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따라잡기] ‘로또 1등’ 인생 역전?…피하지 못한 감옥행

입력 2019.06.19 (08:33) 수정 2019.06.1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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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은 로또 얘깁니다.

지난해 판매액이 4조원 가까이돼 역대 최고라고 하죠.

하루 평균 백억 원어치가 넘는 로또가 팔리지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백만분의 1로 일생에 한번 만나기 힘든 기회죠.

자, 로또 1등에 당첨된 뒤 10여년 넘게 뉴스에 오르내린 한 남성이 있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부산의 한 주점.

한 남성이 들어오더니 가게 종업원을 데리고 나가는데요.

잠시 뒤 이 남성은 사라지고, 경찰엔 신고 전화가 접수됩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금품을 빼앗겼다. 범인이 지금 도망가고 있다. 그렇게 신고가 들어왔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가게에 들어왔던 남성은 다짜고짜 가게 주인과의 친분을 과시했다는데요.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근처 오락실 사장인데 너희 사장을 잘 안다. 오늘 저녁에 30명 정도 데리고 와서 회식할 건데 미리 계약금으로 내가 돈을 줄 텐데, 일단 사장하고 통화를 해봐라."]

그렇게, 전화 통화를 하더니 계약금을 주겠다며 종업원을 데리고 나갔다는데요.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어느 건물 입구에 들어가서 저기 4층에 가면 우리 형님들이 계약금을 줄 거니까 너는 가서 계약금을 받아와라."]

그렇게, 종업원이 계약금을 받으러 가려하자 선금만 받고 도망갈 수 있다면서 차고 있던 금목걸이와 금팔찌를 담보로 받아챙긴 뒤 택시를 잡아타고 그대로 달아난 겁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택시를 타고 부산의 금은방이 밀집된 지역으로 이동한 다음에 귀금속을 처분했죠."]

금품을 처분하면서 남겨놓은 인적사항은 가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슷한 피해를 본 사람이 또 있었습니다.

주점을 운영하는 A씨에게도 한 남자 손님이 찾아왔다는데요.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자신을 알지 이러면서 저번에 형이랑 같이 자리했잖아. 우리 가게에 왔었다면서 네가 사장이잖아 하니까. (내가) 이 사람을 알고 있구나(하고) 진짜 현혹될 정도로…."]

단체손님이 올 거라며 선금을 약속한 남자는 가게에서 멀지 않은 빌딩으로 A씨를 데려갔다는데요.

[A 씨/피해자/음성변조 : "건물 앞에서 저기 가면 형네 가게니까 돈 6백만 원 줄 거니까 돈을 가져와라. 근데 일단 네 팔찌를 나한테 맡기고 가라. 차고 있던 팔찌는 350만 원 가량하는 금팔찌였죠."]

하지만 사무실을 찾아가자마자 속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는데요.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철창에 문이 잠겨있고,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없더라고요."]

이 남자는 사라진 뒤였습니다.

이렇게 이 범인은 부산과 대구의 식당 등 10여 곳에서 3천6백만 원 어치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의심을 하는 식당에는 조폭 행세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의문점을 가지고 물어볼 경우에는 사장하고 친분을 내세우거나 혹은 '내가 어디 폭력조직의 누군데 너 가면 우리 형님들 다 있으니까 안심하고 맡기고 가라.' (조폭) 행세를 한 거죠."]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곧바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택시를 타고 도주하면서 범인이 남긴 말이 단서가 됐습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범인이 택시기사한테 내가 로또 1등 당첨된 적이 있다. 로또에 대해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로또 이야기를 계속하더라 이거죠."]

로또 1등에 당첨된 적이 있었다는 이 말.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금은방 장부에 적힌 지인의 이름하고 연락처를 파악해서 수소문해보니까. 예전에 (주변) 사람이 로또에 당첨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본인의 영웅담에 결국 덜미가 잡힌 피의자는 30대 황 모 씨.

실제로 13년 전에 로또 1등에 당첨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1등 당첨금은 19억 원 정도로, 세금을 제하고도 14억 정도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황 씨는 로또 1등에 당첨됐을 당시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폭행하고 현금을 빼앗은 강도상해 혐의로 수배 중이었습니다.

당시에도 뉴스가 됐는데요,

한번 보시죠.

[피해 PC방 주인/2006년 당시/음성변조 : "제가 돈을 빌려갔다면서…. (아르바이트) 학생이 저한테 전화한다고 하니까 전화를 못하게 막으면서 위협을 조금 가한 뒤에…."]

로또 당첨금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벌금형을 받고 풀려났지만, 다시 2년 뒤에는 금은방을 돌며 절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수중에는 10억 원이 넘었던 로또 당첨금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황OO/피의자/2008년 당시/음성변조 : "노름하고요. 집 사드리고, 아버지 택시 사 드리고…. 가게하고 이렇게 썼습니다."]

상당 금액은 유흥업소와 도박에 빠져 탕진한 뒤였다는 겁니다.

범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출소한 뒤 휴대전화를 훔쳐 되파는 등 절도 행각을 벌이다 2014년에는 또다시 철장 신세를 지게 됩니다.

휴대전화를 되판 돈으로 수십만 원치 로또를 구입했지만 행운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재작년 출소한 황 씨를 쫓는 건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휴대폰도 없었고 자기 명의로 금융거래 되는 카드라든지 이런 것도 일절 없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절도 행각을 벌이던 로또 1등 당첨자의 마지막 범행은 이런 이유였습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일정한 주거지가 없이 밖에서 생활하다 보니까 우선 생활하는 데 급급했고 유흥비 마련을 위해서 범행을 하게 된 거로 파악이 됐습니다."]

누군가에겐 인생 역전의 기회라고까지 불리는 로또 1등.

지난해 1등 당첨자는 4백여 명 정도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로또 1등 당첨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황 씨는 그렇게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인생 역전의 기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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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따라잡기] ‘로또 1등’ 인생 역전?…피하지 못한 감옥행
    • 입력 2019-06-19 08:31:53
    • 수정2019-06-19 09: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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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오늘은 로또 얘깁니다.

지난해 판매액이 4조원 가까이돼 역대 최고라고 하죠.

하루 평균 백억 원어치가 넘는 로또가 팔리지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백만분의 1로 일생에 한번 만나기 힘든 기회죠.

자, 로또 1등에 당첨된 뒤 10여년 넘게 뉴스에 오르내린 한 남성이 있습니다.

무슨 사연일까요? 지금부터 만나보시죠.

[리포트]

부산의 한 주점.

한 남성이 들어오더니 가게 종업원을 데리고 나가는데요.

잠시 뒤 이 남성은 사라지고, 경찰엔 신고 전화가 접수됩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금품을 빼앗겼다. 범인이 지금 도망가고 있다. 그렇게 신고가 들어왔죠."]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가게에 들어왔던 남성은 다짜고짜 가게 주인과의 친분을 과시했다는데요.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근처 오락실 사장인데 너희 사장을 잘 안다. 오늘 저녁에 30명 정도 데리고 와서 회식할 건데 미리 계약금으로 내가 돈을 줄 텐데, 일단 사장하고 통화를 해봐라."]

그렇게, 전화 통화를 하더니 계약금을 주겠다며 종업원을 데리고 나갔다는데요.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어느 건물 입구에 들어가서 저기 4층에 가면 우리 형님들이 계약금을 줄 거니까 너는 가서 계약금을 받아와라."]

그렇게, 종업원이 계약금을 받으러 가려하자 선금만 받고 도망갈 수 있다면서 차고 있던 금목걸이와 금팔찌를 담보로 받아챙긴 뒤 택시를 잡아타고 그대로 달아난 겁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택시를 타고 부산의 금은방이 밀집된 지역으로 이동한 다음에 귀금속을 처분했죠."]

금품을 처분하면서 남겨놓은 인적사항은 가짜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슷한 피해를 본 사람이 또 있었습니다.

주점을 운영하는 A씨에게도 한 남자 손님이 찾아왔다는데요.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자신을 알지 이러면서 저번에 형이랑 같이 자리했잖아. 우리 가게에 왔었다면서 네가 사장이잖아 하니까. (내가) 이 사람을 알고 있구나(하고) 진짜 현혹될 정도로…."]

단체손님이 올 거라며 선금을 약속한 남자는 가게에서 멀지 않은 빌딩으로 A씨를 데려갔다는데요.

[A 씨/피해자/음성변조 : "건물 앞에서 저기 가면 형네 가게니까 돈 6백만 원 줄 거니까 돈을 가져와라. 근데 일단 네 팔찌를 나한테 맡기고 가라. 차고 있던 팔찌는 350만 원 가량하는 금팔찌였죠."]

하지만 사무실을 찾아가자마자 속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는데요.

[A 씨/피해자/음성변조 : "철창에 문이 잠겨있고,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없더라고요."]

이 남자는 사라진 뒤였습니다.

이렇게 이 범인은 부산과 대구의 식당 등 10여 곳에서 3천6백만 원 어치의 금품을 훔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의심을 하는 식당에는 조폭 행세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의문점을 가지고 물어볼 경우에는 사장하고 친분을 내세우거나 혹은 '내가 어디 폭력조직의 누군데 너 가면 우리 형님들 다 있으니까 안심하고 맡기고 가라.' (조폭) 행세를 한 거죠."]

수사를 시작한 경찰은 곧바로 용의자를 특정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택시를 타고 도주하면서 범인이 남긴 말이 단서가 됐습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범인이 택시기사한테 내가 로또 1등 당첨된 적이 있다. 로또에 대해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로또 이야기를 계속하더라 이거죠."]

로또 1등에 당첨된 적이 있었다는 이 말.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금은방 장부에 적힌 지인의 이름하고 연락처를 파악해서 수소문해보니까. 예전에 (주변) 사람이 로또에 당첨된 적이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본인의 영웅담에 결국 덜미가 잡힌 피의자는 30대 황 모 씨.

실제로 13년 전에 로또 1등에 당첨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1등 당첨금은 19억 원 정도로, 세금을 제하고도 14억 정도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요?

황 씨는 로또 1등에 당첨됐을 당시 한 PC방에서 아르바이트생을 폭행하고 현금을 빼앗은 강도상해 혐의로 수배 중이었습니다.

당시에도 뉴스가 됐는데요,

한번 보시죠.

[피해 PC방 주인/2006년 당시/음성변조 : "제가 돈을 빌려갔다면서…. (아르바이트) 학생이 저한테 전화한다고 하니까 전화를 못하게 막으면서 위협을 조금 가한 뒤에…."]

로또 당첨금으로 변호사를 선임해 벌금형을 받고 풀려났지만, 다시 2년 뒤에는 금은방을 돌며 절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수중에는 10억 원이 넘었던 로또 당첨금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황OO/피의자/2008년 당시/음성변조 : "노름하고요. 집 사드리고, 아버지 택시 사 드리고…. 가게하고 이렇게 썼습니다."]

상당 금액은 유흥업소와 도박에 빠져 탕진한 뒤였다는 겁니다.

범행은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출소한 뒤 휴대전화를 훔쳐 되파는 등 절도 행각을 벌이다 2014년에는 또다시 철장 신세를 지게 됩니다.

휴대전화를 되판 돈으로 수십만 원치 로또를 구입했지만 행운은 다시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재작년 출소한 황 씨를 쫓는 건 쉽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휴대폰도 없었고 자기 명의로 금융거래 되는 카드라든지 이런 것도 일절 없는 그런 상태였습니다."]

절도 행각을 벌이던 로또 1등 당첨자의 마지막 범행은 이런 이유였습니다.

[조영식/부산 연제경찰서 강력1팀 : "일정한 주거지가 없이 밖에서 생활하다 보니까 우선 생활하는 데 급급했고 유흥비 마련을 위해서 범행을 하게 된 거로 파악이 됐습니다."]

누군가에겐 인생 역전의 기회라고까지 불리는 로또 1등.

지난해 1등 당첨자는 4백여 명 정도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로또 1등 당첨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황 씨는 그렇게 교도소를 들락거리며 인생 역전의 기회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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