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 美 공군의 비밀요람 ‘비행기 무덤’

입력 2008.02.0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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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미국 애리조나 주 소노라 사막 한 가운데 미 공군의 거대한 비밀기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비행기 무덤으로 불리는 이 기지에는 우리 공군력의 6배에 가까운 각종 공군기들이 보존돼 있는데요.

퇴역공군기들의 해체나 리모델링을 전담하는 이 기지는 세계 최강 미공군을 받쳐주는 비밀 요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현주 특파원이 한국 언론 최초로 비행기 무덤, 미 공군 재생기지를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는 미국 서부의 사막지대... 그 한가운데 난데없이 거대한 비행기 군단이 나타납니다.

펼쳐진 넓이만 11 제곱 킬로미터로,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가깝습니다.

우리 주력기인 F 16를 비롯해 무려 70여종, 약 4천 5백대나 됩니다. 숫자로만 보면 우리 공군력의 6배 가까이가 열병식하듯 한 곳에 서 있는 셈입니다.

이곳에 보존된 첨단기들은 부식 걱정이 없습니다. 비가 거의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막인데도 알칼리성 토양이라 바닥이 단단해 도로나 마찬가지입니다. 첨단 비행기 군단 보존에는 천혜의 조건이라는 평가입니다.

이 기밀 기지를 칭하는 대외적인 별명은 비행기 무덤. 실제로 이 기지는 2차 대전 종전 직후 넘쳐나는 B29 폭격기 등, 당시로서는 최첨단 미 공군기들을 퇴역시키는 장소로 설치됐습니다.

또 지난 80년대에는 대륙간 탄도탄을, 90년대 초반에는 러시아와의 전략무기 감축 협정에 따라 최첨단 B 52 전략 폭격기를 365대나 폐기하는 장소였습니다.

<인터뷰> 테레사(미 공군 우주항공 재생기지 공보관): “마치 외과 수술하듯 해체했죠. 아직도 잔해가 이처럼 있는데 당시 소련이 인공위성을 통해 90일간 이 곳을 감시하면서 우리 해체 사실을 검증하도록 한겁니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 최강이라는 B1 전략 폭격기와 세계 최고 함재기 F-14와 F-18 그리고, 과거 한 때 우리 공군도 검토했던 E-2 조기 공중 경보기 등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 이 기지의 실제 역할은 무덤이라는 별명과는 정반대입니다.

이 P3 대 잠수함 초계기는 기체 전체에 특수 코팅 작업이 한창입니다. 언제라도 재투입 할 수 있도록 현 상태 그대로 보존하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조셉 와이즈(기체 보존 작업팀): “코팅은 이렇게 두 겹의 피막을 만듭니다. 흰색이 나중에 코팅한 거구요. (모래와 물기 등으로부터) 기체 내부까지 보호하죠." (얼마나 오래 가나요?) "한번 하면 4-5년은 견디죠.“

이처럼 이곳에 보존돼 있다. 이라크전 등 주요 전장에 재투입된 비율은 지난 25년 평균 21%나 됩니다. 2008년 현재 재투입 대상으로 보존중인 것만도 전체의 16%입니다.

실제로 최근, B-1 전략 폭격기 1대등 한 달 평균 4대에서 6대 꼴로 재투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무덤이 아니라, 거대한 예비 전력 기지인 셈입니다.

흔히 탱크 킬러로 불리는 A-10기도 지난 90년 상당수가 이곳에 퇴역했다 1년 만에 걸프전에 재투입된 경우입니다.

재투입된 A-10기가 천 여대의 이라크 탱크를 파괴하며 대단한 전과를 올리자 미국 정부는 A-10기를 계속 사용하기로 최근 방침을 바꿨습니다.

문제는 A-10기의 수명이 다했다는 점. 당초 계획한 출격 한도를 훨씬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A-10 신규 생산라인은 이미 없어졌습니다. 해법은 결국 수명 연장이었습니다.

<녹취> "여기를 이렇게 보강했죠? 각종 흠집들이 있던 데입니다."

가장 중요한 날개를 들어내 각종 흠집과 갈라진 부분 등 약해진 부분을 보강하고 동체와 조종석까지, 한마디로 비행기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겁니다.

<인터뷰> 루디 베어렉(A-10 기체 수명연장 팀장): “날개도, 조종석의 기어도, 모든 걸 새로 갈아 끼고 조합해 비행기를 다시 날게 하는 거죠.”

이런 과정을 거쳐 A-10기는 수명이 20년이나 더 연장됐습니다. 최근 3년 동안에만 이곳에서 새로이 부활한 A-10기는 30대가 넘습니다.

지난 해 말 퇴역을 결정한 F14 톰 캐트는 특별한 경우입니다. 아직도 세계 최강 함재기로 평가 받고 있지만 완전 해체 대상으로 분류됐습니다.

이란이 과거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F-14를 아직 갖고 있어 안보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입니다. F 14 외에도 기지 곳곳에서는 이처럼 비행기의 장례식 이라 할 완전 해체 사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별명대로 비행기 무덤의 역할을 수행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체를 하는 가운데서도 귀중한 자산을 창출해 냅니다. 바로 부품입니다.

미 공군이 안정적으로 작전을 해낼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겁니다. 특히 단종 됐거나, 앞서 A-10기의 경우처럼 재생산이 불가능한 귀한 비행기 부품은 이 곳에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미 해군이 쓰다 퇴역시킨 이 헬기도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희귀 부품 조달의 창구 역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윌리 토마스(희귀 부품 조달팀장): “이 조그만 부품 하나가 시가 15000불인데, 단종됐죠. 이라크 전 등 각 전장에서 작전을 가능하게 하는 귀중한 부품들이죠.”

이 때문에 이곳은 군 기지이면서도 큰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미 공군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우방국들까지도 이곳의 주요 재생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키스 레스토프(부품 포장팀): “한국에도 군사 판매를 하는데 이게 한국의 P3 잠수함 초계기용 기체 보호판입니다.”

지난 한 해 이곳에서 확보해 재생한 희귀 부품은 무려 만 8천개. 우리 돈으로 6천7백억원 어치가 넘습니다.

부품 뿐아니라 F16이나 대형 수송기인 C-130 등 인기 기종들도 이곳에서 손봐 우방에 팔기도 합니다.

최근 유럽의 한 국가는 월남전 당시의 비행기를 대량으로 구입해 가기도 했습니다. 이곳에 서 있는 약 4천 5백대의 비행기는 우리 돈으로 34조원에 해당 합니다.

비행기 무덤, 알고 보니 세계 최강 미 공군을 떠 받쳐온 부활 기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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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최강 美 공군의 비밀요람 ‘비행기 무덤’
    • 입력 2008-02-03 08:56:06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미국 애리조나 주 소노라 사막 한 가운데 미 공군의 거대한 비밀기지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비행기 무덤으로 불리는 이 기지에는 우리 공군력의 6배에 가까운 각종 공군기들이 보존돼 있는데요. 퇴역공군기들의 해체나 리모델링을 전담하는 이 기지는 세계 최강 미공군을 받쳐주는 비밀 요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현주 특파원이 한국 언론 최초로 비행기 무덤, 미 공군 재생기지를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끝이 보이지 않는 미국 서부의 사막지대... 그 한가운데 난데없이 거대한 비행기 군단이 나타납니다. 펼쳐진 넓이만 11 제곱 킬로미터로,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가깝습니다. 우리 주력기인 F 16를 비롯해 무려 70여종, 약 4천 5백대나 됩니다. 숫자로만 보면 우리 공군력의 6배 가까이가 열병식하듯 한 곳에 서 있는 셈입니다. 이곳에 보존된 첨단기들은 부식 걱정이 없습니다. 비가 거의 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사막인데도 알칼리성 토양이라 바닥이 단단해 도로나 마찬가지입니다. 첨단 비행기 군단 보존에는 천혜의 조건이라는 평가입니다. 이 기밀 기지를 칭하는 대외적인 별명은 비행기 무덤. 실제로 이 기지는 2차 대전 종전 직후 넘쳐나는 B29 폭격기 등, 당시로서는 최첨단 미 공군기들을 퇴역시키는 장소로 설치됐습니다. 또 지난 80년대에는 대륙간 탄도탄을, 90년대 초반에는 러시아와의 전략무기 감축 협정에 따라 최첨단 B 52 전략 폭격기를 365대나 폐기하는 장소였습니다. <인터뷰> 테레사(미 공군 우주항공 재생기지 공보관): “마치 외과 수술하듯 해체했죠. 아직도 잔해가 이처럼 있는데 당시 소련이 인공위성을 통해 90일간 이 곳을 감시하면서 우리 해체 사실을 검증하도록 한겁니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 최강이라는 B1 전략 폭격기와 세계 최고 함재기 F-14와 F-18 그리고, 과거 한 때 우리 공군도 검토했던 E-2 조기 공중 경보기 등의 존재에서 알 수 있듯 이 기지의 실제 역할은 무덤이라는 별명과는 정반대입니다. 이 P3 대 잠수함 초계기는 기체 전체에 특수 코팅 작업이 한창입니다. 언제라도 재투입 할 수 있도록 현 상태 그대로 보존하겠다는 겁니다. <인터뷰> 조셉 와이즈(기체 보존 작업팀): “코팅은 이렇게 두 겹의 피막을 만듭니다. 흰색이 나중에 코팅한 거구요. (모래와 물기 등으로부터) 기체 내부까지 보호하죠." (얼마나 오래 가나요?) "한번 하면 4-5년은 견디죠.“ 이처럼 이곳에 보존돼 있다. 이라크전 등 주요 전장에 재투입된 비율은 지난 25년 평균 21%나 됩니다. 2008년 현재 재투입 대상으로 보존중인 것만도 전체의 16%입니다. 실제로 최근, B-1 전략 폭격기 1대등 한 달 평균 4대에서 6대 꼴로 재투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무덤이 아니라, 거대한 예비 전력 기지인 셈입니다. 흔히 탱크 킬러로 불리는 A-10기도 지난 90년 상당수가 이곳에 퇴역했다 1년 만에 걸프전에 재투입된 경우입니다. 재투입된 A-10기가 천 여대의 이라크 탱크를 파괴하며 대단한 전과를 올리자 미국 정부는 A-10기를 계속 사용하기로 최근 방침을 바꿨습니다. 문제는 A-10기의 수명이 다했다는 점. 당초 계획한 출격 한도를 훨씬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A-10 신규 생산라인은 이미 없어졌습니다. 해법은 결국 수명 연장이었습니다. <녹취> "여기를 이렇게 보강했죠? 각종 흠집들이 있던 데입니다." 가장 중요한 날개를 들어내 각종 흠집과 갈라진 부분 등 약해진 부분을 보강하고 동체와 조종석까지, 한마디로 비행기 전체를 리모델링하는 겁니다. <인터뷰> 루디 베어렉(A-10 기체 수명연장 팀장): “날개도, 조종석의 기어도, 모든 걸 새로 갈아 끼고 조합해 비행기를 다시 날게 하는 거죠.” 이런 과정을 거쳐 A-10기는 수명이 20년이나 더 연장됐습니다. 최근 3년 동안에만 이곳에서 새로이 부활한 A-10기는 30대가 넘습니다. 지난 해 말 퇴역을 결정한 F14 톰 캐트는 특별한 경우입니다. 아직도 세계 최강 함재기로 평가 받고 있지만 완전 해체 대상으로 분류됐습니다. 이란이 과거 미국으로부터 도입한 F-14를 아직 갖고 있어 안보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입니다. F 14 외에도 기지 곳곳에서는 이처럼 비행기의 장례식 이라 할 완전 해체 사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별명대로 비행기 무덤의 역할을 수행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해체를 하는 가운데서도 귀중한 자산을 창출해 냅니다. 바로 부품입니다. 미 공군이 안정적으로 작전을 해낼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전판 역할을 하는 겁니다. 특히 단종 됐거나, 앞서 A-10기의 경우처럼 재생산이 불가능한 귀한 비행기 부품은 이 곳에서 조달하고 있습니다. 미 해군이 쓰다 퇴역시킨 이 헬기도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희귀 부품 조달의 창구 역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윌리 토마스(희귀 부품 조달팀장): “이 조그만 부품 하나가 시가 15000불인데, 단종됐죠. 이라크 전 등 각 전장에서 작전을 가능하게 하는 귀중한 부품들이죠.” 이 때문에 이곳은 군 기지이면서도 큰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미 공군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우방국들까지도 이곳의 주요 재생 부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키스 레스토프(부품 포장팀): “한국에도 군사 판매를 하는데 이게 한국의 P3 잠수함 초계기용 기체 보호판입니다.” 지난 한 해 이곳에서 확보해 재생한 희귀 부품은 무려 만 8천개. 우리 돈으로 6천7백억원 어치가 넘습니다. 부품 뿐아니라 F16이나 대형 수송기인 C-130 등 인기 기종들도 이곳에서 손봐 우방에 팔기도 합니다. 최근 유럽의 한 국가는 월남전 당시의 비행기를 대량으로 구입해 가기도 했습니다. 이곳에 서 있는 약 4천 5백대의 비행기는 우리 돈으로 34조원에 해당 합니다. 비행기 무덤, 알고 보니 세계 최강 미 공군을 떠 받쳐온 부활 기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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