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도 넘은 ‘청소년 도박’…폭력·사채놀이까지

입력 2016.11.30 (08:34) 수정 2016.11.3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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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청소년 도박이라고 하면 아마 많은 분이 이런 정도의 이미지를 떠올리실 겁니다.

청소년 도박이 심각해 봤자 이런 동전 치기 수준 아니겠느냐고 말이죠.

하지만 현실 속 청소년 도박은 훨씬 심각합니다.

인터넷 불법 도박에 손대는 청소년이 늘면서 요즘엔 이런 바카라 도박을 한다는 겁니다.

도박에 쓰는 돈도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데요.

일부 학생들은 친구들에게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사채놀이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친구들이 돈을 갚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는 등 어른들의 범죄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청소년 도박 실태를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광주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 A군은 지난 1년 8개월 동안 도박에 빠져있었습니다.

<녹취>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애초에 도박하지 말 걸 그 생각을 많이 해요. 안 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

후회로 남은 1년 8개월 그 시작은 지난해 1월 친구 소개로 인터넷 도박을 하면서 부터입니다.

<녹취>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처음에 3만 원으로 30만 원씩 한 일주일 꾸준히 땄어요. 아 돈 벌기 쉽네. 괜찮네 (그랬죠)”

인터넷 불법 도박 중 바카라에 손대기 시작한 A군은 처음에 돈을 따자 조금씩 욕심이 생겼다는데요.

<녹취> 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큰돈을 한번 따보고 싶어서 제 주변에 몇십만 원으로 몇백, 몇천 따는 사람들이 한 명 있거든요. 그 사람 이야기 듣고 아 나도 한 번 해볼까?”

A 군은 큰돈을 한 번 벌어보자는 생각에 같이 도박하던 친구 김 모 군에게 도박자금을 빌려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녹취> 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처음에 130만 원을 빌려주면서 이자 70만 원을 포함해서 200만 원을 달라 했어요.”

황당한 수준의 이자였지만 A 군은 돈을 따서 갚으면 될 거라는 생각에 130만 원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순식간에 빌린 돈 모두를 날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200만 원의 빚을 지게 된 A군은 돈을 구하기 위해 부모님께 거짓말을 했습니다.

<녹취> 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친구 거, 금 잃어버렸다거나, 뭐 하느라 빌렸다, 이런 식으로 거의 (집에서 돈을) 받았어요. 보통 거짓말해서”

그런데 A군의 일탈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돈을 만회하려는 욕심에 또다시 도박에 손을 댔습니다.

A 군은 인터넷 도박을 하는 중학교 동창 3명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했는데, 그런데 이들이 요구하는 이자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녹취> 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친구가 장난식으로 이거 언제 갚을 거야? 공 하나 붙인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는데 제가 장난식으로 웃어넘겼는데 막상 갚을 날이 되니까 못 갚았거든요. (그랬더니) 그때 말한 것처럼 공을 하나 더 붙인다 하면서 30만 원이 300만 원이 됐어요.”

빌린 돈 30만 원이 이자가 붙어 300만 원이 된 겁니다.

하지만 A군은 그 터무니없는 돈을 갚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한 번은 소주병 같은 거로 위협도 하고 그냥 저를 엎어트리고 그냥 계속 때렸어요. 그래서 얼굴에 피 나고 옷 다 더러워지고…….”

돈을 갚지 못할 때 마다 친구들로부터 협박과 폭력이 이어졌다는 겁니다.

폭행은 버스 터미널처럼 지켜보는 눈이 많은 공공장소에서도 이뤄졌다는 데요.

<녹취> A 군의 친구(음성변조) : “돈 갚을 날 정해놓고 그 날짜에 못 주면, 남자가 친구들 앞에서 맞으면 자존심 상하잖아요. 근데 막 애들 모여 있는 데서 맞고 그러니까…….”

돈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봤지만 역부족.

결국, 할아버지의 통장에 손을 대기까지 했습니다.

<녹취> 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할아버지랑 은행에 갔는데 할아버지 통장 비밀번호를 언뜻 본 거예요. 아 그래도 건들면 안 되겠지 생각했는데. (돈) 갚을 방법은 없고 하니까. 자고 계실 때 몰래 통장 빼서…….”

하지만 A군은 그 뒤로도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또다시 돈을 빌려 인터넷 도박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친구가 소개해 준 22살 정 모 씨에게 돈을 빌렸다가 더 큰 곤경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돈을 갚기 위해 정 씨가 일하던 가게에서 함께 지내며 거의 감금 생활을 했다는 겁니다.

<녹취>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학교도 가야 하는데 학교도 못 가게하고 같이 피시방에 데리고 다니고 일 데리고 다니고 잠은 모텔 같은 데 데려가서 재우고.”

정 씨는 A군의 알몸을 촬영하기까지 했다는데요.

<녹취> 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샤워하고 있는 장면을 찍고 동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어서 지인에게 사진을 보내기도 하고, 막 뭐만 하면 SNS에 네 사진 올린다. 네 사진 올린다. 이런 식으로 (협박했어요.)”

하지만 지난 9월 아들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A 군의 아버지가 추궁 끝에 사정을 알게 되면서 A 군은 그제야 도박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녹취>A 군의 아버지(음성변조) : “아들에게 소액을 빌려주면 고액을 받을 수 있다. 몇십만 원 빌려주면 몇백만 원 받을 수 있다. 날짜만 한 달, 두 달만 지나면. 그런 말이 있으니 얘가 도박하든 무엇을 하든 얘 옆에서 항상 돈을 꿔주겠다는 애들이 많아요.”

그런데 학생들 사이에 이런 도박 문제는 비단 A군 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 등에 손대는 학생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건데요.

고등학교 3학년생 B군 역시 친구들과 어울리다 도박의 늪에 빠졌습니다.

<녹취> B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한 명이 돈을 따기 시작하면 다들 부러워해서 시작하니까 그게 다 퍼져서 나도 한 번 딸 수 있다는 자신감? 그런 것 때문에 계속 끊지 못하고 하는 것 같아요.”

B 군 역시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같은 반 친구에게 돈을 빌렸습니다.

<녹취> B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제가 돈을 얼마나 빌리고 이자를 얼마 주겠다. 이런 식으로 해서 대부분 빌리거든요. 빌린 돈이 너무 커서 감당이 안 되니까 부모님께 말하기도 하고…….”

전문가들은 일부 학생들 사이에 도박이 유행처럼 번지다 보니 사채업자들이 학생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박철희(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센터 치유재활팀) : “실제로 학교에 소위 일진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친구들이 사채업자를 통해서 브로커 역할을 해서 도박하는 친구들에게 사채를 빌려주는 이런 경우들이 지금 발견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 도박 문제 관리 센터 조사 결과 10대 청소년 가운데 1.1%에 해당하는 약 3만 명이 심각한 도박 중독인 걸로 나타났습니다.

청소년 도박이 학교 폭력이란 제2의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지금 현실에 걸맞은 실질적인 도박 예방교육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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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도 넘은 ‘청소년 도박’…폭력·사채놀이까지
    • 입력 2016-11-30 08:40:32
    • 수정2016-11-30 11: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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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청소년 도박이라고 하면 아마 많은 분이 이런 정도의 이미지를 떠올리실 겁니다.

청소년 도박이 심각해 봤자 이런 동전 치기 수준 아니겠느냐고 말이죠.

하지만 현실 속 청소년 도박은 훨씬 심각합니다.

인터넷 불법 도박에 손대는 청소년이 늘면서 요즘엔 이런 바카라 도박을 한다는 겁니다.

도박에 쓰는 돈도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는데요.

일부 학생들은 친구들에게 도박 자금을 빌려주고 사채놀이까지 하고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친구들이 돈을 갚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하는 등 어른들의 범죄를 그대로 닮아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청소년 도박 실태를 한번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광주에 사는 고등학교 2학년 A군은 지난 1년 8개월 동안 도박에 빠져있었습니다.

<녹취>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애초에 도박하지 말 걸 그 생각을 많이 해요. 안 했으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

후회로 남은 1년 8개월 그 시작은 지난해 1월 친구 소개로 인터넷 도박을 하면서 부터입니다.

<녹취>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처음에 3만 원으로 30만 원씩 한 일주일 꾸준히 땄어요. 아 돈 벌기 쉽네. 괜찮네 (그랬죠)”

인터넷 불법 도박 중 바카라에 손대기 시작한 A군은 처음에 돈을 따자 조금씩 욕심이 생겼다는데요.

<녹취> 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큰돈을 한번 따보고 싶어서 제 주변에 몇십만 원으로 몇백, 몇천 따는 사람들이 한 명 있거든요. 그 사람 이야기 듣고 아 나도 한 번 해볼까?”

A 군은 큰돈을 한 번 벌어보자는 생각에 같이 도박하던 친구 김 모 군에게 도박자금을 빌려달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녹취> 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처음에 130만 원을 빌려주면서 이자 70만 원을 포함해서 200만 원을 달라 했어요.”

황당한 수준의 이자였지만 A 군은 돈을 따서 갚으면 될 거라는 생각에 130만 원을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순식간에 빌린 돈 모두를 날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200만 원의 빚을 지게 된 A군은 돈을 구하기 위해 부모님께 거짓말을 했습니다.

<녹취> 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친구 거, 금 잃어버렸다거나, 뭐 하느라 빌렸다, 이런 식으로 거의 (집에서 돈을) 받았어요. 보통 거짓말해서”

그런데 A군의 일탈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돈을 만회하려는 욕심에 또다시 도박에 손을 댔습니다.

A 군은 인터넷 도박을 하는 중학교 동창 3명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했는데, 그런데 이들이 요구하는 이자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녹취> 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친구가 장난식으로 이거 언제 갚을 거야? 공 하나 붙인다. 이런 식으로 얘기했는데 제가 장난식으로 웃어넘겼는데 막상 갚을 날이 되니까 못 갚았거든요. (그랬더니) 그때 말한 것처럼 공을 하나 더 붙인다 하면서 30만 원이 300만 원이 됐어요.”

빌린 돈 30만 원이 이자가 붙어 300만 원이 된 겁니다.

하지만 A군은 그 터무니없는 돈을 갚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녹취> 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한 번은 소주병 같은 거로 위협도 하고 그냥 저를 엎어트리고 그냥 계속 때렸어요. 그래서 얼굴에 피 나고 옷 다 더러워지고…….”

돈을 갚지 못할 때 마다 친구들로부터 협박과 폭력이 이어졌다는 겁니다.

폭행은 버스 터미널처럼 지켜보는 눈이 많은 공공장소에서도 이뤄졌다는 데요.

<녹취> A 군의 친구(음성변조) : “돈 갚을 날 정해놓고 그 날짜에 못 주면, 남자가 친구들 앞에서 맞으면 자존심 상하잖아요. 근데 막 애들 모여 있는 데서 맞고 그러니까…….”

돈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해봤지만 역부족.

결국, 할아버지의 통장에 손을 대기까지 했습니다.

<녹취> 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할아버지랑 은행에 갔는데 할아버지 통장 비밀번호를 언뜻 본 거예요. 아 그래도 건들면 안 되겠지 생각했는데. (돈) 갚을 방법은 없고 하니까. 자고 계실 때 몰래 통장 빼서…….”

하지만 A군은 그 뒤로도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또다시 돈을 빌려 인터넷 도박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친구가 소개해 준 22살 정 모 씨에게 돈을 빌렸다가 더 큰 곤경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돈을 갚기 위해 정 씨가 일하던 가게에서 함께 지내며 거의 감금 생활을 했다는 겁니다.

<녹취>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학교도 가야 하는데 학교도 못 가게하고 같이 피시방에 데리고 다니고 일 데리고 다니고 잠은 모텔 같은 데 데려가서 재우고.”

정 씨는 A군의 알몸을 촬영하기까지 했다는데요.

<녹취> A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샤워하고 있는 장면을 찍고 동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어서 지인에게 사진을 보내기도 하고, 막 뭐만 하면 SNS에 네 사진 올린다. 네 사진 올린다. 이런 식으로 (협박했어요.)”

하지만 지난 9월 아들의 행동을 수상하게 여긴 A 군의 아버지가 추궁 끝에 사정을 알게 되면서 A 군은 그제야 도박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녹취>A 군의 아버지(음성변조) : “아들에게 소액을 빌려주면 고액을 받을 수 있다. 몇십만 원 빌려주면 몇백만 원 받을 수 있다. 날짜만 한 달, 두 달만 지나면. 그런 말이 있으니 얘가 도박하든 무엇을 하든 얘 옆에서 항상 돈을 꿔주겠다는 애들이 많아요.”

그런데 학생들 사이에 이런 도박 문제는 비단 A군 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불법 스포츠 도박 등에 손대는 학생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 건데요.

고등학교 3학년생 B군 역시 친구들과 어울리다 도박의 늪에 빠졌습니다.

<녹취> B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한 명이 돈을 따기 시작하면 다들 부러워해서 시작하니까 그게 다 퍼져서 나도 한 번 딸 수 있다는 자신감? 그런 것 때문에 계속 끊지 못하고 하는 것 같아요.”

B 군 역시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같은 반 친구에게 돈을 빌렸습니다.

<녹취> B 군(도박 경험 청소년/음성변조) : “제가 돈을 얼마나 빌리고 이자를 얼마 주겠다. 이런 식으로 해서 대부분 빌리거든요. 빌린 돈이 너무 커서 감당이 안 되니까 부모님께 말하기도 하고…….”

전문가들은 일부 학생들 사이에 도박이 유행처럼 번지다 보니 사채업자들이 학생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녹취> 박철희(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광주센터 치유재활팀) : “실제로 학교에 소위 일진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친구들이 사채업자를 통해서 브로커 역할을 해서 도박하는 친구들에게 사채를 빌려주는 이런 경우들이 지금 발견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한국 도박 문제 관리 센터 조사 결과 10대 청소년 가운데 1.1%에 해당하는 약 3만 명이 심각한 도박 중독인 걸로 나타났습니다.

청소년 도박이 학교 폭력이란 제2의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지금 현실에 걸맞은 실질적인 도박 예방교육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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