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지도자는 ‘우상’…이미지 정치 ‘총력’

입력 2019.10.26 (08:07) 수정 2019.10.26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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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소식 많이 접하셨을 겁니다.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 정 뒤로 북한 매체는 온갖 수식어를 동원해 김 위원장에 대한 칭송과 우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 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대북제재, 그리고 북미협상 교착이라는 현 정세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은데요.

3대에 걸쳐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우상화 전략, 과연 효과는 있는 걸까요? 이번 주 클로즈업북한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삼삼오오 모여 북한의 기관지, 노동신문을 펼쳐든 기업소 사람들.

공장 직원들도 텔레비전 앞에 모여 환호하며 박수친다.

모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등정 소식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김주성/철도성 국장 : "백두전구를 주름잡아 달리시는 우리 원수님의 영상을 뵈오니 정말 신심과 배짱이 넘칩니다."]

[박훈/216사단 참모장 : "백마의 말발굽 소리는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으로 심장을 끓게 하고있습니다."]

보도 내용만큼이나 북한 당국에 대한 믿음과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충성심을 드러낸 북한 주민들.

더욱 주목 할 점은 사진의 배경과 소품으로 사용된 백두산과, 백마의 이미지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함께 상기시킨 다는 것이다.

[리영진/평양대성차바퀴공장 지배인 : "백두산의 칼바람을 해치시며 백마를 타시고 혁명의 성산에 오르신 경애하는 원수님의 모습은 그대로 우리 수령님의 모습이었고, 우리 장군님의 모습이었습니다."]

항일투쟁 당시 백마를 탄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김일성 주석.

때문에 백마를 탄 강인한 장군의 형상은 북한이 그리는 이상적인 지도자로 우상화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 백마 탄 모습을 수차례 공개했고, 김정은 위원장 역시 선대의 이미지를 차용, 다시 한 번 우상화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임을출/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미협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침체된 북한 사회 (분위기)를 일신시키기 위해서 김정은 위원장의 우상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서 지도자의 우상화가 본격화 된 것은 1960년대부터다.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투쟁 경력을 활용해 유일 절대 권력을 정당화했고.

[북한 기록영화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높이 모신 조선의 영광’ : "김정일 동지는 백두산의 아들입니다. 김정일 동지를 백두산의 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항일 혁명의 산아라는 뜻이며, 민족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1980년대부턴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의 세습을 염두에 둔 우상화 작업들이 쏟아졌다.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확고한 수령관을 인민들에게 심어주고 이래서 인민들에게 우리가 수령을 중심으로 해서 뭉치면 어떠한 것도 헤쳐 나갈 수 있다 이러한 메시지를 줘야 할 필요가 있거든요. 따라서 지도자 최고 지도자를 우상화 하는 것은 선택적 요소가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로 봐야 됩니다."]

비교적 짧은 승계 과정을 거친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우상화 작업은 반드시 필요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012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의 첫 기록영화가 TV로 방영됐다.

[북한 기록영화 ‘백두의 선군혁명위업을 계승 하시여’ : "세기를 이어가며 승리 떨쳐온 우리 혁명은 또 한분의 장군, 최고 영도자를 맞이했습니다."]

영화는 김 위원장을 ‘백두산 장군’‘출중한 위인’이라 표현하며 정권의 계승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집권 초, 권력 기반이 약했던 만큼 선대의 후광에 기대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었다.

[북한 기록영화 ‘백두의 선군혁명위업을 계승 하시여’ : "사상과 영도, 덕망은 물론 태양의 인품까지도 어버이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 그대로이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

그 중 가장 많이 차용된 이미지는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모습이다. 어린이병원을 방문하고, 고아원의 어린이들과 어울리는 김정은 위원장.

과거 김일성 주석의 행동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많은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주석의 주민친화적인 모습에서 지도자에 대한 호감이 더 커졌다는 증언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아이들한테 교복을 내줄 때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매 학생 한 명 한 명당 세워놓고 몸소 사진을 찍어 서 그 아이들한테 전해주는 사진을 찍자마자 나오는 그 사진 있지 않습니까? 사진을 찍어주매 왜 내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너희들이 이 옷을 입으니까 참 예쁘고 내 마음이 흐뭇하다고 그런 거를 보면 돌 심장을 가진 사람도 아마 그거에 대해서 녹아내릴 거예요."]

나아가 김정은 위원장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스스로 바닥에 앉고 아이들을 자신의 무릎에 앉히는 등 카메라의 눈높이를 아이들에게 맞추게 했다.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김일성의 과거 통치 이념으로 활용했었던 이민위천을 김정은 식으로 재해석해서 재연한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서 권위적인 모습 권위적인 수령의 모습에서 탈피해서 친근하고 자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른바 인민 과의 거리 줄이기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스스럼없이 인민들과 스킨십을 자주 하면서 후대 사랑의 모습을 체험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집권 5년차를 맞은 2016년,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작업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시도 된다.

7차 노동당 대회를 마친 직후 공개된 기록영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군부대 시찰 등이 핵심주제가 됐고, 이는 곧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으로 평가됐다.

[북한 기록영화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여’ : "위대한 정치가이시며 백승의 영장이시며 창조의 거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모신 것이야 말로 조선의 가장 큰 영광, 민족의 대 행운이거니..."]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김정은 위원장만의 성과들로 구축된 지도자의 이미지. 군사강국 건설이 라는 위업을 향해 질주하는 김 위원장의 이미지 정치는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2017년 까지 계속 됐다.

[북한 기록영화 ‘위대한 령도 민족사적 대승리’ :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우리 군대와 인민은 이 땅위에 온 세계가 부러워하는 주체의 사회 주의 강국을 반드시 일떠세우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이미지 변신에 나선다.

‘핵무력 완성 선언’에 이어 비핵화 카드를 들고 국제 사회로 나 온 것이다.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까지 개최됐다.

때맞춰 핵과 미사일 일색이었던 기록영화들 역시 인민경제와 주민 생활 향상에 치중됐다.

[북한 기록영화 ‘인민을 위한 령도의 나날에5’ : "우리 인민들을 잘 먹이고 남부럽지 않게 내세우는 것이 자신의 소원이라 하시며 어서 빨리 가보자고, 멀어도 꼭 가보자고 걸음을 재촉하셨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웠던 핵무기보다 사과나무의 위력을 더 크게 평가하기도 했다.

[북한 기록영화 ‘인민을 위한 령도의 나날에5’ : "인공 지구 위성만이 국력의 상징이겠어, 한그루의 사과 300알씩 달린 나무를 그려놓았으면 더 좋을 것 같소 그게 핵폭탄보다 더 위력하지."]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2018년 12월,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 번영을 언급하며 일방적 찬양 이 아닌, 성과로 인정받고자 하는 의지도 내비쳤다.

[북한 기록영화 ‘인민을 위한 헌신의 2018년’ : "원수님의 두리에 천만이 굳게 뭉친 그 거대한 힘으로 모든 시련과 난관을 이겨내며 우리 조국은 눈부신 번영의 시대, 강국의 시대를 더욱 빛내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급반전된다.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8개월 만에 재개된 실무협상 마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정상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던 북한 당국 의도에도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리고 지난 10월 8일, 북한은 새로운 기록 영화를 공개했다.

[북한 기록영화 ‘자력으로 승리 떨쳐온 빛나는 역사’ : "수십 년간 지켜오던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하루아침에 난도질당하고 선한자의 비참한 운명을 강요당해야만 하는 오늘의 세계."]

마치 북한당국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한 내레이션과 함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을 대거 등장 시킨 영화.

영화는 자력갱생이 선대의 유훈임을 끊임없이 부각하며 지금의 역경도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한 기록영화 ‘자력으로 승리 떨쳐온 빛나는 역사’ : "자기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제공해줄 그런 나라는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고 하시며 우리 장군님 가르쳐주셨습니다."]

이례적으로 김일성 주석의 육성 연설도 내보냈는데 국가적 단결을 강조한 대목이었다.

[북한 기록영화 ‘자력으로 승리 떨쳐온 빛나는 역사 : "일심단결과 자력갱생은 우리 혁명의 불멸의 영혼스러운 전장이며 승리의 기치입니다."]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 지도자를 다시 이용하기 시작한 건 대북제재와 북미관계 교착이라는 지 금의 정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그전까지는 정성 정상국가의 정치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그러니까 공개 활동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여줬던 그런 의도가 있었던 게 맞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정치 상황이 급변하면서 또다시 우상화라는 카드를 통해서 체제 유지를 위한 어떤 자구책을 쓰고 모색하고 했던 게 아닌가라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세습정권과 핵개발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던 주민들에게 더 이상 지도자의 우상화는 크게 공감되지 않는다는 게 탈북민의 증언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쌀떡에서부터 인심이 난다고 내 집에 먹을 게 없고 다 굶어죽어나가는데 그걸 잘하지 못하면 지도자면 지도자로서의 그 어떤 역할이 없는 거죠. 그 지도자가 그 역할을 못하니까 사람들에 대한 거 사람들은 불신이 많은 거고 그렇다 해서 김정은이 올라서서 사람들이 우리 지도자가 정말 위대하고 그러한 정말 세계에서 1등 가는 분이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죽음을 당해야 되는가 그게 최근 년간의 모든 북한 주민들의 생각입니다."]

항일 투사의 죽음에 어깨까지 들썩이며 눈물을 보였던 김일성 주석.

그리고 꼭 닮은 모습으로 측근인사의 장례식장을 찾았던 김정은 국무위위원장.

때론 선대 지도자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때론 성과를 앞세워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려 하고 있지만 결국 북한 주민들의 이상적인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비핵화를 통한 실질적인 경제 발전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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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로즈업 북한] 지도자는 ‘우상’…이미지 정치 ‘총력’
    • 입력 2019-10-26 08:18:52
    • 수정2019-10-26 08:3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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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위원장이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소식 많이 접하셨을 겁니다. 김 위원장의 백두산 등 정 뒤로 북한 매체는 온갖 수식어를 동원해 김 위원장에 대한 칭송과 우상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 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대북제재, 그리고 북미협상 교착이라는 현 정세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은데요.

3대에 걸쳐 계속되고 있는 북한의 우상화 전략, 과연 효과는 있는 걸까요? 이번 주 클로즈업북한에서 짚어봤습니다.

[리포트]

삼삼오오 모여 북한의 기관지, 노동신문을 펼쳐든 기업소 사람들.

공장 직원들도 텔레비전 앞에 모여 환호하며 박수친다.

모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백두산 등정 소식을 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김주성/철도성 국장 : "백두전구를 주름잡아 달리시는 우리 원수님의 영상을 뵈오니 정말 신심과 배짱이 넘칩니다."]

[박훈/216사단 참모장 : "백마의 말발굽 소리는 웅대한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확신으로 심장을 끓게 하고있습니다."]

보도 내용만큼이나 북한 당국에 대한 믿음과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충성심을 드러낸 북한 주민들.

더욱 주목 할 점은 사진의 배경과 소품으로 사용된 백두산과, 백마의 이미지가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함께 상기시킨 다는 것이다.

[리영진/평양대성차바퀴공장 지배인 : "백두산의 칼바람을 해치시며 백마를 타시고 혁명의 성산에 오르신 경애하는 원수님의 모습은 그대로 우리 수령님의 모습이었고, 우리 장군님의 모습이었습니다."]

항일투쟁 당시 백마를 탄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김일성 주석.

때문에 백마를 탄 강인한 장군의 형상은 북한이 그리는 이상적인 지도자로 우상화됐다.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생전 백마 탄 모습을 수차례 공개했고, 김정은 위원장 역시 선대의 이미지를 차용, 다시 한 번 우상화 전략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다.

[임을출/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 "북미협상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침체된 북한 사회 (분위기)를 일신시키기 위해서 김정은 위원장의 우상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에서 지도자의 우상화가 본격화 된 것은 1960년대부터다.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투쟁 경력을 활용해 유일 절대 권력을 정당화했고.

[북한 기록영화 ‘위대한 최고사령관을 높이 모신 조선의 영광’ : "김정일 동지는 백두산의 아들입니다. 김정일 동지를 백두산의 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항일 혁명의 산아라는 뜻이며, 민족의 아들이라는 뜻입니다."]

1980년대부턴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의 세습을 염두에 둔 우상화 작업들이 쏟아졌다.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확고한 수령관을 인민들에게 심어주고 이래서 인민들에게 우리가 수령을 중심으로 해서 뭉치면 어떠한 것도 헤쳐 나갈 수 있다 이러한 메시지를 줘야 할 필요가 있거든요. 따라서 지도자 최고 지도자를 우상화 하는 것은 선택적 요소가 아니라 필수적인 요소로 봐야 됩니다."]

비교적 짧은 승계 과정을 거친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우상화 작업은 반드시 필요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012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의 첫 기록영화가 TV로 방영됐다.

[북한 기록영화 ‘백두의 선군혁명위업을 계승 하시여’ : "세기를 이어가며 승리 떨쳐온 우리 혁명은 또 한분의 장군, 최고 영도자를 맞이했습니다."]

영화는 김 위원장을 ‘백두산 장군’‘출중한 위인’이라 표현하며 정권의 계승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집권 초, 권력 기반이 약했던 만큼 선대의 후광에 기대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었다.

[북한 기록영화 ‘백두의 선군혁명위업을 계승 하시여’ : "사상과 영도, 덕망은 물론 태양의 인품까지도 어버이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 그대로이신 경애하는 김정은동지..."]

그 중 가장 많이 차용된 이미지는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의 모습이다. 어린이병원을 방문하고, 고아원의 어린이들과 어울리는 김정은 위원장.

과거 김일성 주석의 행동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많은 북한 주민들이 김일성 주석의 주민친화적인 모습에서 지도자에 대한 호감이 더 커졌다는 증언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아이들한테 교복을 내줄 때 눈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매 학생 한 명 한 명당 세워놓고 몸소 사진을 찍어 서 그 아이들한테 전해주는 사진을 찍자마자 나오는 그 사진 있지 않습니까? 사진을 찍어주매 왜 내가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너희들이 이 옷을 입으니까 참 예쁘고 내 마음이 흐뭇하다고 그런 거를 보면 돌 심장을 가진 사람도 아마 그거에 대해서 녹아내릴 거예요."]

나아가 김정은 위원장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스스로 바닥에 앉고 아이들을 자신의 무릎에 앉히는 등 카메라의 눈높이를 아이들에게 맞추게 했다.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김일성의 과거 통치 이념으로 활용했었던 이민위천을 김정은 식으로 재해석해서 재연한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서 권위적인 모습 권위적인 수령의 모습에서 탈피해서 친근하고 자애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른바 인민 과의 거리 줄이기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김정은 위원장은 스스럼없이 인민들과 스킨십을 자주 하면서 후대 사랑의 모습을 체험하는 모습을 종종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집권 5년차를 맞은 2016년,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우상화 작업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시도 된다.

7차 노동당 대회를 마친 직후 공개된 기록영화.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군부대 시찰 등이 핵심주제가 됐고, 이는 곧 김정은 위원장의 업적으로 평가됐다.

[북한 기록영화 ‘혁명의 최전성기를 펼쳐주시여’ : "위대한 정치가이시며 백승의 영장이시며 창조의 거장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를 모신 것이야 말로 조선의 가장 큰 영광, 민족의 대 행운이거니..."]

선대의 후광에서 벗어나 김정은 위원장만의 성과들로 구축된 지도자의 이미지. 군사강국 건설이 라는 위업을 향해 질주하는 김 위원장의 이미지 정치는 핵무력 완성을 선포한 2017년 까지 계속 됐다.

[북한 기록영화 ‘위대한 령도 민족사적 대승리’ : "김정은 동지의 영도 따라 우리 군대와 인민은 이 땅위에 온 세계가 부러워하는 주체의 사회 주의 강국을 반드시 일떠세우고 말 것입니다."]

그리고 2018년, 김정은 위원장은 다시 한 번 새로운 이미지 변신에 나선다.

‘핵무력 완성 선언’에 이어 비핵화 카드를 들고 국제 사회로 나 온 것이다.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까지 개최됐다.

때맞춰 핵과 미사일 일색이었던 기록영화들 역시 인민경제와 주민 생활 향상에 치중됐다.

[북한 기록영화 ‘인민을 위한 령도의 나날에5’ : "우리 인민들을 잘 먹이고 남부럽지 않게 내세우는 것이 자신의 소원이라 하시며 어서 빨리 가보자고, 멀어도 꼭 가보자고 걸음을 재촉하셨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최대 치적으로 내세웠던 핵무기보다 사과나무의 위력을 더 크게 평가하기도 했다.

[북한 기록영화 ‘인민을 위한 령도의 나날에5’ : "인공 지구 위성만이 국력의 상징이겠어, 한그루의 사과 300알씩 달린 나무를 그려놓았으면 더 좋을 것 같소 그게 핵폭탄보다 더 위력하지."]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던2018년 12월, 김정은 위원장은 경제 번영을 언급하며 일방적 찬양 이 아닌, 성과로 인정받고자 하는 의지도 내비쳤다.

[북한 기록영화 ‘인민을 위한 헌신의 2018년’ : "원수님의 두리에 천만이 굳게 뭉친 그 거대한 힘으로 모든 시련과 난관을 이겨내며 우리 조국은 눈부신 번영의 시대, 강국의 시대를 더욱 빛내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황은 급반전된다.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8개월 만에 재개된 실무협상 마저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서 정상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던 북한 당국 의도에도 제동이 걸린 것이다.

그리고 지난 10월 8일, 북한은 새로운 기록 영화를 공개했다.

[북한 기록영화 ‘자력으로 승리 떨쳐온 빛나는 역사’ : "수십 년간 지켜오던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하루아침에 난도질당하고 선한자의 비참한 운명을 강요당해야만 하는 오늘의 세계."]

마치 북한당국의 상황을 대변하는 듯한 내레이션과 함께,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을 대거 등장 시킨 영화.

영화는 자력갱생이 선대의 유훈임을 끊임없이 부각하며 지금의 역경도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한 기록영화 ‘자력으로 승리 떨쳐온 빛나는 역사’ : "자기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제공해줄 그런 나라는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고 하시며 우리 장군님 가르쳐주셨습니다."]

이례적으로 김일성 주석의 육성 연설도 내보냈는데 국가적 단결을 강조한 대목이었다.

[북한 기록영화 ‘자력으로 승리 떨쳐온 빛나는 역사 : "일심단결과 자력갱생은 우리 혁명의 불멸의 영혼스러운 전장이며 승리의 기치입니다."]

북한과 김정은 위원장이 선대 지도자를 다시 이용하기 시작한 건 대북제재와 북미관계 교착이라는 지 금의 정세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김승/건국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 : "그전까지는 정성 정상국가의 정치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그러니까 공개 활동을 보여주는 모습을 보여줬던 그런 의도가 있었던 게 맞는 거 같습니다. 그런데 정치 상황이 급변하면서 또다시 우상화라는 카드를 통해서 체제 유지를 위한 어떤 자구책을 쓰고 모색하고 했던 게 아닌가라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세습정권과 핵개발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던 주민들에게 더 이상 지도자의 우상화는 크게 공감되지 않는다는 게 탈북민의 증언이다.

[박현숙/2015년 탈북 : "쌀떡에서부터 인심이 난다고 내 집에 먹을 게 없고 다 굶어죽어나가는데 그걸 잘하지 못하면 지도자면 지도자로서의 그 어떤 역할이 없는 거죠. 그 지도자가 그 역할을 못하니까 사람들에 대한 거 사람들은 불신이 많은 거고 그렇다 해서 김정은이 올라서서 사람들이 우리 지도자가 정말 위대하고 그러한 정말 세계에서 1등 가는 분이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죽음을 당해야 되는가 그게 최근 년간의 모든 북한 주민들의 생각입니다."]

항일 투사의 죽음에 어깨까지 들썩이며 눈물을 보였던 김일성 주석.

그리고 꼭 닮은 모습으로 측근인사의 장례식장을 찾았던 김정은 국무위위원장.

때론 선대 지도자의 이미지를 차용하고, 때론 성과를 앞세워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려 하고 있지만 결국 북한 주민들의 이상적인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비핵화를 통한 실질적인 경제 발전이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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