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만 앞세운 ‘병원 유치’…방치된 의료부지 수두룩

입력 2017.06.24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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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단지 옆 도로 한쪽으로 높은 울타리가 쳐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봤더니 넓은 공터가 나타납니다.

일부에서는 밭농사가 한창입니다.

<녹취> 주민(음성변조) : "노는 땅이니까 사람들이 가서 밭 일궈서 농사 짓고..."

20년 전, 옛 토지공사가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종합병원 용도로 정해놓은 의료부지입니다.

한 의료재단이 사들였지만 이후로도 10년 동안 감감무소식입니다.

<녹취> 부동산 관계자 : "(여기가) 3만 세대 되는데 차로 10분~15분 거리에 대학병원급 병원이 3개가 있습니다. 특별히 없어도 불편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주말농장으로 변한 이 곳도 원래는 병원이 있어야 할 의료부지입니다.

자치단체가 병원을 유치하다겠며 시예산 275억 원을 들여 사들였는데, 9년째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녹취> 안산시 관계자(음성변조) : "매입 의사를 표시하는 데도 없고, 들어오려고 하는 데도 없고 이래서 저희도 그 부지를 어떻게 해야 되나..."

이 신도시의 의료부지는 여러 채의 아파트 견본 주택이 차지했습니다.

이 땅의 면적은 2만 5천 제곱미터가 넘습니다.

LH가 선착순 수의계약 조건으로 내놨는데도 8년째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LH가 내놓은 의료부지 중 절반이 넘는 26만 제곱미터가 매입자를 찾지 못했고, 지방공사와 민간이 시행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방치된 부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시행사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도 팔리지 않는 땅 자꾸 집어넣겠습니까. 국토부에서도 요청하고 막말로 국회의원들이 압력 넣고 지자체에서 사업 승인을 안 해주고 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자치단체와 신도시 사업자들이 면밀한 수요 예측 없이 밀어붙인 결과입니다.

<인터뷰> 조명래(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 교수) : "전문가적인 판단이 필요하고 아주 충분한 논의를 통해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그럴수록 땅의 용도, 토지 용도에 대한 것들을 우리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죠."

전체 병상 수가 OECD 최상위권에 속하면서도 병상의 절반 이상이 대도시 7곳에 집중돼있는 상황, 현실성 없는 병원 유치 경쟁 대신, 의료시설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노력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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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만 앞세운 ‘병원 유치’…방치된 의료부지 수두룩
    • 입력 2017-06-24 21:40:25
    사회
  아파트 단지 옆 도로 한쪽으로 높은 울타리가 쳐있습니다.

안으로 들어가 봤더니 넓은 공터가 나타납니다.

일부에서는 밭농사가 한창입니다.

<녹취> 주민(음성변조) : "노는 땅이니까 사람들이 가서 밭 일궈서 농사 짓고..."

20년 전, 옛 토지공사가 신도시를 조성하면서 종합병원 용도로 정해놓은 의료부지입니다.

한 의료재단이 사들였지만 이후로도 10년 동안 감감무소식입니다.

<녹취> 부동산 관계자 : "(여기가) 3만 세대 되는데 차로 10분~15분 거리에 대학병원급 병원이 3개가 있습니다. 특별히 없어도 불편하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주말농장으로 변한 이 곳도 원래는 병원이 있어야 할 의료부지입니다.

자치단체가 병원을 유치하다겠며 시예산 275억 원을 들여 사들였는데, 9년째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습니다.

<녹취> 안산시 관계자(음성변조) : "매입 의사를 표시하는 데도 없고, 들어오려고 하는 데도 없고 이래서 저희도 그 부지를 어떻게 해야 되나..."

이 신도시의 의료부지는 여러 채의 아파트 견본 주택이 차지했습니다.

이 땅의 면적은 2만 5천 제곱미터가 넘습니다.

LH가 선착순 수의계약 조건으로 내놨는데도 8년째 팔리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LH가 내놓은 의료부지 중 절반이 넘는 26만 제곱미터가 매입자를 찾지 못했고, 지방공사와 민간이 시행한 사례까지 포함하면 방치된 부지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시행사 관계자(음성변조) : "우리도 팔리지 않는 땅 자꾸 집어넣겠습니까. 국토부에서도 요청하고 막말로 국회의원들이 압력 넣고 지자체에서 사업 승인을 안 해주고 하면 울며 겨자 먹기로..."

자치단체와 신도시 사업자들이 면밀한 수요 예측 없이 밀어붙인 결과입니다.

<인터뷰> 조명래(단국대학교 도시지역계획학 교수) : "전문가적인 판단이 필요하고 아주 충분한 논의를 통해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고 그럴수록 땅의 용도, 토지 용도에 대한 것들을 우리가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죠."

전체 병상 수가 OECD 최상위권에 속하면서도 병상의 절반 이상이 대도시 7곳에 집중돼있는 상황, 현실성 없는 병원 유치 경쟁 대신, 의료시설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노력이 더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KBS 뉴스 송명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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