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어머니, 낡은 군화’…6.25 학도병의 일기

입력 2019.06.25 (21:38) 수정 2019.06.25 (21:48)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6.25 69주년입니다.

전쟁 당시 우리 국군에는 학도병으로 참전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었는데요.

KBS가 ​22살 학도병의 당시 일기장을 입수했습니다.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던 청년 학도병의 마음, 김진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팔순이 넘은 아내가 낡은 보자기 안에서 꺼낸 빛바랜 수첩, 6.25 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남편 진 영 씨의 일기장입니다.

30여 년 전 작고한 진 씨는 전쟁 발발 당시 평양사범학교 학생 신분.

부산으로 내려온 진 씨는 국군 학도병으로 6.25에 참전합니다.

1951년 강원도 인제 부근.

22살 청년이 느꼈던 전장의 공포가 일기장 곳곳에 서려 있습니다.

["아까운 청춘들이 사지가 동쪽에, 서쪽에 그만 간 곳도 모르게 없어진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잊지 못했던 고향, 함경도 영흥 땅의 풍경도 그림으로 남기고,

["어머니 여하튼 살아만 계십시오. 환희의 옛 강산에 다시 어머니 맞으러 가는 이 자식이 있다는 것을 굳게 믿으십시오."]

그리운 어머니의 얼굴도 그려넣었습니다.

["산악에서 휴식을 얻은 나의 군화."]

자신의 군화를 그려놓고, 함께 적은 글에선 소년의 감수성도 묻어납니다.

[여계선/학도병 아내 : "전쟁이 안 일어났으면, 부유하고 잘 풀렸을텐데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인연이었나봐요."]

진 씨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일기장에 남겨둔 학도병의 간절한 염원은 69년이 지난 지금도 미완성입니다.

["나는 언제나 통일의 그날 어머니와 만나 기쁨의 울음을 맞이할 것을 생각하면서 지낸답니다."]

KBS 뉴스 김진호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그리운 어머니, 낡은 군화’…6.25 학도병의 일기
    • 입력 2019-06-25 21:40:28
    • 수정2019-06-25 21:48:18
    뉴스 9
[앵커]

6.25 69주년입니다.

전쟁 당시 우리 국군에는 학도병으로 참전한 수많은 젊은이들이 있었는데요.

KBS가 ​22살 학도병의 당시 일기장을 입수했습니다.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던 청년 학도병의 마음, 김진호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팔순이 넘은 아내가 낡은 보자기 안에서 꺼낸 빛바랜 수첩, 6.25 전쟁 당시 학도병으로 참전했던 남편 진 영 씨의 일기장입니다.

30여 년 전 작고한 진 씨는 전쟁 발발 당시 평양사범학교 학생 신분.

부산으로 내려온 진 씨는 국군 학도병으로 6.25에 참전합니다.

1951년 강원도 인제 부근.

22살 청년이 느꼈던 전장의 공포가 일기장 곳곳에 서려 있습니다.

["아까운 청춘들이 사지가 동쪽에, 서쪽에 그만 간 곳도 모르게 없어진다."]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잊지 못했던 고향, 함경도 영흥 땅의 풍경도 그림으로 남기고,

["어머니 여하튼 살아만 계십시오. 환희의 옛 강산에 다시 어머니 맞으러 가는 이 자식이 있다는 것을 굳게 믿으십시오."]

그리운 어머니의 얼굴도 그려넣었습니다.

["산악에서 휴식을 얻은 나의 군화."]

자신의 군화를 그려놓고, 함께 적은 글에선 소년의 감수성도 묻어납니다.

[여계선/학도병 아내 : "전쟁이 안 일어났으면, 부유하고 잘 풀렸을텐데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인연이었나봐요."]

진 씨는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일기장에 남겨둔 학도병의 간절한 염원은 69년이 지난 지금도 미완성입니다.

["나는 언제나 통일의 그날 어머니와 만나 기쁨의 울음을 맞이할 것을 생각하면서 지낸답니다."]

KBS 뉴스 김진호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