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미군 범죄 급증…“SOFA 개정해야”

입력 2011.10.1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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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0대 성폭행에서 이른바 '퍽치기'까지 최근들어 주한미군과 그 가족의 범죄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급기야 주한미군 측이 야간외출 금지령까지 내리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과연 예방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러다보니 한-미 주둔군지위협정, 소파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또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치외교부 서지영 기자와 함께 주한미군 범죄를 계기로 문제점과 대안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질문>
야간통행금지 이후 미군 기지 인근의 실태, 실제로 취재해보니 어땠습니까?

<답변>
네, 어제와 그제 이틀 동안 동두천 기지 인근과 이태원의 클럽을 돌아봤는데요.

예상대로 미군들의 발길이 줄어 많이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최근 미군의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면서 미군 헌병대가 평일에도 이렇게 야간 순찰을 돌고 있었습니다.

통행 금지 시간은 주말에는 새벽 3시부터 2시간, 평일에는 자정부터 5시간 동안입니다.

미군들이 즐겨 찾는 클럽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는데요.

통금에다 순찰까지 강화되면서 손님이 뚝 끊기자 아예 문까지 닫은 가게도 있었습니다.

한 이태원 상인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동두천 상인:"평일은 사실 미군들한테 기대서 벌어먹고 살고 있는데 전혀 안 나오니까 정말 힘드네요. 오늘은 진짜 공친 상탭니다."

야간 통행제한 조치는 지난 7일부터 한달동안만 실시됩니다.

일시적인 통행제한 조치로 지금은 조용한 모습이지만 언제라도 통금이 풀리면 또다시 흥청거림으로 바뀌고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민들은 불안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질문>
미군이 지난해 7월 폐지됐던 야간 통행금지를 1년 3개월 만에 부활한 것은 그래도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 아닙니까?

<답변>
최근 잇따른 10대 성폭행 사건 발생 시각을 살펴보니까요.

모두 공교롭게도 새벽 4시에서 6시 사이에 벌어졌습니다.

실제로 주한 미군의 범죄 건수와 야간통행금지 조치는 상관 관계가 있는데요.

2006년부터 다소 줄던 범죄 건수가 통행 금지 시간이 축소된 2009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늘었습니다.

지난해는 무려 377건, 2008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는데요.

지난해 7월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된 이후에는 범죄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직업 군인인 미군에게 야간 통행금지는 전시 상황에나 내려지는 사실상 최고 통제 조치에 속합니다.

그런 만큼, 반미 감정 악화를 우려해 서둘러 미군이 통금 조치를 내렸지만 한시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범죄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이렇게 범죄가 늘고 있는데요. 왜 우리 수사 당국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못하는 겁니까?

<답변>
우리나라와 미국은 SOFA,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을 맺고 있는데요.

검거에서 재판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부가 모든 사법 절차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소파 조항이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 규정 때문에 초동 수사부터 제약이 있는 겁니다.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 고시텔에서 여고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군이 오늘 경찰에 다시 출두했습니다.

두 번째 조사인데요. 범행 뒤 한 달이 다 되도록 신병은 미군에 있었습니다.

소파 조항을 보면 구금 조건이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살인이나 죄질이 나쁜 성폭력일 때도 경찰이 현장에서 미군을 붙잡았을 때만 구금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또 성폭력일 때는 "죄질이 나쁘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단서가 붙어 있어 미군 구속은 원천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가해자 미군이 부대로 도망가게 되면 현장에 있던 미군끼리 알리바이 만들거나 증거 조작하거나 해서 준비된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는 것이죠.

일본의 경우를 보면요. 지난 1995년 오키나와에서 미군이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뒤 반미 감정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결국 클린턴 대통령이 사과했고, 미군이 중대범죄를 저지르면 기소 전에 조사할 수 있도록 미-일 소파 규정이 개선됐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적어도 일본 수준의 소파 개정이 뒤따르도록 우리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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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10-12 23: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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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10대 성폭행에서 이른바 '퍽치기'까지 최근들어 주한미군과 그 가족의 범죄가 부쩍 늘고 있습니다. 급기야 주한미군 측이 야간외출 금지령까지 내리면서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과연 예방책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이러다보니 한-미 주둔군지위협정, 소파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또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치외교부 서지영 기자와 함께 주한미군 범죄를 계기로 문제점과 대안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질문> 야간통행금지 이후 미군 기지 인근의 실태, 실제로 취재해보니 어땠습니까? <답변> 네, 어제와 그제 이틀 동안 동두천 기지 인근과 이태원의 클럽을 돌아봤는데요. 예상대로 미군들의 발길이 줄어 많이 한산한 모습이었습니다. 최근 미군의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면서 미군 헌병대가 평일에도 이렇게 야간 순찰을 돌고 있었습니다. 통행 금지 시간은 주말에는 새벽 3시부터 2시간, 평일에는 자정부터 5시간 동안입니다. 미군들이 즐겨 찾는 클럽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는데요. 통금에다 순찰까지 강화되면서 손님이 뚝 끊기자 아예 문까지 닫은 가게도 있었습니다. 한 이태원 상인의 말 들어보시죠. <인터뷰> 동두천 상인:"평일은 사실 미군들한테 기대서 벌어먹고 살고 있는데 전혀 안 나오니까 정말 힘드네요. 오늘은 진짜 공친 상탭니다." 야간 통행제한 조치는 지난 7일부터 한달동안만 실시됩니다. 일시적인 통행제한 조치로 지금은 조용한 모습이지만 언제라도 통금이 풀리면 또다시 흥청거림으로 바뀌고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민들은 불안해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질문> 미군이 지난해 7월 폐지됐던 야간 통행금지를 1년 3개월 만에 부활한 것은 그래도 범죄 예방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 아닙니까? <답변> 최근 잇따른 10대 성폭행 사건 발생 시각을 살펴보니까요. 모두 공교롭게도 새벽 4시에서 6시 사이에 벌어졌습니다. 실제로 주한 미군의 범죄 건수와 야간통행금지 조치는 상관 관계가 있는데요. 2006년부터 다소 줄던 범죄 건수가 통행 금지 시간이 축소된 2009년을 기점으로 급격히 늘었습니다. 지난해는 무려 377건, 2008년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는데요. 지난해 7월 야간통행금지가 해제된 이후에는 범죄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직업 군인인 미군에게 야간 통행금지는 전시 상황에나 내려지는 사실상 최고 통제 조치에 속합니다. 그런 만큼, 반미 감정 악화를 우려해 서둘러 미군이 통금 조치를 내렸지만 한시적이고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는 점에서 범죄를 막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질문> 그런데 이렇게 범죄가 늘고 있는데요. 왜 우리 수사 당국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못하는 겁니까? <답변> 우리나라와 미국은 SOFA, 한미 주둔군지위협정을 맺고 있는데요. 검거에서 재판에 이르기까지, 미국 정부가 모든 사법 절차에 개입할 수 있도록 한 소파 조항이란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이 규정 때문에 초동 수사부터 제약이 있는 겁니다. 지난달 17일, 서울 마포 고시텔에서 여고생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군이 오늘 경찰에 다시 출두했습니다. 두 번째 조사인데요. 범행 뒤 한 달이 다 되도록 신병은 미군에 있었습니다. 소파 조항을 보면 구금 조건이 지극히 제한적입니다. 살인이나 죄질이 나쁜 성폭력일 때도 경찰이 현장에서 미군을 붙잡았을 때만 구금할 수 있도록 돼 있습니다. 또 성폭력일 때는 "죄질이 나쁘다"는 지극히 주관적인 단서가 붙어 있어 미군 구속은 원천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박정경수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사무국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가해자 미군이 부대로 도망가게 되면 현장에 있던 미군끼리 알리바이 만들거나 증거 조작하거나 해서 준비된 상태로 경찰 조사를 받는 것이죠. 일본의 경우를 보면요. 지난 1995년 오키나와에서 미군이 초등학생을 성폭행한 뒤 반미 감정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결국 클린턴 대통령이 사과했고, 미군이 중대범죄를 저지르면 기소 전에 조사할 수 있도록 미-일 소파 규정이 개선됐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적어도 일본 수준의 소파 개정이 뒤따르도록 우리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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