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4] ‘무상 의료’ 영국, 기약 없이 기다리는 환자들

입력 2017.02.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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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희 앵커> 영국은 1946년부터 무려 70년 넘게 무상의료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무상의료 서비스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병상이 부족해서 복도에서 몇시간 또는 며칠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글로벌 이슈, 조지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영국 병원들이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조지현 기자>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당장 진료를 받지 못하고 한없이 기다려야만 한다면 어떨까요? 영국 병원에서 최근 이런 일이 아주 흔하다는데요.

영국의 병원 응급실에서는 환자들이 복도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6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하고요 심한 경우 14시간 가까이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의자도 없어서 응급실 앞 복도 바닥에 앉아 기다리는데요. 어린 아이들도 예외는 없습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복도에 간이 침대를 펼쳐놓고 환자들을 기다리게 하는데요.

이번 겨울 병원 응급실마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면서 영국 적십자사는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김진희 앵커> 이런 상황이 영국 병원 전체적으로 비슷한 건가요?

○ 조지현 기자> 영국 병원 10곳 중 9곳이 환자가 지나치게 몰려서 포화상태라고 하는데요.


병원에서 4시간 이상 기다린 환자를 보면 2010년과 2011년 사이에는 채 십만 명도 안됐습니다. 그러다 2015년과 2016년 사이에는 47만 명이 넘어섰는데요. 불과 5년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영국 의사협회는 영국에서 연간 3천 명이 간이침대에서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영국 병원들은 암 환자의 수술까지 취소할 정도라고 하는데요. 암 수술까지 취소할 정도니까 고관절 수술이나 담석 제거 수술 등을 받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는 사연도 영국 언론에 심심치 않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밀려들면서 병원 의료진들의 피로도 가중되고 있는데요.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건 기본입니다.

의사도 부족합니다. 최근 응급실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려면 최소 3천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데요. 지난해 의사가 부족해서 최소 4백 만 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 김진희 앵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거죠?

○ 조지현 기자>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부족입니다.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는 병원 외부의 처방약 구매 등을 제외한 의료비를 국가가 세금 이외에 별도 보험료 없이 제공하는 무료 의료 서비스인데요.


인구가 계속해서 늘고 고령화되면서 소요 예산이 급증했습니다.

때문에 2015년과 2016년 사이에 정부의 공공서비스 예산 중 3분의 1을 의료분야에 투입했는데도 부족한 재원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김진희 앵커> 영국이 어떻게 해결할까요?

○ 조지현 기자> 영국이 우선 내놓은 건 외국인은 병원비를 치료 전에 내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그동안 치료를 받고 돈을 잘 내지 않던 외국인 환자들에게 병원비를 먼저 받으면 연간 5억파운드, 우리돈 7천250억원가량이 걷힐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 정부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다 무료 의료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세금을 더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여론이 엇갈리고 있어서 문제 해결이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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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24] ‘무상 의료’ 영국, 기약 없이 기다리는 환자들
    • 입력 2017-02-14 21:03:14
    국제
■ 김진희 앵커> 영국은 1946년부터 무려 70년 넘게 무상의료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최근 무상의료 서비스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병상이 부족해서 복도에서 몇시간 또는 며칠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글로벌 이슈, 조지현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영국 병원들이 현재 어떤 상황인가요?

○조지현 기자>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당장 진료를 받지 못하고 한없이 기다려야만 한다면 어떨까요? 영국 병원에서 최근 이런 일이 아주 흔하다는데요.

영국의 병원 응급실에서는 환자들이 복도에서 기다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6시간 넘게 기다리기도 하고요 심한 경우 14시간 가까이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 의자도 없어서 응급실 앞 복도 바닥에 앉아 기다리는데요. 어린 아이들도 예외는 없습니다. 대기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복도에 간이 침대를 펼쳐놓고 환자들을 기다리게 하는데요.

이번 겨울 병원 응급실마다 이런 상황이 빚어지면서 영국 적십자사는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 김진희 앵커> 이런 상황이 영국 병원 전체적으로 비슷한 건가요?

○ 조지현 기자> 영국 병원 10곳 중 9곳이 환자가 지나치게 몰려서 포화상태라고 하는데요.


병원에서 4시간 이상 기다린 환자를 보면 2010년과 2011년 사이에는 채 십만 명도 안됐습니다. 그러다 2015년과 2016년 사이에는 47만 명이 넘어섰는데요. 불과 5년만에 5배 가까이 늘어난 겁니다.

영국 의사협회는 영국에서 연간 3천 명이 간이침대에서 기다리다가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습니다.

병상이 부족해지면서 영국 병원들은 암 환자의 수술까지 취소할 정도라고 하는데요. 암 수술까지 취소할 정도니까 고관절 수술이나 담석 제거 수술 등을 받지 못해 고통을 호소하는 사연도 영국 언론에 심심치 않게 소개되고 있습니다.

환자들이 밀려들면서 병원 의료진들의 피로도 가중되고 있는데요.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건 기본입니다.

의사도 부족합니다. 최근 응급실의 위기 상황을 해결하려면 최소 3천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데요. 지난해 의사가 부족해서 최소 4백 만 명의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 김진희 앵커> 왜 이런 일이 생기는거죠?

○ 조지현 기자> 가장 큰 문제는 재원 부족입니다.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는 병원 외부의 처방약 구매 등을 제외한 의료비를 국가가 세금 이외에 별도 보험료 없이 제공하는 무료 의료 서비스인데요.


인구가 계속해서 늘고 고령화되면서 소요 예산이 급증했습니다.

때문에 2015년과 2016년 사이에 정부의 공공서비스 예산 중 3분의 1을 의료분야에 투입했는데도 부족한 재원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김진희 앵커> 영국이 어떻게 해결할까요?

○ 조지현 기자> 영국이 우선 내놓은 건 외국인은 병원비를 치료 전에 내도록 하는 방안입니다.

그동안 치료를 받고 돈을 잘 내지 않던 외국인 환자들에게 병원비를 먼저 받으면 연간 5억파운드, 우리돈 7천250억원가량이 걷힐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국 정부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다 무료 의료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세금을 더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여론이 엇갈리고 있어서 문제 해결이 쉽지는 않아보입니다. 글로벌 이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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