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 마일, 체르노빌, 후쿠시마, 그 다음은?

입력 2016.09.21 (15:49) 수정 2016.09.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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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대형 원전 사고는 원자력업계가 사고를 대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대재앙의 가능성을 충분히 제거하지 못했습니다. 원자력의 위험성은 정말 높습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원전 사고를 분석한 위험 전문가들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규모의 대재앙이 일반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일찍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영국의 서섹스 대학과 스위스의 취리히 공과 대학 공동 연구팀은 200건 이상의 원전 사고를 분석해 그 결과를 최근 복수의 전문 학술지(Energy Research & Social Science and Risk Analysis)에 발표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 스펜서 휘틀리 교수는 "연구를 통해 원자력의 위험성이 정말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본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대재앙은 백 년에 한두 번 이상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스리 마일 섬 원전 규모의 사고도 10년에서 20년 사이에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리 마일 섬 원전 사고는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 마일 섬 원전에서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이른바 '노심 용해’ 현상이 발생해 주민 20만 명이 대피했으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돼 있다.

"원자력 업계 부실한 데이터가 과신 유도"

휘틀리 교수는 이어 "원자력업계에서 제공하는 매우 한심할 정도로 부실한 데이터가 원전 안전에 대한 과신을 유도하고 있다. 연구팀은 원자력업계 자체에서 제공하는 통계보다 3배 이상의 자료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팀은 이 연구를 위해 원전 사고에 관한 공식 보고서, 학술 논문, 언론 기사, 보도자료, 공식 문서 등 전례가 없는 최대 규모의 자료를 수집해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은 또 원자력의 규제와 진흥을 동시에 맡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연구에 참여한 영국 서섹스 대학의 벤자민 소버쿨 교수는 "우리의 연구 결과는 정신이 바짝 들게 할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대재앙이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국제 원자력 기구가 원전 사고를 예측할 때 기준으로 삼는 방법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원자력 사고가 국제 원자력 기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또는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원자력 기구(IAEA)의 원자로 안전설계와 발전소 안전건설 기준은 '원자로의 사고확률을 1만 년의 1회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 말을 근거로 원자력 업계나 핵공학자들이 '핵발전소 사고 가능성은 1만 년에 1번 이하'라고 장담해왔다.

10억 달러 이상 피해 사고만 15건

하지만 연구팀이 2백여 건의 원전 사고를 분석한 결과 10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난 사고만 해도 15건으로 집계됐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2,590억 달러(약 290조 원)로 가장 피해가 컸고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1,660억 달러(약 186조 원)로 뒤를 이었다. 이어 1995년 일본 쓰루가 155억 달러, 1979년 미국 스리 마일 섬 사고 110억 달러 순이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예측과는 달리 1967년 영국 셀라 필드에서부터 2011년 후쿠시마까지 2.9년에 한 번꼴로 10억 달러 이상의 사고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또 현재 7등급으로 돼 있는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이 매우 부정확하고 때로는 모순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피해 합계액은 4,250억 달러로 나머지 전체 사고의 피해 액수의 합보다 다섯 배가 많은데도 사고의 최고 등급인 7등급으로 분류돼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만 계산해봐도 피해 규모로 보면 10에서 11등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원전은 안전한가?

최근 지진이 잇따르고 경북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영남 동해안 지역에 우리나라 원전들이 집중돼있다. 국내에서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건설예정 포함) 전체 34기 원전 가운데 28기가 이 지역에 있다. 한국 지질연구원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 동안 규모 2.0 이상의 지진 491건 가운데 32%인 157건이 원전이 밀집된 경북과 울산, 부산 등에서 발생했다.

지난 12일 규모 5.8의 첫 지진이 발생한 이후부터 시민 단체와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원전 추가 건설 중단 등 원전 정책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원전에 대한 정부의 기본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경제적인 데다 안전에 대한 위협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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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09-21 15:49:57
    • 수정2016-09-21 15:54:54
    취재K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대형 원전 사고는 원자력업계가 사고를 대비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대재앙의 가능성을 충분히 제거하지 못했습니다. 원자력의 위험성은 정말 높습니다."

지금까지 일어난 원전 사고를 분석한 위험 전문가들이 체르노빌 원전 사고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규모의 대재앙이 일반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일찍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영국의 서섹스 대학과 스위스의 취리히 공과 대학 공동 연구팀은 200건 이상의 원전 사고를 분석해 그 결과를 최근 복수의 전문 학술지(Energy Research & Social Science and Risk Analysis)에 발표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스위스 취리히 공과대학 스펜서 휘틀리 교수는 "연구를 통해 원자력의 위험성이 정말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일본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같은 대재앙은 백 년에 한두 번 이상 발생할 수 있다. 미국 스리 마일 섬 원전 규모의 사고도 10년에서 20년 사이에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리 마일 섬 원전 사고는 1979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리 마일 섬 원전에서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이른바 '노심 용해’ 현상이 발생해 주민 20만 명이 대피했으며 미국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돼 있다.

"원자력 업계 부실한 데이터가 과신 유도"

휘틀리 교수는 이어 "원자력업계에서 제공하는 매우 한심할 정도로 부실한 데이터가 원전 안전에 대한 과신을 유도하고 있다. 연구팀은 원자력업계 자체에서 제공하는 통계보다 3배 이상의 자료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팀은 이 연구를 위해 원전 사고에 관한 공식 보고서, 학술 논문, 언론 기사, 보도자료, 공식 문서 등 전례가 없는 최대 규모의 자료를 수집해 분석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팀은 또 원자력의 규제와 진흥을 동시에 맡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공동연구에 참여한 영국 서섹스 대학의 벤자민 소버쿨 교수는 "우리의 연구 결과는 정신이 바짝 들게 할 정도로 매우 심각하다.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대재앙이 과거의 유물이 아니다. 국제 원자력 기구가 원전 사고를 예측할 때 기준으로 삼는 방법은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원자력 사고가 국제 원자력 기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또는 훨씬 심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 원자력 기구(IAEA)의 원자로 안전설계와 발전소 안전건설 기준은 '원자로의 사고확률을 1만 년의 1회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 말을 근거로 원자력 업계나 핵공학자들이 '핵발전소 사고 가능성은 1만 년에 1번 이하'라고 장담해왔다.

10억 달러 이상 피해 사고만 15건

하지만 연구팀이 2백여 건의 원전 사고를 분석한 결과 10억 달러 이상의 피해가 난 사고만 해도 15건으로 집계됐다. 1986년 체르노빌 사고가 2,590억 달러(약 290조 원)로 가장 피해가 컸고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1,660억 달러(약 186조 원)로 뒤를 이었다. 이어 1995년 일본 쓰루가 155억 달러, 1979년 미국 스리 마일 섬 사고 110억 달러 순이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예측과는 달리 1967년 영국 셀라 필드에서부터 2011년 후쿠시마까지 2.9년에 한 번꼴로 10억 달러 이상의 사고가 발생했다.


연구팀은 또 현재 7등급으로 돼 있는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이 매우 부정확하고 때로는 모순되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1986년의 체르노빌 원전사고 피해 합계액은 4,250억 달러로 나머지 전체 사고의 피해 액수의 합보다 다섯 배가 많은데도 사고의 최고 등급인 7등급으로 분류돼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사고만 계산해봐도 피해 규모로 보면 10에서 11등급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원전은 안전한가?

최근 지진이 잇따르고 경북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영남 동해안 지역에 우리나라 원전들이 집중돼있다. 국내에서 운영 중이거나 건설 중인(건설예정 포함) 전체 34기 원전 가운데 28기가 이 지역에 있다. 한국 지질연구원 자료를 보면 최근 10년 동안 규모 2.0 이상의 지진 491건 가운데 32%인 157건이 원전이 밀집된 경북과 울산, 부산 등에서 발생했다.

지난 12일 규모 5.8의 첫 지진이 발생한 이후부터 시민 단체와 일부 정치권을 중심으로 원전 추가 건설 중단 등 원전 정책의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원전에 대한 정부의 기본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경제적인 데다 안전에 대한 위협도 전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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