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후쿠시마산 ‘안전’하다는 日…실상은?

입력 2019.04.24 (18:07) 수정 2019.04.24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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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답변]

올해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꼬박 8년이 되는 해입니다.

당시 희생된 사람들만 만 5천여 명.

특히,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물질이 대거 유출되면서 피해가 더 컸죠.

문제는 시간이 꽤 흘렀지만 피해 복구 수준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겁니다.

그중에서도 먹거리 안전은 여전히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후쿠시마 현의 한 어시장입니다.

다양한 수산물을 팔고 있지만, 후쿠시마산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형 할인점도 상황은 마찬가집니다.

[마트 관계자/음성변조 : "전부 홋카이도나 미에현 것만 있습니다."]

일본 소비자들도 후쿠시마산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일본 소비자청이 최근 성인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구매한 비율은 18.3%로 집계됐고, 전혀 사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들은 22.6%였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는데요.

응답자 절반가량이 후쿠시마산에 대해 방사능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앵커]

일본 소비자들이 후쿠시마산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건데, 원인은 역시 방사능 오염 우려 때문이죠?

[답변]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가 그동안 녹아버린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하루 70톤가량의 물을 쏟아부었는데요.

방사능 유출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습니다.

이곳은 후쿠시마 제1 원전, 다이치 발전소입니다.

커다란 물탱크들이 눈에 띄는데요.

사고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여기에 넣어 보관하고 있는 건데, 그 양이 110만 톤에 달합니다.

[오가와 토모히로/후쿠시마 다이치 원자력발전소 관계자 : "오염수는 매주 탱크가 가득 찰 정도로 발생합니다."]

그런데 최근 조사 결과, 이 오염수 84%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능이 검출됐습니다.

[앵커]

문제는, 이 오염수가 지하로 스며들고 있고, 결국엔 바다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일 텐데요?

[답변]

맞습니다.

도쿄 전력이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해 원전 주변에 얼음벽까지 세웠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올 초 NHK가 해당 저장탱크에서 지난 2년간 3백 톤가량이 누수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정화해 바다로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인근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고바야시 유이치로/후쿠시마 주민 : "(오염수를 방출하게 되면) 바다 역시 피해를 보게 됩니다. 다음 세대인 우리 아이들은 더는 바다를 가까이하게 되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현지는 방사능 오염이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여전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후쿠시마에서 국제 권고치에 최대 100배에 달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얀 반데 푸트/그린피스 원전 전문가 : "방사능 수치가 굉장히 높습니다. 이 주변 지역은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이대로 둬서는 안 됩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에서도 지난해 방사성 물질, 세슘이 검출된 사례가 45건 보고됐고요.

올 초에도 일부 어종에서 세슘이 나왔습니다.

[앵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아요.

후쿠시마산 수산물 믿고 먹어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현 연안에서 거의 매일 세슘 검출량을 조사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는데, 검출한계 미만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연일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이 안전하다며 홍보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에는 후쿠시마 제1 원전을 찾았는데, 양복 차림에 마스크도 쓰지 않았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인근에서 생산된 쌀로 만든 주먹밥도 먹었다고 전했습니다.

[아베/일본 총리/지난 16일 : "저는 매일 후쿠시마산 쌀과 물을 먹고 있습니다. 덕분에 자민당 총재 3선을 했기 때문에, 안전성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현의 한 마을에서 도쿄 올림픽 성화 봉송을 시작할 계획인데요.

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식자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미국 등 20여 개국에서 후쿠시마산 수입을 불허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그 이유를 모를 리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계속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뭘까요?

[답변]

외신들은 일본 내부의 정치적 문제가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세계무역기구 WTO가, 일본 정부가 제소한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최종적으로 우리나라의 손을 들어줬죠.

이에 후쿠시마 일부 주민들은 패소의 원인을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타카하시/후쿠시마 어민 : "정말 화가 납니다. 정부는 우리 지역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해 홍보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번 보궐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단 1석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올여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번 패소가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5일 중국에 후쿠시마산 수입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우리 정부에도 같은 요구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 소식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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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경제] 후쿠시마산 ‘안전’하다는 日…실상은?
    • 입력 2019-04-24 18:13:10
    • 수정2019-04-24 18: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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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세계 움직임 알아보는 시간이죠.

<글로벌 경제> 조항리 아나운서와 함께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오늘 준비한 소식은요?

[답변]

올해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지 꼬박 8년이 되는 해입니다.

당시 희생된 사람들만 만 5천여 명.

특히,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물질이 대거 유출되면서 피해가 더 컸죠.

문제는 시간이 꽤 흘렀지만 피해 복구 수준이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겁니다.

그중에서도 먹거리 안전은 여전히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

후쿠시마 현의 한 어시장입니다.

다양한 수산물을 팔고 있지만, 후쿠시마산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대형 할인점도 상황은 마찬가집니다.

[마트 관계자/음성변조 : "전부 홋카이도나 미에현 것만 있습니다."]

일본 소비자들도 후쿠시마산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일본 소비자청이 최근 성인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구매한 비율은 18.3%로 집계됐고, 전혀 사지 않는다고 답한 사람들은 22.6%였습니다.

이번 조사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는데요.

응답자 절반가량이 후쿠시마산에 대해 방사능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앵커]

일본 소비자들이 후쿠시마산에 대한 불신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건데, 원인은 역시 방사능 오염 우려 때문이죠?

[답변]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가 그동안 녹아버린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하루 70톤가량의 물을 쏟아부었는데요.

방사능 유출을 막을 수는 없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습니다.

이곳은 후쿠시마 제1 원전, 다이치 발전소입니다.

커다란 물탱크들이 눈에 띄는데요.

사고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오염수를 여기에 넣어 보관하고 있는 건데, 그 양이 110만 톤에 달합니다.

[오가와 토모히로/후쿠시마 다이치 원자력발전소 관계자 : "오염수는 매주 탱크가 가득 찰 정도로 발생합니다."]

그런데 최근 조사 결과, 이 오염수 84%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능이 검출됐습니다.

[앵커]

문제는, 이 오염수가 지하로 스며들고 있고, 결국엔 바다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일 텐데요?

[답변]

맞습니다.

도쿄 전력이 지하수 유입을 막기 위해 원전 주변에 얼음벽까지 세웠지만,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올 초 NHK가 해당 저장탱크에서 지난 2년간 3백 톤가량이 누수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정화해 바다로 방류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요.

인근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고바야시 유이치로/후쿠시마 주민 : "(오염수를 방출하게 되면) 바다 역시 피해를 보게 됩니다. 다음 세대인 우리 아이들은 더는 바다를 가까이하게 되지 못하게 될 수 있습니다."]

후쿠시마 현지는 방사능 오염이 건강을 위협할 정도로 여전히 심각한 상황입니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후쿠시마에서 국제 권고치에 최대 100배에 달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얀 반데 푸트/그린피스 원전 전문가 : "방사능 수치가 굉장히 높습니다. 이 주변 지역은 매우 위험한 상황으로 이대로 둬서는 안 됩니다."]

후쿠시마산 수산물에서도 지난해 방사성 물질, 세슘이 검출된 사례가 45건 보고됐고요.

올 초에도 일부 어종에서 세슘이 나왔습니다.

[앵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아요.

후쿠시마산 수산물 믿고 먹어도 된다고 주장하고 있죠?

[답변]

그렇습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현 연안에서 거의 매일 세슘 검출량을 조사해 일반에 공개하고 있는데, 검출한계 미만으로 표시돼 있습니다.

아베 총리는 연일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이 안전하다며 홍보하고 있습니다.

지난 14일에는 후쿠시마 제1 원전을 찾았는데, 양복 차림에 마스크도 쓰지 않았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아베 총리가 인근에서 생산된 쌀로 만든 주먹밥도 먹었다고 전했습니다.

[아베/일본 총리/지난 16일 : "저는 매일 후쿠시마산 쌀과 물을 먹고 있습니다. 덕분에 자민당 총재 3선을 했기 때문에, 안전성은 보장할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현의 한 마을에서 도쿄 올림픽 성화 봉송을 시작할 계획인데요.

해당 지역에서 생산한 식자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앵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미국 등 20여 개국에서 후쿠시마산 수입을 불허하고 있는데, 일본 정부가 그 이유를 모를 리 없을 것 같아요.

그런데 계속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뭘까요?

[답변]

외신들은 일본 내부의 정치적 문제가 밑바탕에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세계무역기구 WTO가, 일본 정부가 제소한 우리 정부의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에 대해 최종적으로 우리나라의 손을 들어줬죠.

이에 후쿠시마 일부 주민들은 패소의 원인을 정부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타카하시/후쿠시마 어민 : "정말 화가 납니다. 정부는 우리 지역 수산물의 안전성에 대해 홍보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번 보궐선거에서 아베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단 1석도 챙기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올여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이번 패소가 만만치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5일 중국에 후쿠시마산 수입 규제를 풀어 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우리 정부에도 같은 요구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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