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보관, 이통사는 안 되고 카톡은 된다?

입력 2014.07.07 (16:29) 수정 2014.07.07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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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메시지 저장' 문제를 놓고, 이동통신사와 카카오톡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메시지 내용 저장 시 발생할 수 있는 권리 침해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범죄 수사 등 공익을 위해 메시지 저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늘(7일) 각 업체에 따르면 SKT, KT, LG U+ 등 이동통신사는 문자 메시지를 따로 보관하지 않고 있다.

문자 메시지를 보관하는 것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004년 경찰은 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를 수사하면서 일부 수험생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메시지 저장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졌고 이듬해부터 이동통신사는 문자 메시지를 저장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현재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온라인 메신저 '카카오톡'의 메시지 내용은 3~7일간 보관된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저장하는 것은 휴대폰 분실 등으로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때를 대비한 조치다.

카카오톡 이용자는 최장 7일 주기로 이뤄지는 서버 업데이트 전까지 메신저에 접속하면 직전 서버 업데이트 이후 전송된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2주간 카카오톡에 접속하지 않은 이용자는 최근 7일 동안 들어온 메시지는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전 7일간의 메시지는 볼 수 없다.



이동통신사와 카카오가 메시지 저장 문제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 문제를 규정한 법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비밀보호법은 이동통신사에게, 통화를 걸고 받은 시간을 기록한 착·발신 내역, 문자 메시지 송·수신 내역 등을 12개월간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온라인 메신저 기업도 메시지 송·수신 내역을 3개월 동안 보관해야 한다.

이 같은 조치는 통신 내역이 범죄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다만 현행법은 메시지 내용의 저장 여부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 문제는 현재 각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다뤄지고 있다.

이처럼 메시지 저장 여부가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것은, 공익과 사익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저장할 경우 범죄자를 잡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지만 메시지 유출 시 개인의 사생활이 광범위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승객들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은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하고 원인을 추적하는 데 큰 도움이 됐지만, 일각에서는 사생활을 엿보는 것으로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정부도 메시지 저장 문제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메시지 저장 문제는 사실 정답이 없다"며 "공익과 사익을 조화롭게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온라인 메신저를 포함한 통신 사업자가 메시지를 저장할 수 없도록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이 2013년 4월 대표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문자메시지를 전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그 문자 메시지를 저장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전화통화보다 카카오톡 등을 통한 메시지 전송이 늘었지만 규정이 미비하다"며 "메시지 내용이 수사기관에 제출되면서 사생활 침해 이슈가 있었지만 근거 규정이 불명확해 논란이 있었다"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법사위 임중호 수석전문위원은 수사상 어려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 개정안이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임 위원은 "현재 압수·수색·검증의 대상으로 규정된 메시지를 삭제할 경우 범죄증거 수집에 현저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메시지 저장을 제도적으로 금지하기보다 압수에 관한 규정을 구체화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현재 각 사업자가 저장하고 있는 이메일도 수사기관의 압수 대상으로 간주되며 저장 자체가 금지되지는 않는다"며 "이메일과 메시지를 다르게 취급할 합리적인 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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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시지 보관, 이통사는 안 되고 카톡은 된다?
    • 입력 2014-07-07 16:29:40
    • 수정2014-07-07 17:10:22
    사회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 '메시지 저장' 문제를 놓고, 이동통신사와 카카오톡이 엇갈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메시지 내용 저장 시 발생할 수 있는 권리 침해 우려를 인정하면서도 범죄 수사 등 공익을 위해 메시지 저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오늘(7일) 각 업체에 따르면 SKT, KT, LG U+ 등 이동통신사는 문자 메시지를 따로 보관하지 않고 있다.

문자 메시지를 보관하는 것이 개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지난 2004년 경찰은 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를 수사하면서 일부 수험생의 문자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메시지 저장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졌고 이듬해부터 이동통신사는 문자 메시지를 저장하지 않기로 했다.

반면 현재 국민 대다수가 이용하는 온라인 메신저 '카카오톡'의 메시지 내용은 3~7일간 보관된다.

카카오톡 메시지를 저장하는 것은 휴대폰 분실 등으로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려울 때를 대비한 조치다.

카카오톡 이용자는 최장 7일 주기로 이뤄지는 서버 업데이트 전까지 메신저에 접속하면 직전 서버 업데이트 이후 전송된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2주간 카카오톡에 접속하지 않은 이용자는 최근 7일 동안 들어온 메시지는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전 7일간의 메시지는 볼 수 없다.



이동통신사와 카카오가 메시지 저장 문제를 둘러싸고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 문제를 규정한 법 조항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통신비밀보호법은 이동통신사에게, 통화를 걸고 받은 시간을 기록한 착·발신 내역, 문자 메시지 송·수신 내역 등을 12개월간 보관하도록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온라인 메신저 기업도 메시지 송·수신 내역을 3개월 동안 보관해야 한다.

이 같은 조치는 통신 내역이 범죄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기관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해당 기록을 확인하고 있다.

다만 현행법은 메시지 내용의 저장 여부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 문제는 현재 각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다뤄지고 있다.

이처럼 메시지 저장 여부가 법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것은, 공익과 사익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시지를 저장할 경우 범죄자를 잡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할 수 있지만 메시지 유출 시 개인의 사생활이 광범위하게 침해될 우려가 있다.



지난 4월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승객들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은 사고 당시 상황을 파악하고 원인을 추적하는 데 큰 도움이 됐지만, 일각에서는 사생활을 엿보는 것으로 부적절하다는 시각도 있었다.

정부도 메시지 저장 문제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메시지 저장 문제는 사실 정답이 없다"며 "공익과 사익을 조화롭게 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사생활 침해를 우려해 온라인 메신저를 포함한 통신 사업자가 메시지를 저장할 수 없도록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이 2013년 4월 대표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은 "문자메시지를 전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는 그 문자 메시지를 저장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의원은 "최근 전화통화보다 카카오톡 등을 통한 메시지 전송이 늘었지만 규정이 미비하다"며 "메시지 내용이 수사기관에 제출되면서 사생활 침해 이슈가 있었지만 근거 규정이 불명확해 논란이 있었다"고 개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법사위 임중호 수석전문위원은 수사상 어려움을 일으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이 개정안이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임 위원은 "현재 압수·수색·검증의 대상으로 규정된 메시지를 삭제할 경우 범죄증거 수집에 현저한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며 "메시지 저장을 제도적으로 금지하기보다 압수에 관한 규정을 구체화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현재 각 사업자가 저장하고 있는 이메일도 수사기관의 압수 대상으로 간주되며 저장 자체가 금지되지는 않는다"며 "이메일과 메시지를 다르게 취급할 합리적인 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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