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스위스에 부는 반 이주민 바람

입력 2008.01.20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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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지난 주 이 시간에 소개해드렸던 스웨덴과 함께 스위스도 난민의 천국으로 불려왔습니다.

전쟁이나 가난 등을 피해 고국을 떠난 난민들이 스위스에 정착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최근 외국인 범죄가 크게 늘면서 반 난민, 반 외국인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스위스에 불고 있는 반 외국인 바람을 김개형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위스 수도 베른. 시내의 한 주택가에서 아내 아미나씨와 함께 두 아들의 재롱을 즐기고 있는 무하메드씨는 소말리아 난민입니다.

지난 91년 소말리아에서 내전이 일어났을 때 겨우 몸만 빠져나와 스위스로 왔습니다. 이사업을 하면서 기념품 가게를 하는 아내와 함께 10년 이상을 열심히 일한 끝에 중산층 대접을 받을 만큼 자리를 잡았습니다.

<인터뷰> 무하메드(소말리아 난민 출신): “스위스의 도움은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주택을 제공했고 달마다 지원금도 줬습니다. 언어 교육도 받아서 직업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기초 독일어 수업이 한창입니다.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스위스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한 난민들. 이라크와 티베트, 소말리아 등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했습니다.

<인터뷰> 살럼 사드(쿠르드 난민): “이라크에서 정상적으로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라크를 탈출해 두 달 전에 스위스에서 난민 신청을 했습니다.”

베른시 외곽의 난민 캠프. 스위스 정부의 최종 심사를 기다리는 난민들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난민 5명이 생활하는 비좁은 방에는 침대만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심사를 기다리면서 짧게는 6개월, 길면 3년 이상 이런 방에서 지내게 됩니다.

<인터뷰> 할리트(에리트레아 난민): “1년 정도 있었습니다.” (1년 동안 어떤 일을 했습니까?) “한 일이 없습니다.”

난민들이 스위스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하루에 9 스위스 프랑 50센트, 7천7백 원 정도인 이 돈으로 숙박비를 뺀 모든 걸 해결해야 합니다. 겨우 담배 한 갑 살 수 있다며 한 난민은 불만을 터뜨립니다.

<인터뷰> 코사르(쿠르드 난민): “담배 한 갑에 6프랑 40센트인데 지원금은 1주일에 66프랑입니다. 담배 피는 사람에게는 담뱃값 밖에 안됩니다. 어떻게 먹고 입고 살겠습니까.”

전에는 하루에 6 스위스 프랑을 용돈으로 더 받았지만 요즘은 청소 등 허드렛일 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난민에게 주어지는 지원금이 사실상 줄어든 것입니다.

<인터뷰> 로즈마리 비터머(난민캠프 운영자): “지금 난민들이 지내는 생활수준은 스위스 사람들의 생활수준과 비교하면 너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유럽으로 밀입국한 한 흑인 소년이 아프리카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겁니다. 흑인 소년은 학교에 다니는 등 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구걸을 합니다.

결국 경찰에 쫓기다 체포됩니다. 스위스 정부의 지원으로 제작된 이 동영상은 아프리카에서 수차례 방송됐습니다.

<인터뷰> 프랑코 프라티니(유럽연합 위원장): “아프리카의 밀입국자들은 대서양을 넘어 유럽에 도착하지만 경찰에 쫓기고 때때로 체포됩니다. 이런 게 밀입국의 현실입니다.”

지난 90년대 말 10만 명에 육박했던 난민을 수용했던 스위스의 모습과는 너무 다릅니다. 이 때문인지 난민 신청자는 지난해 9천 명 수준에 그쳤습니다.

베른시 중심가에서 축제가 열렸습니다. 농민들이 수확한 양파를 내다 파는 양파 축제입니다. 온갖 모양을 낸 양파에다 양파 모양의 사탕 목걸이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돼 있습니다. 양파 축제를 보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몰려듭니다.

<인터뷰> 브라질 관광객: “해마다 같은 행사가 열리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습니다.”

빼어난 관광지가 많아 외국인 관광객으로 늘 북적이는 스위스. 관광객뿐 아니라 난민이나 이민 신청을 통해 거주 자격을 획득한 외국인도 많습니다. 전체 750여만 명 가운데 150여만 명, 전체의 20%가 넘습니다.

관광대국인데다 많은 나라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스위스 국민들은 대체로 외국인에게 호의적입니다. 그러나 스위스 국민들의 이런 분위기가 급증하는 외국인 범죄 때문에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한 정당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05년 스위스에서 일어난 범죄 가운데 53%를 외국인이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살인은 56%, 성폭행은 무려 85%나 됐습니다.

<인터뷰> 카라우 도로레스(베른 시민): “요즘 밤에는 여자들은 혼자 시내에 나갈 수 없습니다. 외국인 범죄 조직들 때문입니다. 그들은 소매치기도 하고 그 이상의 범죄를 저지릅니다.”

흰 양 3마리가 검은 양 1마리를 발로 차 내쫓는 내용의 선거 포스터입니다. 외국인 범죄자를 추방하겠다며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스위스 국민당이 내걸었습니다.

<인터뷰> 암슈튜트(스위스국민당 국회의원): “범죄자 난민, 외국인들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들은 사회보장제도를 악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을 쫓아내야 합니다.”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검은 양이 흑인과 황인종을 상징하고 있어 인종차별적이라면서 거센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스위스 국민당은 역사상 최대 득표율을 기록하는 큰 승리를 거두면서 원내 제1당이 됐습니다. 이런 논란이 스위스의 반 외국인 바람을 더욱 부추긴 것입니다.

스위스의 반 외국인 바람은 올 초부터 시행된 망명법과 이민법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망명과 이민에 대해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법이라고 평가받을 정도입니다. 스위스에 들어온 난민이 입국 후 48시간 안에 신원 증명 서류를 제시하지 못하면 강제 추방당하고, 출국을 거부할 경우 성인은 2년, 어린이는 12개월까지 징역형을 내릴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우저(이민국 난민·망명국장): “새 난민법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스위스를 떠나야 합니다. “

일각에서는 스위스의 평화적 이미지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평화와 중립 이미지에 힘입어 많은 국제기구를 유치하고 있는 스위스로써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위스의 반 외국인 분위기는 유럽의 전반적인 우경화 바람 속에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몇 번째로 많은 양의 CO2,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지 아시는지요? 무려 9번째입니다만 우리는 CO2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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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인] 스위스에 부는 반 이주민 바람
    • 입력 2008-01-20 08:16:32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지난 주 이 시간에 소개해드렸던 스웨덴과 함께 스위스도 난민의 천국으로 불려왔습니다. 전쟁이나 가난 등을 피해 고국을 떠난 난민들이 스위스에 정착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최근 외국인 범죄가 크게 늘면서 반 난민, 반 외국인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스위스에 불고 있는 반 외국인 바람을 김개형 순회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스위스 수도 베른. 시내의 한 주택가에서 아내 아미나씨와 함께 두 아들의 재롱을 즐기고 있는 무하메드씨는 소말리아 난민입니다. 지난 91년 소말리아에서 내전이 일어났을 때 겨우 몸만 빠져나와 스위스로 왔습니다. 이사업을 하면서 기념품 가게를 하는 아내와 함께 10년 이상을 열심히 일한 끝에 중산층 대접을 받을 만큼 자리를 잡았습니다. <인터뷰> 무하메드(소말리아 난민 출신): “스위스의 도움은 정말 큰 힘이 됐습니다. 주택을 제공했고 달마다 지원금도 줬습니다. 언어 교육도 받아서 직업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모든 것이 완벽했습니다.” 기초 독일어 수업이 한창입니다. 수업을 받는 학생들은 스위스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한 난민들. 이라크와 티베트, 소말리아 등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했습니다. <인터뷰> 살럼 사드(쿠르드 난민): “이라크에서 정상적으로 살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라크를 탈출해 두 달 전에 스위스에서 난민 신청을 했습니다.” 베른시 외곽의 난민 캠프. 스위스 정부의 최종 심사를 기다리는 난민들이 거주하는 곳입니다. 난민 5명이 생활하는 비좁은 방에는 침대만 빼곡히 들어차 있습니다. 심사를 기다리면서 짧게는 6개월, 길면 3년 이상 이런 방에서 지내게 됩니다. <인터뷰> 할리트(에리트레아 난민): “1년 정도 있었습니다.” (1년 동안 어떤 일을 했습니까?) “한 일이 없습니다.” 난민들이 스위스 정부로부터 받는 지원금은 하루에 9 스위스 프랑 50센트, 7천7백 원 정도인 이 돈으로 숙박비를 뺀 모든 걸 해결해야 합니다. 겨우 담배 한 갑 살 수 있다며 한 난민은 불만을 터뜨립니다. <인터뷰> 코사르(쿠르드 난민): “담배 한 갑에 6프랑 40센트인데 지원금은 1주일에 66프랑입니다. 담배 피는 사람에게는 담뱃값 밖에 안됩니다. 어떻게 먹고 입고 살겠습니까.” 전에는 하루에 6 스위스 프랑을 용돈으로 더 받았지만 요즘은 청소 등 허드렛일 해야 받을 수 있습니다. 난민에게 주어지는 지원금이 사실상 줄어든 것입니다. <인터뷰> 로즈마리 비터머(난민캠프 운영자): “지금 난민들이 지내는 생활수준은 스위스 사람들의 생활수준과 비교하면 너무 큰 차이가 있습니다.” 유럽으로 밀입국한 한 흑인 소년이 아프리카에 있는 아버지에게 전화를 겁니다. 흑인 소년은 학교에 다니는 등 잘 있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구걸을 합니다. 결국 경찰에 쫓기다 체포됩니다. 스위스 정부의 지원으로 제작된 이 동영상은 아프리카에서 수차례 방송됐습니다. <인터뷰> 프랑코 프라티니(유럽연합 위원장): “아프리카의 밀입국자들은 대서양을 넘어 유럽에 도착하지만 경찰에 쫓기고 때때로 체포됩니다. 이런 게 밀입국의 현실입니다.” 지난 90년대 말 10만 명에 육박했던 난민을 수용했던 스위스의 모습과는 너무 다릅니다. 이 때문인지 난민 신청자는 지난해 9천 명 수준에 그쳤습니다. 베른시 중심가에서 축제가 열렸습니다. 농민들이 수확한 양파를 내다 파는 양파 축제입니다. 온갖 모양을 낸 양파에다 양파 모양의 사탕 목걸이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마련돼 있습니다. 양파 축제를 보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몰려듭니다. <인터뷰> 브라질 관광객: “해마다 같은 행사가 열리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습니다.” 빼어난 관광지가 많아 외국인 관광객으로 늘 북적이는 스위스. 관광객뿐 아니라 난민이나 이민 신청을 통해 거주 자격을 획득한 외국인도 많습니다. 전체 750여만 명 가운데 150여만 명, 전체의 20%가 넘습니다. 관광대국인데다 많은 나라들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스위스 국민들은 대체로 외국인에게 호의적입니다. 그러나 스위스 국민들의 이런 분위기가 급증하는 외국인 범죄 때문에 크게 변하고 있습니다. 한 정당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05년 스위스에서 일어난 범죄 가운데 53%를 외국인이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살인은 56%, 성폭행은 무려 85%나 됐습니다. <인터뷰> 카라우 도로레스(베른 시민): “요즘 밤에는 여자들은 혼자 시내에 나갈 수 없습니다. 외국인 범죄 조직들 때문입니다. 그들은 소매치기도 하고 그 이상의 범죄를 저지릅니다.” 흰 양 3마리가 검은 양 1마리를 발로 차 내쫓는 내용의 선거 포스터입니다. 외국인 범죄자를 추방하겠다며 지난해 10월 총선에서 스위스 국민당이 내걸었습니다. <인터뷰> 암슈튜트(스위스국민당 국회의원): “범죄자 난민, 외국인들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들은 사회보장제도를 악용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들을 쫓아내야 합니다.” UN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검은 양이 흑인과 황인종을 상징하고 있어 인종차별적이라면서 거센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스위스 국민당은 역사상 최대 득표율을 기록하는 큰 승리를 거두면서 원내 제1당이 됐습니다. 이런 논란이 스위스의 반 외국인 바람을 더욱 부추긴 것입니다. 스위스의 반 외국인 바람은 올 초부터 시행된 망명법과 이민법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망명과 이민에 대해 유럽에서 가장 엄격한 법이라고 평가받을 정도입니다. 스위스에 들어온 난민이 입국 후 48시간 안에 신원 증명 서류를 제시하지 못하면 강제 추방당하고, 출국을 거부할 경우 성인은 2년, 어린이는 12개월까지 징역형을 내릴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인터뷰> 하우저(이민국 난민·망명국장): “새 난민법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보호가 필요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스위스를 떠나야 합니다. “ 일각에서는 스위스의 평화적 이미지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평화와 중립 이미지에 힘입어 많은 국제기구를 유치하고 있는 스위스로써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위스의 반 외국인 분위기는 유럽의 전반적인 우경화 바람 속에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몇 번째로 많은 양의 CO2,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지 아시는지요? 무려 9번째입니다만 우리는 CO2를 줄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파원 현장보고, 오늘 순서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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