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북한] 젊은 지도자의 ‘유희장’ 정치

입력 2012.09.0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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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



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김정은 북한 제1비서가 우리 놀이공원에 해당하는‘유희장’을 최근 잇따라 찾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도 직접 놀이기구를 타고 주민들과 악수까지 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연일 보도하고 있는데요.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부각시키고, 집권 초기 민생에 주력하는 젊은 지도자의 모습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7월26일) : "절세 위인들의 숭고한 인민관, 조국관, 미래관이 철저히 구현된 능라인민유원지의 준공식(노)이 성대히 진행됐습니다."



1년 넘는 공사를 마치고, 평양 능라인민유원지의 개장 행사가 진행됐다.



김정은 제1비서가 부인 이설주와 함께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 그리고 동생 김여정도 함께 했다.



<녹취> 조선중앙TV (7월 26일) : "능라도를 세상에 자랑할 만한 인민의 문화 휴식터로 꾸려 주시고 그 이름도 능라인민유원지로 명명해주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 "



유원지 준공식에 부인까지 대동한 깜짝 등장.



김정은의 파격 행보는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녹취> 조선중앙TV (7월 26일) : "유희기재(놀이기구)도 몸소 타보시며 인민의 기쁨을 더해주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 능라도를 인민의 섬으로 만들자고 하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그 말씀 끝없이 메아리치는 능라유희장에서 이렇듯 행복한 순간을 맞이한 우리 인민입니다."



물놀이장을 찾은 주민들과 악수를 나누는가 하면, 각국 대사들과 함께 직접 놀이기구를 타기도 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김정은이 준공식에 다녀간 뒤 북한 매체들은 능라인민유원지 소식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여름철 물놀이장을 찾은 주민들이나 지난달 청년절 경축행사 대표들의 유원지 방문 소식 등을 전하면서 능라인민유원지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녹취> 조선중앙TV (5월4일) : "채 완공되지 않은 위험한 물미끄럼대의 정점에도 올라가 보자고 하시며 층층이 높은 계단을 오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



김정은 제1비서는 준공 전부터 능라인민유원지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문을 열기 전부터 유원지를 세 차례나 찾아 공사 진행 상황을 꼼꼼히 점검했다.



직접 도안을 그려 공사 관계자에게 보여주는 등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의 행보를 ‘민생 챙기기’라며 적극 선전했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2012년은 주체 100년이라고 하는 상징적인 해이기 때문에 인민들의 생활에 있어서 보다 나은 편의 시설이라든가 인민들을 위한 시설을 당에서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는 부분들이고요. 특히 이런 문화 시설이라고 하는 것은 인민들이 직접적으로 현장에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기 때문에... "



북한의 첫 번째 놀이공원은 1977년, 평양 외곽 대성산에 설립된 대성산유희장이다.



18만 제곱킬로미터 부지의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유희장 주변으로 중앙동식물원이 있고 경관도 뛰어나 북한의 대표적인 위락시설로 손꼽힌다.



그 뒤 1982년, 김일성 주석 70번째 생일에 맞춰 만경대 유희장이 문을 열었고, 2년 뒤인 1984년에는 평양 모란봉 구역에 개선 청년공원 유희장이 들어섰다.



북한 당국이 연이어 놀이공원을 건설한 것은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일과 무관치 않다.



김정일은 후계자로 지명된 이듬해인 1973년 사상-기술-문화 혁명을 주창한 이른바 ‘3대 혁명 소조 운동’을 시작하며 문화 시설 확충에 열을 올렸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김정일 국방위원장 같은 경우에 3대 혁명 소조를 중심으로 해서 이제 정치 지도력을 확대했는데 그 3대 혁명 사업의 하나가 문화 사업이 있기 때문에 문화 분야에 대한 다양한 사업을 하는 과정 속에서 이런 인민 편의 시설이라든가 봉사 시설의 확충을 강조하였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2010년 7월2일) : "늙은이도 젊은이도 아이들도 하나같이 선남선녀들이 돼서 마음껏 하늘을 훨훨 나르고, 웃음소리, 함성 소리로 떠나갈 듯한 개선청년공원 구내 곳곳에는..."



화려한 조명 아래 여름밤을 즐기는 사람들로 놀이공원 전체가 북적인다.



가족의 나들이나 학생들의 소풍처럼 놀이공원은 평양시민들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위락시설로 자리 잡았다.



<녹취> 조선중앙TV (2010년 7월2일) : "보이는 것마다 희한하고 또 우리의 마음에 드는 유희들이어서 어디부터 찾아가봐야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 모두가 놀이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북한의 놀이공원은 알려진 곳만 모두 네 곳, 전부 평양에 있다.



다른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인터뷰> 임미숙(2008년 탈북) : "지방에는 누릴 수가 없는 거죠. 대신 지방에 있는 사람들이 평양에 출장을 간다든가 또 함흥에 있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견학권을 가져서 평양 견학을 간다든가 이러한 경우에는... 도시에 있는 아이들은 누릴 수 있지만 지방, 농촌에 있는 아이들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죠. "



평양에 놀이공원이 집중된 것은 북한 당국의 체제 선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도 평양을 북한의 상징적인 도시로 내세워 외부 세계에 체제의 건재함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놀이공원에 사람들이 가득한 것도 북한 당국의 동원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끔 하고 있고 역으로 얘기 드린다면 이제 주요해서 조직적으로 유희장을 가는 경우에는 본인이 가기 싫어도 가서 즐겨야 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실 북한이 보여주는 북한은 평양밖에 없어요. 평양이 전부입니다. 평양에 모든 게 다 집중 돼있어요. 모든 좋은 것,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북한 당국이 보여주고 싶은 모든 거는 다 평양에 있습니다. "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며 북한은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았다.



놀이공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작동 중인 놀이기구가 몇 시간씩 멈추는 일도 잦아졌다.

<인터뷰> 임미숙(2008년 탈북) : "(작동) 하다가도 정전이 뚝 돼서 공중에 매달려 있을 때도 있고 그런 관성차(청룡열차)가 있는데 거기도 타다가 저도 그런 광경을 한번 목격했는데, 타고 가다가 중간에서 정전이 된 거예요. 그래서 운행을 멈췄죠. 그래서 한 3시간 넘게 있었어요. 내리지도 못하고..."



지난해 10월말 영국 일간지에 한 프리랜서 기자가 평양 만경대 유희장을 방문했던 기사를 실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기사는 온통 부정적 내용으로 가득했다.



잔뜩 녹슨 놀이기구가 자신들을 맞았고, 안내원의 설명과 달리 반정부 인사 무덤에서나 풍길 음산한 공기가 놀이공원 전체를 맴돌았다고 평가했다.



<인터뷰> 임미숙(2008년 탈북) : "외국에서 한 번 경험을 했던 분들은 거기 가면 위험 하겠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다른 데 경험을 못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제일 좋은 것으로 알고 있죠. "



최근 1, 2년 새 북한 당국은 낡은 놀이공원을 대대적으로 보수 또는 증축하고 있다.



지난 5월 8일, 김정은 제1비서가 영국 언론의 혹평을 받은 만경대 유희장 공사장을 찾았다.



김정은은 보도블록 사이에 난 잡풀을 직접 뜯어내면서 시설을 제대로 보수하지 않는 관리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녹취> 조선중앙TV (6월 14일) : "유희장 관리 일꾼들이 주인다운 입장과 일터에 대한 애착,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려는 양심이 있다면 이렇게 일할 수 있는가 하고 격하신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작은 부분들이거든요. 작은 부분들이지만 최고 지도자가 인민들이 누릴 수 있는 이런 작은 시설에 대해서 하나하나까지 챙긴다고 하는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서 보여줌으로써 인민들로 하여금 제1부위원장에 대한 어떤 세심한 배려를 느끼게끔 하려는 그런 의도가 작동된 것으로... "



김정은 제1비서의 놀이공원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강원도 원산시 해변에 우주비행선 등 현대적 시설을 갖춘 새로운 놀이공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버지 김정일이 집권 초기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군부대 방문으로 일관했던 것과는 무척이나 다른 행보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계속되는 놀이공원에 대한 관심이 단기간에 가시적 효과를 내기 위한 행보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현실적으로 본다면 2012년 김정은의 어떤 본격적인 등장이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준비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뭔가 큰 사업을 하거나 또는 새로운 김정은의 어떤 성과로 얘기할 수 있을만한 인프라를 구축하기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었기 때문에 편의 쪽에 아무래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



젊은 나이에 지도자가 된 만큼 ‘민생’에 주력하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려는 전락인 셈이다.



전력난과 식량난 등 여러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지만 김정은 체제가 놀이공원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주민들, 인민들을 먼저 나는 의무하고 인민들을 좀 잘 먹고 잘 살게 만들어주겠다. 뭐 그런 얘기 했다잖아요.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 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그럼 경제도 살리고 그러면서 또 주민들, 와서 이제 쉬게도 만들어주고 그러니까 그 어떤 지도자상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가 있어요. 나는 이전 지도자하고 다른 이런 사람이다. 그러니까 새로운 지도자상을 만들어 나가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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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9-08 12: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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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내부를 심층 분석하는 <클로즈업 북한>입니다.

김정은 북한 제1비서가 우리 놀이공원에 해당하는‘유희장’을 최근 잇따라 찾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도 직접 놀이기구를 타고 주민들과 악수까지 하는 김정은의 모습을 연일 보도하고 있는데요.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부각시키고, 집권 초기 민생에 주력하는 젊은 지도자의 모습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클로즈업 북한에서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7월26일) : "절세 위인들의 숭고한 인민관, 조국관, 미래관이 철저히 구현된 능라인민유원지의 준공식(노)이 성대히 진행됐습니다."

1년 넘는 공사를 마치고, 평양 능라인민유원지의 개장 행사가 진행됐다.

김정은 제1비서가 부인 이설주와 함께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과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 그리고 동생 김여정도 함께 했다.

<녹취> 조선중앙TV (7월 26일) : "능라도를 세상에 자랑할 만한 인민의 문화 휴식터로 꾸려 주시고 그 이름도 능라인민유원지로 명명해주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 "

유원지 준공식에 부인까지 대동한 깜짝 등장.

김정은의 파격 행보는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어졌다.

<녹취> 조선중앙TV (7월 26일) : "유희기재(놀이기구)도 몸소 타보시며 인민의 기쁨을 더해주신 경애하는 김정은 원수님. 능라도를 인민의 섬으로 만들자고 하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그 말씀 끝없이 메아리치는 능라유희장에서 이렇듯 행복한 순간을 맞이한 우리 인민입니다."

물놀이장을 찾은 주민들과 악수를 나누는가 하면, 각국 대사들과 함께 직접 놀이기구를 타기도 했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 시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김정은이 준공식에 다녀간 뒤 북한 매체들은 능라인민유원지 소식을 연이어 보도하고 있다.

여름철 물놀이장을 찾은 주민들이나 지난달 청년절 경축행사 대표들의 유원지 방문 소식 등을 전하면서 능라인민유원지를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녹취> 조선중앙TV (5월4일) : "채 완공되지 않은 위험한 물미끄럼대의 정점에도 올라가 보자고 하시며 층층이 높은 계단을 오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

김정은 제1비서는 준공 전부터 능라인민유원지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문을 열기 전부터 유원지를 세 차례나 찾아 공사 진행 상황을 꼼꼼히 점검했다.

직접 도안을 그려 공사 관계자에게 보여주는 등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의 행보를 ‘민생 챙기기’라며 적극 선전했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2012년은 주체 100년이라고 하는 상징적인 해이기 때문에 인민들의 생활에 있어서 보다 나은 편의 시설이라든가 인민들을 위한 시설을 당에서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과시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는 부분들이고요. 특히 이런 문화 시설이라고 하는 것은 인민들이 직접적으로 현장에서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기 때문에... "

북한의 첫 번째 놀이공원은 1977년, 평양 외곽 대성산에 설립된 대성산유희장이다.

18만 제곱킬로미터 부지의 방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유희장 주변으로 중앙동식물원이 있고 경관도 뛰어나 북한의 대표적인 위락시설로 손꼽힌다.

그 뒤 1982년, 김일성 주석 70번째 생일에 맞춰 만경대 유희장이 문을 열었고, 2년 뒤인 1984년에는 평양 모란봉 구역에 개선 청년공원 유희장이 들어섰다.

북한 당국이 연이어 놀이공원을 건설한 것은 후계자로 등장한 김정일과 무관치 않다.

김정일은 후계자로 지명된 이듬해인 1973년 사상-기술-문화 혁명을 주창한 이른바 ‘3대 혁명 소조 운동’을 시작하며 문화 시설 확충에 열을 올렸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김정일 국방위원장 같은 경우에 3대 혁명 소조를 중심으로 해서 이제 정치 지도력을 확대했는데 그 3대 혁명 사업의 하나가 문화 사업이 있기 때문에 문화 분야에 대한 다양한 사업을 하는 과정 속에서 이런 인민 편의 시설이라든가 봉사 시설의 확충을 강조하였습니다.

<녹취> 조선중앙TV (2010년 7월2일) : "늙은이도 젊은이도 아이들도 하나같이 선남선녀들이 돼서 마음껏 하늘을 훨훨 나르고, 웃음소리, 함성 소리로 떠나갈 듯한 개선청년공원 구내 곳곳에는..."

화려한 조명 아래 여름밤을 즐기는 사람들로 놀이공원 전체가 북적인다.

가족의 나들이나 학생들의 소풍처럼 놀이공원은 평양시민들이 여가를 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위락시설로 자리 잡았다.

<녹취> 조선중앙TV (2010년 7월2일) : "보이는 것마다 희한하고 또 우리의 마음에 드는 유희들이어서 어디부터 찾아가봐야 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 모두가 놀이공원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북한의 놀이공원은 알려진 곳만 모두 네 곳, 전부 평양에 있다.

다른 지역 주민들이 이용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인터뷰> 임미숙(2008년 탈북) : "지방에는 누릴 수가 없는 거죠. 대신 지방에 있는 사람들이 평양에 출장을 간다든가 또 함흥에 있는 아이들이 공부를 잘해서 견학권을 가져서 평양 견학을 간다든가 이러한 경우에는... 도시에 있는 아이들은 누릴 수 있지만 지방, 농촌에 있는 아이들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죠. "

평양에 놀이공원이 집중된 것은 북한 당국의 체제 선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수도 평양을 북한의 상징적인 도시로 내세워 외부 세계에 체제의 건재함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놀이공원에 사람들이 가득한 것도 북한 당국의 동원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게끔 하고 있고 역으로 얘기 드린다면 이제 주요해서 조직적으로 유희장을 가는 경우에는 본인이 가기 싫어도 가서 즐겨야 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죠. "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사실 북한이 보여주는 북한은 평양밖에 없어요. 평양이 전부입니다. 평양에 모든 게 다 집중 돼있어요. 모든 좋은 것, 한 마디로 말씀드리면 북한 당국이 보여주고 싶은 모든 거는 다 평양에 있습니다. "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며 북한은 사상 최악의 경제 위기를 맞았다.

놀이공원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작동 중인 놀이기구가 몇 시간씩 멈추는 일도 잦아졌다.
<인터뷰> 임미숙(2008년 탈북) : "(작동) 하다가도 정전이 뚝 돼서 공중에 매달려 있을 때도 있고 그런 관성차(청룡열차)가 있는데 거기도 타다가 저도 그런 광경을 한번 목격했는데, 타고 가다가 중간에서 정전이 된 거예요. 그래서 운행을 멈췄죠. 그래서 한 3시간 넘게 있었어요. 내리지도 못하고..."

지난해 10월말 영국 일간지에 한 프리랜서 기자가 평양 만경대 유희장을 방문했던 기사를 실었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기사는 온통 부정적 내용으로 가득했다.

잔뜩 녹슨 놀이기구가 자신들을 맞았고, 안내원의 설명과 달리 반정부 인사 무덤에서나 풍길 음산한 공기가 놀이공원 전체를 맴돌았다고 평가했다.

<인터뷰> 임미숙(2008년 탈북) : "외국에서 한 번 경험을 했던 분들은 거기 가면 위험 하겠다 하지만 북한 사람들은 다른 데 경험을 못했기 때문에 그 이상의 제일 좋은 것으로 알고 있죠. "

최근 1, 2년 새 북한 당국은 낡은 놀이공원을 대대적으로 보수 또는 증축하고 있다.

지난 5월 8일, 김정은 제1비서가 영국 언론의 혹평을 받은 만경대 유희장 공사장을 찾았다.

김정은은 보도블록 사이에 난 잡풀을 직접 뜯어내면서 시설을 제대로 보수하지 않는 관리자들을 강하게 질타했다.

<녹취> 조선중앙TV (6월 14일) : "유희장 관리 일꾼들이 주인다운 입장과 일터에 대한 애착, 인민을 위하여 복무하려는 양심이 있다면 이렇게 일할 수 있는가 하고 격하신 어조로 말씀하셨습니다. "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작은 부분들이거든요. 작은 부분들이지만 최고 지도자가 인민들이 누릴 수 있는 이런 작은 시설에 대해서 하나하나까지 챙긴다고 하는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서 보여줌으로써 인민들로 하여금 제1부위원장에 대한 어떤 세심한 배려를 느끼게끔 하려는 그런 의도가 작동된 것으로... "

김정은 제1비서의 놀이공원에 대한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강원도 원산시 해변에 우주비행선 등 현대적 시설을 갖춘 새로운 놀이공원을 건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아버지 김정일이 집권 초기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군부대 방문으로 일관했던 것과는 무척이나 다른 행보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의 계속되는 놀이공원에 대한 관심이 단기간에 가시적 효과를 내기 위한 행보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인터뷰> 전영선(건국대 통일인문학 연구단 교수) : "현실적으로 본다면 2012년 김정은의 어떤 본격적인 등장이라고 하는 것은 상당히 준비 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뭔가 큰 사업을 하거나 또는 새로운 김정은의 어떤 성과로 얘기할 수 있을만한 인프라를 구축하기에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었기 때문에 편의 쪽에 아무래도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닌가. "

젊은 나이에 지도자가 된 만큼 ‘민생’에 주력하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려는 전락인 셈이다.

전력난과 식량난 등 여러 위기가 해소되지 않고 있지만 김정은 체제가 놀이공원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인터뷰> 임순희(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주민들, 인민들을 먼저 나는 의무하고 인민들을 좀 잘 먹고 잘 살게 만들어주겠다. 뭐 그런 얘기 했다잖아요. 다시는 허리띠를 졸라 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그럼 경제도 살리고 그러면서 또 주민들, 와서 이제 쉬게도 만들어주고 그러니까 그 어떤 지도자상을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가 있어요. 나는 이전 지도자하고 다른 이런 사람이다. 그러니까 새로운 지도자상을 만들어 나가는 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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