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 경제] 경쟁포화 면세점, 또 ‘악재?’

입력 2020.01.28 (18:10) 수정 2020.01.2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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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곳이 바로 국내 면세점 업계입니다.

하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로 내려진 한한령 때문에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고, 면세점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근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 문제는 이번에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다시금 긴장하고 있습니다.

경제부 박효인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업계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면서요?

[기자]

지난해 국내 면세점 업계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 총액은 24조 8천억 원을 넘었습니다.

1년 전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치입니다.

특히 12월 한 달 면세점 매출이 2조 2,800여억 원이었는데, 지난해 열두 달 가운데 여덟 달의 매출이 2조 원을 넘었습니다.

2016년엔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 중국 관광객이 800만 명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이 배치되면서 관광객 수가 반 토막 났습니다.

그런데도 매출액은 오히려 늘었고, 해마다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문제는 '속 빈 강정', 돈은 많이 벌었는데 남는 게 없다는 겁니다.

한한령 이전엔 주요 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은 6~7%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사드 배치 직후인 2017년, 2%까지 떨어졌습니다.

이후 조금 회복되긴 했지만 지난해에도 3~4%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앵커]

돈을 많이 벌었어요.

관광객을 줄었지만 매출은 거듭 상승했어요.

그럼 왜 실속이 없는 거죠?

[기자]

바로 유통구조 때문입니다.

따이궁이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 말로 보따리상이라고 하는데, 시내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의 상당수는 이 따이궁이라고 업계에서는 얘기합니다.

일반 관광객하고는 달리,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끌고 다니는가 하면,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누군가와 계속 통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습니다.

[앵커]

이 보따리상들이 매출을 책임져 준다는 건데, 하지만 제 발로 찾아오진 않을 것 같은데요.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 않나요?

[기자]

물론 공짜는 없습니다.

각 면세점은 이 보따리상과 이들을 데려온 여행사에 매출의 일정 부분을 송객수수료로 지급합니다.

2016년에는 9,600억 원이 넘었는데 송객수수료율은 단체 관광객 매출의 20.5%였습니다.

2018년에는 1조 3천억 원, 지난해에도 비슷하거나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송객수수료율은 보통 20% 정도인데 많게는 40%까지 지급했다는 곳도 있을 정돕니다.

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이 5%도 안 되는 상황인데, 이 송객수수료가 영향을 미친 겁니다.

면세점 매출의 80%는 이 보따리상들에게서 나온다고 하는데, 매출이 늘어도 송객수수료 등 비용을 떼고 나면 남는 게 없거나 적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앵커]

이런 영향 때문으로 보이는데, 지난해 시내 면세점들이 잇따라 문을 닫지 않았나요?

[기자]

한화 갤러리아에 이어 탑시티면세점, 두타면세점까지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이 특허권을 반납했습니다.

한때 시내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습니다.

2014년 6개였던 서울 시내 면세점은 2018년 13개로 배 이상 늘었습니다.

그만큼 출혈 경쟁도 불가피했습니다.

특히 후발주자나 중소, 중견 면세점의 경우에는 한한령 이후 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해 송객수수료율을 올리기까지 했는데요,

결국 폐점 수순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다른 중소·중견 면세점들도 사실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집니다.

이런 상황에 벌어진 지난해 11월 면세점 입찰은 결국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관세청은 서울 3곳을 비롯해 전국 6곳의 면세점 사업권을 내놨지만, 서울 1곳만 현대백화점에 돌아갔을 뿐이고, 신라와 롯데, 신세계 등 이른바 빅3는 나서지도 않았습니다.

4개 면세점의 신규 입찰에 7곳이 뛰어들었던 2015년이나, 특혜시비까지 일었던 2016년과는 비교가 됩니다.

[앵커]

이달 초부터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이 입국하면서 한한령이 해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 또다시 변수가 등장했죠?

[기자]

정말 예기치 못한 변수인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면세점들은 사실상 방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미 근무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매장에 손 소독제를 비치했는데요.

고객들에게도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또 면세점별로 방역 지침을 강화하는 한편 비상대책기구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구책을 면세점마다 속속 내놓고 있지만, 현재 가장 우려되는 건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이 연기되는 상황입니다.

당초 3월에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불거지면서 시 주석도 중국 내 사태 수습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한령 해제라는 선물 보따리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던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중국인 입국에 대해 일부 국민들이 거부감까지 나타내면서 면세점 업계에는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포인트 경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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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01-28 18:18:12
    • 수정2020-01-28 18: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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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던 곳이 바로 국내 면세점 업계입니다.

하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조치로 내려진 한한령 때문에 중국 관광객이 급감했고, 면세점 업계는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최근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 문제는 이번에 터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다시금 긴장하고 있습니다.

경제부 박효인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업계 매출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면서요?

[기자]

지난해 국내 면세점 업계는 호황을 누렸습니다.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 총액은 24조 8천억 원을 넘었습니다.

1년 전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사상 최대치입니다.

특히 12월 한 달 면세점 매출이 2조 2,800여억 원이었는데, 지난해 열두 달 가운데 여덟 달의 매출이 2조 원을 넘었습니다.

2016년엔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 중국 관광객이 800만 명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이 배치되면서 관광객 수가 반 토막 났습니다.

그런데도 매출액은 오히려 늘었고, 해마다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문제는 '속 빈 강정', 돈은 많이 벌었는데 남는 게 없다는 겁니다.

한한령 이전엔 주요 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은 6~7%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사드 배치 직후인 2017년, 2%까지 떨어졌습니다.

이후 조금 회복되긴 했지만 지난해에도 3~4%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앵커]

돈을 많이 벌었어요.

관광객을 줄었지만 매출은 거듭 상승했어요.

그럼 왜 실속이 없는 거죠?

[기자]

바로 유통구조 때문입니다.

따이궁이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우리 말로 보따리상이라고 하는데, 시내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의 상당수는 이 따이궁이라고 업계에서는 얘기합니다.

일반 관광객하고는 달리, 커다란 여행용 가방을 끌고 다니는가 하면,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누군가와 계속 통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주고받습니다.

[앵커]

이 보따리상들이 매출을 책임져 준다는 건데, 하지만 제 발로 찾아오진 않을 것 같은데요.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 않나요?

[기자]

물론 공짜는 없습니다.

각 면세점은 이 보따리상과 이들을 데려온 여행사에 매출의 일정 부분을 송객수수료로 지급합니다.

2016년에는 9,600억 원이 넘었는데 송객수수료율은 단체 관광객 매출의 20.5%였습니다.

2018년에는 1조 3천억 원, 지난해에도 비슷하거나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송객수수료율은 보통 20% 정도인데 많게는 40%까지 지급했다는 곳도 있을 정돕니다.

면세점의 영업이익률이 5%도 안 되는 상황인데, 이 송객수수료가 영향을 미친 겁니다.

면세점 매출의 80%는 이 보따리상들에게서 나온다고 하는데, 매출이 늘어도 송객수수료 등 비용을 떼고 나면 남는 게 없거나 적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앵커]

이런 영향 때문으로 보이는데, 지난해 시내 면세점들이 잇따라 문을 닫지 않았나요?

[기자]

한화 갤러리아에 이어 탑시티면세점, 두타면세점까지 서울 시내 면세점 3곳이 특허권을 반납했습니다.

한때 시내 면세점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습니다.

2014년 6개였던 서울 시내 면세점은 2018년 13개로 배 이상 늘었습니다.

그만큼 출혈 경쟁도 불가피했습니다.

특히 후발주자나 중소, 중견 면세점의 경우에는 한한령 이후 보따리상을 유치하기 위해 송객수수료율을 올리기까지 했는데요,

결국 폐점 수순으로 이어졌습니다.

지금 남아있는 다른 중소·중견 면세점들도 사실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집니다.

이런 상황에 벌어진 지난해 11월 면세점 입찰은 결국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관세청은 서울 3곳을 비롯해 전국 6곳의 면세점 사업권을 내놨지만, 서울 1곳만 현대백화점에 돌아갔을 뿐이고, 신라와 롯데, 신세계 등 이른바 빅3는 나서지도 않았습니다.

4개 면세점의 신규 입찰에 7곳이 뛰어들었던 2015년이나, 특혜시비까지 일었던 2016년과는 비교가 됩니다.

[앵커]

이달 초부터 대규모 중국인 관광객이 입국하면서 한한령이 해제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데, 또다시 변수가 등장했죠?

[기자]

정말 예기치 못한 변수인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우려에 면세점들은 사실상 방역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이미 근무자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매장에 손 소독제를 비치했는데요.

고객들에게도 마스크를 나눠주고 있습니다.

또 면세점별로 방역 지침을 강화하는 한편 비상대책기구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자구책을 면세점마다 속속 내놓고 있지만, 현재 가장 우려되는 건 시진핑 중국 주석의 방한이 연기되는 상황입니다.

당초 3월에 방한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불거지면서 시 주석도 중국 내 사태 수습에 여념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한령 해제라는 선물 보따리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되던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연기될 가능성이 제기된 데다 중국인 입국에 대해 일부 국민들이 거부감까지 나타내면서 면세점 업계에는 사태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포인트 경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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