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실종아동 부모 ‘아이 찾아 삼만리’

입력 2014.09.10 (08:33) 수정 2014.09.10 (10:57)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멘트>

추석연휴 마지막 날입니다.

가족 친지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눌 이 때에도 소리없이 눈물을 삼키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실종 아동 가족들입니다.

사라진 아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보낸 세월이 벌써 십수 년, 명절이 오히려 더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이승훈 기자 잃어버린 아이를 애타게 찾고 있는 가족을 직접 만나고 왔다고요?

<기자 멘트>

네,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우리나라의 실종 아동이 2300여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생계도 포기한 채 전국 곳곳으로 아이를 찾으러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직장도 잃고, 건강도 잃고, 심지어 가정이 파탄에 이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명절이 더 서러운 실종 아동 가족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추석을 앞둔 고속도로 휴게소,

송길용 씨가 애타는 눈길로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길용(1999년 딸 혜희 양 실종) : “이거 한 장 읽으십시오”

송 씨가 찾는 건 지난 1999년에 잃어버린 딸 송혜희 양, 송 씨는 15년 째 전국을 돌며 실종된 딸을 찾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길용(1999년 딸 혜희 양 실종) : “하루에 한 500~600장 (나눠줘요) 매일 나오다시피 해요”

<인터뷰> 문성태(고속도로 휴게소 직원) : “비가 와도 오셔서 잃어버린 따님 찾으신다고 많은 노력을 하시더라고요 굉장히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낡은 화물차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다는 송 씨,

<인터뷰>송길용(1999년 딸 혜희 양 실종) : “진도 땅끝마을까지 갔다 오고 철원, 속초, (전국을) 세 바퀴, 네 바퀴는 돌았다고 봐야죠”

가난한 살림에 얻은 첫 딸, 결혼 6년 만에 얻은 혜희는 부부에게 너무나 큰 선물이었습니다.

<인터뷰> 송길용(1999년 딸 혜희 양 실종) : “애가 태어나서 하는 일마다 내가 하는 일마다 잘됐었어요. 노동일하고 애 엄마 식당 다니고 하다가 5년 만에 내가 아파트까지도 사고”

하지만 가족의 행복은 혜희 양이 열 일곱살 되던 해에 산산조각 나고 맙니다.

학교에서는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모범생이었던 딸이 어느날, 밤이 늦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겁니다.

<인터뷰> 송길용(1999년 딸 혜희 양 실종) : “보통 야간 수업이 8시 반까지 하는데 9시 차를 놓쳐서 10시 차를 타고 갔다고 그러더라고 그리고 나서 애가 그 길로 없어진 거지”

부부가 함께 나서서 딸을 찾아다녔지만 이후로 딸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헤어날 수 없는 슬픔에 빠진 부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내마저 딸을 잃은 지 3년 만에 그만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송길용(1999년 딸 혜희 양 실종) : “(아내가) 반은 미친 사람이 돼 버리는 거야. 무조건 지나가다 학생만 보면 쫓아가 들여다보고 결국에는 견디지를 못하고 농약 먹고 전단지를 끌어 안고 숨졌지만...”

세상을 떠난 아내를 위해서라도 딸을 꼭 찾기로 마음 먹었다는 송 씨,

하지만 하루하루 더 안좋아지는 건강.

언제까지 화물차를 몰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송 씨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송길용(1999년 딸 혜희 양 실종) : “현수막 걸려있는 거 보면 웃는 얼굴 보고서 쟤가 나 기다리는구나 살아만 있고 건강하게만 있고 아빠가 만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기자 멘트>

사랑하는 딸이 갑자기 사라져 10년 넘게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부모의 마음은 오죽할까요?

문제는 이런 실종 아동 가족이 한 두 가족이 아니라는 겁니다.

<리포트>

정혜경 씨도 17년 째 잃어버린 아들을 찾고 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던 네 살배기 아들 하늘이 하늘이는 지난 1997년 집 근처에서 놀다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정혜경(1997년 아들 하늘 군 실종) : “아이가 문 앞에서 ‘엄마’ 하고 들어오는 것 같고 음식을 입에 넘길 수가 없었어요. 그 당시에”

아직까지도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정 씨의 마음 한곳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혜경(1997년 아들 하늘 군 실종) : “내가 하늘이한테 죽을 죄를 지은 것 같고 때로는 나로 인해서 내 잘못으로 인해서 하늘이를 잃어버리고”

인적이 드문 섬까지 찾아가 샅샅히 뒤져봤지만, 하늘이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결혼 생활은 파경에 이르렀고 걷기조차 불편해질 정도로 건강은 악화됐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 정혜경(1997년 아들 하늘 군 실종) : “지금도 하늘이를 포기할 수 없어요. 왜? 내 자식이니까 언젠가는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통계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부모의 품에 돌아오지 못한 실종 아동만 970여 명. 전체 실종 아동은 2천3백여 명에 이릅니다.

실종 아동을 줄이기 위해, 경찰은 지난 7월부터 이른바 ‘코드아담’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제도는 다중 이용시설 등에서 아동이 실종될 경우, 시설 관리자가 초기에 경보를 발령하고 적극적으로 아이를 찾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DNA 수사 등 과학수사 기법이 향상된 만큼, 장기 미제 실종 사건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건수(팀장/경찰청 장기실종자추적팀) : “주먹구구식 수사가 아니다, 철저하게 과학수사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60,70년대 하지 못했던 유전자라든지, 여러 가지 자료를 30여 가지로 분석을 해서 분석된 자료를 추적하고 거기에 과학수사 기법을 도입하는 거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종된 아이가 빨리 부모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주변에서 관심을 갖는 일입니다.

<인터뷰> 강병권(소장/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 “모든 국민들이 실종 아동에게 관심을 가질 때 실종 아동의 전단지나 현수막을 봤을 때 잘 기억하셨다가 제보를 해주시는 게 장기실종 아동을 찾는 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가슴에 대못을 박은채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실종 아동 가족들.

이들이 기다리고 있는건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적극적인 제보 전화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실종아동 부모 ‘아이 찾아 삼만리’
    • 입력 2014-09-10 08:35:06
    • 수정2014-09-10 10:57:20
    아침뉴스타임
<앵커 멘트>

추석연휴 마지막 날입니다.

가족 친지와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눌 이 때에도 소리없이 눈물을 삼키는 분들이 있습니다.

바로 실종 아동 가족들입니다.

사라진 아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보낸 세월이 벌써 십수 년, 명절이 오히려 더 고통스럽기만 합니다.

이승훈 기자 잃어버린 아이를 애타게 찾고 있는 가족을 직접 만나고 왔다고요?

<기자 멘트>

네, 가슴이 많이 아팠습니다.

우리나라의 실종 아동이 2300여 명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생계도 포기한 채 전국 곳곳으로 아이를 찾으러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직장도 잃고, 건강도 잃고, 심지어 가정이 파탄에 이른 경우도 있었습니다.

명절이 더 서러운 실종 아동 가족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추석을 앞둔 고속도로 휴게소,

송길용 씨가 애타는 눈길로 사람들에게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길용(1999년 딸 혜희 양 실종) : “이거 한 장 읽으십시오”

송 씨가 찾는 건 지난 1999년에 잃어버린 딸 송혜희 양, 송 씨는 15년 째 전국을 돌며 실종된 딸을 찾고 있습니다.

<인터뷰> 송길용(1999년 딸 혜희 양 실종) : “하루에 한 500~600장 (나눠줘요) 매일 나오다시피 해요”

<인터뷰> 문성태(고속도로 휴게소 직원) : “비가 와도 오셔서 잃어버린 따님 찾으신다고 많은 노력을 하시더라고요 굉장히 마음 아프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낡은 화물차를 타고 전국 방방곡곡 안 가본 곳이 없다는 송 씨,

<인터뷰>송길용(1999년 딸 혜희 양 실종) : “진도 땅끝마을까지 갔다 오고 철원, 속초, (전국을) 세 바퀴, 네 바퀴는 돌았다고 봐야죠”

가난한 살림에 얻은 첫 딸, 결혼 6년 만에 얻은 혜희는 부부에게 너무나 큰 선물이었습니다.

<인터뷰> 송길용(1999년 딸 혜희 양 실종) : “애가 태어나서 하는 일마다 내가 하는 일마다 잘됐었어요. 노동일하고 애 엄마 식당 다니고 하다가 5년 만에 내가 아파트까지도 사고”

하지만 가족의 행복은 혜희 양이 열 일곱살 되던 해에 산산조각 나고 맙니다.

학교에서는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모범생이었던 딸이 어느날, 밤이 늦도록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겁니다.

<인터뷰> 송길용(1999년 딸 혜희 양 실종) : “보통 야간 수업이 8시 반까지 하는데 9시 차를 놓쳐서 10시 차를 타고 갔다고 그러더라고 그리고 나서 애가 그 길로 없어진 거지”

부부가 함께 나서서 딸을 찾아다녔지만 이후로 딸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헤어날 수 없는 슬픔에 빠진 부부.

엎친데 덮친 격으로, 아내마저 딸을 잃은 지 3년 만에 그만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인터뷰> 송길용(1999년 딸 혜희 양 실종) : “(아내가) 반은 미친 사람이 돼 버리는 거야. 무조건 지나가다 학생만 보면 쫓아가 들여다보고 결국에는 견디지를 못하고 농약 먹고 전단지를 끌어 안고 숨졌지만...”

세상을 떠난 아내를 위해서라도 딸을 꼭 찾기로 마음 먹었다는 송 씨,

하지만 하루하루 더 안좋아지는 건강.

언제까지 화물차를 몰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송 씨는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송길용(1999년 딸 혜희 양 실종) : “현수막 걸려있는 거 보면 웃는 얼굴 보고서 쟤가 나 기다리는구나 살아만 있고 건강하게만 있고 아빠가 만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만...”

<기자 멘트>

사랑하는 딸이 갑자기 사라져 10년 넘게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부모의 마음은 오죽할까요?

문제는 이런 실종 아동 가족이 한 두 가족이 아니라는 겁니다.

<리포트>

정혜경 씨도 17년 째 잃어버린 아들을 찾고 있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 않던 네 살배기 아들 하늘이 하늘이는 지난 1997년 집 근처에서 놀다 감쪽같이 사라졌습니다.

<인터뷰> 정혜경(1997년 아들 하늘 군 실종) : “아이가 문 앞에서 ‘엄마’ 하고 들어오는 것 같고 음식을 입에 넘길 수가 없었어요. 그 당시에”

아직까지도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정 씨의 마음 한곳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습니다.

<인터뷰> 정혜경(1997년 아들 하늘 군 실종) : “내가 하늘이한테 죽을 죄를 지은 것 같고 때로는 나로 인해서 내 잘못으로 인해서 하늘이를 잃어버리고”

인적이 드문 섬까지 찾아가 샅샅히 뒤져봤지만, 하늘이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결혼 생활은 파경에 이르렀고 걷기조차 불편해질 정도로 건강은 악화됐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은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인터뷰> 정혜경(1997년 아들 하늘 군 실종) : “지금도 하늘이를 포기할 수 없어요. 왜? 내 자식이니까 언젠가는 만난다는 기대감으로...”

통계를 보면, 최근 5년 동안 부모의 품에 돌아오지 못한 실종 아동만 970여 명. 전체 실종 아동은 2천3백여 명에 이릅니다.

실종 아동을 줄이기 위해, 경찰은 지난 7월부터 이른바 ‘코드아담’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제도는 다중 이용시설 등에서 아동이 실종될 경우, 시설 관리자가 초기에 경보를 발령하고 적극적으로 아이를 찾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DNA 수사 등 과학수사 기법이 향상된 만큼, 장기 미제 실종 사건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건수(팀장/경찰청 장기실종자추적팀) : “주먹구구식 수사가 아니다, 철저하게 과학수사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60,70년대 하지 못했던 유전자라든지, 여러 가지 자료를 30여 가지로 분석을 해서 분석된 자료를 추적하고 거기에 과학수사 기법을 도입하는 거죠”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종된 아이가 빨리 부모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주변에서 관심을 갖는 일입니다.

<인터뷰> 강병권(소장/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실종아동전문기관) : “모든 국민들이 실종 아동에게 관심을 가질 때 실종 아동의 전단지나 현수막을 봤을 때 잘 기억하셨다가 제보를 해주시는 게 장기실종 아동을 찾는 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가슴에 대못을 박은채 하루하루를 버틴다는 실종 아동 가족들.

이들이 기다리고 있는건 주변의 따뜻한 관심과 적극적인 제보 전화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