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속의 사건] 오움진리교의 실체

입력 1995.03.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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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원 앵커 :

방금 보신대로 일본 독가스 사건의 배후세력으로 확실시되고 있는 오움진리교는 사교집단의 전형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김종진 앵커 :

여느 사교집단과 마찬가지로 오움교는 집단촌을 형성해놓고 종말론을 신봉하면서 갖가지 기행을 일삼는 것은 물론이고 배교자를 납치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습니다. 오움교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서 현지에 특파된 하준수 기자가 집단촌을 찾아봤습니다.


하준수 기자 :

후지산 기슭에 오움교 신도들이 모여 사는 집단촌이 있습니다. 도쿄 시내에서 2시간반거리에 있는 야마나시현 가미구이시키면. 언뜻 창고처럼 보이는 이곳에서 지난 22일 영양부족으로 탈진한 50여명의 신도가 발견됐습니다. 경찰의 압수수색이 끝났지만 아직도 수상한 플라스틱 통들이 눈에 띱니다.


“이게 뭡니까?”

“홍보과에 팩스로 물어보세요. 개인적 취재는 답할 수 없습니다.”


후지산 주변에만도 이런 집단촌이 서너개나 됩니다. 후지산 중턱에 자리 잡은 오움진리교의 또 다른 집단촌입니다. 평범하게 보이는 이 창고 안에서 독가스의 원료가 되는 수백가지 화학약품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압수수색이 한창이라 경찰이 언론까지 통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도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움교 신도 :

여기는 사유지라 들어올 수 없습니다. 나가주세요.


하준수 기자 :

경찰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건물 안에는 환자로 보이는 신도들이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신도가 몇 명이나 있습니까?”

“말할 수 없습니다. 나가주세요.”


이 와중에도 오움교 선전에 열을 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책을 살 수 있습니까?”

“책이라면 그냥 줄 수 있습니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신도가 건네준 책은 오움교의 교리가 적혀있는 것입니다.


오움교 신도 :

이 책에 경제, 사회에 대한 모든 진실이 담겨있습니다.


하준수 기자 :

세상에 종말이 다가오는 이때 오움교를 통해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이 책은 심지어 사린가스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하고 있습니다. 독가스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사린가스 속에서도 살아남자, 뒷장에는 청년이 속해있는 과학기술청 용접반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습니다. 오움교는 조직도 정부 기구를 흉내 내 건설성 자치성 과학기술청 등 성, 청제를 쓰고 있습니다. 현재 오움교는 이곳 말고도 일본 국내에 29개 지부와 모스크바 등 해외에도 4개의 지부가 더 있습니다.

오움교, 옴은 산스크리스트어로 창조와 유지 파괴를 뜻합니다. 오움진리교는 지난 84년 옴신선의 회를 뒤이은 것으로 교주 아사하라 쇼쿠가 지난 89년 종교법인으로 정식 인가를 받았습니다. 교주 아사하라는 스스로 유일한 해탈자라고 주장합니다. 자신이 오랜 수련 끝에 득도했고 신도들에게도 수행을 통해 초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때문에 오움교에 입문한 사람들은 재산을 헌납하고 가족과도 연락을 끊은 채 수행에 들어갑니다.


“이 손 놓으세요.”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는 끝이다.”


수행에 들어간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주사를 맞았다고 말합니다. 또 이들은 오움식이라는 독특한 식사를 하고 독방 수행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방수행자 :

교주님의 가르침을 받아 해탈하는 것이 우리 목적입니다.


하준수 기자 :

심지어는 교주가 목욕한 물에다 밥을 말아먹는 기행도 서슴지 않습니다. 더러 이러한 고행을 못 참아 탈출하는 사람이 있지만 곧 납치되곤 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움교를 상대로 피해자 가족들이 낸 소송만도 백여건이 넘습니다.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도 명분은 납치사건 혐의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오움교 건물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심한 악취로 고통을 받으며 항의 소동을 벌여왔습니다.


이웃주민 :

임신 3개월 만에 유산했습니다.


하준수 기자 :

이번에 집단촌에서 화학약품이 무더기로 발견돼 의혹이 더 깊어졌는데도 아사하라 교주는 여전히 시치미를 업니다.


아사하라(오움교 교주) :

이들 약품은 농약이나 비료용으로 비축했던 것입니다.


하준수 기자 :

종말론을 신봉하는 밀교에 지식인까지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정신세계의 공허를 채우기 위한 욕구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만도 이런 신흥 종교법인이 18만여 개에 이릅니다.

일본에서는 지금 오움진리교가 지하철 독가스테러 사건을 배후 조종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대국과 치안 제일을 자부해온 일본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서 치유해야 될 또 하나의 후진성을 스스로 발견하게 됐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하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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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건 속의 사건] 오움진리교의 실체
    • 입력 1995-03-26 21:00:00
    뉴스 9

이규원 앵커 :

방금 보신대로 일본 독가스 사건의 배후세력으로 확실시되고 있는 오움진리교는 사교집단의 전형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김종진 앵커 :

여느 사교집단과 마찬가지로 오움교는 집단촌을 형성해놓고 종말론을 신봉하면서 갖가지 기행을 일삼는 것은 물론이고 배교자를 납치했다는 의혹까지 사고 있습니다. 오움교의 실체를 알아보기 위해서 현지에 특파된 하준수 기자가 집단촌을 찾아봤습니다.


하준수 기자 :

후지산 기슭에 오움교 신도들이 모여 사는 집단촌이 있습니다. 도쿄 시내에서 2시간반거리에 있는 야마나시현 가미구이시키면. 언뜻 창고처럼 보이는 이곳에서 지난 22일 영양부족으로 탈진한 50여명의 신도가 발견됐습니다. 경찰의 압수수색이 끝났지만 아직도 수상한 플라스틱 통들이 눈에 띱니다.


“이게 뭡니까?”

“홍보과에 팩스로 물어보세요. 개인적 취재는 답할 수 없습니다.”


후지산 주변에만도 이런 집단촌이 서너개나 됩니다. 후지산 중턱에 자리 잡은 오움진리교의 또 다른 집단촌입니다. 평범하게 보이는 이 창고 안에서 독가스의 원료가 되는 수백가지 화학약품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압수수색이 한창이라 경찰이 언론까지 통제하는 것은 물론이고 신도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습니다.


오움교 신도 :

여기는 사유지라 들어올 수 없습니다. 나가주세요.


하준수 기자 :

경찰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건물 안에는 환자로 보이는 신도들이 담요를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신도가 몇 명이나 있습니까?”

“말할 수 없습니다. 나가주세요.”


이 와중에도 오움교 선전에 열을 올리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책을 살 수 있습니까?”

“책이라면 그냥 줄 수 있습니다.”


대학생처럼 보이는 신도가 건네준 책은 오움교의 교리가 적혀있는 것입니다.


오움교 신도 :

이 책에 경제, 사회에 대한 모든 진실이 담겨있습니다.


하준수 기자 :

세상에 종말이 다가오는 이때 오움교를 통해 살아남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는 이 책은 심지어 사린가스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하고 있습니다. 독가스 공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 사린가스 속에서도 살아남자, 뒷장에는 청년이 속해있는 과학기술청 용접반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습니다. 오움교는 조직도 정부 기구를 흉내 내 건설성 자치성 과학기술청 등 성, 청제를 쓰고 있습니다. 현재 오움교는 이곳 말고도 일본 국내에 29개 지부와 모스크바 등 해외에도 4개의 지부가 더 있습니다.

오움교, 옴은 산스크리스트어로 창조와 유지 파괴를 뜻합니다. 오움진리교는 지난 84년 옴신선의 회를 뒤이은 것으로 교주 아사하라 쇼쿠가 지난 89년 종교법인으로 정식 인가를 받았습니다. 교주 아사하라는 스스로 유일한 해탈자라고 주장합니다. 자신이 오랜 수련 끝에 득도했고 신도들에게도 수행을 통해 초능력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때문에 오움교에 입문한 사람들은 재산을 헌납하고 가족과도 연락을 끊은 채 수행에 들어갑니다.


“이 손 놓으세요.”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는 끝이다.”


수행에 들어간 사람들은 알 수 없는 주사를 맞았다고 말합니다. 또 이들은 오움식이라는 독특한 식사를 하고 독방 수행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독방수행자 :

교주님의 가르침을 받아 해탈하는 것이 우리 목적입니다.


하준수 기자 :

심지어는 교주가 목욕한 물에다 밥을 말아먹는 기행도 서슴지 않습니다. 더러 이러한 고행을 못 참아 탈출하는 사람이 있지만 곧 납치되곤 했습니다. 이 때문에 오움교를 상대로 피해자 가족들이 낸 소송만도 백여건이 넘습니다. 이번 경찰의 압수수색도 명분은 납치사건 혐의 여부를 조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오움교 건물 근처에 사는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심한 악취로 고통을 받으며 항의 소동을 벌여왔습니다.


이웃주민 :

임신 3개월 만에 유산했습니다.


하준수 기자 :

이번에 집단촌에서 화학약품이 무더기로 발견돼 의혹이 더 깊어졌는데도 아사하라 교주는 여전히 시치미를 업니다.


아사하라(오움교 교주) :

이들 약품은 농약이나 비료용으로 비축했던 것입니다.


하준수 기자 :

종말론을 신봉하는 밀교에 지식인까지 빠져드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문가들은 물질문명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상대적으로 빈곤해진 정신세계의 공허를 채우기 위한 욕구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만도 이런 신흥 종교법인이 18만여 개에 이릅니다.

일본에서는 지금 오움진리교가 지하철 독가스테러 사건을 배후 조종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대국과 치안 제일을 자부해온 일본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서 치유해야 될 또 하나의 후진성을 스스로 발견하게 됐습니다.

도쿄에서 KBS 뉴스, 하준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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