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현관문 비밀번호 노린 화재경보기 위장 ‘몰카’

입력 2018.03.20 (08:41) 수정 2018.03.20 (09:0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기자]

요즘 현관문 잠금장치는 열쇠 대신 비밀번호를 누르는 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

비밀번호가 유출된다면 집 열쇠를 내주는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집 주인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를 때 이를 몰래 지켜본 도둑들이 있었습니다.

아파트 복도 천장에 몰래카메라를 장착해 놓은 건데, 집 주인이 누른 비밀번호가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화재경보기나 담뱃갑 등으로 몰래카메라를 위장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습니다.

현관 비밀번호 유출에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사건 현장으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검은 모자에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마치 제 집인 마냥 아파트 안으로 유유히 들어갑니다.

들어간 지 30분 만에 다시 계단을 걸어 내려와 밖으로 사라집니다.

이 남성이 빠져나간 뒤,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아파트 주민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출입문도 멀쩡했고, 창문으로도 침입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김춘호/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6팀장 : “피해자분들은 처음에 출입할 당시에는 자기 집에 도둑이 든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집에 들어간 후에 뒤진 흔적이라든지 금고가 파손된 흔적을 보고 도둑이 든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것입니다.”]

41살 김 모 씨 등 절도범 2명은 피해를 당한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현관 문 앞 천장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집 주인이 현관문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누르는 걸 녹화한 겁니다.

화재경보기로 위장해 천장에 붙여 놓은 몰래카메라를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김춘호/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6팀장 : “아파트 출입문 복도 천장 위에 화재 감지기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해서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방법으로 침입하여…….”]

절도범들이 찍어 놓은 몰래카메라 화면입니다.

집주인이 현관문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누르자 불빛이 환하게 나타나고, 비밀번호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들은 인적이 드문 오후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다시 다음날 새벽 카메라를 회수해 비밀번호를 분석했습니다.

[김춘호/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6팀장 : “오후 시간 때 출입자들이 많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서 오후 2시~3시 사이에 천장에 부착했고 인적이 드문 새벽 2시경에 탈착을 해서…….”]

비밀번호가 노출된 집은 곧바로 절도범의 범행 대상이 됐습니다.

[김춘호/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6팀장 : “총 4번에 걸쳐서 범행에 성공했고 나머지 4번의 범행에 대해서는 입주민들이 출입문에 비밀번호를 입력 시 몸으로 가리거나 소지품 등으로 가려서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서…….”]

이들의 절도 행각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카메라를 이용한 범행은 카메라로 발목이 잡혔습니다.

아파트 CCTV를 분석한 경찰은, 41살 김모 씨 등 2명을 절도범으로 지목했습니다.

김 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부산과 서울, 충남의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이런 방식으로 모두 2억 원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김 씨 등 2명은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고, 장물을 구입한 5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김춘호/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6팀장 : “보안시설이 없는 아파트나 경비원들이 적은 아파트를 범행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범행에 사용한 화재경보기 모양의 몰래카메라는 인터넷으로 구매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화재경보기와 똑같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춘호/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6팀장 : “몰래카메라 자체에 대한 판매에 대해서는 법적인 제재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등을 통해 이런 몰래카메라는 쉽게 구매가 가능했습니다.

화재경보기 뿐만 아니라 담뱃갑 모양 등으로 위장한 몰래카메라도 범행에 이용됐습니다.

최근 대구에서는 아예 집주인이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을 뒤에서 직접 엿본 뒤 금품을 훔친 40대가 구속됐습니다.

부산에서도 한 여성의 집 앞에 블랙박스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여성의 집에 침입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눈치챌 수 없는 곳에다가 카메라 같은 걸 설치를 해놨으면 그런 것들은 알아채기가 힘들어서…….”]

[시민(음성변조) : “제가 서서 뒤에 안 보이게 손을 빨리 한다든가 그런 방법밖에는 따로 하는 게 없는데…….”]

개별 현관 출입문뿐만 아니라 다세대 주택등의 1층 공용 현관문 역시 비밀번호 보안에 취약합니다.

현관 입구 한 귀퉁이에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적어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택배원 등이 자주 드나들면서 아예 현관문 비밀번호를 적어둔 겁니다.

[다세대 주택 주민(음성변조) : “중국집이나 택배나 그런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와야 하잖아요. 택배를 놔두려면. 그래서 미리 (비밀번호를) 적어 놓고 와서.”]

대부분 시민들은 이렇게 잠금장치 비밀 번호가 적혀있다는 사실 조차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세대 주택 주민(음성변조) : “진짜 몰랐어요. 이게 있을 필요가 없는 것과 같은 거잖아요. 외부인에 대해서 경계하려고 해놓은 건데 소용이 없어지니까…….”]

[다세대 주택 주민(음성변조) : “처음 봤네요. 몰랐어요. 누가 썼는지. 번호를 바꾸든지 반상회 열어서 (상의)해야 할 거 같아요.”]

경찰은 최근 비슷한 수법의 범행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현관문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거나 비밀번호를 누를 때 몸이나 소지품으로 가리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뉴스 따라잡기] 현관문 비밀번호 노린 화재경보기 위장 ‘몰카’
    • 입력 2018-03-20 08:48:35
    • 수정2018-03-20 09:06:57
    아침뉴스타임
[기자]

요즘 현관문 잠금장치는 열쇠 대신 비밀번호를 누르는 방식을 많이 사용합니다.

비밀번호가 유출된다면 집 열쇠를 내주는 것과 마찬가지인데요.

집 주인이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를 때 이를 몰래 지켜본 도둑들이 있었습니다.

아파트 복도 천장에 몰래카메라를 장착해 놓은 건데, 집 주인이 누른 비밀번호가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화재경보기나 담뱃갑 등으로 몰래카메라를 위장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했습니다.

현관 비밀번호 유출에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사건 현장으로 따라가 보겠습니다.

[리포트]

검은 모자에 마스크를 쓴 한 남성이 마치 제 집인 마냥 아파트 안으로 유유히 들어갑니다.

들어간 지 30분 만에 다시 계단을 걸어 내려와 밖으로 사라집니다.

이 남성이 빠져나간 뒤, 집에 도둑이 들었다는 아파트 주민의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출입문도 멀쩡했고, 창문으로도 침입 흔적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김춘호/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6팀장 : “피해자분들은 처음에 출입할 당시에는 자기 집에 도둑이 든 사실을 전혀 몰랐습니다. 집에 들어간 후에 뒤진 흔적이라든지 금고가 파손된 흔적을 보고 도둑이 든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된 것입니다.”]

41살 김 모 씨 등 절도범 2명은 피해를 당한 집 현관문 비밀번호를 알고 있었습니다.

아파트 현관 문 앞 천장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집 주인이 현관문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누르는 걸 녹화한 겁니다.

화재경보기로 위장해 천장에 붙여 놓은 몰래카메라를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김춘호/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6팀장 : “아파트 출입문 복도 천장 위에 화재 감지기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해서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방법으로 침입하여…….”]

절도범들이 찍어 놓은 몰래카메라 화면입니다.

집주인이 현관문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누르자 불빛이 환하게 나타나고, 비밀번호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이들은 인적이 드문 오후에 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다시 다음날 새벽 카메라를 회수해 비밀번호를 분석했습니다.

[김춘호/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6팀장 : “오후 시간 때 출입자들이 많이 없는 시간을 이용해서 오후 2시~3시 사이에 천장에 부착했고 인적이 드문 새벽 2시경에 탈착을 해서…….”]

비밀번호가 노출된 집은 곧바로 절도범의 범행 대상이 됐습니다.

[김춘호/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6팀장 : “총 4번에 걸쳐서 범행에 성공했고 나머지 4번의 범행에 대해서는 입주민들이 출입문에 비밀번호를 입력 시 몸으로 가리거나 소지품 등으로 가려서 비밀번호를 알지 못해서…….”]

이들의 절도 행각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카메라를 이용한 범행은 카메라로 발목이 잡혔습니다.

아파트 CCTV를 분석한 경찰은, 41살 김모 씨 등 2명을 절도범으로 지목했습니다.

김 씨 등은 지난해 12월부터 부산과 서울, 충남의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이런 방식으로 모두 2억 원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은 김 씨 등 2명은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고, 장물을 구입한 5명을 불구속 입건했습니다.

[김춘호/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6팀장 : “보안시설이 없는 아파트나 경비원들이 적은 아파트를 범행 대상으로 선정했습니다.”]

범행에 사용한 화재경보기 모양의 몰래카메라는 인터넷으로 구매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화재경보기와 똑같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감쪽같이 속을 수밖에 없습니다.

[김춘호/부산 해운대경찰서 강력6팀장 : “몰래카메라 자체에 대한 판매에 대해서는 법적인 제재는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로 인터넷 등을 통해 이런 몰래카메라는 쉽게 구매가 가능했습니다.

화재경보기 뿐만 아니라 담뱃갑 모양 등으로 위장한 몰래카메라도 범행에 이용됐습니다.

최근 대구에서는 아예 집주인이 비밀번호를 누르는 것을 뒤에서 직접 엿본 뒤 금품을 훔친 40대가 구속됐습니다.

부산에서도 한 여성의 집 앞에 블랙박스형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아낸 뒤, 여성의 집에 침입한 20대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시민(음성변조) : “눈치챌 수 없는 곳에다가 카메라 같은 걸 설치를 해놨으면 그런 것들은 알아채기가 힘들어서…….”]

[시민(음성변조) : “제가 서서 뒤에 안 보이게 손을 빨리 한다든가 그런 방법밖에는 따로 하는 게 없는데…….”]

개별 현관 출입문뿐만 아니라 다세대 주택등의 1층 공용 현관문 역시 비밀번호 보안에 취약합니다.

현관 입구 한 귀퉁이에 잠금장치 비밀번호를 적어둔 곳을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택배원 등이 자주 드나들면서 아예 현관문 비밀번호를 적어둔 겁니다.

[다세대 주택 주민(음성변조) : “중국집이나 택배나 그런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와야 하잖아요. 택배를 놔두려면. 그래서 미리 (비밀번호를) 적어 놓고 와서.”]

대부분 시민들은 이렇게 잠금장치 비밀 번호가 적혀있다는 사실 조차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세대 주택 주민(음성변조) : “진짜 몰랐어요. 이게 있을 필요가 없는 것과 같은 거잖아요. 외부인에 대해서 경계하려고 해놓은 건데 소용이 없어지니까…….”]

[다세대 주택 주민(음성변조) : “처음 봤네요. 몰랐어요. 누가 썼는지. 번호를 바꾸든지 반상회 열어서 (상의)해야 할 거 같아요.”]

경찰은 최근 비슷한 수법의 범행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현관문 비밀번호를 자주 바꾸거나 비밀번호를 누를 때 몸이나 소지품으로 가리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습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