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국가대표 예술단들, 합동 공연 강행군

입력 2017.11.11 (08:08) 수정 2017.11.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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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북한 매체들이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도하는 소식이 있습니다.

국가대표급 유명 예술단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합동 공연을 펼친다는 뉴스입니다.

지난 두 달 간 벌써 백회 넘게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화려한 합동공연 뒤에 숨겨진 김정은 정권의 의도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모란봉 악단의 화려한 연주가 시작되고, 관객들이 숨죽인 채 무대를 바라본다.

곧이어 대형 스크린을 채우는 화성-14형 미사일 시험 발사.

관객들이 모두 벌떡 일어나 환호한다.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기가 가득한 이곳은 북한 자강도에서 열린 예술단 공연 현장이다.

묵직한 화음을 과시하는 공훈국가합창단, 걸그룹을 연상케하는 모란봉악단, 그리고 화려한 의상과 춤을 선보이는 왕재산 예술단까지.

국가대표급 예술단이 총출동해 합동 순회 공연을 하자 지방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녹취> "정말 전례 없는 관람열풍입니다. 공연을 못 본 사람들은 축에도 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눈물을 억제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밤은 집에 가서도 잠이 들 것 같지 못합니다."

평양에서 첫 공연을 가진 뒤 같은 무대가 지방을 돌며 이어진지 두 달.

지난 9월 13일 강원도 원산을 시작으로 함경도와 평안도, 자강도 등을 돌며 강행군 하고 있다.

북한 TV도 순회 공연 소식을 거의 매일 보도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권력 재편을 마무리 한 김정은이 내부 내치 체제결속에 주력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 현 상황은 6차 핵실험 이후에 대북제재 국면이 사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지고 있고 그런 대북제재로 인한 피로감들이 내부에 발생을 하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서는 사실은 성과를 보여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체제결속을 위한 일종의 선전과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김정은 집권 이후 주요 예술단의 지방 공연은 드문 일은 아니다.

지난 2014년, 모란봉 악단을 필두로 한 순회 공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평양에서만 활동하던 모란봉 악단이 백두산 자락 삼지연군 등 양강도 일대를 찾아 공연했다.

뒤이어 만수대예술단이 황해남도에서 공연했다.

당시 북한은 10년 만에 노동당 사상일꾼 대회까지 열며 사상 무장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녹취> 조선중앙TV (2016년 9월) : "함북도 북부피해복구 전선에서 혁명적 열정과 낭만을 더해주며 왕재산예술단의 지방순회공연이 21일 청진에서 진행됐습니다."

지난해 함경북도의 대규모 수해 때도 북한 당국은 왕재산 예술단을 피해지역에 급파했다. 실제 지방 주민들에게 예술단의 방문은 큰 화제가 되고 호소력도 있다고 한다.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우선 뭐 tv에서 보여주는 것보다도 주민들한테 직접 가서 당의 선전을 한다면 주민들한테 와 닿는 호소력이 더 강하고 그들의 심장을 틀어잡을 수 있고 즉 한마디로 체제결속을 하는데 가장 큰 호소력과 효과를 본다는 겁니다."

<녹취> 조선중앙TV (9월 27일) : "자력갱생의 위력을 총 폭발 시켜 날강도 미제를 단미에 쳐부술 열정의 의지로 심장을 불태웠습니다."

이번 순회 공연은 핵무력 개발과 자력 자강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유도하는게 특징이다.

실제 미국을 비난하는 관객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방송하고 있다.

<녹취> "미국 것들이 아마 오늘 이 공연을 봤으면 눈알이 뒤집혔을 겁니다. 자력갱생의 무쇠마치로 놈들의 책동을 무자비하게 짓뭉겨버리겠습니다."

<녹취> "우리 공장에 주신 유훈교시 관철에서 2, 300%를 함으로 해서 미국 놈의 뒤통수를 갈기겠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송 내용을 대북 제재에 대한 압박감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분석한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최근에 북한 언론매체의 동향을 보면 아이들 학용품이나 의약품까지도 수입을 못하게 한다고 지금 비난을 하고 있거든요. 그 얘기는 역설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공연을 통해서 체제결속도 도모하지만 그 주 공격대상 그 주 적이 미국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거죠. 그러니까 주민들 스스로 입에서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키고 미국과의 적대전선을 구축함으로서 김정은 정권이 처하고 있는 현실을 우회적으로 피해나가고 그리고 책임을 미국으로 전가하는 그런 양상을 보이는 거죠."

이번 순회 공연에서는 과거와는 차별화된 모습도 찾을 수 있다.

우선 대표 예술단들이 함께 지방을 돌며 공연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녹취> 北 가요, ‘어머니당에 드리는 노래’ : "따사로운 그 사랑 햇빛처럼 우리를 축복 하고..."

여성들의 넋을 빼놓는 노래, 공훈국가합창단의 공연이다.

1992년에 공훈 칭호가 수여된 이 합창단의 지방 순회와 합동 공연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성악배우 출신 탈북민은 말한다.

<인터뷰> 한서희(前 인민보안성 협주단 성악배우 /2007년 탈북) : "그들도 지방공연을 많이 가는 편은 아니에요. 종합예술단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데 이번에 모란봉하고 같이 간다라는 자체가 공훈합창단도 지금 북한에 어쩌면 체제선전에 제일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같이 합동공연을 엮어서 지금 내려가지 않는가? 라는 생각도 들어요."

여기에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의 시험 발사 장면을 부각한 뒤 김정은 찬양으로 끝을 맺는 점도 두드러진다.

이번 순회 공연의 주요 목적이 김정은의 치적 강조임을 보여준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가장 강력한 임팩트가 있는 성과들을 내보내야 되는데 김정은 입장에서는 사실 그게 화성 14형인거죠. 김정은 입장에서 경제나 기타 여러 가지 부분에서 내세울 수 있는 뚜렷한 성과는 없어요. 그러니까 화성 14형으로 대표되는 핵미사일 건설 부분이 부분에 가장 상징적인 성과로서 화성 14형을 내세우는 거고 그리고 체제결속을 위해서 대북제재 국면에 맞서서 자력자강을 내세우는 거죠."

공연 뒤 관객 인터뷰 역시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녹취> "로켓 올라갈 때 제일 기쁩니다. 우리가 이겼구나, 이게 제일 기쁩니다."

<녹취> "대륙간탄도로켓 보유국으로 되게 해주신 경애하는 원수님의 그 불멸의 업적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가슴 뜨겁게 느낀, 온 넋으로 느낀 그런 공연이었습니다."

공연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맞춤형 구호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공연하는 지방의 이름을 거론하고,

<녹취> "절세의 위인을 우러르며 심장으로 탄복한 함남도 사람들!"

<녹취> "기적의 힘을 천백배로 받아 안은 평북도 인민들!"

김정은과 혈연의 정까지 언급한다.

<녹취> "우리 원수님과 혈연의 정을 맺은 강원도 인민은 말한다."

자강도에서는 이 지역 도시 이름을 따 자력갱생을 강조한 이른바 강계정신을 내세우기도 했다.

<녹취> "자강도 인민은 대를 이어 충정의 한 길만을 가리라 영원히 우리 당 따라 한길을 가리라!"

순회공연의 보도 형식에도 변화가 보인다.

모란봉악단의 대기실 등 무대 뒷모습도 보여주는 것이다.

인기 단원은 단독 인터뷰까지 하고

<녹취> 김유경(모란봉악단) :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춤도 추고 노래도 따라 부르면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호응해주는지 공연하기가 막 재미납니다."

장기공연의 피로감을 토로하는 말도 가감없이 내보내고 있다.

<녹취> 조국향(모란봉악단 ) : "순회공연을 하다보니까 이제는 빨리 끝내고 평양에 가고 싶습니다."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가 직접 꽃다발을 주고 사인까지 받는 모습은 과거에는 보기 힘든 파격적인 장면이다.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 "최근여 간에 보니까 이렇게 사인이라 하는데 그때는 사인 같은 거 상상 못했습니다. 내가 개인이 조직에 매.. 개인이 그 어느 상대방한테 이렇게 사인해 준다는 거는 처음이고 나는 한국에 와서 이렇게 연예인들한테 사인 받는 걸 알았지 북한에서는 몰랐습니다."

단원들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도 눈에 띈다.

이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는 유명 독일 브랜드 차량이다.

여성 예술인들의 손에 들린 화장품 가방과 대기실에서 포착된 화장품들도 이들에 대한 특별 대우를 짐작케 한다.

이런 가운데 모란봉악단의 현송월 단장이 최근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선출되면서 예술단의 정치적 위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터뷰> 한서희(前 인민보안성 협주단 성악배우 /2007년 탈북) : "정말 후보위원으로 간다라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순회공연 어려운 것도 맡아서 지금 현송월이가 해내고 있다, 이런 어떤 성과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고 또 그런 후보위원을 맡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또 이런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벌써 100회를 넘긴 순회공연.

북한 주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김정은 체제의 주요 의제를 전파하는 선전선동 수단으로서 단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장마당 등을 통해 경제 자율성이 확산되고 외부 정보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체제 선전과 우상화를 강조하는 공연 정치는 일회성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잘 안 먹혀요. 그저 의상에 이렇게 많은 호기심을 갖고 젊은 장마당 세대들은 와~ 저 의상이 화려하네, 거기에 있지 아~ 저 노래 뭐 이런 데 거기에 흥미가 없는 겁니다. 뭐 춤추고 우상 거기에 조명에 대해서리 흥미를 가집니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시장이 흔들리면 곧바로 바로 개인들이 동요하는 체제가 된 거죠. 그러니까 아무리 김정은 정권이 이런 모든 원인이 미국 때문이고 그 다음에 핵개발을 성과로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개인들의 경제생활이 흔들리는 한 선전선동과 같은 어떤 그런 움직임들은 노력들은 효과가 없게 되죠."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대응해 대표 예술단의 합동 순회공연으로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

차별화된 선전 선동으로 일시적인 관심을 끌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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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1-11 08:45:40
    • 수정2017-11-11 08: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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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북한 매체들이 거의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도하는 소식이 있습니다.

국가대표급 유명 예술단들이 전국을 순회하며 합동 공연을 펼친다는 뉴스입니다.

지난 두 달 간 벌써 백회 넘게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클로즈업 북한> 이번 주에는 화려한 합동공연 뒤에 숨겨진 김정은 정권의 의도를 집중 분석했습니다.

<리포트>

모란봉 악단의 화려한 연주가 시작되고, 관객들이 숨죽인 채 무대를 바라본다.

곧이어 대형 스크린을 채우는 화성-14형 미사일 시험 발사.

관객들이 모두 벌떡 일어나 환호한다. 무대와 객석을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기가 가득한 이곳은 북한 자강도에서 열린 예술단 공연 현장이다.

묵직한 화음을 과시하는 공훈국가합창단, 걸그룹을 연상케하는 모란봉악단, 그리고 화려한 의상과 춤을 선보이는 왕재산 예술단까지.

국가대표급 예술단이 총출동해 합동 순회 공연을 하자 지방 관객들의 반응이 뜨겁다.

<녹취> "정말 전례 없는 관람열풍입니다. 공연을 못 본 사람들은 축에도 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 "눈물을 억제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밤은 집에 가서도 잠이 들 것 같지 못합니다."

평양에서 첫 공연을 가진 뒤 같은 무대가 지방을 돌며 이어진지 두 달.

지난 9월 13일 강원도 원산을 시작으로 함경도와 평안도, 자강도 등을 돌며 강행군 하고 있다.

북한 TV도 순회 공연 소식을 거의 매일 보도하는데는 이유가 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권력 재편을 마무리 한 김정은이 내부 내치 체제결속에 주력하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지금 현 상황은 6차 핵실험 이후에 대북제재 국면이 사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해지고 있고 그런 대북제재로 인한 피로감들이 내부에 발생을 하고 있어요. 그런 상황에서 민심을 다독이기 위해서는 사실은 성과를 보여주기 어려운 상황에서 체제결속을 위한 일종의 선전과 선동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죠."

김정은 집권 이후 주요 예술단의 지방 공연은 드문 일은 아니다.

지난 2014년, 모란봉 악단을 필두로 한 순회 공연이 대표적인 사례다.

평양에서만 활동하던 모란봉 악단이 백두산 자락 삼지연군 등 양강도 일대를 찾아 공연했다.

뒤이어 만수대예술단이 황해남도에서 공연했다.

당시 북한은 10년 만에 노동당 사상일꾼 대회까지 열며 사상 무장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녹취> 조선중앙TV (2016년 9월) : "함북도 북부피해복구 전선에서 혁명적 열정과 낭만을 더해주며 왕재산예술단의 지방순회공연이 21일 청진에서 진행됐습니다."

지난해 함경북도의 대규모 수해 때도 북한 당국은 왕재산 예술단을 피해지역에 급파했다. 실제 지방 주민들에게 예술단의 방문은 큰 화제가 되고 호소력도 있다고 한다.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우선 뭐 tv에서 보여주는 것보다도 주민들한테 직접 가서 당의 선전을 한다면 주민들한테 와 닿는 호소력이 더 강하고 그들의 심장을 틀어잡을 수 있고 즉 한마디로 체제결속을 하는데 가장 큰 호소력과 효과를 본다는 겁니다."

<녹취> 조선중앙TV (9월 27일) : "자력갱생의 위력을 총 폭발 시켜 날강도 미제를 단미에 쳐부술 열정의 의지로 심장을 불태웠습니다."

이번 순회 공연은 핵무력 개발과 자력 자강을 강조하면서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유도하는게 특징이다.

실제 미국을 비난하는 관객 인터뷰를 집중적으로 방송하고 있다.

<녹취> "미국 것들이 아마 오늘 이 공연을 봤으면 눈알이 뒤집혔을 겁니다. 자력갱생의 무쇠마치로 놈들의 책동을 무자비하게 짓뭉겨버리겠습니다."

<녹취> "우리 공장에 주신 유훈교시 관철에서 2, 300%를 함으로 해서 미국 놈의 뒤통수를 갈기겠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방송 내용을 대북 제재에 대한 압박감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분석한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최근에 북한 언론매체의 동향을 보면 아이들 학용품이나 의약품까지도 수입을 못하게 한다고 지금 비난을 하고 있거든요. 그 얘기는 역설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겁니다. 공연을 통해서 체제결속도 도모하지만 그 주 공격대상 그 주 적이 미국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는 거죠. 그러니까 주민들 스스로 입에서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시키고 미국과의 적대전선을 구축함으로서 김정은 정권이 처하고 있는 현실을 우회적으로 피해나가고 그리고 책임을 미국으로 전가하는 그런 양상을 보이는 거죠."

이번 순회 공연에서는 과거와는 차별화된 모습도 찾을 수 있다.

우선 대표 예술단들이 함께 지방을 돌며 공연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녹취> 北 가요, ‘어머니당에 드리는 노래’ : "따사로운 그 사랑 햇빛처럼 우리를 축복 하고..."

여성들의 넋을 빼놓는 노래, 공훈국가합창단의 공연이다.

1992년에 공훈 칭호가 수여된 이 합창단의 지방 순회와 합동 공연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성악배우 출신 탈북민은 말한다.

<인터뷰> 한서희(前 인민보안성 협주단 성악배우 /2007년 탈북) : "그들도 지방공연을 많이 가는 편은 아니에요. 종합예술단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데 이번에 모란봉하고 같이 간다라는 자체가 공훈합창단도 지금 북한에 어쩌면 체제선전에 제일 중요한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거든요. 그래서 같이 합동공연을 엮어서 지금 내려가지 않는가? 라는 생각도 들어요."

여기에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의 시험 발사 장면을 부각한 뒤 김정은 찬양으로 끝을 맺는 점도 두드러진다.

이번 순회 공연의 주요 목적이 김정은의 치적 강조임을 보여준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가장 강력한 임팩트가 있는 성과들을 내보내야 되는데 김정은 입장에서는 사실 그게 화성 14형인거죠. 김정은 입장에서 경제나 기타 여러 가지 부분에서 내세울 수 있는 뚜렷한 성과는 없어요. 그러니까 화성 14형으로 대표되는 핵미사일 건설 부분이 부분에 가장 상징적인 성과로서 화성 14형을 내세우는 거고 그리고 체제결속을 위해서 대북제재 국면에 맞서서 자력자강을 내세우는 거죠."

공연 뒤 관객 인터뷰 역시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한다.

<녹취> "로켓 올라갈 때 제일 기쁩니다. 우리가 이겼구나, 이게 제일 기쁩니다."

<녹취> "대륙간탄도로켓 보유국으로 되게 해주신 경애하는 원수님의 그 불멸의 업적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가슴 뜨겁게 느낀, 온 넋으로 느낀 그런 공연이었습니다."

공연 지역에 따라 달라지는 맞춤형 구호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공연하는 지방의 이름을 거론하고,

<녹취> "절세의 위인을 우러르며 심장으로 탄복한 함남도 사람들!"

<녹취> "기적의 힘을 천백배로 받아 안은 평북도 인민들!"

김정은과 혈연의 정까지 언급한다.

<녹취> "우리 원수님과 혈연의 정을 맺은 강원도 인민은 말한다."

자강도에서는 이 지역 도시 이름을 따 자력갱생을 강조한 이른바 강계정신을 내세우기도 했다.

<녹취> "자강도 인민은 대를 이어 충정의 한 길만을 가리라 영원히 우리 당 따라 한길을 가리라!"

순회공연의 보도 형식에도 변화가 보인다.

모란봉악단의 대기실 등 무대 뒷모습도 보여주는 것이다.

인기 단원은 단독 인터뷰까지 하고

<녹취> 김유경(모란봉악단) : "관중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춤도 추고 노래도 따라 부르면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호응해주는지 공연하기가 막 재미납니다."

장기공연의 피로감을 토로하는 말도 가감없이 내보내고 있다.

<녹취> 조국향(모란봉악단 ) : "순회공연을 하다보니까 이제는 빨리 끝내고 평양에 가고 싶습니다."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가 직접 꽃다발을 주고 사인까지 받는 모습은 과거에는 보기 힘든 파격적인 장면이다.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 "최근여 간에 보니까 이렇게 사인이라 하는데 그때는 사인 같은 거 상상 못했습니다. 내가 개인이 조직에 매.. 개인이 그 어느 상대방한테 이렇게 사인해 준다는 거는 처음이고 나는 한국에 와서 이렇게 연예인들한테 사인 받는 걸 알았지 북한에서는 몰랐습니다."

단원들에 대한 파격적인 대우도 눈에 띈다.

이들이 타고 다니는 버스는 유명 독일 브랜드 차량이다.

여성 예술인들의 손에 들린 화장품 가방과 대기실에서 포착된 화장품들도 이들에 대한 특별 대우를 짐작케 한다.

이런 가운데 모란봉악단의 현송월 단장이 최근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으로 선출되면서 예술단의 정치적 위상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터뷰> 한서희(前 인민보안성 협주단 성악배우 /2007년 탈북) : "정말 후보위원으로 간다라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순회공연 어려운 것도 맡아서 지금 현송월이가 해내고 있다, 이런 어떤 성과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고 또 그런 후보위원을 맡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또 이런 어려운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벌써 100회를 넘긴 순회공연.

북한 주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김정은 체제의 주요 의제를 전파하는 선전선동 수단으로서 단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장마당 등을 통해 경제 자율성이 확산되고 외부 정보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체제 선전과 우상화를 강조하는 공연 정치는 일회성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게 일반적인 평가다.

<인터뷰> 박현숙(2015년 탈북) : "잘 안 먹혀요. 그저 의상에 이렇게 많은 호기심을 갖고 젊은 장마당 세대들은 와~ 저 의상이 화려하네, 거기에 있지 아~ 저 노래 뭐 이런 데 거기에 흥미가 없는 겁니다. 뭐 춤추고 우상 거기에 조명에 대해서리 흥미를 가집니다. 그 이상 이하도 아닙니다."

<인터뷰> 조한범(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시장이 흔들리면 곧바로 바로 개인들이 동요하는 체제가 된 거죠. 그러니까 아무리 김정은 정권이 이런 모든 원인이 미국 때문이고 그 다음에 핵개발을 성과로 내세운다고 하더라도 개인들의 경제생활이 흔들리는 한 선전선동과 같은 어떤 그런 움직임들은 노력들은 효과가 없게 되죠."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대응해 대표 예술단의 합동 순회공연으로 체제 결속을 도모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

차별화된 선전 선동으로 일시적인 관심을 끌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근본적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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