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로 미래로] 귀향을 위한 시간과의 싸움…유해발굴감식단 10주년

입력 2017.04.29 (08:20) 수정 2017.04.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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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세월호 미수습자들의 수색 작업을 돕기 위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도 활동하고 있죠?

네. 우리 국토를 누비며 6.25 전사자들의 유해를 수습하며 쌓아온 기술을 또 다른 뜻있는 일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이들 유해발굴감식단의 활동이 올해로 벌써 10주년이 됐다는데요.

그동안 수습한 유해가 만 8백 위나 된다고 하는군요.

대단하네요. 마지막 용사 한분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우리 장병들을 홍은지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태백산맥 자락, 백적산 모릿재 부근.

아침 일찍부터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장병들이 무거운 장비를 챙겨듭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지금 뭐하고 계셨던 거예요?) 이제 출동준비를 하고 있고...”

지금은 평화롭기만 한 이곳...

6.25 전쟁 당시엔 뺏고 뺏기는 치열한 전투 현장이었습니다.

최근 이곳에서 유해가 발견돼 장병들이 수습에 나선 건데요.

가파른 경사면을 오르는 것도 익숙한 듯 지친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인터뷰> 윤필상(병장/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 “이 정도면 좀 쉬운 산인 편이죠. 영천, 강릉, 철원 포천, 평창, 고성 이런 곳에서 작업을 했고요. 막내 때는 많이 힘들었는데 좀 지나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입대 전에는 등산 한 번 안 해 봤다는 윤필상 병장,

유해발굴 작업에 투입된 지 11개월 만에 산 사나이가 다 됐습니다.

지난 2000년 시작된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

2007년 국방부에 유해발굴감식단이 창설되면서 본격화됐는데요.

그 뒤에는 호국용사들의 귀향을 돕는 유해발굴단원들의 숭고한 노력이 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작업도구들을 풀어 놓고, 덮어 둔 보호막을 조심스럽게 걷자 유해가 드러납니다.

<인터뷰> 조수훈(팀장/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 “현재 유해는 이 지역에서 여섯 구가 나와 있는 상태였고, 그 중에 여섯 구 중에 한 구는 수습 완료했습니다. ”

나무뿌리와 뒤엉킨 채 흩어져 있는 뼛조각들이 참혹했던 전장을, 그리고 땅 속에 잠들어 있던 수십년 세월을 말해주는데요.

유해 발굴 작업에 투입된 지 한 달 째인 서성현 일병.

유해를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합니다.

<인터뷰> 서성현(일병/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 “처음 생각했던 거는 그냥 딱 바르게 누워있는 그런 유해를 상상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전투 중에 전사를 하신 분들이 많다 보니까 정말 엎드려있는 자세부터 시작해서 앉아 있는 자세, 완전히 이렇게 찌부러져 있는 자세, 그런 자세까지 있어서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윤 병장 역시 처음으로 유해를 수습하던 날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데요.

<인터뷰> 윤필상(병장/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 “다 부서진 채로 나온 유해이다 보니까, 그걸 보고 아, 되게... 내가 하는 이 사업이 그냥 가볍게 생각할 사업이 아니구나, 정말 숭고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앞으로 남은 군 생활을 해야겠다...”

뼛조각 하나라도 더 온전히 수습하기 위해 장병들은 나무뿌리를 손으로 일일이 제거하고, 수 만 번의 붓질을 합니다.

<녹취> “팀장님, 전투화 나왔습니다...”

이때 함께 발굴되는 유품은 신원 확인의 중요한 단서입니다.

때문에 군화 한 짝, 단추 하나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발굴팀 장병들은 고고학 등 관련 학과 전공자와 발굴 유경험자들로 구성되는데요.

문화재 발굴 때와는 또 다른 보람이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성호민(일병/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 “(유해) 발굴 기록을 작성합니다. 그 기록을 작성할 때 제 이름이 들어가 있고 제가 이 분들을 다시 집에 모셔다드렸다는 것을 보면 그 때 좀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장병들의 땀과 노력으로 수습된 전사자들의 유해와 유품들...

지난 11일부터, 광화문 앞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국성하(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원) : “전사자의 유품들과 전사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서 6.25 전쟁의 역사를 살펴보는 전시회입니다.”

녹슨 철모와 전투화 밑창, 만년필 등 2천여 점의 유품을 접한 시민들...

무엇을 느꼈을까요?

<인터뷰> 정의성(84살/서울시 종로구) : “내가 6.25를 겪었고, 또 그때는 중학교 5학년 때니까... 우리가 소득이 이렇게 많이 오르니까 이런 사업을 하게 됐는데 격세지감이 있네요.”

무엇보다 관람객들의 가슴을 울리는 건 67년 만에 가족을 찾은 어느 전사자의 이야기입니다.

<인터뷰> 정휘(중학생) : “실제로 보니까 뭔가 책에서 본 거랑 많이 다르고 뭔가 슬픈 감정이 들고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느껴져요. 돌아가신 분들을 많이 발굴해 주셔서 감사하고 더 많은 고인 분들을 발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영환 하사의 유해는 2009년 발굴됐지만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 등록이 늦어져 8년이 지난 올해 초에야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는데요.

다른 전사자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이 때문에 발굴된 전사자 가운데 1% 정도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인터뷰> 최청(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대외협력과장) : “아군 전사자로 확인 된 것은 약 9천 500여 분을 발굴하였습니다. 이중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분들은 약 121분의 우리 6.25 전사자 영웅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드렸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용사들의 귀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참전용사 분들의 증언과 제보가 중요한데요.

생존해 계신 분들이 많지 않아 참전용사 가족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절실합니다.

전사자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 채취는 전국의 보건소와 군 병원, 국립서울현충원 안의 유해발굴감식단에서 가능합니다.

전사자 발굴 가능성이 있는 격전지 제보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홈페이지나 전화로 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사명을 안고 전국의 산하를 누비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장병들...

모든 호국 용사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바라며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의 땀방울이 더 많은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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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일로 미래로] 귀향을 위한 시간과의 싸움…유해발굴감식단 10주년
    • 입력 2017-04-29 07:49:33
    • 수정2017-04-29 08: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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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최근 세월호 미수습자들의 수색 작업을 돕기 위해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도 활동하고 있죠?

네. 우리 국토를 누비며 6.25 전사자들의 유해를 수습하며 쌓아온 기술을 또 다른 뜻있는 일에 활용하고 있는 것이죠.

이들 유해발굴감식단의 활동이 올해로 벌써 10주년이 됐다는데요.

그동안 수습한 유해가 만 8백 위나 된다고 하는군요.

대단하네요. 마지막 용사 한분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땀 흘리고 있는 우리 장병들을 홍은지 리포터가 만나고 왔습니다.

<리포트>

태백산맥 자락, 백적산 모릿재 부근.

아침 일찍부터 국방부유해발굴감식단 장병들이 무거운 장비를 챙겨듭니다.

<녹취>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지금 뭐하고 계셨던 거예요?) 이제 출동준비를 하고 있고...”

지금은 평화롭기만 한 이곳...

6.25 전쟁 당시엔 뺏고 뺏기는 치열한 전투 현장이었습니다.

최근 이곳에서 유해가 발견돼 장병들이 수습에 나선 건데요.

가파른 경사면을 오르는 것도 익숙한 듯 지친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인터뷰> 윤필상(병장/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 “이 정도면 좀 쉬운 산인 편이죠. 영천, 강릉, 철원 포천, 평창, 고성 이런 곳에서 작업을 했고요. 막내 때는 많이 힘들었는데 좀 지나니까 괜찮아지더라고요.”

입대 전에는 등산 한 번 안 해 봤다는 윤필상 병장,

유해발굴 작업에 투입된 지 11개월 만에 산 사나이가 다 됐습니다.

지난 2000년 시작된 6.25 전사자 유해발굴사업...

2007년 국방부에 유해발굴감식단이 창설되면서 본격화됐는데요.

그 뒤에는 호국용사들의 귀향을 돕는 유해발굴단원들의 숭고한 노력이 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작업도구들을 풀어 놓고, 덮어 둔 보호막을 조심스럽게 걷자 유해가 드러납니다.

<인터뷰> 조수훈(팀장/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 “현재 유해는 이 지역에서 여섯 구가 나와 있는 상태였고, 그 중에 여섯 구 중에 한 구는 수습 완료했습니다. ”

나무뿌리와 뒤엉킨 채 흩어져 있는 뼛조각들이 참혹했던 전장을, 그리고 땅 속에 잠들어 있던 수십년 세월을 말해주는데요.

유해 발굴 작업에 투입된 지 한 달 째인 서성현 일병.

유해를 마주할 때마다 가슴이 먹먹합니다.

<인터뷰> 서성현(일병/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 “처음 생각했던 거는 그냥 딱 바르게 누워있는 그런 유해를 상상을 했었는데 아무래도 전투 중에 전사를 하신 분들이 많다 보니까 정말 엎드려있는 자세부터 시작해서 앉아 있는 자세, 완전히 이렇게 찌부러져 있는 자세, 그런 자세까지 있어서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윤 병장 역시 처음으로 유해를 수습하던 날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는데요.

<인터뷰> 윤필상(병장/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 “다 부서진 채로 나온 유해이다 보니까, 그걸 보고 아, 되게... 내가 하는 이 사업이 그냥 가볍게 생각할 사업이 아니구나, 정말 숭고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앞으로 남은 군 생활을 해야겠다...”

뼛조각 하나라도 더 온전히 수습하기 위해 장병들은 나무뿌리를 손으로 일일이 제거하고, 수 만 번의 붓질을 합니다.

<녹취> “팀장님, 전투화 나왔습니다...”

이때 함께 발굴되는 유품은 신원 확인의 중요한 단서입니다.

때문에 군화 한 짝, 단추 하나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발굴팀 장병들은 고고학 등 관련 학과 전공자와 발굴 유경험자들로 구성되는데요.

문화재 발굴 때와는 또 다른 보람이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인터뷰> 성호민(일병/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 “(유해) 발굴 기록을 작성합니다. 그 기록을 작성할 때 제 이름이 들어가 있고 제가 이 분들을 다시 집에 모셔다드렸다는 것을 보면 그 때 좀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수많은 장병들의 땀과 노력으로 수습된 전사자들의 유해와 유품들...

지난 11일부터, 광화문 앞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인터뷰> 국성하(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원) : “전사자의 유품들과 전사자 가족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해서 6.25 전쟁의 역사를 살펴보는 전시회입니다.”

녹슨 철모와 전투화 밑창, 만년필 등 2천여 점의 유품을 접한 시민들...

무엇을 느꼈을까요?

<인터뷰> 정의성(84살/서울시 종로구) : “내가 6.25를 겪었고, 또 그때는 중학교 5학년 때니까... 우리가 소득이 이렇게 많이 오르니까 이런 사업을 하게 됐는데 격세지감이 있네요.”

무엇보다 관람객들의 가슴을 울리는 건 67년 만에 가족을 찾은 어느 전사자의 이야기입니다.

<인터뷰> 정휘(중학생) : “실제로 보니까 뭔가 책에서 본 거랑 많이 다르고 뭔가 슬픈 감정이 들고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고마움이 느껴져요. 돌아가신 분들을 많이 발굴해 주셔서 감사하고 더 많은 고인 분들을 발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영환 하사의 유해는 2009년 발굴됐지만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 등록이 늦어져 8년이 지난 올해 초에야 가족을 만날 수 있었다는데요.

다른 전사자들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이 때문에 발굴된 전사자 가운데 1% 정도만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있는 게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인터뷰> 최청(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대외협력과장) : “아군 전사자로 확인 된 것은 약 9천 500여 분을 발굴하였습니다. 이중에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낸 분들은 약 121분의 우리 6.25 전사자 영웅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드렸습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용사들의 귀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참전용사 분들의 증언과 제보가 중요한데요.

생존해 계신 분들이 많지 않아 참전용사 가족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절실합니다.

전사자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 채취는 전국의 보건소와 군 병원, 국립서울현충원 안의 유해발굴감식단에서 가능합니다.

전사자 발굴 가능성이 있는 격전지 제보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홈페이지나 전화로 할 수 있습니다.

특별한 사명을 안고 전국의 산하를 누비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장병들...

모든 호국 용사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길 바라며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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