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등산객 살해 피의자, 무죄에서 징역 20년으로…판결 배경은?

입력 2014.10.06 (08:35) 수정 2014.10.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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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6년 전 인천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한 여성이 산 속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인적이 드문 산 속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범인을 찾기 어려웠는데요.

하지만 미궁에 빠질 뻔 했던 이 사건의 피의자는 5년만인 지난해 1월 검거가 됐고, 1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달리 2심에서는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승훈 기자, 1, 2심 재판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군요?

<기자 멘트>

네, 사실 이 사건의 직접적인 증거는 없고요, DNA가 묻어있는 담배같은 간접 증거만 있는 상태입니다.

이걸 과연 어디까지 합리적인 증거로 인정할것이냐 하는 부분에서, 1,2심 재판부의 판단이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수거된 ‘담배 두 개비’로 가려지게 된 인천 등산객 살인사건의 전말을 취재했습니다.

사건은 6년 전인 지난 2008년 9월 10일로 거슬러 갑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른 아침, A씨 부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찍부터 등산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이종호(팀장/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 "부부지간에 매일 다니는 등산 코스였습니다. 그때 당시 아내분이 먼저 등산을 올라갔고, 10m 뒤에 남편이 따라서 올라가는 상황에서..."

정상에 다다를 무렵, 갑자기 산 쪽에서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몇 분 뒤, 등산로로 한 남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내 사라집니다.

<인터뷰> 이종호(팀장/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 "순간 서서 보니까 피의자가 모자 쓴 상태에 뭔가 들고 있었다. 그 이후에 남편분이 뒤따라 올라오니까 피의자는 좌측 산 밑으로 내려간 거죠."

별일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다시 내려가던 부부.

하지만, 이들의 눈에 참혹한 광경이 들어옵니다.

중년 여성이 등산로 근처에서 피를 흘린채 쓰러져 있던 겁니다.

황급히 119에 신고를 했지만, 여성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피우지 않은 담배 두 개피가 발견됐는데요,

<인터뷰> 최경호(경사/인천 남동경찰서) : "(장미) 담배 두 개비가 여기 떨어져 있었죠. 하나는 피해자의 DNA가 나왔고요. 하나는 남자의 것(DNA)이 발견됐습니다."

산비탈과 이어지는 배수로에서는 또 다른 목격자도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이종호(팀장/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 "그 배수로 뒤에 노숙자 한 분이 거기서 노숙하고 있었는데, 자꾸 물소리가 나더라는 거예요. 이렇게 보니까 어떤 남자가 빨래하는 것 같이 하더라는 거예요."

경찰은 배수로 주변에서, 과일용 칼과 다이어리를 찢어만든 종이칼집.

그리고,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와 동일한 종류의 담배갑 등을 수거했습니다.

그리고, 배수로에서 빨래를 했다는 이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인터뷰> 이종호(팀장/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 "그 속에서 갖가지 옷, 칼 이런 걸 수거를 했고 (도망가면서 버리고 간 건가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이제 남은일은 이 남성을 찾는 일.

하지만, 인적이 드문 시각 산중에서 일어난 일이라 용의자를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이 사건은 무려 4년 동안이나 미궁에 빠졌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DNA를 활용한 과학수사가 활성화 된 2012년이 돼서야 다시 수사팀의 손에 넘겨집니다.

미제 강력 사건을 재수사하던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된 담배에 묻어있던 DNA와 일치하는 50대 남성을 찾는데 성공합니다.

<인터뷰> 이종호(팀장/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 "구속된 피의자들 상대로, 성범죄라든가 강도, 강간 이런 범죄자의 (DNA를) 채취를 했어요. 그러다가 우리가 기존에 사건 났을 때 올린 거 하고 일치가 된 거죠. 일치돼서 우리한테 연락이 온 거죠."

피의자는 다른 범죄로 이미 교도소에 수감중인 50대 남성 권모 씨였습니다.

권 씨는 혐의 내용을 부인했지만, 경찰은 DNA가 묻은 담배 두 개피와 과도 등 다른 수거품 등을 증거로 권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이종호(팀장/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 "(담배꽁초가) 직접적인 증거는 안 되기 때문에, 그것도 그 주변에서 떨어졌고 그래서 재판부에서는 인정을 안 했던 것 같아요. 당시 피의자가 직접 갖고 있었다든가, 또 과거에 갖고 있던 결정적인 뭐가 있다고 하면 모르겠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는 직접증거가 될 수 없고, 또 사건과 무관하게 우연히 떨어졌을 수도 있다는게 1심 재판부의 판단.

배수로에서 발견된 흉기도 살해도구로 볼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즉각 항소를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8개월 뒤 2심 재판이 열렸는데요, 재판부는 이번엔 피고인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합니다.

무죄에서 갑자기 징역 20년의 형을 선고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유력한 증거는 장미 담배 2개비였습니다.

이 담배에서 피해자인 50대 여성과 피의자 권 씨의 DNA가 모두 검출됐기 때문입니다.

이 담배는 피우지 않은 새 담배로 경찰이 범행 당일 깨끗한 상태로 수거를 했는데요, 2심 재판부는 바로 이점에 주목했습니다.

<인터뷰> 이종호(팀장/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 "2심에서는 그걸 다른 각도로, 재판부에서도 현장에 나와서 현장 검증을 직접 우리랑 같이했어요."

재판부는 범행이 있기 8일전 이 지역에 비가 내렸고, 사건 당일인 9월 10일까지, 계속 이슬이 내렸다는 기상기록을 확인했습니다.

물기에 젖은 담배는 갈색 타르가 새나와 변색되기 마련이지만, 경찰이 당시 수거한 담배는 멀쩡한 상태의 새 담배.

때문에 재판부는 담배가 사건 현장에 떨어진 건 사건 당일인 9월 10일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이 담배에서 피해자와 피의자의 DNA가 동시에 나온 것은, 이 두 사람이 범행 당일 함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배수로에서 발견된 종이칼집이 권 씨가 소지하고 있던 다이어리의 속지와 일치하는 점,

<인터뷰> 이종호(팀장/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 "당시 피의자가 소지했던 소지품 중에 범행 현장에서 나왔던 다이어리가 하나 있었어요. 그걸 일부러 찢어서 칼집을 만들었거든요."

또, 흡연에 대한 권 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점 등을 토대로, 권 씨의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인터뷰> 이웅혁(교수/건국대 경찰학과) : "최근에 범죄는 상당히 지능화되고 있지만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과학 수사고요. 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고 하는 형사적 정의를 실천하는데도 과학수사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6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된 인천 등산객 살인 사건.

무죄로 풀려날 뻔했던 피고인은 담배 두 개비의 증거가 인정돼, 결국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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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등산객 살해 피의자, 무죄에서 징역 20년으로…판결 배경은?
    • 입력 2014-10-06 08:52:13
    • 수정2014-10-06 10: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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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6년 전 인천에서 벌어진 일인데요.

한 여성이 산 속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인적이 드문 산 속에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범인을 찾기 어려웠는데요.

하지만 미궁에 빠질 뻔 했던 이 사건의 피의자는 5년만인 지난해 1월 검거가 됐고, 1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달리 2심에서는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승훈 기자, 1, 2심 재판 결과가 완전히 달라졌군요?

<기자 멘트>

네, 사실 이 사건의 직접적인 증거는 없고요, DNA가 묻어있는 담배같은 간접 증거만 있는 상태입니다.

이걸 과연 어디까지 합리적인 증거로 인정할것이냐 하는 부분에서, 1,2심 재판부의 판단이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수거된 ‘담배 두 개비’로 가려지게 된 인천 등산객 살인사건의 전말을 취재했습니다.

사건은 6년 전인 지난 2008년 9월 10일로 거슬러 갑니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이른 아침, A씨 부부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찍부터 등산에 나섰습니다.

<인터뷰> 이종호(팀장/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 "부부지간에 매일 다니는 등산 코스였습니다. 그때 당시 아내분이 먼저 등산을 올라갔고, 10m 뒤에 남편이 따라서 올라가는 상황에서..."

정상에 다다를 무렵, 갑자기 산 쪽에서 여성의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몇 분 뒤, 등산로로 한 남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내 사라집니다.

<인터뷰> 이종호(팀장/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 "순간 서서 보니까 피의자가 모자 쓴 상태에 뭔가 들고 있었다. 그 이후에 남편분이 뒤따라 올라오니까 피의자는 좌측 산 밑으로 내려간 거죠."

별일 아니겠지 하는 생각으로, 산 정상까지 올라갔다 다시 내려가던 부부.

하지만, 이들의 눈에 참혹한 광경이 들어옵니다.

중년 여성이 등산로 근처에서 피를 흘린채 쓰러져 있던 겁니다.

황급히 119에 신고를 했지만, 여성은 이미 숨을 거둔 뒤였습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현장에서는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피우지 않은 담배 두 개피가 발견됐는데요,

<인터뷰> 최경호(경사/인천 남동경찰서) : "(장미) 담배 두 개비가 여기 떨어져 있었죠. 하나는 피해자의 DNA가 나왔고요. 하나는 남자의 것(DNA)이 발견됐습니다."

산비탈과 이어지는 배수로에서는 또 다른 목격자도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이종호(팀장/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 "그 배수로 뒤에 노숙자 한 분이 거기서 노숙하고 있었는데, 자꾸 물소리가 나더라는 거예요. 이렇게 보니까 어떤 남자가 빨래하는 것 같이 하더라는 거예요."

경찰은 배수로 주변에서, 과일용 칼과 다이어리를 찢어만든 종이칼집.

그리고,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와 동일한 종류의 담배갑 등을 수거했습니다.

그리고, 배수로에서 빨래를 했다는 이 남성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습니다.

<인터뷰> 이종호(팀장/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 "그 속에서 갖가지 옷, 칼 이런 걸 수거를 했고 (도망가면서 버리고 간 건가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이제 남은일은 이 남성을 찾는 일.

하지만, 인적이 드문 시각 산중에서 일어난 일이라 용의자를 찾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렇게, 이 사건은 무려 4년 동안이나 미궁에 빠졌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DNA를 활용한 과학수사가 활성화 된 2012년이 돼서야 다시 수사팀의 손에 넘겨집니다.

미제 강력 사건을 재수사하던 경찰은 현장에서 수거된 담배에 묻어있던 DNA와 일치하는 50대 남성을 찾는데 성공합니다.

<인터뷰> 이종호(팀장/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 "구속된 피의자들 상대로, 성범죄라든가 강도, 강간 이런 범죄자의 (DNA를) 채취를 했어요. 그러다가 우리가 기존에 사건 났을 때 올린 거 하고 일치가 된 거죠. 일치돼서 우리한테 연락이 온 거죠."

피의자는 다른 범죄로 이미 교도소에 수감중인 50대 남성 권모 씨였습니다.

권 씨는 혐의 내용을 부인했지만, 경찰은 DNA가 묻은 담배 두 개피와 과도 등 다른 수거품 등을 증거로 권 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인터뷰> 이종호(팀장/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 "(담배꽁초가) 직접적인 증거는 안 되기 때문에, 그것도 그 주변에서 떨어졌고 그래서 재판부에서는 인정을 안 했던 것 같아요. 당시 피의자가 직접 갖고 있었다든가, 또 과거에 갖고 있던 결정적인 뭐가 있다고 하면 모르겠는데..."

현장에서 발견된 담배는 직접증거가 될 수 없고, 또 사건과 무관하게 우연히 떨어졌을 수도 있다는게 1심 재판부의 판단.

배수로에서 발견된 흉기도 살해도구로 볼만한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검찰은 즉각 항소를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8개월 뒤 2심 재판이 열렸는데요, 재판부는 이번엔 피고인의 살인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합니다.

무죄에서 갑자기 징역 20년의 형을 선고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유력한 증거는 장미 담배 2개비였습니다.

이 담배에서 피해자인 50대 여성과 피의자 권 씨의 DNA가 모두 검출됐기 때문입니다.

이 담배는 피우지 않은 새 담배로 경찰이 범행 당일 깨끗한 상태로 수거를 했는데요, 2심 재판부는 바로 이점에 주목했습니다.

<인터뷰> 이종호(팀장/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 "2심에서는 그걸 다른 각도로, 재판부에서도 현장에 나와서 현장 검증을 직접 우리랑 같이했어요."

재판부는 범행이 있기 8일전 이 지역에 비가 내렸고, 사건 당일인 9월 10일까지, 계속 이슬이 내렸다는 기상기록을 확인했습니다.

물기에 젖은 담배는 갈색 타르가 새나와 변색되기 마련이지만, 경찰이 당시 수거한 담배는 멀쩡한 상태의 새 담배.

때문에 재판부는 담배가 사건 현장에 떨어진 건 사건 당일인 9월 10일일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이 담배에서 피해자와 피의자의 DNA가 동시에 나온 것은, 이 두 사람이 범행 당일 함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봤습니다.

여기에, 배수로에서 발견된 종이칼집이 권 씨가 소지하고 있던 다이어리의 속지와 일치하는 점,

<인터뷰> 이종호(팀장/인천 남동경찰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 "당시 피의자가 소지했던 소지품 중에 범행 현장에서 나왔던 다이어리가 하나 있었어요. 그걸 일부러 찢어서 칼집을 만들었거든요."

또, 흡연에 대한 권 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점 등을 토대로, 권 씨의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인터뷰> 이웅혁(교수/건국대 경찰학과) : "최근에 범죄는 상당히 지능화되고 있지만 (사건 해결의)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과학 수사고요. 죄를 저지르면 반드시 처벌을 받는다고 하는 형사적 정의를 실천하는데도 과학수사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6년 만에 법의 심판을 받게 된 인천 등산객 살인 사건.

무죄로 풀려날 뻔했던 피고인은 담배 두 개비의 증거가 인정돼, 결국 징역 20년의 중형을 선고 받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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