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전설 이형택·유진선의 호소 “테니스협회가 스스로 바로서겠습니다”

입력 2024.05.09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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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테니스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 대국민 호소문 발표 "관리 단체 지정 반대"
이형택 "여기까지 온 건 모두의 책임" 유진선 "파벌 없이 한마음으로 단결해야"
100만 테니스 동호인들 사태 흐름 주시

이형택 오리온 감독(가운데) 등 테니스 전현직 국가대표 일동과 테니스 동호인들 40여 명이 올림픽 공원 테니스 센터코트 앞에 모여 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이형택 오리온 감독(가운데) 등 테니스 전현직 국가대표 일동과 테니스 동호인들 40여 명이 올림픽 공원 테니스 센터코트 앞에 모여 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테니스인들이 모처럼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외쳤다. 한국 테니스의 총본산인 대한테니스협회가 관리 단체 지정 수순에 돌입하자, 뜻있는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과 동호인들이 모여 관리 단체 지정 반대의 뜻을 함께 외쳤다.

86서울아시안게임 4관왕에 빛나는 유진선 전 대한테니스협회 부회장과 한국 테니스 사상 첫 ATP투어 우승자인 이형택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 김두환 테니스협회 정상화 대책위원장 등 40여 명의 테니스인이 참석한 자리였다.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 앞에 모인 이들은 대한체육회가 추진하고 있는 '테니스협회 관리 단체 지정'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테니스 전·현직 국가대표 일동은 호소문을 통해 "대한테니스협회가 관리 단체로 지정되면 현재의 시도 협회장, 연맹체 회장, 이사진 등 테니스 전문가들이 모두 직무 배제당하고, 주니어 선수들의 발굴 및 성장, 전문 선수 및 생활체육 테니스를 정상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한국 테니스가 후퇴하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관리단체의 명분으로 내세운 재정 악화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협회의 채무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한체육회는 관리 단체 지정 움직임을 즉각 철회하고, 협회장 보궐 선거를 조속히 시행토록 하라"고 주장했다.


대한테니스협회는 지난달 30일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로부터 관리 단체 지정에 관한 공문을 받았다. 체육회가 테니스협회를 관리 단체로 지정하는 사유는 재정 악화를 이유로 정상적인 협회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테니스협회는 육군사관학교 테니스 코트 운영 문제로 중견 기업인 미디어윌로부터 현재 약 48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다.

체육회는 이달 말로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서 테니스협회 관리 단체 지정 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관리 단체로 지정되면 협회의 현 집행부와 이사진 및 대의원들이 총사퇴하고, 체육회가 지정한 관리 위원들이 협회 행정을 대신 수행하게 된다.

■ 이형택 유진선 등 테니스 전설들 한목소리 "협회 관리 단체 지정은 막아야"

80년 전통의 대한테니스협회가 사실상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하자, 테니스인들도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 감독은 일단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형택 감독(왼쪽)과 유진선 부회장이 협회의 관리 단체 지정 추진에 반대하는 뜻을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다.이형택 감독(왼쪽)과 유진선 부회장이 협회의 관리 단체 지정 추진에 반대하는 뜻을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다.

"테니스인 모두가 지금 이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충분히 얘기를 해서 좋은 방향으로 유도했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 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테니스가 100만이 넘는 동호인들이 있고 점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스포츠가 되어가고 있는데, 보다 책임감을 느끼고 대한체육회에 확실히 얘기해서 회장 선거를 자체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유진선 전 테니스협회 부회장 역시 테니스인들이 화합하고 단결하지 못했다며, 관리 단체 지정 건을 계기로 테니스계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역사에서 전쟁하거나 당파 싸움을 하면 망한다는 걸 진리로 배웠습니다. 이걸 계기로 다 같이 모여서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이번에는 정말 화합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특히 관리 단체가 되면 주니어 선수들에게 엄청난 타격이 갑니다. 그 점을 어른들이 헤아려서 관리 단체 지정만큼은 막아야 합니다. 이번에는 네 편 내 편 하지 말고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 체육회가 관리 단체 지정 강행 시 '가처분 신청' 검토

테니스협회 시도 협회장들은 관리 단체 지정이 의결되는 이사회 전인 오는 20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면담을 통해 관리 단체 지정을 철회해줄 것을 호소할 계획이다. 김두환 테니스협회 정상화 대책위원장은 "협회의 채권자인 미디어윌도 관리 단체 지정을 원하지 않고 있어서 빚 탕감과 이자율 조정 등 전향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관리 단체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히 협회 자체적으로 정상 운영이 가능하다"면서 "그래도 체육회가 관리 단체 지정을 강행할 경우, 가처분 소송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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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니스 전설 이형택·유진선의 호소 “테니스협회가 스스로 바로서겠습니다”
    • 입력 2024-05-09 16:45:12
    스포츠K
<strong>테니스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 대국민 호소문 발표 "관리 단체 지정 반대"</strong><strong><br /></strong><strong>이형택 "여기까지 온 건 모두의 책임" 유진선 "파벌 없이 한마음으로 단결해야"<br /></strong><strong> 100만 테니스 동호인들 사태 흐름 주시</strong>
이형택 오리온 감독(가운데) 등 테니스 전현직 국가대표 일동과 테니스 동호인들 40여 명이 올림픽 공원 테니스 센터코트 앞에 모여 테니스협회 관리단체 지정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테니스인들이 모처럼 똘똘 뭉쳐 한목소리를 외쳤다. 한국 테니스의 총본산인 대한테니스협회가 관리 단체 지정 수순에 돌입하자, 뜻있는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과 동호인들이 모여 관리 단체 지정 반대의 뜻을 함께 외쳤다.

86서울아시안게임 4관왕에 빛나는 유진선 전 대한테니스협회 부회장과 한국 테니스 사상 첫 ATP투어 우승자인 이형택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 김두환 테니스협회 정상화 대책위원장 등 40여 명의 테니스인이 참석한 자리였다.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테니스 코트 앞에 모인 이들은 대한체육회가 추진하고 있는 '테니스협회 관리 단체 지정'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테니스 전·현직 국가대표 일동은 호소문을 통해 "대한테니스협회가 관리 단체로 지정되면 현재의 시도 협회장, 연맹체 회장, 이사진 등 테니스 전문가들이 모두 직무 배제당하고, 주니어 선수들의 발굴 및 성장, 전문 선수 및 생활체육 테니스를 정상적으로 관리하지 못해 한국 테니스가 후퇴하는 것이 자명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관리단체의 명분으로 내세운 재정 악화에 대해 대한체육회가 협회의 채무를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한체육회는 관리 단체 지정 움직임을 즉각 철회하고, 협회장 보궐 선거를 조속히 시행토록 하라"고 주장했다.


대한테니스협회는 지난달 30일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로부터 관리 단체 지정에 관한 공문을 받았다. 체육회가 테니스협회를 관리 단체로 지정하는 사유는 재정 악화를 이유로 정상적인 협회의 기능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테니스협회는 육군사관학교 테니스 코트 운영 문제로 중견 기업인 미디어윌로부터 현재 약 48억 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다.

체육회는 이달 말로 예정된 정기 이사회에서 테니스협회 관리 단체 지정 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관리 단체로 지정되면 협회의 현 집행부와 이사진 및 대의원들이 총사퇴하고, 체육회가 지정한 관리 위원들이 협회 행정을 대신 수행하게 된다.

■ 이형택 유진선 등 테니스 전설들 한목소리 "협회 관리 단체 지정은 막아야"

80년 전통의 대한테니스협회가 사실상 공중 분해될 위기에 처하자, 테니스인들도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한국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 감독은 일단 상황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에 대해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형택 감독(왼쪽)과 유진선 부회장이 협회의 관리 단체 지정 추진에 반대하는 뜻을 기자회견에서 밝히고 있다.
"테니스인 모두가 지금 이 상황까지 온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충분히 얘기를 해서 좋은 방향으로 유도했어야 하는데, 이런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 되다 보니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테니스가 100만이 넘는 동호인들이 있고 점점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는 스포츠가 되어가고 있는데, 보다 책임감을 느끼고 대한체육회에 확실히 얘기해서 회장 선거를 자체적으로 치를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유진선 전 테니스협회 부회장 역시 테니스인들이 화합하고 단결하지 못했다며, 관리 단체 지정 건을 계기로 테니스계가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역사에서 전쟁하거나 당파 싸움을 하면 망한다는 걸 진리로 배웠습니다. 이걸 계기로 다 같이 모여서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이번에는 정말 화합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특히 관리 단체가 되면 주니어 선수들에게 엄청난 타격이 갑니다. 그 점을 어른들이 헤아려서 관리 단체 지정만큼은 막아야 합니다. 이번에는 네 편 내 편 하지 말고 한마음 한뜻으로 모여 다시 태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 체육회가 관리 단체 지정 강행 시 '가처분 신청' 검토

테니스협회 시도 협회장들은 관리 단체 지정이 의결되는 이사회 전인 오는 20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면담을 통해 관리 단체 지정을 철회해줄 것을 호소할 계획이다. 김두환 테니스협회 정상화 대책위원장은 "협회의 채권자인 미디어윌도 관리 단체 지정을 원하지 않고 있어서 빚 탕감과 이자율 조정 등 전향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관리 단체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히 협회 자체적으로 정상 운영이 가능하다"면서 "그래도 체육회가 관리 단체 지정을 강행할 경우, 가처분 소송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맞설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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