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소요사태 배경과 파장

입력 2005.11.18 (10:59) 수정 2005.11.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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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오늘 첫 순서는 유럽지역의 최대 고민거리로 떠오른 프랑스의 이민자 소요사태 배경과 파장 등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파리 한상덕 특파원이 위성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질문>한상덕 특파원! 이제 파리는 완전히 평온을 되찾았습니까?

<답변> 네 사실 지난 주말 까지만 해도 샹젤리제 거리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있을 것이라는 경찰 정보가 있어서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읍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도심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현재 파리는 관광대국 프랑스의 명성에 걸맞게 깊어가는 늦가을의 우수를 짙게 뿌리며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일상을 되찾은 평온한 모습입니다.

<질문> 이번 소요, 방화사태가 지난 60년대 학생운동 이래 최대 규모라고 하던데요. 어떻게 이런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20일 가까이 지속될 수 있었죠?

<답변> 한국의 시위대를 연상하면 그런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이곳에서 차량에 방화를 한 젊은이들은 전혀 조직화 되지도 않았고 게릴라식으로 이곳 저곳에 불을 붙이고 사라지니 아무리 경찰력이 집중 배치된다 해도 일거에 잡아들이기에는 무리인셈입니다.

게다가 교외 빈민가 지역의 이민 2.3세 젊은이들은 오랜 세월 차별과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왔기 때문에 한꺼번에 거리로 뿜어져 나온 이들의 불만을 막기에는 애초부터 역부족이기도 했습니다. KBS 취재진이 이번 소요 사태의 근원지가 된 파리교외 빈민가 지역을 직접 둘러보았습니다.

<리포트>
파리 도심을 벗어나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교외지역 초겨울 찬바람에 거리는 더욱 을씨년 스럽고 가난한 이민계층을 위한 공공 임대 아파트들이 덩그러니 서있어 적막감마저 감돕니다. 활기라곤 찾아 볼 수 없는 거리 행인들은 대부분 가난한 북아프리카 이민계 출신들로 힘없는 발걸음을 옮겨놓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소요 사태의 진원지가 됐던 파리 교외의 빈민갑니다. 프랑스 주류 사회의 높은 장벽으로 이민 2.3세 젊은이들은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며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터뷰>노흐딘 (주민): "사회 지도층에서는 프랑스인이며 프랑스의 일부분이지만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채 살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인터뷰>카림: "아무도 가난한 이들을 염려하지 않아요 부자도 국가도 우리를 생각하지 않아요..."

지난 50년대 노동력 확보를 위해 프랑스 정부에서는 대규모 공공 임대 주택을 지어주고 이들을 데려왔지만 지금은 빈민층의 슬럼가로 바뀌고 있습니다. 장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제일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이 사회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주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파리 외곽 빈민층 주민들은 지금 자신들이 포기됐다는 느낌이 커지면서 사회적 소외와 빈곤의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가난한 이민자들의 문제는 유럽 각국이 거의 다 마찬가지 사정 아닙니까?

<답변> 네 바로 보셨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소요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유럽 언론들은 프랑스의 가을 폭풍우가 유럽의 겨울의 전주곡이 되는 것 아니냐며 바짝 긴장했습니다. 한 예로 영국에서도 지난 7.7 테러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 것처럼 자신을 영국에서 태어난 영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이슬람 계 이민들.

그러나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차별과 소외속에 살아가는 이들은,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민 정책의 실패로 사회통합에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는 영국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2차 대전 이후 값싼 노동력 확보를 이민자들을 대거 받아들였던 유럽 대다수 나라들이 다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그런 와중에 프랑스 내무장관은 강성 발언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죠?

<답변> 사르코지는 오는 2007년 프랑스 대선의 유력한 후보로 강력한 경찰력을 동원한 안전한 사회를 외쳐 프랑스 보수층으로 부터 큰 인기를 얻어 온 인물입니다. 이번에도 이슬람계 이민 2.3세들을 향해 인간쓰레기다 소방호스로 청소해야 할 대상이다라고 막말을 퍼부어 사태를 더욱 격화시킨 바 있습니다.

그는 지금도 말을 누그러뜨리기는커녕 이번 사태에 연관된 이민자들은 체류증이 있더라도 국외 추방을 명령할 것이라고 밝혀 인권침해라는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골치 아픈 이민자들을 탐탁치않게 생각하는 프랑스 보수층의 인기를 등에 업고 계속 강경한 방침으로 나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질문> 이번 사태로 인해 앞으로 프랑스 정치. 사회 분야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 프랑스로서는 그동안 솔리데리떼와 이갈리떼 즉 연대와 평등을 외치며 미국의 카트리나 피해를 인종갈등이 폭발한 것이라고 비웃었지만 사실 자신들의 눈에 대들보는 보지 못한 격이지 않았습니까? 이번 사태를 통해 프랑스로서 이민자들에 대한 사회통합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게 됐습니다.

일단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만큼 진정국면에 접어든 뒤에도 3달간 비상 사태 기간을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시라크 대통령은 테레비죤 연설을 정부가 교외 빈민지역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해왔다고 인정하고 출신지가 어디든 공화국 안에서 누구나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무튼 이번 프랑스 장기소요 사태를 계기로 주류 프랑스인들의 아랍인에 대한 경계는 더욱 높아지게 됐습니다. 이틈을 타 국민전선같은 극우세력의 부상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또 시라크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빌팽 총리와 사르코지 장관간의 대권 경쟁과 내부 노선싸움도 소요 후유증 치유정책과 맞물려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였습니다.


<앵커 멘트>
한상덕 특파원, 수고하셨습니다. 프랑스의 이민자 소요사태가 우리에게도 남의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미 우리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이 된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중국동포들의 불만과 고충에 좀 더 관심을 쏟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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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소요사태 배경과 파장
    • 입력 2005-11-18 10:10:02
    • 수정2005-11-18 11:18:3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오늘 첫 순서는 유럽지역의 최대 고민거리로 떠오른 프랑스의 이민자 소요사태 배경과 파장 등을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파리 한상덕 특파원이 위성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질문>한상덕 특파원! 이제 파리는 완전히 평온을 되찾았습니까? <답변> 네 사실 지난 주말 까지만 해도 샹젤리제 거리에서 산발적인 시위가 있을 것이라는 경찰 정보가 있어서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는 등 긴장감이 감돌았읍니다. 하지만 우려했던 도심충돌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현재 파리는 관광대국 프랑스의 명성에 걸맞게 깊어가는 늦가을의 우수를 짙게 뿌리며 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완전히 일상을 되찾은 평온한 모습입니다. <질문> 이번 소요, 방화사태가 지난 60년대 학생운동 이래 최대 규모라고 하던데요. 어떻게 이런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20일 가까이 지속될 수 있었죠? <답변> 한국의 시위대를 연상하면 그런 생각도 할 수 있겠지만 이곳에서 차량에 방화를 한 젊은이들은 전혀 조직화 되지도 않았고 게릴라식으로 이곳 저곳에 불을 붙이고 사라지니 아무리 경찰력이 집중 배치된다 해도 일거에 잡아들이기에는 무리인셈입니다. 게다가 교외 빈민가 지역의 이민 2.3세 젊은이들은 오랜 세월 차별과 소외감을 느끼며 살아왔기 때문에 한꺼번에 거리로 뿜어져 나온 이들의 불만을 막기에는 애초부터 역부족이기도 했습니다. KBS 취재진이 이번 소요 사태의 근원지가 된 파리교외 빈민가 지역을 직접 둘러보았습니다. <리포트> 파리 도심을 벗어나 30여 킬로미터 떨어진 교외지역 초겨울 찬바람에 거리는 더욱 을씨년 스럽고 가난한 이민계층을 위한 공공 임대 아파트들이 덩그러니 서있어 적막감마저 감돕니다. 활기라곤 찾아 볼 수 없는 거리 행인들은 대부분 가난한 북아프리카 이민계 출신들로 힘없는 발걸음을 옮겨놓고 있었습니다. 프랑스 소요 사태의 진원지가 됐던 파리 교외의 빈민갑니다. 프랑스 주류 사회의 높은 장벽으로 이민 2.3세 젊은이들은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며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인터뷰>노흐딘 (주민): "사회 지도층에서는 프랑스인이며 프랑스의 일부분이지만 사회에 편입되지 못한채 살고 있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냐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인터뷰>카림: "아무도 가난한 이들을 염려하지 않아요 부자도 국가도 우리를 생각하지 않아요..." 지난 50년대 노동력 확보를 위해 프랑스 정부에서는 대규모 공공 임대 주택을 지어주고 이들을 데려왔지만 지금은 빈민층의 슬럼가로 바뀌고 있습니다. 장기 불황이 깊어지면서 제일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이 사회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주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파리 외곽 빈민층 주민들은 지금 자신들이 포기됐다는 느낌이 커지면서 사회적 소외와 빈곤의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가난한 이민자들의 문제는 유럽 각국이 거의 다 마찬가지 사정 아닙니까? <답변> 네 바로 보셨습니다. 그래서 프랑스 소요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유럽 언론들은 프랑스의 가을 폭풍우가 유럽의 겨울의 전주곡이 되는 것 아니냐며 바짝 긴장했습니다. 한 예로 영국에서도 지난 7.7 테러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난 것처럼 자신을 영국에서 태어난 영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이슬람 계 이민들. 그러나 주류 사회에 편입되지 못하고 차별과 소외속에 살아가는 이들은, 그야말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민 정책의 실패로 사회통합에 문제를 안고 있는 나라는 영국 이탈리아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2차 대전 이후 값싼 노동력 확보를 이민자들을 대거 받아들였던 유럽 대다수 나라들이 다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질문> 그런 와중에 프랑스 내무장관은 강성 발언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다죠? <답변> 사르코지는 오는 2007년 프랑스 대선의 유력한 후보로 강력한 경찰력을 동원한 안전한 사회를 외쳐 프랑스 보수층으로 부터 큰 인기를 얻어 온 인물입니다. 이번에도 이슬람계 이민 2.3세들을 향해 인간쓰레기다 소방호스로 청소해야 할 대상이다라고 막말을 퍼부어 사태를 더욱 격화시킨 바 있습니다. 그는 지금도 말을 누그러뜨리기는커녕 이번 사태에 연관된 이민자들은 체류증이 있더라도 국외 추방을 명령할 것이라고 밝혀 인권침해라는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골치 아픈 이민자들을 탐탁치않게 생각하는 프랑스 보수층의 인기를 등에 업고 계속 강경한 방침으로 나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질문> 이번 사태로 인해 앞으로 프랑스 정치. 사회 분야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되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답변> : 프랑스로서는 그동안 솔리데리떼와 이갈리떼 즉 연대와 평등을 외치며 미국의 카트리나 피해를 인종갈등이 폭발한 것이라고 비웃었지만 사실 자신들의 눈에 대들보는 보지 못한 격이지 않았습니까? 이번 사태를 통해 프랑스로서 이민자들에 대한 사회통합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게 됐습니다. 일단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만큼 진정국면에 접어든 뒤에도 3달간 비상 사태 기간을 더 연장하기로 했습니다. 시라크 대통령은 테레비죤 연설을 정부가 교외 빈민지역 문제에 효율적으로 대응하지 못해왔다고 인정하고 출신지가 어디든 공화국 안에서 누구나 똑같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아무튼 이번 프랑스 장기소요 사태를 계기로 주류 프랑스인들의 아랍인에 대한 경계는 더욱 높아지게 됐습니다. 이틈을 타 국민전선같은 극우세력의 부상도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또 시라크 대통령의 지원을 받는 빌팽 총리와 사르코지 장관간의 대권 경쟁과 내부 노선싸움도 소요 후유증 치유정책과 맞물려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파리였습니다. <앵커 멘트> 한상덕 특파원, 수고하셨습니다. 프랑스의 이민자 소요사태가 우리에게도 남의 일만은 아닐 것입니다. 이미 우리 사회의 엄연한 구성원이 된 외국인 노동자들이나 중국동포들의 불만과 고충에 좀 더 관심을 쏟을 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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