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부터 여성까지 노역…강제동원 실명기록 첫 공개

입력 2020.08.13 (19:26) 수정 2020.08.13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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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레는 광복 75주년입니다.

일본은 일제강점기 시절의 각종 인력동원에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해오고 있죠.

이번에 여러 기관이 '강제 동원'을 뒷받침할 실명으로 적힌 문서들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어린 학생들부터 여성까지 강제 동원한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입니다.

오대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제강점기인 1939년 작성된 수료증입니다.

'동덕고등여학교장'의 직인이 찍혀있는 이 수료증에는 3학년 김 모 학생의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옆으로 '근로보국대 생활'을 열흘간 했다고 적혀있습니다.

근로보국대란 일제가 조선인의 노동력을 수탈하기 위해 강제로 만든 노역조직입니다.

1943년 작성된 군산공립중학교 한 졸업생 학적부에도 근로보국대에서 한계고개근, 즉 혹한기훈련을 여러 번 했다고 기록돼있습니다.

일제패전 직전 1944년엔 대상자가 초등학교 4학년까지 어려지고 동원 기간도 길어집니다.

조선총독부의 '학도동원 비상조치요강'에는 '근로가 곧 교육'이라면서 학생 생도는 모두 1년을 상시적으로 근로할 것을 지시합니다.

학생을 교육이 아닌 노동력 착취 대상으로 삼은 증거들인데, 실명이 담긴 자료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영도/국가기록원 학예연구관 : "그 당시 국제법상 14세 이하의 어린이, 조금 더 올라가면 18세까지는 원래 노동력을 착취하지 못하게 돼 있는... '기쁜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했다?' 그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또 어린이들을 '소년공' 이나 '산업전사'로 선전하며 모집하고, 여성을 대상으론 '백의천사'라며 간호부를 모집했는데, 침략전쟁에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려는 의도였습니다.

이번 자료들은 국가기록원과 국립중앙도서관 등이 각각 소장했던 자료의 일부를 발굴해 공개한 건데 아직 빛을 못 본 자료가 많습니다.

[이소연/국가기록원장 : "(장기적으로는) 농지수탈이나 다른 부분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을 집중 투여해서 이런 자료들을 해제해내고... 일본과의 관계에서 설득과 협의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자료들을, 이런 근거들을 찾아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연구기관들은 묻혀 있는 자료를 찾아내 연구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영상편집:권형욱/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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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등생부터 여성까지 노역…강제동원 실명기록 첫 공개
    • 입력 2020-08-13 19:48:46
    • 수정2020-08-13 21:58:03
    뉴스 7
[앵커]

모레는 광복 75주년입니다.

일본은 일제강점기 시절의 각종 인력동원에 강제성이 없었다고 주장해오고 있죠.

이번에 여러 기관이 '강제 동원'을 뒷받침할 실명으로 적힌 문서들을 처음으로 공개했습니다.

어린 학생들부터 여성까지 강제 동원한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입니다.

오대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일제강점기인 1939년 작성된 수료증입니다.

'동덕고등여학교장'의 직인이 찍혀있는 이 수료증에는 3학년 김 모 학생의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옆으로 '근로보국대 생활'을 열흘간 했다고 적혀있습니다.

근로보국대란 일제가 조선인의 노동력을 수탈하기 위해 강제로 만든 노역조직입니다.

1943년 작성된 군산공립중학교 한 졸업생 학적부에도 근로보국대에서 한계고개근, 즉 혹한기훈련을 여러 번 했다고 기록돼있습니다.

일제패전 직전 1944년엔 대상자가 초등학교 4학년까지 어려지고 동원 기간도 길어집니다.

조선총독부의 '학도동원 비상조치요강'에는 '근로가 곧 교육'이라면서 학생 생도는 모두 1년을 상시적으로 근로할 것을 지시합니다.

학생을 교육이 아닌 노동력 착취 대상으로 삼은 증거들인데, 실명이 담긴 자료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영도/국가기록원 학예연구관 : "그 당시 국제법상 14세 이하의 어린이, 조금 더 올라가면 18세까지는 원래 노동력을 착취하지 못하게 돼 있는... '기쁜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했다?' 그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또 어린이들을 '소년공' 이나 '산업전사'로 선전하며 모집하고, 여성을 대상으론 '백의천사'라며 간호부를 모집했는데, 침략전쟁에 한 명이라도 더 끌어들이려는 의도였습니다.

이번 자료들은 국가기록원과 국립중앙도서관 등이 각각 소장했던 자료의 일부를 발굴해 공개한 건데 아직 빛을 못 본 자료가 많습니다.

[이소연/국가기록원장 : "(장기적으로는) 농지수탈이나 다른 부분들도 많이 있기 때문에 연구자들을 집중 투여해서 이런 자료들을 해제해내고... 일본과의 관계에서 설득과 협의의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자료들을, 이런 근거들을 찾아내는 게 굉장히 중요하고..."]

연구기관들은 묻혀 있는 자료를 찾아내 연구할 수 있는 예산과 인력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KBS 뉴스 오대성입니다.

촬영기자:홍성백/영상편집:권형욱/그래픽: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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