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탈북루트 추적

입력 2005.11.18 (10:59) 수정 2005.11.18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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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중국이 탈북자들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면서 탈북자들의 발길이 동남아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자유를 찾아 나선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미얀마, 그리고 라오스를 거쳐 태국에 이르기까지 수만리 고난의 길을 헤매고 있습니다.

한달음에 갈 수 있는 삼천리 길을 오를 수 없어 멀고도 험난한 탈북 경로를 좇아야 하는 이들을 박상민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북부의 미얀마 접경지역, 차를 타고 두시간 이상 산길을 달리자 태국군 검문소가 나타납니다.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이곳은 미얀마 반군의 마약 재배와 밀거래로 악명이 높습니다.

최근 이곳에 주둔중인 태국군들은 국경을 따라 참호를 파고 막사를 보강했습니다. 과거에 없던 밀입국이 종종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사무총장): " 탈북자들이 미얀마를 거쳐서 태국으로 넘어올 때 길을 잃으면 험준한 산길을 헤매다가 여기 군부대에 체포돼 태국경찰에 인계가 되는 경우가 많았던 지역입니다."

미얀마 국경 산악지대 아래 자리잡은 태국의 한 작은 마을 사선을 넘다 붙잡힌 탈북자들은 이곳 이민국에 수용됩니다. 일주일 전까지 이곳 유치장엔 탈북자 17명이 머물렀습니다.

<인터뷰>이민국 관계자: "(언제 방콕으로 갔습니까?) 일주일전에 갔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넘어옵니까?) 아주 많이 옵니다."

메콩강을 따라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등 세나라가 맞닿아 있는 골든 트라이앵글, 인도차이나 반도의 심장으로 무역과 교통의 요충집니다.

부지런히 메콩강을 건너 국경을 오가는 사람들 속엔 이방인들이 섞여 있습니다. 여행객을 가장한 탈북자들입니다.

이곳은 태국과 라오스 접경지역입니다. 보시다시피 강폭이 매우 좁아 탈북자들이 강을 건너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강을 건너기 쉬운 만큼 위험부담도 큽니다. 곳곳에 숨어있는 비밀 감시원들이 밀입국자들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모씨 등 탈북자들도 골든 트라이앵글 루트를 건너다 붙잡혔습니다.

<인터뷰>여성 탈북자: "(어떻게 만나셨어요?)오다가 한배에서 만났어요.( 언제 오신거에요? 어제 저녁에?)네, 어젯 밤에 왔어요."

중국에서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건너온 일행은 모두 6명, 10대의 고아 남매와 어린 아들을 안고 온 어머니, 그리고 노인을 포함한 여성 2명입니다.

<인터뷰>조모군 (고아 남매 탈북자): " 저희들 부모 없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일찍 돌아가시고 살기가 힘들어서 무작정 이렇게 떠났습니다. (언제 북한에서 나오신거에요?)올해 8월 31일 국경 건넜습니다."

6살난 아들을 둔 정모씨는 중국에서 결혼해 2년을 살았습니다.

<인터뷰>정모씨 (모자 탈북자): "중국에서 난민으로 살다가 힘들어서 한국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특히 중국 공안이 탈북자 검문검색 강화하면서 한국행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인터뷰>조모군(고아 남매 탈북자): "중국 사람에게 물어보니까 태국가서 경찰에게 잡혀서 한국 보내달라고 하면 보내준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날 밀입국 혐의로 2천바트, 우리 돈 약 5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김씨 일행은 경찰서 유치장에 갇혔습니다. 생필품을 사들고 가 부탁하자 간신히 면회가 가능했습니다.

<인터뷰>정모씨 (모자 탈북자): "(뭐 필요하신거 없습니까?) 아이가 열이 나고,, 할머니도 발가락이 자꾸 열이 나서..."

어제만 해도 천진난만하게 웃던 정군은 차가운 유치장 바닥에 앓아 누웠습니다. 칠순을 넘은 김씨 할머니는 쇠창살 밖으로 온통 피멍이 든 발가락을 내보였습니다.

<인터뷰>김모씨 (70대 탈북자): "산길로 경사 45도에서 구르면 신발이 앞으로 밀치니까 딱 찧었단 말이지.. 하늘도 보이지 않는 밀림속인데..."

벌금을 낼 돈이 없는 김씨 일행은 열흘동안 경찰서 유치장에 감금된 뒤 이민국으로 넘겨집니다.

태국에서 배를 타고 20분, 메콩강을 건너 입국한 라오스 지역엔 조그만 시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라오스를 여행한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기념품을 사며 쉬어갑니다.

여행자 숙소도 마련돼 있어 중국에서 라오스로 건너온 탈북자들에겐 좋은 은신첩니다. 탈북자들은 이곳에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태국행 배를 기다립니다.

<인터뷰>라오스 지역 주민: "부모와 자식 등 가족단위로 올 때도 있지만 혼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9월 탈북자 박모씨도 이 루트를 거쳐갔습니다. 5년전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된 박씨는 재탈북에 성공했고, 고문 후유증으로 두 다리를 잘라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탈북한 아들의 도움으로 수만리 동남아 루트를 가로질렀습니다.

<녹취>박모씨 (탈북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나 여기서 못삽니다. 열심히 살자고 하는데..."

도심에 우뚝선 마천루와 붐비는 거리, 전통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진 불교국가 태국의 수도 방콕. 일년 내내 세계 각지에서온 사람들로 붐비는 동남아 중심도시입니다. 태국 국경지역을 잡히지 않고 통과한 탈북자들에게도 이곳 방콕이 최종 목적집니다. 일단 방콕에 들어오면 유엔에 난민 신청을 한 뒤 조용히 은신하며 한국행을 기다리게 됩니다.

밤 늦은 시각 방콕의 한 거리, 청년 셋이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눕니다. 얼마 전 중국에서 넘어온 탈북자들입니다. 수소문 끝에 인근 숙소를 찾아봤지만 신분 노출을 두려워해 취재를 할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이모씨 (탈북자 지원): "여러 곳에서 보호를 받으면서 한편은 수용소에서 또 한편은 종교시설 단체에서 머물면서 UN 고등판무관 판정을 받고 한국 정부나 대사관을 통해서 한국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경에서 잡혔건 방콕까지 무사히 들어왔건 일단 탈북자들이 태국에 발을 들여놓으면 유엔을 통해 한국행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방콕을 거친 탈북자들의 숫자가 늘면서 북한과의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터뷰>도희윤 (피랍탈북연대 사무총장): "유입돼 있는 숫자를 적절하게 조정을 해서 한국이라던지 제3국으로의 또 피난처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것은 외교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완급조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이쪽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을 거쳐 미얀마로, 라오스로 그리고 태국으로 이어지는 동남아 탈북 루트, 남과 북 기껏해야 삼천리길이 삶과 자유를 찾는 이들에겐 수만리 형벌의 길이 돼버렸습니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왜 이렇게 힘드냐고, 돌아가야 하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가면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그들 스스로가 선택한 희망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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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남아 탈북루트 추적
    • 입력 2005-11-18 10:25:14
    • 수정2005-11-18 11:18:33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최근 중국이 탈북자들에 대한 검문검색을 강화하면서 탈북자들의 발길이 동남아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자유를 찾아 나선 탈북자들은 중국에서 미얀마, 그리고 라오스를 거쳐 태국에 이르기까지 수만리 고난의 길을 헤매고 있습니다. 한달음에 갈 수 있는 삼천리 길을 오를 수 없어 멀고도 험난한 탈북 경로를 좇아야 하는 이들을 박상민 특파원이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태국 북부의 미얀마 접경지역, 차를 타고 두시간 이상 산길을 달리자 태국군 검문소가 나타납니다. 일반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된 이곳은 미얀마 반군의 마약 재배와 밀거래로 악명이 높습니다. 최근 이곳에 주둔중인 태국군들은 국경을 따라 참호를 파고 막사를 보강했습니다. 과거에 없던 밀입국이 종종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도희윤 (피랍탈북인권연대 사무총장): " 탈북자들이 미얀마를 거쳐서 태국으로 넘어올 때 길을 잃으면 험준한 산길을 헤매다가 여기 군부대에 체포돼 태국경찰에 인계가 되는 경우가 많았던 지역입니다." 미얀마 국경 산악지대 아래 자리잡은 태국의 한 작은 마을 사선을 넘다 붙잡힌 탈북자들은 이곳 이민국에 수용됩니다. 일주일 전까지 이곳 유치장엔 탈북자 17명이 머물렀습니다. <인터뷰>이민국 관계자: "(언제 방콕으로 갔습니까?) 일주일전에 갔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넘어옵니까?) 아주 많이 옵니다." 메콩강을 따라 태국과 미얀마, 라오스 등 세나라가 맞닿아 있는 골든 트라이앵글, 인도차이나 반도의 심장으로 무역과 교통의 요충집니다. 부지런히 메콩강을 건너 국경을 오가는 사람들 속엔 이방인들이 섞여 있습니다. 여행객을 가장한 탈북자들입니다. 이곳은 태국과 라오스 접경지역입니다. 보시다시피 강폭이 매우 좁아 탈북자들이 강을 건너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강을 건너기 쉬운 만큼 위험부담도 큽니다. 곳곳에 숨어있는 비밀 감시원들이 밀입국자들을 감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모씨 등 탈북자들도 골든 트라이앵글 루트를 건너다 붙잡혔습니다. <인터뷰>여성 탈북자: "(어떻게 만나셨어요?)오다가 한배에서 만났어요.( 언제 오신거에요? 어제 저녁에?)네, 어젯 밤에 왔어요." 중국에서 라오스를 거쳐 태국으로 건너온 일행은 모두 6명, 10대의 고아 남매와 어린 아들을 안고 온 어머니, 그리고 노인을 포함한 여성 2명입니다. <인터뷰>조모군 (고아 남매 탈북자): " 저희들 부모 없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일찍 돌아가시고 살기가 힘들어서 무작정 이렇게 떠났습니다. (언제 북한에서 나오신거에요?)올해 8월 31일 국경 건넜습니다." 6살난 아들을 둔 정모씨는 중국에서 결혼해 2년을 살았습니다. <인터뷰>정모씨 (모자 탈북자): "중국에서 난민으로 살다가 힘들어서 한국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이들은 특히 중국 공안이 탈북자 검문검색 강화하면서 한국행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인터뷰>조모군(고아 남매 탈북자): "중국 사람에게 물어보니까 태국가서 경찰에게 잡혀서 한국 보내달라고 하면 보내준다고 말했습니다." 다음 날 밀입국 혐의로 2천바트, 우리 돈 약 5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김씨 일행은 경찰서 유치장에 갇혔습니다. 생필품을 사들고 가 부탁하자 간신히 면회가 가능했습니다. <인터뷰>정모씨 (모자 탈북자): "(뭐 필요하신거 없습니까?) 아이가 열이 나고,, 할머니도 발가락이 자꾸 열이 나서..." 어제만 해도 천진난만하게 웃던 정군은 차가운 유치장 바닥에 앓아 누웠습니다. 칠순을 넘은 김씨 할머니는 쇠창살 밖으로 온통 피멍이 든 발가락을 내보였습니다. <인터뷰>김모씨 (70대 탈북자): "산길로 경사 45도에서 구르면 신발이 앞으로 밀치니까 딱 찧었단 말이지.. 하늘도 보이지 않는 밀림속인데..." 벌금을 낼 돈이 없는 김씨 일행은 열흘동안 경찰서 유치장에 감금된 뒤 이민국으로 넘겨집니다. 태국에서 배를 타고 20분, 메콩강을 건너 입국한 라오스 지역엔 조그만 시장이 들어서 있습니다. 라오스를 여행한 관광객들은 이곳에서 기념품을 사며 쉬어갑니다. 여행자 숙소도 마련돼 있어 중국에서 라오스로 건너온 탈북자들에겐 좋은 은신첩니다. 탈북자들은 이곳에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태국행 배를 기다립니다. <인터뷰>라오스 지역 주민: "부모와 자식 등 가족단위로 올 때도 있지만 혼자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9월 탈북자 박모씨도 이 루트를 거쳐갔습니다. 5년전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된 박씨는 재탈북에 성공했고, 고문 후유증으로 두 다리를 잘라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탈북한 아들의 도움으로 수만리 동남아 루트를 가로질렀습니다. <녹취>박모씨 (탈북자):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나 여기서 못삽니다. 열심히 살자고 하는데..." 도심에 우뚝선 마천루와 붐비는 거리, 전통과 현대가 한데 어우러진 불교국가 태국의 수도 방콕. 일년 내내 세계 각지에서온 사람들로 붐비는 동남아 중심도시입니다. 태국 국경지역을 잡히지 않고 통과한 탈북자들에게도 이곳 방콕이 최종 목적집니다. 일단 방콕에 들어오면 유엔에 난민 신청을 한 뒤 조용히 은신하며 한국행을 기다리게 됩니다. 밤 늦은 시각 방콕의 한 거리, 청년 셋이 술을 마시며 얘기를 나눕니다. 얼마 전 중국에서 넘어온 탈북자들입니다. 수소문 끝에 인근 숙소를 찾아봤지만 신분 노출을 두려워해 취재를 할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이모씨 (탈북자 지원): "여러 곳에서 보호를 받으면서 한편은 수용소에서 또 한편은 종교시설 단체에서 머물면서 UN 고등판무관 판정을 받고 한국 정부나 대사관을 통해서 한국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경에서 잡혔건 방콕까지 무사히 들어왔건 일단 탈북자들이 태국에 발을 들여놓으면 유엔을 통해 한국행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방콕을 거친 탈북자들의 숫자가 늘면서 북한과의 외교문제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터뷰>도희윤 (피랍탈북연대 사무총장): "유입돼 있는 숫자를 적절하게 조정을 해서 한국이라던지 제3국으로의 또 피난처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것은 외교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그 완급조절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 이쪽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중국을 거쳐 미얀마로, 라오스로 그리고 태국으로 이어지는 동남아 탈북 루트, 남과 북 기껏해야 삼천리길이 삶과 자유를 찾는 이들에겐 수만리 형벌의 길이 돼버렸습니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왜 이렇게 힘드냐고, 돌아가야 하냐고 묻지 않았습니다. 한국에 가면 인간답게 살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그들 스스로가 선택한 희망의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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