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규준’ 입수해 봤더니…‘합리적으로 알아서 해라?’

입력 2018.06.29 (06:41) 수정 2018.06.29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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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은행들의 '고무줄 이자' 적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수 차례 불거져 왔고, 금융 당국은 금리 산정 모범규준까지 만들어 대응해왔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또 벌어진 겁니다.

KBS가 이 기준을 입수해 들여다보니, 그럴만 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수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3년 전, SC제일은행은 일부 고객에게 이미 받은 대출 이자를 환급해줬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대출 이자 산정에 문제가 있다며 과도하게 받은 이자는 돌려주라고 한 것입니다.

[SC제일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저렇게 볼 수도 있는데 고객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차액 부분은 다 돌려드리자 이렇게 된 겁니다."]

5년 전에도 금감원은 17개 은행에 대해 부당하게 받은 대출이자 240억 원을 돌려주라고 했습니다.

금융 당국과 은행들이 쉬쉬해 왔을 뿐 이번 '금리 조작' 사태가 처음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렇다고 금리 산정에 아무런 기준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금융당국은 이미 6년 전 은행들과 함께 금리 산정 모범 규준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감사원이, 은행들이 3년간 1조 550여 억 원의 이자를 부당하게 받았다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그 모범 규준을 입수해 확인해 보니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대출 금리 산정 항목들에 대한 어떤 지침도 없이 '합리적으로 산정한다'고만 돼 있고, 시행일 또한,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무엇보다 구속력도 없었습니다.

[조남희/금융소비자원 대표 : "은행 내에 규정이라든지, 감독 규정, 더 나아가선 법까지 이렇게 부당하게 적용했을 때는 어떠한 처벌을 받는다 이런 내용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봅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TF를 만들어 내부 시스템을 개선하고, 제재 근거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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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리 규준’ 입수해 봤더니…‘합리적으로 알아서 해라?’
    • 입력 2018-06-29 06:44:04
    • 수정2018-06-29 09: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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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은행들의 '고무줄 이자' 적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수 차례 불거져 왔고, 금융 당국은 금리 산정 모범규준까지 만들어 대응해왔습니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또 벌어진 겁니다.

KBS가 이 기준을 입수해 들여다보니, 그럴만 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김수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3년 전, SC제일은행은 일부 고객에게 이미 받은 대출 이자를 환급해줬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대출 이자 산정에 문제가 있다며 과도하게 받은 이자는 돌려주라고 한 것입니다.

[SC제일은행 관계자/음성변조 : "이렇게 볼 수도 있고, 저렇게 볼 수도 있는데 고객한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하고 차액 부분은 다 돌려드리자 이렇게 된 겁니다."]

5년 전에도 금감원은 17개 은행에 대해 부당하게 받은 대출이자 240억 원을 돌려주라고 했습니다.

금융 당국과 은행들이 쉬쉬해 왔을 뿐 이번 '금리 조작' 사태가 처음이 아니었던 겁니다.

그렇다고 금리 산정에 아무런 기준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금융당국은 이미 6년 전 은행들과 함께 금리 산정 모범 규준을 만들었습니다.

당시 감사원이, 은행들이 3년간 1조 550여 억 원의 이자를 부당하게 받았다고 지적한 데 따른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취재진이 그 모범 규준을 입수해 확인해 보니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대출 금리 산정 항목들에 대한 어떤 지침도 없이 '합리적으로 산정한다'고만 돼 있고, 시행일 또한, 자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습니다.

무엇보다 구속력도 없었습니다.

[조남희/금융소비자원 대표 : "은행 내에 규정이라든지, 감독 규정, 더 나아가선 법까지 이렇게 부당하게 적용했을 때는 어떠한 처벌을 받는다 이런 내용들이 포함돼야 한다고 봅니다."]

금융당국은 뒤늦게 TF를 만들어 내부 시스템을 개선하고, 제재 근거 마련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김수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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