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eye] 미국 카지노 불황, 엇갈린 운명

입력 2014.12.20 (08:36) 수정 2014.12.2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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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카지노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모습인데요.

그동안 우후죽순 늘기만 했던 미국 카지노 산업이 불황의 늪에 빠졌다고 합니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2~30대들이 카지노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다 그동안 카지노 허가를 남발해 카지노 시설이 너무 많아진 탓도 크다고 합니다.

이런 카지노 불황속에서 카지노 도시들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카지노 도시도 없지 않습니다.

미국의 대표적 카지노 도시인 라스베이거스와 애틀랜틱시티를 비교해 보면 왜 두 도시의 운명이 달라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뉴욕 박태서 특파원이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미 동부 뉴저지주의 애틀랜틱시티.

대서양을 내려다보는 빼어난 입지, 호화스럽기 그지없는 형형색색의 카지노 호텔들.

먼 발치에서 바라본 풍광은 이곳이 라스베이거스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카지노 도시임을 실감케합니다.

하지만 도시 안으로 들어서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이 대형카지노는 한때 애틀랜틱시티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달말 문을 닫습니다.

고객이 줄면서 수익이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녹취> 카지노 호텔 직원 : "폐업을 앞두고 호텔측이 노조와 최종 협상을 벌인다고 합니다."

매출 감소, 적자 누적을 견디지 못해 카지노 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고 있습니다.

애틀랜틱시티 주요 카지노 12곳 가운데 올들어 이미 네 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카지노 관광객들로 생업을 이어온 지역주민들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녹취> 택시 기사 : "8~90년대에는 두 시간 일하고도 1~2백달러 벌수 있었는데 요즘엔 하루 종일 돌아봐야 50달러 벌기도 쉽지 않아요."

<녹취> 카지노 타운 상인 : "예전 경기 좋을때 비해 매출이 70%이상은 줄어든 것 같아요."

카지노 고객 수가 줄어든 데엔 과도한 경쟁 탓이 컸습니다.

재정난으로 세금 확보에 혈안이 된 뉴욕과 코네티컷 등 뉴저지 인근 지역 주 정부, 최근 10년새 너도나도 카지노 허가를 내줬습니다.

미국 2대 카지노 도시 애틀랜틱시티의 몰락은 그때부터 예고됐습니다.

<인터뷰> 라파엘 빌라노예바(애틀랜틱시티 개발청장) : "1978년 이곳에서 카지노가 처음 문 열 당시 미국 전역에 카지노는 라스베가스 한 곳뿐이었습니다. 지금은 미국 전체 카지노가 천 곳이 넘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카지노의 원조는 어떤 상황일까?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 역시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최대 규모로 알려진 카지노 매장입니다.

이곳 역시 카지노 불황의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업체측은 카지노 고객이 줄어든데 따른 수익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갖가지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연말시즌, 한해 최고 성수기지만 카지노 매장은 한산합니다.

90년대 라스베이거스 전체 산업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했던 카지노 매출은 지난해 30퍼센트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업체들은 더이상 카지노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위기감을 토로합니다.

<인터뷰> 제임스 머랜(MGM 그룹 회장) : "대형 카지노에 틀어박혀 시간만 죽이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오락 산업에 대한 고객들의 접근 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카지노 업체들이 선택한 길은 업종 다변화입니다.

라스베가스 한복판의 공사현장입니다. 객석 2만명규모의 대형공연장이 2016년 봄 들어섭니다.

<인터뷰> 이베트 모네(카지노호텔 홍보담당) : "새로 공연장을 건설하는 것은 현재의 시설로는 스포츠 경기 등 늘어나는 관객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도박장 신규 증설은 전면 중단됐습니다.

카지노 업체들은 대신 각종 볼거리와 오락시설 건립에 집중투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슈워츠(네바다주립대 교수) : "카지노업체들이 카지노이외 오락시설에 집중투자하는 것은 요즘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사람들이 도박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카지노 고객 감소를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입니다.

<인터뷰> 데이빗 창(게임업체 마케팅책임자) : "소비능력이 왕성한 20~30대는 비디오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이 익숙한 세대입니다. 포커게임이나 바카라같은 카지노 도박과는 거리가 멀죠."

카지노업체들의 자구노력은 일단 성공적입니다.

금융 위기까지 겹치면서 고전을 면치못했던 라스베가스 경기는 2010년 이후 뚜렷한 회복세입니다.

여기에 각종 국제전시회가 연달아 대박을 터뜨리면서 올들어선 사상 최대인 관광객 4천만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제널 잭스(라스베이거스 관광청장) : "전시회참가를 목적으로 한 라스베이거스 방문객만 올 들어서 5백만 명에 이릅니다."

카지노만 바라보다 침체의 늪에 빠진 애틀랜틱시티.

카지노를 기반으로 새로운 생존 전략을 구축한 라스베이거스의 엇갈린 명암.

카지노를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해야 하느냐를 놓고 논쟁중인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작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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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eye] 미국 카지노 불황, 엇갈린 운명
    • 입력 2014-12-20 07:35:51
    • 수정2014-12-20 22:29:37
    특파원 현장보고
<앵커 멘트>

카지노의 메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 모습인데요.

그동안 우후죽순 늘기만 했던 미국 카지노 산업이 불황의 늪에 빠졌다고 합니다.

모바일 게임을 즐기는 2~30대들이 카지노에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데다 그동안 카지노 허가를 남발해 카지노 시설이 너무 많아진 탓도 크다고 합니다.

이런 카지노 불황속에서 카지노 도시들의 운명이 엇갈리고 있는데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카지노 도시도 없지 않습니다.

미국의 대표적 카지노 도시인 라스베이거스와 애틀랜틱시티를 비교해 보면 왜 두 도시의 운명이 달라졌는지 알 수 있습니다.

뉴욕 박태서 특파원이 현지를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미 동부 뉴저지주의 애틀랜틱시티.

대서양을 내려다보는 빼어난 입지, 호화스럽기 그지없는 형형색색의 카지노 호텔들.

먼 발치에서 바라본 풍광은 이곳이 라스베이거스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카지노 도시임을 실감케합니다.

하지만 도시 안으로 들어서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이 대형카지노는 한때 애틀랜틱시티의 상징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달말 문을 닫습니다.

고객이 줄면서 수익이 급속도로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녹취> 카지노 호텔 직원 : "폐업을 앞두고 호텔측이 노조와 최종 협상을 벌인다고 합니다."

매출 감소, 적자 누적을 견디지 못해 카지노 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고 있습니다.

애틀랜틱시티 주요 카지노 12곳 가운데 올들어 이미 네 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카지노 관광객들로 생업을 이어온 지역주민들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녹취> 택시 기사 : "8~90년대에는 두 시간 일하고도 1~2백달러 벌수 있었는데 요즘엔 하루 종일 돌아봐야 50달러 벌기도 쉽지 않아요."

<녹취> 카지노 타운 상인 : "예전 경기 좋을때 비해 매출이 70%이상은 줄어든 것 같아요."

카지노 고객 수가 줄어든 데엔 과도한 경쟁 탓이 컸습니다.

재정난으로 세금 확보에 혈안이 된 뉴욕과 코네티컷 등 뉴저지 인근 지역 주 정부, 최근 10년새 너도나도 카지노 허가를 내줬습니다.

미국 2대 카지노 도시 애틀랜틱시티의 몰락은 그때부터 예고됐습니다.

<인터뷰> 라파엘 빌라노예바(애틀랜틱시티 개발청장) : "1978년 이곳에서 카지노가 처음 문 열 당시 미국 전역에 카지노는 라스베가스 한 곳뿐이었습니다. 지금은 미국 전체 카지노가 천 곳이 넘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카지노의 원조는 어떤 상황일까?

환락의 도시 라스베가스, 역시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워져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최대 규모로 알려진 카지노 매장입니다.

이곳 역시 카지노 불황의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했습니다.

업체측은 카지노 고객이 줄어든데 따른 수익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갖가지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습니다.

연말시즌, 한해 최고 성수기지만 카지노 매장은 한산합니다.

90년대 라스베이거스 전체 산업의 70퍼센트 이상을 차지했던 카지노 매출은 지난해 30퍼센트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업체들은 더이상 카지노에만 매달릴 수 없다는 위기감을 토로합니다.

<인터뷰> 제임스 머랜(MGM 그룹 회장) : "대형 카지노에 틀어박혀 시간만 죽이는 시대는 끝났습니다. 오락 산업에 대한 고객들의 접근 방식은 근본적으로 변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카지노 업체들이 선택한 길은 업종 다변화입니다.

라스베가스 한복판의 공사현장입니다. 객석 2만명규모의 대형공연장이 2016년 봄 들어섭니다.

<인터뷰> 이베트 모네(카지노호텔 홍보담당) : "새로 공연장을 건설하는 것은 현재의 시설로는 스포츠 경기 등 늘어나는 관객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도박장 신규 증설은 전면 중단됐습니다.

카지노 업체들은 대신 각종 볼거리와 오락시설 건립에 집중투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데이비드 슈워츠(네바다주립대 교수) : "카지노업체들이 카지노이외 오락시설에 집중투자하는 것은 요즘 라스베이거스를 찾는 사람들이 도박엔 별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업계는 카지노 고객 감소를 돌이킬 수 없는 대세로 받아들입니다.

<인터뷰> 데이빗 창(게임업체 마케팅책임자) : "소비능력이 왕성한 20~30대는 비디오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이 익숙한 세대입니다. 포커게임이나 바카라같은 카지노 도박과는 거리가 멀죠."

카지노업체들의 자구노력은 일단 성공적입니다.

금융 위기까지 겹치면서 고전을 면치못했던 라스베가스 경기는 2010년 이후 뚜렷한 회복세입니다.

여기에 각종 국제전시회가 연달아 대박을 터뜨리면서 올들어선 사상 최대인 관광객 4천만명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인터뷰> 제널 잭스(라스베이거스 관광청장) : "전시회참가를 목적으로 한 라스베이거스 방문객만 올 들어서 5백만 명에 이릅니다."

카지노만 바라보다 침체의 늪에 빠진 애틀랜틱시티.

카지노를 기반으로 새로운 생존 전략을 구축한 라스베이거스의 엇갈린 명암.

카지노를 차세대 성장동력 산업으로 육성해야 하느냐를 놓고 논쟁중인 우리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작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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