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24 오늘의 픽] ‘예멘, 끝 모를 비극’

입력 2019.03.26 (20:37) 수정 2019.03.2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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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송영석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어린 아이 사진 같은데요,

아! 갈비뼈가 다 보이네요!

[기자]

네,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7살 예멘 소녀 아말 후세인인데요.

갈비뼈가 앙상하게 다 드러나 보일 정도였고, 무기력한 나머지 표정이 없었습니다.

내전으로 고통받는 예멘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준 후세인은 이 사진이 공개된지 한달도 안돼 숨을 거뒀습니다.

오늘 키워드, '예멘, 끝 모를 비극' 입니다.

예멘 내전이 발발한지 오늘로 딱 4주년이 되는데요.

지난해 12월, 예멘 정부와 반군이 유엔의 중재 아래 휴전과 동시에 철군하기로 전격적으로 합의했습니다만, 합의가 유야무야 되는 분위깁니다.

예멘 내전은 일반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와, 이란과 연계된 반군이 싸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훨씬 더 복잡한 구도로 전개돼왔습니다.

유엔 차원에서 내전 종식을 위해 나섰지만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이윱니다.

[앵커]

그렇군요.

난민 문제가 불거지면서 예멘 사태,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복잡한 내부 상황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기자]

네, 2011년 아랍의 봄 기억하시죠.

중동의 독재 국가들이 하나둘씩 무너졌는데, 예멘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1994년부터 장기 집권해온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2013년 권좌에서 물러나고 선거를 통해 하디 대통령이 집권했는데요,

하디 정권에 반대한 후티 세력이 반군이 되면서 내전이 발발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말 그대로 내전이었는데요.

그런데 이후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아랍 동맹군이 개입하면서 중동 지역전으로 번졌습니다.

이슬람 국가들의 종파 분포돈데요.

이슬람교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정부군을, 시아파 종주국을 자처하는 이란은 후티 반군을 지원하면서, 예멘 내전은 수니파 국가들과 시아파 국가들 간 대리전으로 흘러왔습니다.

하지만, 사우디를 등에 엎은 정부군 대 이란을 등에 엎은 반군...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반 후티전선만 봐도 기존 정부군은 하디 정권에 대한 충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져있고요,

후티 반군에서 떨어져 나온 세력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이렇게 예닐곱 개가 넘는 다양한 세력이 섞여 있다보니까 자기들끼리 무장 충돌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앵커]

예멘 내전이 왜 이렇게 길어졌고, 휴전도 쉽지 않은 건지 이해가 되네요.

그런데 강대국들의 중재는 없었나요?

[기자]

네, 예멘이라는 나라 자체가 강대국들이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없습니다.

중동이지만 일단 주변 산유국들과 달리 자원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주변국들까지 개입해 싸우고 있는 건 앞서 말씀드린대로 그저 지역 패권 싸움일 뿐입니다.

석유가 걸려있지 않은 싸움이다보니 미국이나 영국 같은 강대국들도 예멘 사태엔 미온적이었습니다.

예멘 정부군을 돕는 사우디는 아시다시피 중동에서 미국의 든든한 우군이죠,

미국과 핵 문제로 싸우고 있는 이란을 상대로 사우디가 전쟁을 해주니 굳이 막을 이유도 없는 겁니다.

나아가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 동맹군에 미국산 무기가 쓰이는 등 서방국가들의 무기 세일즈도 꾸준히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지난해 어린이 수십 명을 죽게 한 통학버스 공습에 쓰인 무기도 미국산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예멘 내전의 상황을 바꾸게 된 사건이 터졌습니다.

[앵커]

어떤 사건이죠?

[기자]

지난해 10월 발생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이었습니다.

[앵커]

언론인 피살 사건이 예멘 내전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기자]

카슈끄지는 암살되기 전 사우디 왕실을 비판했었죠,

이런 그를 암살한 배후로 지목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국방장관도 겸임하고 있는데요.

이 점을 고려해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 중단을 압박하는 움직임에도 탄력이 붙었습니다.

미국 상원은 최근, 사우디 주도 예멘 내전에 대한 미군 개입을 중단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따른 대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요.

[버니 샌더스/미국 상원의원 : "(카슈끄지 암살 사건은) 단순히 기자 한 명을 살해한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8만 5천 명 아이들의 굶주림과 수백만 명의 굶주림과 연결된 사건입니다. 그런 일에 미국이 개입해야겠습니까?"]

[앵커]

미국 행정부의 입장은 어땠나요?

[기자]

네, 안그래도 국제적으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을 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 비판을 많이 받았죠.

카슈끄지 사건을 고리로 의회가 예멘 내전 개입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자 백악관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반발했습니다.

결의안에선 '미군 개입'을 중단하라고 돼있지만 사실상 이건 미국의 지원을 받는 '사우디의 개입 중단'을 의미하거든요.

핵 협상 탈퇴 이후 이란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 정부로선 사우디가 이란에 맞서 한참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발을 빼기가 어려운 거죠.

의회와 달리, 행정부는 카슈끄지 사건을 국제정치의 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예멘 내전에 유엔도 중재에 나섰습니다만, 미국까지 포함된 국제적인 대립구도가 바뀌지 않는한 내전 상황이 종식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미 전 국토가 초토화됐고, 만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어린이만 매달 37명씩 사망한 걸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마실 물도 없어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창궐하고 5살 미만 어린이 2백만 명을 포함해 320만 명이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나라.

오랜 독재 정치에 이은 끔찍한 내전 속에 예멘 국민들은 조국을 등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들어가 예멘의 참상은 4년이 지난 지금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미로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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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24 오늘의 픽] ‘예멘, 끝 모를 비극’
    • 입력 2019-03-26 20:49:00
    • 수정2019-03-26 20:5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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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인의 관심사를 키워드로 살펴보는 '오늘의 픽' 시간입니다.

국제부, 송영석 기자와 함께 합니다.

오늘은 어린 아이 사진 같은데요,

아! 갈비뼈가 다 보이네요!

[기자]

네, 지난해 10월 뉴욕타임스가 공개한 7살 예멘 소녀 아말 후세인인데요.

갈비뼈가 앙상하게 다 드러나 보일 정도였고, 무기력한 나머지 표정이 없었습니다.

내전으로 고통받는 예멘의 비참한 현실을 보여준 후세인은 이 사진이 공개된지 한달도 안돼 숨을 거뒀습니다.

오늘 키워드, '예멘, 끝 모를 비극' 입니다.

예멘 내전이 발발한지 오늘로 딱 4주년이 되는데요.

지난해 12월, 예멘 정부와 반군이 유엔의 중재 아래 휴전과 동시에 철군하기로 전격적으로 합의했습니다만, 합의가 유야무야 되는 분위깁니다.

예멘 내전은 일반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가 지원하는 예멘 정부와, 이란과 연계된 반군이 싸우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훨씬 더 복잡한 구도로 전개돼왔습니다.

유엔 차원에서 내전 종식을 위해 나섰지만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이윱니다.

[앵커]

그렇군요.

난민 문제가 불거지면서 예멘 사태, 우리나라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복잡한 내부 상황을 좀 살펴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기자]

네, 2011년 아랍의 봄 기억하시죠.

중동의 독재 국가들이 하나둘씩 무너졌는데, 예멘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1994년부터 장기 집권해온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2013년 권좌에서 물러나고 선거를 통해 하디 대통령이 집권했는데요,

하디 정권에 반대한 후티 세력이 반군이 되면서 내전이 발발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말 그대로 내전이었는데요.

그런데 이후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끄는 아랍 동맹군이 개입하면서 중동 지역전으로 번졌습니다.

이슬람 국가들의 종파 분포돈데요.

이슬람교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는 정부군을, 시아파 종주국을 자처하는 이란은 후티 반군을 지원하면서, 예멘 내전은 수니파 국가들과 시아파 국가들 간 대리전으로 흘러왔습니다.

하지만, 사우디를 등에 엎은 정부군 대 이란을 등에 엎은 반군...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반 후티전선만 봐도 기존 정부군은 하디 정권에 대한 충성파와 반대파로 나뉘어져있고요,

후티 반군에서 떨어져 나온 세력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이렇게 예닐곱 개가 넘는 다양한 세력이 섞여 있다보니까 자기들끼리 무장 충돌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앵커]

예멘 내전이 왜 이렇게 길어졌고, 휴전도 쉽지 않은 건지 이해가 되네요.

그런데 강대국들의 중재는 없었나요?

[기자]

네, 예멘이라는 나라 자체가 강대국들이 관심을 끌만한 요소가 없습니다.

중동이지만 일단 주변 산유국들과 달리 자원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주변국들까지 개입해 싸우고 있는 건 앞서 말씀드린대로 그저 지역 패권 싸움일 뿐입니다.

석유가 걸려있지 않은 싸움이다보니 미국이나 영국 같은 강대국들도 예멘 사태엔 미온적이었습니다.

예멘 정부군을 돕는 사우디는 아시다시피 중동에서 미국의 든든한 우군이죠,

미국과 핵 문제로 싸우고 있는 이란을 상대로 사우디가 전쟁을 해주니 굳이 막을 이유도 없는 겁니다.

나아가 사우디가 주도하는 아랍 동맹군에 미국산 무기가 쓰이는 등 서방국가들의 무기 세일즈도 꾸준히 도마 위에 올랐는데요,

지난해 어린이 수십 명을 죽게 한 통학버스 공습에 쓰인 무기도 미국산으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예멘 내전의 상황을 바꾸게 된 사건이 터졌습니다.

[앵커]

어떤 사건이죠?

[기자]

지난해 10월 발생한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이었습니다.

[앵커]

언론인 피살 사건이 예멘 내전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기자]

카슈끄지는 암살되기 전 사우디 왕실을 비판했었죠,

이런 그를 암살한 배후로 지목된 빈 살만 왕세자는 사우디의 국방장관도 겸임하고 있는데요.

이 점을 고려해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계기로 사우디의 예멘 내전 개입 중단을 압박하는 움직임에도 탄력이 붙었습니다.

미국 상원은 최근, 사우디 주도 예멘 내전에 대한 미군 개입을 중단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따른 대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요.

[버니 샌더스/미국 상원의원 : "(카슈끄지 암살 사건은) 단순히 기자 한 명을 살해한 사건이 아닙니다. 그것은 8만 5천 명 아이들의 굶주림과 수백만 명의 굶주림과 연결된 사건입니다. 그런 일에 미국이 개입해야겠습니까?"]

[앵커]

미국 행정부의 입장은 어땠나요?

[기자]

네, 안그래도 국제적으로 빈 살만 왕세자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을 때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 비판을 많이 받았죠.

카슈끄지 사건을 고리로 의회가 예멘 내전 개입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자 백악관은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반발했습니다.

결의안에선 '미군 개입'을 중단하라고 돼있지만 사실상 이건 미국의 지원을 받는 '사우디의 개입 중단'을 의미하거든요.

핵 협상 탈퇴 이후 이란을 압박하고 있는 미국 정부로선 사우디가 이란에 맞서 한참 싸우고 있는 상황에서 발을 빼기가 어려운 거죠.

의회와 달리, 행정부는 카슈끄지 사건을 국제정치의 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예멘 내전에 유엔도 중재에 나섰습니다만, 미국까지 포함된 국제적인 대립구도가 바뀌지 않는한 내전 상황이 종식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이미 전 국토가 초토화됐고, 만명 이상이 숨졌습니다.

어린이만 매달 37명씩 사망한 걸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마실 물도 없어 콜레라 같은 전염병이 창궐하고 5살 미만 어린이 2백만 명을 포함해 320만 명이 영양실조로 고통받는 나라.

오랜 독재 정치에 이은 끔찍한 내전 속에 예멘 국민들은 조국을 등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이해관계까지 얽혀 들어가 예멘의 참상은 4년이 지난 지금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미로 속을 헤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오늘의 픽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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