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손님 맞은 베를린 북한대사관…북한, 서방에 손짓?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4.04.19 (08:41) 수정 2024.04.19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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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주재 북한 대사관. 베를린 유명 관광명소인 ‘체크포인트 찰리 검문소’ 와 가까운 위치에 있다독일 주재 북한 대사관. 베를린 유명 관광명소인 ‘체크포인트 찰리 검문소’ 와 가까운 위치에 있다

금요일이었던 지난 12일 주독일 북한 대사관의 굳게 닫혔던 문이 열렸습니다.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에 독일의 여러 인사를 초대한 것입니다.

북한대사관이 개최한 김일성 생일 기념 리셉션은 2019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주독일 북한대사관 5년 만의 공개행사...누가 참석했나

독일 빌트(Bild)지는 17일 북한 대사관이 5년 만에 개최한 공개 행사를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단독 보도했습니다.

손님들을 맞은 사람은 김철준 참사관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박남영 대사가 귀임한 후 공석인 북한 대사의 업무를 대리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손님은 독일 사회민주당(현 숄츠 총리도 사민당)의 원로 정치인인 볼프강 노박입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시절 연방 총리실 정책분석기획국장이었고 유럽의회 의원도 지냈습니다.

평양과 서울을 여러 차례 오가며 한반도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인물이기도 합니다.

독일 공산당 대표인 토르스텐 쇠비츠와 독일-북한 상공회의소 회원 2~3명, 룩셈부르크 -북한 친선협회 대표단 4명도 초대받았습니다.

독일 외무부에서도 1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호국 외교단 초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소식통은 KBS에 과거 리셉션보다 참석자 규모가 절반 가량 줄었다고 전했습니다.

■ 북한이 외부에 선전하고 싶어 한 것은?

행사장의 모습도 공개됐습니다. 김치와 갈비, 김밥, 맥주 등 많은 음식이 제공됐고 일종의 사진전도 있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의 사진보다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만난 모습과 각종 신형 미사일이 등장한 열병식 모습이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속히 가까워진 러시아와의 관계는 북한의 행보에도 '자신감'을 키워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북러 밀착 관계를 외부에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독일 북한대사관 건물을 임차해 운영하던 호스텔은 2020년 당국의 영업 중단 명령을 받았고 현재는 비어있다.독일 북한대사관 건물을 임차해 운영하던 호스텔은 2020년 당국의 영업 중단 명령을 받았고 현재는 비어있다.

2020년 초 북한은 코로나19 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평양에 주재하는 각국 공관 직원과 가족들도 철수했습니다.

주독일 북한대사관도 2020년 3월 임시 폐쇄됐습니다. 평양은 물론 해외공관도 외교적 고립 상태였습니다.

코로나19 조치가 완화되면서 북한은 지난해 8월 다시 빗장을 열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친북국가에게만 공관 근무를 허용했을 뿐입니다.

빌트는 "이번 행사장에서 유럽연합(EU)을 담당하는 북한 외교관인 김철룡도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는 베를린에 머물고 있고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가본 적이 없다"며 현재 북한대사관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유럽 국가들에게도 문을 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 독일 외무부 답사단, 평양 방문해 공관 복귀 점검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서방 국가 중 처음으로 독일을 초청했습니다.

지난 2월 마르틴 튀멜 독일 외무부 동아시아·동남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이끈 답사단은 평양을 방문해 그동안 비워놨던 주북한 독일대사관을 점검했습니다.

이후 토마스 바거 독일 외교부 사무차관이 서울을 방문해 주북한 대사관 복귀 점검차 방북했던 결과를 우리 정부 측에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벵트손 주북 스웨덴 대사 내정자도 북한을 방문했고 영국과 스위스도 공관 복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일과 영국, 스웨덴 대사관이 입주한 북한 평양 시내 건물독일과 영국, 스웨덴 대사관이 입주한 북한 평양 시내 건물

이런 움직임 속에 5개월간 공석인 주독 북한 대사도 곧 부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북한과의 외교 재개와 관련해 EU국가들간의 논의가 먼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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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 만에 손님 맞은 베를린 북한대사관…북한, 서방에 손짓? [특파원 리포트]
    • 입력 2024-04-19 08:41:15
    • 수정2024-04-19 08: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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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주재 북한 대사관. 베를린 유명 관광명소인 ‘체크포인트 찰리 검문소’ 와 가까운 위치에 있다
금요일이었던 지난 12일 주독일 북한 대사관의 굳게 닫혔던 문이 열렸습니다.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에 독일의 여러 인사를 초대한 것입니다.

북한대사관이 개최한 김일성 생일 기념 리셉션은 2019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주독일 북한대사관 5년 만의 공개행사...누가 참석했나

독일 빌트(Bild)지는 17일 북한 대사관이 5년 만에 개최한 공개 행사를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단독 보도했습니다.

손님들을 맞은 사람은 김철준 참사관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박남영 대사가 귀임한 후 공석인 북한 대사의 업무를 대리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손님은 독일 사회민주당(현 숄츠 총리도 사민당)의 원로 정치인인 볼프강 노박입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시절 연방 총리실 정책분석기획국장이었고 유럽의회 의원도 지냈습니다.

평양과 서울을 여러 차례 오가며 한반도 문제에 남다른 관심을 보여온 인물이기도 합니다.

독일 공산당 대표인 토르스텐 쇠비츠와 독일-북한 상공회의소 회원 2~3명, 룩셈부르크 -북한 친선협회 대표단 4명도 초대받았습니다.

독일 외무부에서도 1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호국 외교단 초청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지 소식통은 KBS에 과거 리셉션보다 참석자 규모가 절반 가량 줄었다고 전했습니다.

■ 북한이 외부에 선전하고 싶어 한 것은?

행사장의 모습도 공개됐습니다. 김치와 갈비, 김밥, 맥주 등 많은 음식이 제공됐고 일종의 사진전도 있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의 사진보다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만난 모습과 각종 신형 미사일이 등장한 열병식 모습이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속히 가까워진 러시아와의 관계는 북한의 행보에도 '자신감'을 키워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북러 밀착 관계를 외부에도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노력으로 보입니다.

독일 북한대사관 건물을 임차해 운영하던 호스텔은 2020년 당국의 영업 중단 명령을 받았고 현재는 비어있다.
2020년 초 북한은 코로나19 를 이유로 국경을 봉쇄했습니다. 평양에 주재하는 각국 공관 직원과 가족들도 철수했습니다.

주독일 북한대사관도 2020년 3월 임시 폐쇄됐습니다. 평양은 물론 해외공관도 외교적 고립 상태였습니다.

코로나19 조치가 완화되면서 북한은 지난해 8월 다시 빗장을 열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친북국가에게만 공관 근무를 허용했을 뿐입니다.

빌트는 "이번 행사장에서 유럽연합(EU)을 담당하는 북한 외교관인 김철룡도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는 베를린에 머물고 있고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 가본 적이 없다"며 현재 북한대사관의 상황을 전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이 유럽 국가들에게도 문을 열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 독일 외무부 답사단, 평양 방문해 공관 복귀 점검

북한은 코로나19 이후 서방 국가 중 처음으로 독일을 초청했습니다.

지난 2월 마르틴 튀멜 독일 외무부 동아시아·동남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이 이끈 답사단은 평양을 방문해 그동안 비워놨던 주북한 독일대사관을 점검했습니다.

이후 토마스 바거 독일 외교부 사무차관이 서울을 방문해 주북한 대사관 복귀 점검차 방북했던 결과를 우리 정부 측에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벵트손 주북 스웨덴 대사 내정자도 북한을 방문했고 영국과 스위스도 공관 복귀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독일과 영국, 스웨덴 대사관이 입주한 북한 평양 시내 건물
이런 움직임 속에 5개월간 공석인 주독 북한 대사도 곧 부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옵니다.

현지 외교소식통은 북한과의 외교 재개와 관련해 EU국가들간의 논의가 먼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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