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불안·공포…‘코로나 노이로제’ 주의보

입력 2020.03.12 (08:21) 수정 2020.03.1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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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원 권 36장이 모두 불에 타버렸습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소독한다며 누군가 전자레인지에 돌렸다가 벌어진 일입니다.

만원권 39장을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손해를 본 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지 말라며 한국은행이 공개한 사진들인데, 지금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불탄 지폐들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 등 온라인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 '코로나 노이로제'입니다.

노이로제(neurose)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과정에서 심리적 긴장이나 불안 등의 증상이 일어나 일상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코로나 19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누군가의 기침 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기침한 사람은 죄인이 된 느낌마저 받습니다.

평소 재채기와 콧물을 달고 사는 만성 비염 환자는 어딜 가나 눈치를 살펴야하는 또 다른 노이로제에 시달립니다.

기침을 하면 눈치가 보이는 것 말고도 혹시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만화 속 대사가 보여주듯, 이른바 '상상 코로나' 증상입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 19로 인해 집단 패닉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코로나19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상상하면 불안과 공포증, 사람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상상 코로나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불안과 공포를 겪는다는 각종 경험담이 주변에 넘쳐 납니다.

꿈 속에서 옆 집 사람이 확진 판정을 받는다거나, 마스크를 몇 상자씩 사다가 깼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마스크 30매 만4000원’을 보고 허겁지겁 샀다가 피부 미용 ‘마스크팩’ 30장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글에는 “나도 그거 100개 살 뻔했다”, “마스크라길래 얼른 담고 결제하다 알았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이제 어른들의 노이로제는 서서히 아이들에게까지 옮겨가는 양상입니다.

한 엄마가 올린 사연인데요,

한글을 막 배운 아이가 "중국에서 편지가 왔는데 만지면 코로나에 걸린다"고 하더랍니다.

황급히 우편물을 살펴봤더니 '동서울 우편집중국' 소인이 찍혀 있더라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TV와 신문, 온라인 등에서 코로나19 뉴스와 정보가 넘치고 그에 따른 걱정과 두려움이 심각해지면서 다양한 유형의 심리적 스트레스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가격리 혹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느라고 수 일~수 주 동안 스스로 집에만 머무는 일상에 우울감을 느낀단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 자체적으로 집에만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고립감으로 인한 우울증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어린이집부터 학교, 직장까지 문을 닫아 온 종일 가족들이 집 안에 있는 일상이 새로운 노이로제를 유발할 수도 있단 건데요.

집에서 아이가 쉴 새 없이 엄마를 찾으니 '엄마' 소리만 들려도 신경이 곤두섭니다.

가족 간 예상치 못한 갈등도 생기고 평소에 잘 못 느끼던 층간소음 다툼도 늘었다고 합니다.

요 며칠새 많은 분들이 카톡에서 공유한 이 그림을 보면 글쎄요 웃어야할까요 울어야할까요.

집안에 갇혀있는 자신을 확진자가 아닌 확찐자로 표현합니다.

온종일 집에있다보니 살만 찌고 우울하단 얘긴데, 확진자의 이동경로라며 쇼파-식탁-냉장고 다시 쇼파-식탁-침대로 적어놨습니다.

지난달 말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 가까이가 "일상이 정지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심민영/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 "전염에 대한 불안과 부담 이런 것도 굉장히 크시고 나나 우리 가족한테 생겼을 때 사람들한테 받는 이 비난과 이 혐오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심리적 고립감을 줄이기위해 권 교수는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찾으라"고 제안합니다.

바깥에서 하던 취미를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새로운 음악이나 책에 집중하는 등 그동안 바삐 살면서 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누리는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합니다.

코비드19 심리지원단이란 곳에선 심리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마음의 백신 7가지를 제안했습니다.

격려 백신(나를 격려하기), 긍정 백신(좋은 일 하기), 지식 백신(제대로 알기), 등등인데요, 마지막 7번째 백신은 뭘까요?

그것은 끝이 온다는 것을 아는 것, 바로 '희망 백신'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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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불안·공포…‘코로나 노이로제’ 주의보
    • 입력 2020-03-12 08:28:18
    • 수정2020-03-12 11:33:56
    아침뉴스타임
5만원 권 36장이 모두 불에 타버렸습니다.

혹시 있을지 모를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소독한다며 누군가 전자레인지에 돌렸다가 벌어진 일입니다.

만원권 39장을 전자레인지에 넣었다 손해를 본 분도 있습니다.

이렇게 하지 말라며 한국은행이 공개한 사진들인데, 지금 시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불탄 지폐들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 등 온라인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단어, '코로나 노이로제'입니다.

노이로제(neurose)는 스트레스를 다루는 과정에서 심리적 긴장이나 불안 등의 증상이 일어나 일상 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코로나 19 불안감이 커지다 보니, 누군가의 기침 소리에 화들짝 놀라고 기침한 사람은 죄인이 된 느낌마저 받습니다.

평소 재채기와 콧물을 달고 사는 만성 비염 환자는 어딜 가나 눈치를 살펴야하는 또 다른 노이로제에 시달립니다.

기침을 하면 눈치가 보이는 것 말고도 혹시 내가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만화 속 대사가 보여주듯, 이른바 '상상 코로나' 증상입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 19로 인해 집단 패닉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라며 "코로나19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상상하면 불안과 공포증, 사람에 대한 불신이 더 커진다"고 분석했습니다.

상상 코로나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불안과 공포를 겪는다는 각종 경험담이 주변에 넘쳐 납니다.

꿈 속에서 옆 집 사람이 확진 판정을 받는다거나, 마스크를 몇 상자씩 사다가 깼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지난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마스크 30매 만4000원’을 보고 허겁지겁 샀다가 피부 미용 ‘마스크팩’ 30장을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습니다.

이 글에는 “나도 그거 100개 살 뻔했다”, “마스크라길래 얼른 담고 결제하다 알았다” 등의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이제 어른들의 노이로제는 서서히 아이들에게까지 옮겨가는 양상입니다.

한 엄마가 올린 사연인데요,

한글을 막 배운 아이가 "중국에서 편지가 왔는데 만지면 코로나에 걸린다"고 하더랍니다.

황급히 우편물을 살펴봤더니 '동서울 우편집중국' 소인이 찍혀 있더라고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TV와 신문, 온라인 등에서 코로나19 뉴스와 정보가 넘치고 그에 따른 걱정과 두려움이 심각해지면서 다양한 유형의 심리적 스트레스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가격리 혹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느라고 수 일~수 주 동안 스스로 집에만 머무는 일상에 우울감을 느낀단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현재 자체적으로 집에만 머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고립감으로 인한 우울증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어린이집부터 학교, 직장까지 문을 닫아 온 종일 가족들이 집 안에 있는 일상이 새로운 노이로제를 유발할 수도 있단 건데요.

집에서 아이가 쉴 새 없이 엄마를 찾으니 '엄마' 소리만 들려도 신경이 곤두섭니다.

가족 간 예상치 못한 갈등도 생기고 평소에 잘 못 느끼던 층간소음 다툼도 늘었다고 합니다.

요 며칠새 많은 분들이 카톡에서 공유한 이 그림을 보면 글쎄요 웃어야할까요 울어야할까요.

집안에 갇혀있는 자신을 확진자가 아닌 확찐자로 표현합니다.

온종일 집에있다보니 살만 찌고 우울하단 얘긴데, 확진자의 이동경로라며 쇼파-식탁-냉장고 다시 쇼파-식탁-침대로 적어놨습니다.

지난달 말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0% 가까이가 "일상이 정지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심민영/국립정신건강센터 국가트라우마사업부장 : "전염에 대한 불안과 부담 이런 것도 굉장히 크시고 나나 우리 가족한테 생겼을 때 사람들한테 받는 이 비난과 이 혐오를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심리적 고립감을 줄이기위해 권 교수는 "밖에 나가지 않아도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즐거움을 찾으라"고 제안합니다.

바깥에서 하던 취미를 집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새로운 음악이나 책에 집중하는 등 그동안 바삐 살면서 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누리는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합니다.

코비드19 심리지원단이란 곳에선 심리적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마음의 백신 7가지를 제안했습니다.

격려 백신(나를 격려하기), 긍정 백신(좋은 일 하기), 지식 백신(제대로 알기), 등등인데요, 마지막 7번째 백신은 뭘까요?

그것은 끝이 온다는 것을 아는 것, 바로 '희망 백신'입니다.

친절한 뉴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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