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 옆까지 전국 37곳 ‘지뢰지대’…올해까지 제거한다더니

입력 2021.04.05 (21:46) 수정 2021.04.05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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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4일)는 유엔이 정한 국제 지뢰 문제 인식의 날입니다.

우리나라는 의외로, 전방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지뢰지대가 적지 않습니다.

당초 군 당국은 올해까지 후방지역에 묻힌 지뢰를 모두 제거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작업은 더디기만 한데요,

그 이유는 무엇이고 해결 방법은 없는 것인지, 박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 중인 전남의 금성산입니다.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자, 가파른 경사면 곳곳에 지뢰 경고문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아직 지뢰 68발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군 당국은 당초 지난해까지 이 지역에 대한 지뢰제거 작업을 끝낼 계획이었지만 올해 10월까지 작업기간이 연장됐습니다.

계획했던 작업 구역 밖에서 지뢰가 추가로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우홍민/전남 나주시 안전재난과장 : "(금성산) 정상에 보면 경사가 매우 높거든요. 그럼 그만큼 (토양이) 유실될 확률이 많습니다. 그게 유실되다보면 그 밑에 있는 지뢰가 다시 올라와서 또 발견될 수 있기 때문에"]

서울 우면산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체육시설 뒷편 지뢰지대에 아직 지뢰 20여 발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모두 1980년대까지 후방지역 방공기지 방어를 위해 묻었던 지뢰들로 전국 37곳에 지난해 기준 3천 발이 남아있습니다.

앞서 2019년 KBS가 이 사실을 보도하자 국방부는 올해까지 지뢰 제거를 모두 마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군 당국이 제거한 지뢰는 430여 발뿐.

이 속도라면 올해 안에 모두 제거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시민단체들은 더 이상 군 당국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대안으로 제시하는 게 UN이 개발한 국제지뢰행동표준인 IMAS입니다.

IMAS는 범정부차원의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국내외 민간 전문가들과 협력해 지뢰제거 작업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지수/녹색연합 활동가 : "(지금은) 지뢰 제거가 더디고 정보도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죠. (IMAS를 도입하면) 지뢰제거의 속도도 빠르고, 지뢰지대 해제도 확실하게 일어납니다."]

실제로 대표적인 지뢰 오염국 캄보디아는 IMAS를 도입해 2019년 한 해에만 지뢰 7만 발을 제거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코로나19와 집중호우로 지뢰제거 계획이 일부 지연됐다면서 IMAS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 황종원/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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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책로 옆까지 전국 37곳 ‘지뢰지대’…올해까지 제거한다더니
    • 입력 2021-04-05 21:46:02
    • 수정2021-04-05 22:12:30
    뉴스 9
[앵커]

어제(4일)는 유엔이 정한 국제 지뢰 문제 인식의 날입니다.

우리나라는 의외로, 전방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지뢰지대가 적지 않습니다.

당초 군 당국은 올해까지 후방지역에 묻힌 지뢰를 모두 제거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작업은 더디기만 한데요,

그 이유는 무엇이고 해결 방법은 없는 것인지, 박영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뢰제거 작업이 진행 중인 전남의 금성산입니다.

산책로를 따라 들어가자, 가파른 경사면 곳곳에 지뢰 경고문이 설치돼 있습니다.

이 지역에는 아직 지뢰 68발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군 당국은 당초 지난해까지 이 지역에 대한 지뢰제거 작업을 끝낼 계획이었지만 올해 10월까지 작업기간이 연장됐습니다.

계획했던 작업 구역 밖에서 지뢰가 추가로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우홍민/전남 나주시 안전재난과장 : "(금성산) 정상에 보면 경사가 매우 높거든요. 그럼 그만큼 (토양이) 유실될 확률이 많습니다. 그게 유실되다보면 그 밑에 있는 지뢰가 다시 올라와서 또 발견될 수 있기 때문에"]

서울 우면산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체육시설 뒷편 지뢰지대에 아직 지뢰 20여 발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모두 1980년대까지 후방지역 방공기지 방어를 위해 묻었던 지뢰들로 전국 37곳에 지난해 기준 3천 발이 남아있습니다.

앞서 2019년 KBS가 이 사실을 보도하자 국방부는 올해까지 지뢰 제거를 모두 마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군 당국이 제거한 지뢰는 430여 발뿐.

이 속도라면 올해 안에 모두 제거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시민단체들은 더 이상 군 당국에만 맡겨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합니다.

대안으로 제시하는 게 UN이 개발한 국제지뢰행동표준인 IMAS입니다.

IMAS는 범정부차원의 전담기구를 설치하고, 국내외 민간 전문가들과 협력해 지뢰제거 작업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지수/녹색연합 활동가 : "(지금은) 지뢰 제거가 더디고 정보도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죠. (IMAS를 도입하면) 지뢰제거의 속도도 빠르고, 지뢰지대 해제도 확실하게 일어납니다."]

실제로 대표적인 지뢰 오염국 캄보디아는 IMAS를 도입해 2019년 한 해에만 지뢰 7만 발을 제거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코로나19와 집중호우로 지뢰제거 계획이 일부 지연됐다면서 IMAS를 국내에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박영민입니다.

촬영기자:박세준 황종원/그래픽: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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