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량건설 왜 부실한가...그릇된 관행과 건설 환경

입력 1994.10.22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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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일 앵커 :

해외 공사장에서는, 성실시공의 명성을 얻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들이 국내에서는 부실시공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공사와 감리회사 그리고, 행정당국이 얽혀있는 그릇된 관행과 건설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일어나는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의 결과라는 지적입니다.

김종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종명 기자 :

광활한 사막을 비옥한 농토로 바꾸고 있는 대수로 공사입니다. 10여년에 걸친 공사비용만 모두 90억 달러. 단일 공사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 이 공사를 시공 중인 건설업체는 동아건설. 이음새 부분이 가라앉아 보수작업중인 한강다리입니다. 완공된 지 불과 10여년 만에 곳곳에서 부실실태가 드러난 이 다리의 건설회사 역시 동아건설입니다. 내로라하는 굴지의 국내 건설업체들이 안과 밖에서 하는 공사가 이처럼 판이한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주권섭 (동아건설 상무) :

그것도 국내처럼 저가입찰을 해서 따는 게 아니거든요. 경쟁을 해서 다른 외국회사보다는 그래도 조금 싸게 해서 따는 거니까. 물론 경비가 좀 빠듯한 경우도 있겠죠.


김종명 기자 :

①시공능력에 관계없이 가장 낮은 공사금액을 써내는 건설회사에 공사를 맡기는 입찰제도에서부터 부실시공의 싹이 시작되고, ②최소한의 시공기간마저 무시하는 짧은 공사기간은 부실시공을 더욱 부채질합니다. ③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전직 상공부 장관, 건설업체의 로비자금을 받고 택지를 특혜 공급해주거나 눈감아준 청와대 수석과 국회의 원, 그리고 행정관청의 고위관리들. 이처럼 관료화돼 있는 이른바 떡값은 부실공사를 부추깁니다. ④시공 과정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할 감리제도. 최후의 안전판인 이 제도 역시 대부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사장감목관 :

감리 쪽이 좀 약하면 발주처에선 여지껏 쭉 이제 왔으니까 그만한 경험과 능력이 있다 이겁니다.


김종명 기자 :

정부가 올해를 부실공사 추방의 원년으로 정하면서 내건 표어(‘94부터 부실공사 추방철저)입니다. 그러나 성실 시공보다는, 거미줄처럼 연결된 먹이사슬에 신경을 써야하는 그릇된 관행 속에서 부실시공을 피할 길은 멀기만 합니다.

KBS 뉴스, 김종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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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교량건설 왜 부실한가...그릇된 관행과 건설 환경
    • 입력 1994-10-22 21:00:00
    뉴스 9

김광일 앵커 :

해외 공사장에서는, 성실시공의 명성을 얻고 있는 국내 건설업체들이 국내에서는 부실시공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공사와 감리회사 그리고, 행정당국이 얽혀있는 그릇된 관행과 건설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일어나는 피할 수 없는 부작용의 결과라는 지적입니다.

김종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김종명 기자 :

광활한 사막을 비옥한 농토로 바꾸고 있는 대수로 공사입니다. 10여년에 걸친 공사비용만 모두 90억 달러. 단일 공사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인 이 공사를 시공 중인 건설업체는 동아건설. 이음새 부분이 가라앉아 보수작업중인 한강다리입니다. 완공된 지 불과 10여년 만에 곳곳에서 부실실태가 드러난 이 다리의 건설회사 역시 동아건설입니다. 내로라하는 굴지의 국내 건설업체들이 안과 밖에서 하는 공사가 이처럼 판이한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주권섭 (동아건설 상무) :

그것도 국내처럼 저가입찰을 해서 따는 게 아니거든요. 경쟁을 해서 다른 외국회사보다는 그래도 조금 싸게 해서 따는 거니까. 물론 경비가 좀 빠듯한 경우도 있겠죠.


김종명 기자 :

①시공능력에 관계없이 가장 낮은 공사금액을 써내는 건설회사에 공사를 맡기는 입찰제도에서부터 부실시공의 싹이 시작되고, ②최소한의 시공기간마저 무시하는 짧은 공사기간은 부실시공을 더욱 부채질합니다. ③발전소 건설과 관련해 거액의 뇌물을 받은 전직 상공부 장관, 건설업체의 로비자금을 받고 택지를 특혜 공급해주거나 눈감아준 청와대 수석과 국회의 원, 그리고 행정관청의 고위관리들. 이처럼 관료화돼 있는 이른바 떡값은 부실공사를 부추깁니다. ④시공 과정을 꼼꼼하게 점검해야 할 감리제도. 최후의 안전판인 이 제도 역시 대부분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사장감목관 :

감리 쪽이 좀 약하면 발주처에선 여지껏 쭉 이제 왔으니까 그만한 경험과 능력이 있다 이겁니다.


김종명 기자 :

정부가 올해를 부실공사 추방의 원년으로 정하면서 내건 표어(‘94부터 부실공사 추방철저)입니다. 그러나 성실 시공보다는, 거미줄처럼 연결된 먹이사슬에 신경을 써야하는 그릇된 관행 속에서 부실시공을 피할 길은 멀기만 합니다.

KBS 뉴스, 김종명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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