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에 못이겨…간호사 극단 선택 왜 반복되나?

입력 2019.01.16 (08:19) 수정 2019.01.1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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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여러분들은 혹시 병원 간호사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이 '태움'이라는 단어의 뜻을 아십니까?

태움은 원래 '불로 태운다' 이런 의미인데요.

병원에서는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재가 될때까지 심하게 괴롭히는 것을 말합니다.

듣기만 해도 무서운 이 비속어가 간호사들사이에서는 일상적인 용어가 됐다고 하는데요.

얼마나 괴롭힘이 심했으면 이 태움에 못 이겨 이달에만 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지난 5일 서울의료원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요.

유서에는 병원 사람들은 조문도 받지 말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주에는 전북 익산에서 간호조무사 실습생이 목숨을 끊었는데요,

너무 힘들었다는 유서를 남겼는데 동료 간호사의 이름을 적어서 괴롭힘, 이 태움 정황이 의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태움을 겪은 간호사가 한둘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해 현직 간호사를 상대로 한 실태 조사를 보면요.

괴롭힘을 당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40%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럼 누가 괴롭혔냐 물었더니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한 게 후배의 교육을 담당하는 선배 간호사로 30%나 됐고요.

동료 간호사가 27%, 간호부서장 등 상급자가 13%, 의사 8% 순이었습니다.

어떤 괴롭힘을 당했냐는 질문에는 고함을 치거나 폭언을 했다, 본인에 대한 험담이나 안좋은 소문을 냈다, 그리고 일과 관련해 비웃거나 굴욕감을 줬다는 응답들이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왜 간호사들 사이에서 이렇게 괴롭힘이 심한 걸까요?

간호사들은 의사와 함께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일을 하는 만큼 업무 스트레스가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신입 간호사를 교육하는 과정에서도 "네가 실수하면 환자를 죽일수도 있다." 이렇게 혹독하게 말을 한다고 합니다.

신입 간호사 입장에서는 이런 말들을 들으면 극단적인 공포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데요.

앞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두 간호사 역시 새로 일을 배우는 중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간호사들의 업무가 너무 과중하다는 겁니다.

인력이 부족하니까 후배 간호사를 더 채근하게 되고 행동이 느리면 닦아세우게 되는 건데요.

어제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이런 현장의 어려움을 얘기했던 최원영 간호사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최원영/서울대학교 병원 간호사 : "인건비를 아끼려고 필요한 인력보다 훨씬 적게 주니까. 예를 들면 중환자실은 선진국 같은 경우는 환자 1명씩 보거든요. 간호사가. 근데 저희는 2명, 3명, 4명 보기도 하고. 일을 2배, 3배 해야 되잖아요. 의료 수준은 선진국 수준인데 인력이 거기에 못 미치니까 일이 너무 바쁘고 힘든 거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규 간호사의 38%가 해마다 병원을 떠나고요.

간호 면허를 가진 37만 명 가운데 절반인 18만 명만이 의료현장에 남아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자 정부는 간호사 수를 대폭 확대하겠다면서 2022년까지 5만 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무조건 양적 확대를 할 게 아니라 기존 간호사들이 왜 병원을 떠나는지를 따져보고요.

간호사들이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일할수 있게 업무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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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움’에 못이겨…간호사 극단 선택 왜 반복되나?
    • 입력 2019-01-16 08:21:00
    • 수정2019-01-16 08:26:46
    아침뉴스타임
시청자 여러분들은 혹시 병원 간호사들 사이에서 사용하는 이 '태움'이라는 단어의 뜻을 아십니까?

태움은 원래 '불로 태운다' 이런 의미인데요.

병원에서는 선배 간호사가 후배 간호사를 재가 될때까지 심하게 괴롭히는 것을 말합니다.

듣기만 해도 무서운 이 비속어가 간호사들사이에서는 일상적인 용어가 됐다고 하는데요.

얼마나 괴롭힘이 심했으면 이 태움에 못 이겨 이달에만 2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지난 5일 서울의료원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요.

유서에는 병원 사람들은 조문도 받지 말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그런가 하면 지난주에는 전북 익산에서 간호조무사 실습생이 목숨을 끊었는데요,

너무 힘들었다는 유서를 남겼는데 동료 간호사의 이름을 적어서 괴롭힘, 이 태움 정황이 의심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태움을 겪은 간호사가 한둘이 아니라는 겁니다.

지난해 현직 간호사를 상대로 한 실태 조사를 보면요.

괴롭힘을 당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40%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그럼 누가 괴롭혔냐 물었더니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한 게 후배의 교육을 담당하는 선배 간호사로 30%나 됐고요.

동료 간호사가 27%, 간호부서장 등 상급자가 13%, 의사 8% 순이었습니다.

어떤 괴롭힘을 당했냐는 질문에는 고함을 치거나 폭언을 했다, 본인에 대한 험담이나 안좋은 소문을 냈다, 그리고 일과 관련해 비웃거나 굴욕감을 줬다는 응답들이 나왔습니다.

그렇다면 왜 간호사들 사이에서 이렇게 괴롭힘이 심한 걸까요?

간호사들은 의사와 함께 환자를 치료하고 돌보는 일을 하는 만큼 업무 스트레스가 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신입 간호사를 교육하는 과정에서도 "네가 실수하면 환자를 죽일수도 있다." 이렇게 혹독하게 말을 한다고 합니다.

신입 간호사 입장에서는 이런 말들을 들으면 극단적인 공포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데요.

앞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던 두 간호사 역시 새로 일을 배우는 중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또 다른 원인으로는 간호사들의 업무가 너무 과중하다는 겁니다.

인력이 부족하니까 후배 간호사를 더 채근하게 되고 행동이 느리면 닦아세우게 되는 건데요.

어제 KBS 9시 뉴스에 출연해 이런 현장의 어려움을 얘기했던 최원영 간호사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최원영/서울대학교 병원 간호사 : "인건비를 아끼려고 필요한 인력보다 훨씬 적게 주니까. 예를 들면 중환자실은 선진국 같은 경우는 환자 1명씩 보거든요. 간호사가. 근데 저희는 2명, 3명, 4명 보기도 하고. 일을 2배, 3배 해야 되잖아요. 의료 수준은 선진국 수준인데 인력이 거기에 못 미치니까 일이 너무 바쁘고 힘든 거죠."]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규 간호사의 38%가 해마다 병원을 떠나고요.

간호 면허를 가진 37만 명 가운데 절반인 18만 명만이 의료현장에 남아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자 정부는 간호사 수를 대폭 확대하겠다면서 2022년까지 5만 명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무조건 양적 확대를 할 게 아니라 기존 간호사들이 왜 병원을 떠나는지를 따져보고요.

간호사들이 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일할수 있게 업무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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