 주변 환경이 악화되자 차라리 수로를 덮기로 한 것입니다. 나일강변의 공장들은 최대 오염원입니다. 손쉽게 공업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나일강을 따라 늘어선 공장만 4천여 개. 이 가운데 산업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해 나일강에 버리는 공장은 12%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부분 처리하거나 그대로 나일강에 배출하고 있습니다. 카이로 시내의 로드 섬. 조그만 섬에 4만 5천여 명이 살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주로 농삿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낡은 나룻배는 육지와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 수단입니다. 이들에게 나일강은 생명의 원천입니다. 나일강 수질이 나빠지면서 이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압둘라디(섬 주민): "20년 전과 많이 다릅니다. 이전엔 누구나 강물을 마실 수 있었는데 지금은 오염이 심해 그럴 수 없습니다." 나일강 유역은 그동안 반복돼 온 범람으로 비옥한 토지를 제공해 왔습니다. 나일강은 이집트 농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자원입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농경지가 나일강 주변에 형성돼 있습니다. 이렇게 나일강 주위에 밀집된 농경지는 나일강 오염을 부추기는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화학 비료와 농약 잔류물이 나일강으로 흘러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사이드 압둘카림(주민): "평생 어쩔 수 없이 강물과 오염 물질을 함께 마셨습니다. 신장과 간 질환으로 죽는 사람 봤지만 다른 방법이 없지 않습니까?" 나일강 유람은 관광 대국 이집트의 주요 관광 코스입니다. 크고 작은 돛단배부터 대형 크루즈까지... 나일강을 따라 이집트 전역에서 운행되는 유람선은 3천여 척에 이릅니다. 유람선에서 버려지는 각종 분뇨와 생활 쓰레기 등도 나일강을 오염시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전문가들은 이렇게 오염된 나일강 물을 마시고 해마다 9만 명의 이집트인이 죽어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아므르(카이로대 독성연구소장): "오염된 나일강 물을 통해 이전에 없던 간염이 아주 많이 퍼졌습니다.또 피부병,눈병 등도 크게 늘었지만 역시 간 질환이 가장 문제입니다." 나일강 물은 곳곳에 있는 정수장에서 처리 과정을 거친 뒤 각 가정에 공급됩니다. 인구 4분의 1이 몰려 있는 카이로에는 현재 13개의 정수장이 가동되고 있고 5개가 더 건설 중입니다. 하지만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벅찬 상태입니다. 정부는 정수장 시설 확충과 함께 뒤늦게나마 수질 오염 방지를 위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압둘라흐만 샤힌(보건인구부 대변인): "정부도 나일강 오염 막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사람 건강과 관련된 문제라 아주 중요한 주제입니다." 나일강은 고대 문명의 발상지이자, 현재를 사는 이집트 인들에겐 삶의 근원입니다. 하지만 인간들의 과욕과 관리 소홀로 나일강은 하루가 다르게 오염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다시 인간에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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