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평양 1호 치킨집, 다시 열고 싶어요”

입력 2019.02.16 (08:18) 수정 2019.02.1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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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여러분 혹시 북한에 치킨집이 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2007년, 국내의 한 프렌차이즈 사업가가 평양에 닭요리 전문점을 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흔치 않았던 남한식 닭요리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당시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악화로 사업이 중단된 후 약 10여년이 지나도록 북한 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데요.

평양 치킨집 1호점 이야기,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화창한 늦겨울 오후.

치킨 가게 부엌이 음식 준비로 분주합니다.

곧 특별한 손님이 이곳을 방문할 예정인데요.

[최원호/식당 운영 : "인터넷 방송에서 방송하러 오시는데 제가 평양에 가서 북한 요리를 개발한 게 있거든요. (그 음식을) 시식하면서 (인터넷) 방송하려고 오기로 돼있습니다."]

탈북민이 만드는 인터넷 방송에서 이 가게를 특별히 조명하기로 한 겁니다.

가게주인 최원호 씨의 남다른 이력 때문인데요.

최 씨는 2007년 평양에 최초의 남한식 닭요리 전문점을 열었던 주인공입니다.

[최성국/‘북튜브’ 진행자/탈북민 : "용기 있게, 새롭게 북한에 들어가서 현지에서 사업을 하셨잖아요,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나도 할 수 있는지 이런 여부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답을 주고 싶은 그런 생각도 있었어요. 그래서 특별히 선정하게 됐습니다."]

["반갑습니다. 닭에 미쳐서 이름도 닭으로 (한자를) 바꾸고 27년째 닭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평양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담담하게 털어놓기 시작하는 최원호 씨.

["미국서 (닭을) 수입해오던 걸 평양 가서 수입하면 조선도 같이 살고 달러가 북한으로 가니까 같이 남북이 어우러지지 않을까 그런 뜻에서 평양으로 닭고기 수입을 하러, 시장 조사하러 평양을 들어갔어요. 처음에."]

최 씨가 사업을 처음 구상한 건 지난 2005년.

북쪽의 닭을 수입만 하려고 평양을 찾았다가 아예 북쪽 닭을 쓴 남쪽 요리를 만들어 팔아보면 어떨까 싶어 요리점을 내기로 했습니다.

북쪽에는 없는 독특한 맛을 시도했는데요.

인터넷 방송 진행자에게도 한 번 권해봅니다.

["담백한 단맛 있잖아요. 그런 단맛이 나고 고기가 되게 쫄깃쫄깃해."]

북한 무역회사와 합작해 2007년 평양의 고급 주택단지 북새거리에 첫 한국식 닭요리 식당을 개업했던 최원호 씨.

닭 다리 구이와 양념 닭튀김 등 북에서는 생소한 남쪽 요리들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가격은 달러로 받소? 유로로 받소?"]

[양금주/직원 : "달러로 받습니다. 달러로 받고 손님들이 이렇게 손님들이 다섯 명씩 오실 때도 있고 두 명씩 오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두 명에게 나누어 받는단 말입니다."]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북쪽 여직원.

남쪽에서 고급 TV와 에어컨까지 들여와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꽤 높은 가격에도 한 달 매출이 우리 돈 3천만 원에 이를 정도로 가게는 성황이었습니다.

[최원호/식당 운영 : "평양에는 치킨집이라는 전문점이 전혀 없던 상황에서 그런 새로운 게 들어오니까 굉장히 호기심도 있고 반응은 획기적이었죠. 완전히 대박이었어요. 진짜 줄 서서 먹고 닭이 없어서 못 팔정도로 대단히 성황리에 잘 되고 있었죠. 엄청 잘됐어요."]

당시 최 씨의 가게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메뉴는 칠향계.

미나리와 생강, 계피 등 7가지 재료로 향을 낸 평양 칠향 찜닭 맛에 남한 안동 찜닭의 진한 맛을 더해 남북 요리를 결합한 새로운 메뉴를 만들었던 건데요.

저녁 손님으로 북적이는 가게.

남쪽에서도 이 칠향계는 단골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갖가지 채소와 소스를 넣고 끓인 맛이 남북 모두의 입맛에 잘 맞나봅니다.

[이하마/손님 : "이북음식이라 그래서 이걸 먹는데 우리 남북한이 꼭 하나가 되는 그런 느낌으로 아주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정동권/주민 : "(이 음식을) 먼저 평양에서 먹었다는 게 약간 좀 화가 나려고 그래요. 우리가 먼저 먹어야 되는데. 그쪽(북한)에서 맛을 들여서 왔으니까. 근데 그쪽(북한)에서도 참 맛있게 먹었을 것 같아. 진짜 맛있네요."]

평양 치킨집 1호점, 12년 전 일이지만 최원호 씨에게는 아직도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기만 한데요.

지금은 갈 수 없는 북녘이지만 언젠가 남북이 하나가 될 거라는 믿음은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2호점을 낼 계획을 세울 정도로 번창했던 평양 1호 남쪽식 닭요리 집.

하지만 최 씨가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게 된 것도 벌써 10년 가까이 됐습니다.

2008년부터 남북 관계가 악화되며 점차 어려워지기 시작했던 사업은 2010년 5.24 대북 제재 조치로 완전히 막혔습니다.

[최원호/식당 운영 : "아파트 담보 넣고 건물 담보 넣고 대출 빼가지고 투자를 해놨는데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나서 5.24(대북 제재) 조치라는 게 시작되면서 모든 교역을 지금까지 딱 막고 있었어요."]

북한 측이 단독으로 아직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기울어진 사업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최 씨 부부는 최근 해빙을 맞고 있는 남북 관계에 다시 희망을 걸어봅니다.

[김귀남/아내 : "항상 평양에 갈 때 희망차게 갔고 잘 될 거라는 생각만 했지 안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걸 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죠."]

[최원호/식당 운영 : "결국은 꽃을 피워야 하잖아. 여기서 멈춰선 안 되잖아.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줘. 그러면 내가 더 이상 실망 시키거나 그러지 않을 거야."]

오랜 남북 관계 경색으로 요리로 남북을 잇는 사업을 하겠다는 꿈도 접어야 했던 원호 씨.

하지만 최 씨는 아직도 평양에서 다시 사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원호/식당 운영 : "자유롭게 저는 평양 사람이 서울 와서 닭 먹고, 서울 사람이 평양 가서 닭 먹고.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면서 마음이 열리는 그러한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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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평양 1호 치킨집, 다시 열고 싶어요”
    • 입력 2019-02-16 08:19:40
    • 수정2019-02-16 09:55:51
    남북의 창
[앵커]

여러분 혹시 북한에 치킨집이 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나요?

2007년, 국내의 한 프렌차이즈 사업가가 평양에 닭요리 전문점을 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흔치 않았던 남한식 닭요리를 선보여 큰 인기를 끌었는데요.

당시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악화로 사업이 중단된 후 약 10여년이 지나도록 북한 땅을 밟지 못하고 있는데요.

평양 치킨집 1호점 이야기, 정은지 리포터와 함께 만나보시죠.

[리포트]

화창한 늦겨울 오후.

치킨 가게 부엌이 음식 준비로 분주합니다.

곧 특별한 손님이 이곳을 방문할 예정인데요.

[최원호/식당 운영 : "인터넷 방송에서 방송하러 오시는데 제가 평양에 가서 북한 요리를 개발한 게 있거든요. (그 음식을) 시식하면서 (인터넷) 방송하려고 오기로 돼있습니다."]

탈북민이 만드는 인터넷 방송에서 이 가게를 특별히 조명하기로 한 겁니다.

가게주인 최원호 씨의 남다른 이력 때문인데요.

최 씨는 2007년 평양에 최초의 남한식 닭요리 전문점을 열었던 주인공입니다.

[최성국/‘북튜브’ 진행자/탈북민 : "용기 있게, 새롭게 북한에 들어가서 현지에서 사업을 하셨잖아요,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지 나도 할 수 있는지 이런 여부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에게 답을 주고 싶은 그런 생각도 있었어요. 그래서 특별히 선정하게 됐습니다."]

["반갑습니다. 닭에 미쳐서 이름도 닭으로 (한자를) 바꾸고 27년째 닭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평양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를 담담하게 털어놓기 시작하는 최원호 씨.

["미국서 (닭을) 수입해오던 걸 평양 가서 수입하면 조선도 같이 살고 달러가 북한으로 가니까 같이 남북이 어우러지지 않을까 그런 뜻에서 평양으로 닭고기 수입을 하러, 시장 조사하러 평양을 들어갔어요. 처음에."]

최 씨가 사업을 처음 구상한 건 지난 2005년.

북쪽의 닭을 수입만 하려고 평양을 찾았다가 아예 북쪽 닭을 쓴 남쪽 요리를 만들어 팔아보면 어떨까 싶어 요리점을 내기로 했습니다.

북쪽에는 없는 독특한 맛을 시도했는데요.

인터넷 방송 진행자에게도 한 번 권해봅니다.

["담백한 단맛 있잖아요. 그런 단맛이 나고 고기가 되게 쫄깃쫄깃해."]

북한 무역회사와 합작해 2007년 평양의 고급 주택단지 북새거리에 첫 한국식 닭요리 식당을 개업했던 최원호 씨.

닭 다리 구이와 양념 닭튀김 등 북에서는 생소한 남쪽 요리들을 팔기 시작했습니다.

["여기 가격은 달러로 받소? 유로로 받소?"]

[양금주/직원 : "달러로 받습니다. 달러로 받고 손님들이 이렇게 손님들이 다섯 명씩 오실 때도 있고 두 명씩 오실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는 두 명에게 나누어 받는단 말입니다."]

깔끔한 유니폼을 입은 북쪽 여직원.

남쪽에서 고급 TV와 에어컨까지 들여와 인테리어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꽤 높은 가격에도 한 달 매출이 우리 돈 3천만 원에 이를 정도로 가게는 성황이었습니다.

[최원호/식당 운영 : "평양에는 치킨집이라는 전문점이 전혀 없던 상황에서 그런 새로운 게 들어오니까 굉장히 호기심도 있고 반응은 획기적이었죠. 완전히 대박이었어요. 진짜 줄 서서 먹고 닭이 없어서 못 팔정도로 대단히 성황리에 잘 되고 있었죠. 엄청 잘됐어요."]

당시 최 씨의 가게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메뉴는 칠향계.

미나리와 생강, 계피 등 7가지 재료로 향을 낸 평양 칠향 찜닭 맛에 남한 안동 찜닭의 진한 맛을 더해 남북 요리를 결합한 새로운 메뉴를 만들었던 건데요.

저녁 손님으로 북적이는 가게.

남쪽에서도 이 칠향계는 단골 손님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입니다.

갖가지 채소와 소스를 넣고 끓인 맛이 남북 모두의 입맛에 잘 맞나봅니다.

[이하마/손님 : "이북음식이라 그래서 이걸 먹는데 우리 남북한이 꼭 하나가 되는 그런 느낌으로 아주 맛있게 먹고 있습니다."]

[정동권/주민 : "(이 음식을) 먼저 평양에서 먹었다는 게 약간 좀 화가 나려고 그래요. 우리가 먼저 먹어야 되는데. 그쪽(북한)에서 맛을 들여서 왔으니까. 근데 그쪽(북한)에서도 참 맛있게 먹었을 것 같아. 진짜 맛있네요."]

평양 치킨집 1호점, 12년 전 일이지만 최원호 씨에게는 아직도 엊그제 일처럼 생생하기만 한데요.

지금은 갈 수 없는 북녘이지만 언젠가 남북이 하나가 될 거라는 믿음은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2호점을 낼 계획을 세울 정도로 번창했던 평양 1호 남쪽식 닭요리 집.

하지만 최 씨가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게 된 것도 벌써 10년 가까이 됐습니다.

2008년부터 남북 관계가 악화되며 점차 어려워지기 시작했던 사업은 2010년 5.24 대북 제재 조치로 완전히 막혔습니다.

[최원호/식당 운영 : "아파트 담보 넣고 건물 담보 넣고 대출 빼가지고 투자를 해놨는데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나서 5.24(대북 제재) 조치라는 게 시작되면서 모든 교역을 지금까지 딱 막고 있었어요."]

북한 측이 단독으로 아직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기울어진 사업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던 최 씨 부부는 최근 해빙을 맞고 있는 남북 관계에 다시 희망을 걸어봅니다.

[김귀남/아내 : "항상 평양에 갈 때 희망차게 갔고 잘 될 거라는 생각만 했지 안 될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걸 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죠."]

[최원호/식당 운영 : "결국은 꽃을 피워야 하잖아. 여기서 멈춰선 안 되잖아.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줘. 그러면 내가 더 이상 실망 시키거나 그러지 않을 거야."]

오랜 남북 관계 경색으로 요리로 남북을 잇는 사업을 하겠다는 꿈도 접어야 했던 원호 씨.

하지만 최 씨는 아직도 평양에서 다시 사업을 재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최원호/식당 운영 : "자유롭게 저는 평양 사람이 서울 와서 닭 먹고, 서울 사람이 평양 가서 닭 먹고. 민간인들이 자유롭게 교류하면서 마음이 열리는 그러한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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