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투사 신우여 선생 조카의 ‘아쉬운 귀향’

입력 2008.06.12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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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버지가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에 나섰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정작 피붙이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이 한이 됩니다."
사단법인 고려인돕기운동본부의 초청으로 고국 땅을 처음 밟았던 91명의 고려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12일 속초항을 통해 러시아 연해주로 돌아갔다.
이들 가운데 나제즈다 신(76) 할머니는 눈물만 흘리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놓고 있었다. 그는 만주와 러시아 연해주 일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신우여(申禹汝.1882-1923) 선생의 친조카다.
신 할머니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혹시나 친척을 만날까 하는 기대를 안고 병원에 10일 이상 다니면서 간신히 몸을 추슬러 고국에 왔는데...," 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연해주 파르티잔스크시에 살고 있는 그는 "큰아버지가 독립운동가(1999년 건국훈장 독립장)로 인정받고 존경받는 인물로 기록돼 있다는 것을 고국에서 두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해 그나마 다행"이라며 "한국 정부가 큰아버지의 혈육을 찾아 제대로 대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할머니에 따르면 신우여 선생은 슬하에 3남1녀를 두었는데 선생의 자녀는 모두 사망했다. 이들 형제는 선생이 독립운동에 매진하다 일찍 서거하는 바람에 작은 아버지의 집에서 자라다시피 했으며, 할머니와 함께 성장했다.
신 할머니는 "1937년 강제이주로 인해 4촌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중앙아시아와 연해주, 중국 등에서 살다가 모두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1990년 누군가(외국어대 반병률 교수) 큰아버지의 막내 딸이 중국 훈춘(琿春)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는데,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됐다는 주위 의 얘기만 듣고 왔다"고 설명했다.
큰아버지의 사진과 독립운동 관련 사료를 들고 방한한 신 할머니는 "이제 고국 땅을 다시는 밟지 못할 것 같다"며 "직계손이 어딘가에는 살아있을 테니 꼭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함경북도 경흥 출생인 신우여 선생은 1919년 중국 훈춘에서 이하영(李河英) 선생과 함께 독립을 위한 연설로 민족의식을 고취했고, 이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규면(金圭冕) 선생 등이 조직한 신민단에 참여하고 문창범(文昌範).이동휘(李東輝) 선생의 지휘 아래 의용병에 가담했다.
선생은 한족공산당 우리동무군 사령부장으로 일본군과 교전에 참가했으며 고려혁명군 서부사령관으로도 활약했다.
한편 이날 러시아로 귀환한 고려인 91명을 제외한 나머지 고려인 방문단은 지방 나들이에 나섰다.
빅토리아 러시아무용단과 고려인 청소년으로 구성된 칠성가무단, 왕산 허위 선생의 친손녀인 허가이 알렉산드라 할머니, 우즈베키스탄 가수 등은 공주대학교를 방문해 오후 7시30분 백제교육문화관 컨벤션홀에서 공주시민을 위한 문화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또 13명의 고려인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날 광주광역시의 이연 안과를 찾아 무료 백내장수술을 받고, 회복한 뒤 15일 러시아로 돌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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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립투사 신우여 선생 조카의 ‘아쉬운 귀향’
    • 입력 2008-06-12 12:37:51
    연합뉴스
"큰아버지가 나라를 위해 독립운동에 나섰다는 사실은 확인했지만 정작 피붙이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가는 것이 한이 됩니다." 사단법인 고려인돕기운동본부의 초청으로 고국 땅을 처음 밟았던 91명의 고려인 할아버지 할머니가 12일 속초항을 통해 러시아 연해주로 돌아갔다. 이들 가운데 나제즈다 신(76) 할머니는 눈물만 흘리며 차마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떼어놓고 있었다. 그는 만주와 러시아 연해주 일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 신우여(申禹汝.1882-1923) 선생의 친조카다. 신 할머니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혹시나 친척을 만날까 하는 기대를 안고 병원에 10일 이상 다니면서 간신히 몸을 추슬러 고국에 왔는데...," 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연해주 파르티잔스크시에 살고 있는 그는 "큰아버지가 독립운동가(1999년 건국훈장 독립장)로 인정받고 존경받는 인물로 기록돼 있다는 것을 고국에서 두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해 그나마 다행"이라며 "한국 정부가 큰아버지의 혈육을 찾아 제대로 대우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 할머니에 따르면 신우여 선생은 슬하에 3남1녀를 두었는데 선생의 자녀는 모두 사망했다. 이들 형제는 선생이 독립운동에 매진하다 일찍 서거하는 바람에 작은 아버지의 집에서 자라다시피 했으며, 할머니와 함께 성장했다. 신 할머니는 "1937년 강제이주로 인해 4촌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중앙아시아와 연해주, 중국 등에서 살다가 모두 세상을 떠났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1990년 누군가(외국어대 반병률 교수) 큰아버지의 막내 딸이 중국 훈춘(琿春) 어딘가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갔는데, 이미 저세상 사람이 됐다는 주위 의 얘기만 듣고 왔다"고 설명했다. 큰아버지의 사진과 독립운동 관련 사료를 들고 방한한 신 할머니는 "이제 고국 땅을 다시는 밟지 못할 것 같다"며 "직계손이 어딘가에는 살아있을 테니 꼭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함경북도 경흥 출생인 신우여 선생은 1919년 중국 훈춘에서 이하영(李河英) 선생과 함께 독립을 위한 연설로 민족의식을 고취했고, 이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김규면(金圭冕) 선생 등이 조직한 신민단에 참여하고 문창범(文昌範).이동휘(李東輝) 선생의 지휘 아래 의용병에 가담했다. 선생은 한족공산당 우리동무군 사령부장으로 일본군과 교전에 참가했으며 고려혁명군 서부사령관으로도 활약했다. 한편 이날 러시아로 귀환한 고려인 91명을 제외한 나머지 고려인 방문단은 지방 나들이에 나섰다. 빅토리아 러시아무용단과 고려인 청소년으로 구성된 칠성가무단, 왕산 허위 선생의 친손녀인 허가이 알렉산드라 할머니, 우즈베키스탄 가수 등은 공주대학교를 방문해 오후 7시30분 백제교육문화관 컨벤션홀에서 공주시민을 위한 문화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또 13명의 고려인 할아버지 할머니는 이날 광주광역시의 이연 안과를 찾아 무료 백내장수술을 받고, 회복한 뒤 15일 러시아로 돌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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