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 점유 군 시설 수천 건…땅주인 ‘속앓이’

입력 2020.03.23 (07:37) 수정 2020.03.23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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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접경지역의 야산을 오르다 보면 참호나 작전도로 같은 군사시설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들인데요,

땅 주인도 잘 모르는 새에 군 시설이 사유지에 설치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조휴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강원도 화천군 외곽의 야산입니다.

탱크도 지나갈 만큼 널찍한 흙길이 산꼭대기까지 뚫려 있습니다.

길을 따라 곳곳에 참호가 파여 있습니다.

땅을 판 뒤에 이렇게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아예 벽과 지붕까지 만들어 뒀습니다.

어른 서너 명이 들어와도 충분히 누울 수 있을 만한 크깁니다.

이 시설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건 1960년대 말로 추정됩니다.

땅 주인은 7년쯤 전에서야 자신의 땅에 설치된 군사시설의 존재를 깨닫게 됐습니다.

군인들이 산에 길을 내는걸 직접 목격한 겁니다.

[이선정/땅 주인 : "아니 당신네 땅도 아니고 이거 우리 건데 왜 이렇게 하냐고 하니까 자기네는 모른대. 가라고 해서 온 거래. 그 말만 하더라고."]

땅 주인은 이후 원상복구를 요구했습니다.

결국, 6년만인 지난해 봄 원상복구는 안 되고, 보상 신청을 하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육군 관계자 : "검토 결과 해당 지역의 진지가 유사시에는 아군 작전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이렇게 검토가 돼서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배상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토지 측량만 이뤄졌을 뿐 보상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들은 바가 없습니다.

KBS가 확인한 결과 국방부에는 이처럼 군부대에 의한 사유지 무단 점유 신고가 5,000여 건이 접수돼 있습니다.

대부분 화천군의 사례처럼 오래전부터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민간인의 재산권을 보호할 방법을 묻는 질문에 군은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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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유지 점유 군 시설 수천 건…땅주인 ‘속앓이’
    • 입력 2020-03-23 07:49:04
    • 수정2020-03-23 08:3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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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경지역의 야산을 오르다 보면 참호나 작전도로 같은 군사시설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오래전에 만들어진 것들인데요,

땅 주인도 잘 모르는 새에 군 시설이 사유지에 설치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조휴연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강원도 화천군 외곽의 야산입니다.

탱크도 지나갈 만큼 널찍한 흙길이 산꼭대기까지 뚫려 있습니다.

길을 따라 곳곳에 참호가 파여 있습니다.

땅을 판 뒤에 이렇게 콘크리트와 시멘트로 아예 벽과 지붕까지 만들어 뒀습니다.

어른 서너 명이 들어와도 충분히 누울 수 있을 만한 크깁니다.

이 시설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건 1960년대 말로 추정됩니다.

땅 주인은 7년쯤 전에서야 자신의 땅에 설치된 군사시설의 존재를 깨닫게 됐습니다.

군인들이 산에 길을 내는걸 직접 목격한 겁니다.

[이선정/땅 주인 : "아니 당신네 땅도 아니고 이거 우리 건데 왜 이렇게 하냐고 하니까 자기네는 모른대. 가라고 해서 온 거래. 그 말만 하더라고."]

땅 주인은 이후 원상복구를 요구했습니다.

결국, 6년만인 지난해 봄 원상복구는 안 되고, 보상 신청을 하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육군 관계자 : "검토 결과 해당 지역의 진지가 유사시에는 아군 작전에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다. 이렇게 검토가 돼서 재산권 침해에 대한 보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배상절차를 진행하고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토지 측량만 이뤄졌을 뿐 보상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들은 바가 없습니다.

KBS가 확인한 결과 국방부에는 이처럼 군부대에 의한 사유지 무단 점유 신고가 5,000여 건이 접수돼 있습니다.

대부분 화천군의 사례처럼 오래전부터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데, 민간인의 재산권을 보호할 방법을 묻는 질문에 군은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KBS 뉴스 조휴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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