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경계 없는 비극, 고독사

입력 2017.07.23 (22:42) 수정 2017.07.23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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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안 보인다고 찾아갈 수도 없는 거고 그러다보니 언제 죽었는지 날짜도 모르고..."

<녹취> "술만 계속 먹고 다니더라고 술만, 딸하고도 연락 안 하고 지내고."

<녹취> "다쳐서 돈을 못 벌게 되니까 형제들이 나 몰라라 하더라고요..."

<인터뷰> 이동귀(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주변의) 정서적인 지원 이런 것들이 거의 없는 상태, 또 가정이라는 안전망이 더 이상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거든요."

혼자서 살다 혼자 맞이하는 죽음, '고독사', 예전엔 노년층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1인 가구가 늘며 나이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는데요.

특히 실직 등 사회적인 문제와 맞물리면서 4-50대 중장년층의 고독사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오래된 낡은 집들이 모여있는 부산의 한 주택가.

지난 13일, 50대 남성 최모씨가 반지하 월세방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지 일주일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 "장사를 하는데 (주변에서) 냄새 많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냄새 너무 많이 난다고 해서 가서 보니까 (숨져 있었어요)."

오랜 무직 상태에 당뇨 등의 지병을 앓아오던 최 씨,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잘 받지 못하면서 지병이 심해져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이웃 주민 : "며칠동안 술만 계속 먹더라 술만, 당뇨가 심한데 자꾸 밥은 안드시고..."

지난달 28일 광주에서도 52살 최모씨가 홀로 숨을 거둔지 석 달만에 발견됐습니다.

전기요금을 여러달 내지않자 검침원이 찾아왔다 주방에 쓰러져 있는 최씨를 발견한 겁니다.

<녹취> 경찰(음성변조) : "술 먹고 의식을 잃어서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혼하고 우울증 비슷하게 해서 혼자서 술만 마시고…"

고독사로 숨지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달 초 부산에선 심한 우울증을 알아오던 40대 남성이 숨진지 보름만에 발견됐고, 지난달 13일에도 부산의 다세대 주택 단칸방에서 40대 남성이 홀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 "혼자 살면서 기초 생활 수급자고, 그러다 보니 언제 죽었는지 날짜도 모르고 부패할 단계에 냄새가 나면 경찰에 신고해서 그런 식으로 발견되는 거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알려진 고독사는 모두 12건, 이 가운데 11건이 4-50대 남성입니다.

대부분 오랜 실직 상태에 술 의존도가 높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족이 있어도 외면당하고 홀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평소에도) 고인이 주로 연락을 했고요. (숨질 당시에는) 휴대 전화가 고장이 나서 연락을 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중장년층뿐 아니라 2-30대 고독사도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엔 대구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지 두 달만에 발견됐고, 지난해 9월 서울에선 20대 취업 준비생 여성이 홀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지난 2015년엔 서울 신림과 강남 등 젊은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20대 고독사가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취업이 어려워 생활고를 겪거나, 지병이 있었지만 치료도 받지 못하면서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일주일 전부터 냄새가 난다고 그래서 (관리인한데) 말할까 말까 하다가...."

<인터뷰> 송인주(서울시 복지재단 연구위원) : "대체로 1인 가구를 구성하면서 도시 지역에서 살고 있는데 이분들이 실제로 조금 취약한 계층일 가능성이 높아서 안정적이지 못한 직장, 일상 생활이 유지가 잘 안되고요. 그러면서 점점 고립되고 또 알코올 중독이 있고 그러다가 일자리가 혹시라도 끊기면 잘못되는 이런 상황들이 발생되는 거죠."

실제로 고독사의 위기를 경험했던 사람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50대 임모씨는 십여 가구가 모여사는 서울의 한 쪽방촌 단칸방에 혼자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 갑자기 다리 통증이 느껴졌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쉴 수 없었습니다.

진통제를 먹어가며 견디기를 반년, 뒤늦게 찾은 병원에선 다리의 뼈 조직이 괴사하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완치는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녹취> 임모씨(고독사 관리 대상자/음성변조) : "뼈가 이상 있는 줄 모르고 근육이 뭉쳐서 그런가보다 하고 병원을 다녔는데 그게 다 일시적인 거였어요. 진통제 약국에서 사먹었어요. 근데 그것도 처음에는 조금 듣더니 안듣더라고.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뼈가 썩었다고 수술해야 된다고..."

오래 전 이혼해 남편도 자녀도 없는데다 형제자매와도 연락이 끊겨 의지할 곳이 없자, 현실의 어려움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녹취> 임모씨(고독사 관리 대상자/음성변조) : "이렇게 다쳐서 돈을 못 벌게 되니까 당장 돈이 없고 그러니까... 그런데 형제들이 다 나몰라라 하더라고요. 언제 회복될지 장담을 못하는 거에요. 의사도. 그래서 저도 너무 가슴 아프고 눈물 나고. 제가 불안해서 음식을 제대로 못 먹어요. 돈 떨어질까봐."

심한 우울증을 앓던 50대 김정의씨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4년 전까지 연 매출 40십 억 원 규모의 건설 업체를 운영했던 김 씨,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연쇄 부도를 맞았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치료조차 소용이 없을 정도로 깊은 절망감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김정의(고독사 관리 대상자) : "아침에 눈 뜨면 돈 걱정, 눈 감을 때까지 돈 걱정. 약 많이 먹고 푹 자고 싶다 그랬더니 의사가 약 처방을 안해줄 정도로 심각했고.."

임씨와 김씨 모두 이웃과 지자체의 도움으로 위험한 고비는 넘긴 상황, 하지만 청. 장년층의 경우, 어려움이 있어도 주변에서 도움을 받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녹취> 독거 50대 남성(음성변조) : "도와달란 소리 안해봤어요. 내가 도와주면 도와줬지..."

이러다보니 사각지대에 방치돼 오히려 노년층보다 '고독사'의 위험에 더 노출되기 쉽습니다.

<인터뷰> 전아름(사회복지사) : "많이 부끄럽다, 창피하다. 나라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 뭐 아직까지 버틸 수 있다 이런 분들도 계시고요. 그런 분들이 결혼 안하고 실직하고 술에 노출되고 그럼 그때 고립이 되는 거에요. 그분들이 문을 열기는 너무도 어려운 거죠."

고독사, 나이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습니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서도 50대 이하 사망자 비율이 40%를 넘어섰을 정도입니다.

1인 가구 증가 속에 경기 침체로 취업난이 극심해졌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520여만 가구로 전체 가구 대비 27%를 넘어섰습니다.

즉 네 집 중 한 집 이상은 '혼자 산다' 는 뜻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취업을 하지 못한 상태인데 특히 40대의 취업률은 16.9%로 가장 낮았습니다.

<인터뷰> 이동귀(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취직도 잘 안되고 생활 유지하는 거에도 정말 희망이 없다. 결국 개인이 자기가 잘 견딜 수 있는 내적인 자원도 고갈되고, 주변에서 도와주는 외부 자원들도 고갈될 때 두 가지가 딱맞달뜨릴 때 사실 고독사라든지 이런 게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은 총체적인 실패입니다."

지난 2015년부터 고독사 예방 대책에 청. 장년층도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 한 명이 2-300명 씩을 맡고 있어 제대로 관리가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고독사에 대한 법적 정의도, 정확한 통계도 없습니다.

혼자 숨지더라도 이후에 가족이 시신을 수습하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고독사한 최모씨의 경우도 가족들이 시신을 수습해 무연고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고독사는 무연고 통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송인주(서울시 복지재단 연구위원) : "변사자들이 발생할 때마다 출동하는 형사들 말로는 (고독사가) 굉장히 많이 발생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 저희가 정확한 통계 없이, 추정치, '이럴 것이다 문제가 있다'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도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녹취> "제가 연장자 부채질 해드려야 되는데... (아이고 상관 없어요.)"

혼자 사는 4-50대 남성 모임 회원들이 모처럼 공원으로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모두 혼자 고립된 상태에서 생활고와 외로움을 견디다 지자체의 도움으로 모임을 만들면서 서로 왕래하고 의지하며 마음의 벽을 허물고 있습니다.

<녹취> "혼자는 안나와지잖아요. (다 나와요.)"

<녹취> "화이팅!"

<인터뷰> 안남영(사회복지사) : "원래 계획은 월 2회 정도 모임을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너무 호응이 좋아서 참여자들이 요청을 하셔서 주 1회 정도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고독사의 대다수는 남성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지자체는 주변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독거 남성을 관리하는 <멘토- 멘티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녹취> "내가 뭘 좀 사와야 되는데 그냥 왔네. (뭘 사오긴 사와요.)"

독거 남성 한 명 당 한 명 이상의 멘토를 지정해, 정기적으로 만나 일상을 나누고 사회로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직업 안내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동귀(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정책적인 측면에서 뭔가 열심히 한다고 얘기하지만 실효적인 측면에선 물질적인 지원을 하는 부분에서 상당히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제도를 통해서 어떤 복지라고 하는 것이 정신적인 서비스 측면에서 확충될 필요가 있고 지금이 어쩌면 정말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실업난의 증가로 고독사는 이제 고령층만의 문제가 아닌 전 연령대의 사회 문제로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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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 경계 없는 비극, 고독사
    • 입력 2017-07-23 23:09:06
    • 수정2017-07-23 23:25:44
    취재파일K
<녹취> "안 보인다고 찾아갈 수도 없는 거고 그러다보니 언제 죽었는지 날짜도 모르고..."

<녹취> "술만 계속 먹고 다니더라고 술만, 딸하고도 연락 안 하고 지내고."

<녹취> "다쳐서 돈을 못 벌게 되니까 형제들이 나 몰라라 하더라고요..."

<인터뷰> 이동귀(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주변의) 정서적인 지원 이런 것들이 거의 없는 상태, 또 가정이라는 안전망이 더 이상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거든요."

혼자서 살다 혼자 맞이하는 죽음, '고독사', 예전엔 노년층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최근 1인 가구가 늘며 나이를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는데요.

특히 실직 등 사회적인 문제와 맞물리면서 4-50대 중장년층의 고독사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오래된 낡은 집들이 모여있는 부산의 한 주택가.

지난 13일, 50대 남성 최모씨가 반지하 월세방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진 지 일주일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 "장사를 하는데 (주변에서) 냄새 많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냄새 너무 많이 난다고 해서 가서 보니까 (숨져 있었어요)."

오랜 무직 상태에 당뇨 등의 지병을 앓아오던 최 씨,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를 잘 받지 못하면서 지병이 심해져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녹취> 이웃 주민 : "며칠동안 술만 계속 먹더라 술만, 당뇨가 심한데 자꾸 밥은 안드시고..."

지난달 28일 광주에서도 52살 최모씨가 홀로 숨을 거둔지 석 달만에 발견됐습니다.

전기요금을 여러달 내지않자 검침원이 찾아왔다 주방에 쓰러져 있는 최씨를 발견한 겁니다.

<녹취> 경찰(음성변조) : "술 먹고 의식을 잃어서 (숨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혼하고 우울증 비슷하게 해서 혼자서 술만 마시고…"

고독사로 숨지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이달 초 부산에선 심한 우울증을 알아오던 40대 남성이 숨진지 보름만에 발견됐고, 지난달 13일에도 부산의 다세대 주택 단칸방에서 40대 남성이 홀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 : "혼자 살면서 기초 생활 수급자고, 그러다 보니 언제 죽었는지 날짜도 모르고 부패할 단계에 냄새가 나면 경찰에 신고해서 그런 식으로 발견되는 거지."

지난달부터 최근까지 알려진 고독사는 모두 12건, 이 가운데 11건이 4-50대 남성입니다.

대부분 오랜 실직 상태에 술 의존도가 높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가족이 있어도 외면당하고 홀로 보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평소에도) 고인이 주로 연락을 했고요. (숨질 당시에는) 휴대 전화가 고장이 나서 연락을 할 수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중장년층뿐 아니라 2-30대 고독사도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5월엔 대구에서 30대 여성이 숨진 지 두 달만에 발견됐고, 지난해 9월 서울에선 20대 취업 준비생 여성이 홀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지난 2015년엔 서울 신림과 강남 등 젊은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20대 고독사가 잇따라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취업이 어려워 생활고를 겪거나, 지병이 있었지만 치료도 받지 못하면서 힘든 상황에 놓여 있었습니다.

<녹취> 이웃 주민(음성변조) : "일주일 전부터 냄새가 난다고 그래서 (관리인한데) 말할까 말까 하다가...."

<인터뷰> 송인주(서울시 복지재단 연구위원) : "대체로 1인 가구를 구성하면서 도시 지역에서 살고 있는데 이분들이 실제로 조금 취약한 계층일 가능성이 높아서 안정적이지 못한 직장, 일상 생활이 유지가 잘 안되고요. 그러면서 점점 고립되고 또 알코올 중독이 있고 그러다가 일자리가 혹시라도 끊기면 잘못되는 이런 상황들이 발생되는 거죠."

실제로 고독사의 위기를 경험했던 사람들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50대 임모씨는 십여 가구가 모여사는 서울의 한 쪽방촌 단칸방에 혼자 살고 있습니다.

지난해 초 갑자기 다리 통증이 느껴졌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일을 쉴 수 없었습니다.

진통제를 먹어가며 견디기를 반년, 뒤늦게 찾은 병원에선 다리의 뼈 조직이 괴사하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쳐 완치는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녹취> 임모씨(고독사 관리 대상자/음성변조) : "뼈가 이상 있는 줄 모르고 근육이 뭉쳐서 그런가보다 하고 병원을 다녔는데 그게 다 일시적인 거였어요. 진통제 약국에서 사먹었어요. 근데 그것도 처음에는 조금 듣더니 안듣더라고. 엑스레이를 찍었더니 뼈가 썩었다고 수술해야 된다고..."

오래 전 이혼해 남편도 자녀도 없는데다 형제자매와도 연락이 끊겨 의지할 곳이 없자, 현실의 어려움이 더 크게 다가왔습니다.

<녹취> 임모씨(고독사 관리 대상자/음성변조) : "이렇게 다쳐서 돈을 못 벌게 되니까 당장 돈이 없고 그러니까... 그런데 형제들이 다 나몰라라 하더라고요. 언제 회복될지 장담을 못하는 거에요. 의사도. 그래서 저도 너무 가슴 아프고 눈물 나고. 제가 불안해서 음식을 제대로 못 먹어요. 돈 떨어질까봐."

심한 우울증을 앓던 50대 김정의씨도,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4년 전까지 연 매출 40십 억 원 규모의 건설 업체를 운영했던 김 씨, 하지만 건설경기 침체로 연쇄 부도를 맞았고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치료조차 소용이 없을 정도로 깊은 절망감에 빠졌습니다.

<인터뷰> 김정의(고독사 관리 대상자) : "아침에 눈 뜨면 돈 걱정, 눈 감을 때까지 돈 걱정. 약 많이 먹고 푹 자고 싶다 그랬더니 의사가 약 처방을 안해줄 정도로 심각했고.."

임씨와 김씨 모두 이웃과 지자체의 도움으로 위험한 고비는 넘긴 상황, 하지만 청. 장년층의 경우, 어려움이 있어도 주변에서 도움을 받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녹취> 독거 50대 남성(음성변조) : "도와달란 소리 안해봤어요. 내가 도와주면 도와줬지..."

이러다보니 사각지대에 방치돼 오히려 노년층보다 '고독사'의 위험에 더 노출되기 쉽습니다.

<인터뷰> 전아름(사회복지사) : "많이 부끄럽다, 창피하다. 나라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 뭐 아직까지 버틸 수 있다 이런 분들도 계시고요. 그런 분들이 결혼 안하고 실직하고 술에 노출되고 그럼 그때 고립이 되는 거에요. 그분들이 문을 열기는 너무도 어려운 거죠."

고독사, 나이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습니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서도 50대 이하 사망자 비율이 40%를 넘어섰을 정도입니다.

1인 가구 증가 속에 경기 침체로 취업난이 극심해졌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합니다.

지난해 10월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520여만 가구로 전체 가구 대비 27%를 넘어섰습니다.

즉 네 집 중 한 집 이상은 '혼자 산다' 는 뜻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취업을 하지 못한 상태인데 특히 40대의 취업률은 16.9%로 가장 낮았습니다.

<인터뷰> 이동귀(연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 "취직도 잘 안되고 생활 유지하는 거에도 정말 희망이 없다. 결국 개인이 자기가 잘 견딜 수 있는 내적인 자원도 고갈되고, 주변에서 도와주는 외부 자원들도 고갈될 때 두 가지가 딱맞달뜨릴 때 사실 고독사라든지 이런 게 생기는 것 같아요 지금은 총체적인 실패입니다."

지난 2015년부터 고독사 예방 대책에 청. 장년층도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사회복지사 한 명이 2-300명 씩을 맡고 있어 제대로 관리가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러나, 고독사에 대한 법적 정의도, 정확한 통계도 없습니다.

혼자 숨지더라도 이후에 가족이 시신을 수습하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13일 고독사한 최모씨의 경우도 가족들이 시신을 수습해 무연고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실제 고독사는 무연고 통계치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인터뷰> 송인주(서울시 복지재단 연구위원) : "변사자들이 발생할 때마다 출동하는 형사들 말로는 (고독사가) 굉장히 많이 발생한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 저희가 정확한 통계 없이, 추정치, '이럴 것이다 문제가 있다'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도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녹취> "제가 연장자 부채질 해드려야 되는데... (아이고 상관 없어요.)"

혼자 사는 4-50대 남성 모임 회원들이 모처럼 공원으로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모두 혼자 고립된 상태에서 생활고와 외로움을 견디다 지자체의 도움으로 모임을 만들면서 서로 왕래하고 의지하며 마음의 벽을 허물고 있습니다.

<녹취> "혼자는 안나와지잖아요. (다 나와요.)"

<녹취> "화이팅!"

<인터뷰> 안남영(사회복지사) : "원래 계획은 월 2회 정도 모임을 운영하는 것이었는데 너무 호응이 좋아서 참여자들이 요청을 하셔서 주 1회 정도 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고독사의 대다수는 남성들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지자체는 주변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된 독거 남성을 관리하는 <멘토- 멘티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녹취> "내가 뭘 좀 사와야 되는데 그냥 왔네. (뭘 사오긴 사와요.)"

독거 남성 한 명 당 한 명 이상의 멘토를 지정해, 정기적으로 만나 일상을 나누고 사회로 다시 복귀할 수 있도록 직업 안내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동귀(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 "정책적인 측면에서 뭔가 열심히 한다고 얘기하지만 실효적인 측면에선 물질적인 지원을 하는 부분에서 상당히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제도를 통해서 어떤 복지라고 하는 것이 정신적인 서비스 측면에서 확충될 필요가 있고 지금이 어쩌면 정말 절실히 필요한 때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경기침체에 따른 실업난의 증가로 고독사는 이제 고령층만의 문제가 아닌 전 연령대의 사회 문제로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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