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노인 울리는 귀금속 절도

입력 2009.02.20 (09:36) 수정 2009.02.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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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요즘 경기도 일대에서 노인들을 상대로 귀금속을 빼앗아 달아나는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고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를 사칭해 접근한 뒤 복지관에서 안마를 하러 나왔다며 노인들을 안심시킨 후 금반지와 목걸이 등을 훔쳐 도망간다고 하는데요. 정지주 기자! 금값이 치솟다보니 이런 범죄까지 일어나는군요?

<리포트>

네, 범인들은 30~40대로 추정되는 남성 두 명입니다. 복지관에서 나온 사회복지사라고 자신들을 소개하고는 노인들에게 귀금속을 세척해준다며 풀어놓게 한 다음 훔쳐 달아난다고 하는데요.

눈 뜨고 코 베어가는 세상이라며 피해 노인들은 한탄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된 사건인지 노인들을 만나봤습니다.

경기도 남양주시의 한 아파틉니다. 지난 16일 오후 5시 단지 안 노인정에 사회복지사를 사칭한 남성 두 명이 찾아왔습니다.

이들은 복지관에서 안마를 해주러 나왔다며 할머니들에게 접근 했는데요. 모여 있던 노인들 가운데 세 분이 안마를 받았습니다.

<녹취> “복지관에서 왔다고...난 저 쪽 방에 누워 있는데 젊은이가 와 가지고는 야쿠르트 몇 개를 사 왔더라고...허리 아프고 어깨 아픈 사람 오라고 그랬다고 하는 거야"

이들은 음료수로 할머니들의 환심을 산 후, 안마를 하면서 노인들이 차고 있던 금반지와 목걸이를 풀어놓게 합니다. 이어 귀금속을 깨끗하게 세척해주겠다고 했는데요.

<녹취> “허리 아프니까 이렇게 엎드려 있을 거 아니에요. 목을 이렇게 만지더라고...그래서 내 목걸이를 어쨌냐고 그랬더니 (목걸이를) 약물에 담갔다고 씻어준다고"

<녹취> “주물러 준다고 누우라고 해. 그러더니 반지를 빼라고 하는 거야.”

얼마 후, 범인 중 한 명이 안마를 하다 말고 파스를 가지러간다며 밖으로 나갔는데요. 남아 있던 한명도 세척한다고 빼놓은 귀금속을 가지고 바로 뒤따라갔다고 합니다.

<녹취> “할머니들, 파스 하나씩 필요하냐고...그래서 노인네들이 파스 다 필요하지 하니까 갖다 드릴게요. 파스 가지러 간다고 나간거야, 벌써...”

눈 깜짝할 사이 일어난 상황에 할머니들은 어리둥절해 했는데요. 놀란 가슴 쓸어내리기도 전에 가족들이 선물해준 귀금속을 도둑맞았단 생각에 속부터 상합니다.

<녹취> “집에 가서 말하니까 우리 아들 말이 몸 안 상했으니 괜찮다고...”

<녹취> “(그 때 당시) 70만원 주고 했다고 나 칠순 때니까...지금 금값이 올랐으니까 100만 원 이상은 가겠지. 속상하지”


하루 뒤 성남시에서도 똑같은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곳에서도 낯선 남자 두 명이 자신들을 사회복지사라고 속인 뒤 음료수를 나눠주고, 할머니들의 환심을 샀다고 하는데요.

범인들은 노인정에 모여 있던 할머니 다섯 명에게 안마를 하고, 귀금속을 세척해주겠다고 한 다음 반지와 목걸이 7개를 뺀 후 도망갔습니다.

<녹취> “뒤에서 막 안마해주고 주물러주고, 할머니 손도 아프니까 주물러준다고...언제 빼 가는지 모르게 빼 갔어요.”

귀금속을 챙긴 범인은 경로당을 빠져나와 오토바이로 대기하고 있던 다른 일행과 순식간에 달아났는데요. 경찰은 순박한 노인들을 노린 이들의 수법을 볼 때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녹취> 중원경찰서 관계자 ; “일단은 수사를 해봐야 알겠는데 2인조로 확인을 했고 1명은 오른쪽 다리를 절고, 경로당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시간이 불과 20분밖에 안 됐기 때문에 자기 나름대로 많이 준비해서 왔다 나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노인들을 상대로 한 귀금속 절도 사건이 극성인 이유는 연일 오르고 있는 금값 때문이기도 한데요. 금값이 그야말로 ‘금값’입니다. 순 금 돌 반지 한 개 가격이 요즘 20만을 넘는다고 합니다.

<인터뷰> 한상우 : “금값이 너무 올랐어요. 너무 올라서 친구 돌잔치 같은 때에 금 살 엄두도 못 내요. 돈 10만원 주고 말지...금 사지고 갈 생각도 못합니다.”

금값이 연일 치솟으면서 귀금속 상점에는 금을 팔러 나오는 사람들이 무척 많아졌습니다.

<인터뷰> 박지원 : “금값이 비싸다고 해서요. 못 쓰는 것들이나 모아뒀던 것 팔러 나왔어요. 금값이 올랐으니까 가지고 있겠다는 사람도 있고, 어려운 사람들은 팔려고 하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인터뷰> 김혜자 : “가게가 너무 안 되고 어려우니까 종업원들 월급을 줘야 하는데...한 푼이라도 못 태서 월급 채워주려고 팔러 왔어요.”

예물가격을 알아보러 나온 예비부부들도 껑충 오른 금값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집니다.

<현장음> "금값이 많이 올랐으니까 50만원 좀 넘어가죠. 비싸네요."

지난해 10월, 18만 7천원까지 올랐던 금값이 조금 떨어지는 듯하더니 11월 이후론 계속 오름세입니다. 국제 금 시세가 오른 데다 환율상승의 영향까지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귀금속 상가 업주 : “금값이 많이 오르다 보니까 매입을 못 할 정도로...요새는 매입하기도 겁나요. 사러오는 사람이 있어야 매입도 하지 사러 오는 사람은 없는데 팔러 오는 사람만 있으니까 지금 살 수가 없는 형편입니다.”

경제도 어려운데 금값까지 뛰다보니 힘없는 노인들에게서 귀금속을 빼앗아 가는 사건까지 일어나고 있는데요. 피해 입지 않도록 노인분들 각별히 조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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