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당할 이유 있다” 왜곡된 軍 교육

입력 2018.02.22 (12:16) 수정 2018.02.22 (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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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군(軍)은 지난 12일부터 성범죄 특별대책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팀의 육군 측 담당자가 과거 '성폭력 피해자들은 당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시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월 10일, 육군 3군단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이 열렸습니다.

여군과 군무원 등 30여 명이 참석했는데, 강의를 한 사람은 여성인 육군본부의 김 모 중령이었습니다.

군 성폭력 예방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내용은 형식적이었습니다.

'이런 거는 너희들이 알아서 찾아봐라', '홈페이지 검색하면 다 나온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건 강의가 끝난 뒤 간담회 자리였습니다.

간담회 자리엔 초급 장교 등만 참석했는데 김 중령이 믿기지 않는 발언들을 했다고 참석자는 전했습니다.

[교육 참석 여군 : "(성폭력)피해자를 보면 당할 만한 이유가 있더라. 피해자들을 보니까 너희들이 조심하는게 맞다. 그런데(술집) 가서 당했다고 하지 말고 일찍 다니고, 옷도 엉덩이 모양 드러나는 거 입지 말고."]

성범죄 신고를 독려하긴 커녕 '가려서 하라'는 취지의 말까지 했습니다.

[교육 참석 여군 : "팔을 주물럭거리면서 이렇게 만지는 건 신고를 해도 되는데, 팔을 문지르시고는 이렇게 하는 건 신고를 하지 마라. 그러니까 여군이 배척당하는 거다. 알겠냐!"]

강의를 했던 김 중령은 최근 미투 운동을 계기로 군이 발족한 성범죄 특별대책팀의 육군 측 담당자입니다.

[교육 참석 여군/음성변조 : "성 고충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공감하면서 도와줘야 하는건데 공감하지 못하고 되려 탓을 돌리고, 2차 가해로 생각될 만한 말을 하시고..."]

국방부는 KBS 취재가 시작된 뒤 김 중령을 양성평등과 성범죄 특별대책팀의 모든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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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폭력 당할 이유 있다” 왜곡된 軍 교육
    • 입력 2018-02-22 12:18:26
    • 수정2018-02-22 12: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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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투 운동이 확산되자, 군(軍)은 지난 12일부터 성범죄 특별대책팀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팀의 육군 측 담당자가 과거 '성폭력 피해자들은 당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김시원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1월 10일, 육군 3군단에서 성폭력 예방 교육이 열렸습니다.

여군과 군무원 등 30여 명이 참석했는데, 강의를 한 사람은 여성인 육군본부의 김 모 중령이었습니다.

군 성폭력 예방 정책을 설명하는 자리였지만, 내용은 형식적이었습니다.

'이런 거는 너희들이 알아서 찾아봐라', '홈페이지 검색하면 다 나온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더 심각한 건 강의가 끝난 뒤 간담회 자리였습니다.

간담회 자리엔 초급 장교 등만 참석했는데 김 중령이 믿기지 않는 발언들을 했다고 참석자는 전했습니다.

[교육 참석 여군 : "(성폭력)피해자를 보면 당할 만한 이유가 있더라. 피해자들을 보니까 너희들이 조심하는게 맞다. 그런데(술집) 가서 당했다고 하지 말고 일찍 다니고, 옷도 엉덩이 모양 드러나는 거 입지 말고."]

성범죄 신고를 독려하긴 커녕 '가려서 하라'는 취지의 말까지 했습니다.

[교육 참석 여군 : "팔을 주물럭거리면서 이렇게 만지는 건 신고를 해도 되는데, 팔을 문지르시고는 이렇게 하는 건 신고를 하지 마라. 그러니까 여군이 배척당하는 거다. 알겠냐!"]

강의를 했던 김 중령은 최근 미투 운동을 계기로 군이 발족한 성범죄 특별대책팀의 육군 측 담당자입니다.

[교육 참석 여군/음성변조 : "성 고충 피해자들이 도움을 요청했을 때 공감하면서 도와줘야 하는건데 공감하지 못하고 되려 탓을 돌리고, 2차 가해로 생각될 만한 말을 하시고..."]

국방부는 KBS 취재가 시작된 뒤 김 중령을 양성평등과 성범죄 특별대책팀의 모든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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