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살충제 달걀’ 파동…닭의 역습

입력 2017.08.27 (22:29) 수정 2017.08.2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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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종철(수의사) : "이건 완벽한 직무 유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태가 언젠가는 분명히 올 것이다, 이쪽 업계 사람이면 다 알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최광헌(양계농가) : "결과가 다시 이상이 없다고 나와서 일단 오명은 벗은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인터뷰> 기동민(의원/국회보건복지위원회) : "가장 중요한 게 상시적인 점검 시스템이에요. 그러니까 불시에 점검을 하든, 정기적으로 점검을 하든 생산적으로 달걀이 안전한 것이냐 이 부분을..."

이번 '살충제 달걀' 파문은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입니다.

양계업계를 중심으로 몇 년전부터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왔지만,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달걀에 살충제 성분이 있는지 정부가 검사하기만 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달걀 살충제 문제, 해법은 없는지 취재했습니다.

지난해 5월에 발간된 양계 전문지, 친환경적인 닭진드기 퇴치 방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친환경인증 달걀 생산 농가에서 절대 사용해서는 안되는 살충제 성분이 나옵니다.

살충제 사용이 달걀을 오염시킬 수 있으며,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를 직접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유종철(수의사) : "(이런 사태를 예견하셨나요?) 제가 예견한 게 아니라 언젠가 이게 나올 수 있는 문제라는 건 이쪽 업계 사람이면 다 알고 있습니다. 농약 살충제 관련된 부분은 이미 우리가 보통 3~4년 전, 4년 전에 예견을 이미..."

이 업체가 내놓은 해결책은 생약 성분의 흡혈 기피제와 규조토를 이용한 닭진드기 퇴치 기술이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경찰에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인터뷰> 유종철(수의사) : "갑자기 (지난해) 5월에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누가 나를 고발했다고 그래서 법정까지 가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 억울하고..."

친환경 닭진드기 퇴치 기술이 약사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당시 고발한 사람은 살충제 제조회사의 영업사원이었습니다.

<인터뷰> 유종철(수의사) : "살충제 만드는 제조회사에 영업을 하시는 분이 닭진드기를 죽일 수 있다는 그 부분에 대한 문제를 삼으며 약사법 위반이 된다는 그 사실을 이용해서 저를 고발함으로써..."

그러는 사이, 살충제는 양계농가로 파고들었습니다.

<녹취> "문제가 된 살충제를 정부지원을 받아서 자치단체가 보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친환경 농가를 상대로 지원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나서 농가에 살충제를 보급하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닭진드기로 골머리를 앓던 양계농가들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살충제 뿐이었던 셈입니다.

<녹취> 살충제 검출 농가(음성변조) : "비펜트린이 있는지도 몰랐죠. (자치단체가) 그걸로 하라고 해서 용량의 2분의 1로 바닥 청소만 했어요."

<녹취> 살충제 검출 농가(음성변조) : "그냥 전화해서 갖다달라고 했죠. 닭장에 진드기가 많으니까 갖다달라고... (위험하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으세요.) 아니죠. 그런 얘기 들었으면 안 썼겠죠."

달걀 살충제 문제는 언젠가는 터질 시한폭탄이었습니다.

지난해 9월, 양계업자 2명이 국회의원 회관을 찾아와 대책 마련을 호소했습니다.

<인터뷰> 기동민(의원/국회보건복지위원회) : "잔류농약 기준치를 잘 지키고 있는 건지, 그렇지 않는지 검사를 받고 싶은데 절차도 복잡하고 농식품부나 식약처에서 잘 안 받아준다. 여름 되면 2주에 한 번꼴로 케이지에 있는 닭에 직접 분사하고 이래서 그분들 사이에서도 이래도 되는 건가, 이래서 소비자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거냐 이런 우려들도 많이 하셨더라고요."

<녹취> "저 까만게 다 진드기라고요."

양계업자들이 살충제 검사를 받고싶다고 정부에 자청해도 검사를 받을 수가 없는 상황.

<녹취> 기동민(의원/국회보건복지위원회) : "진드기를 떨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냥 농약을 뿌리는 거예요.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양계업자들의 양심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도저히 못하겠다..."

정부는 바다 건너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 파문이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녹취>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산 일부 달걀에서도 같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양계업계가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매일 국민들 식탁에 오르는 달걀은 한순간에 신뢰를 잃었고, 소비는 급감했습니다.

미덥지 못한 정부의 살충제 성분 조사도 불신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 양계 농가는 처음 두번의 검사에선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세번째 검사에선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부적합 통보를 받은 후 하루하루가 악몽 같았습니다.

거래처에서 항의가 빗발치고 반품 들어온 달걀 수천 판을 폐기처분했습니다.

<인터뷰> 김기범(양계농가) : "이제 우리 농장은 살충제 뿌리는 나쁜 놈이다. 이렇게 인식이 돼 가지고 저희가 쌓아왔던 신뢰, 그 다음에 우리 믿고서 우리 달걀을 먹어준 많은 사람들이 다 실망을 했고..."

양계장은 손도 못대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광헌(양계농가) : "이것도 며칠 째 내버려둔 거예요. 어차피 폐기처분 될 것이니까..."

닭 수만 마리는 매몰처분을 기다리는 신세입니다.

며칠 째 사료도 제대로 못 먹은 상태, 기력이 약한 닭들은 견디지 못하고 하루에도 수십마리씩 죽어나갑니다.

<인터뷰> 최광헌(양계농가) : "알을 안 낳고 먹을 수 있게 조금씩... (생존만 가능하게요?) 왜냐하면 사료를 줘봤자 나오는 달걀을 다 폐기시켜야 되니까... 저희도 이렇게 하기 싫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저희도 닭들한테 너무 미안해요."

평소 고압 분사 물청소로 관리를 하기 때문에 닭진드기 문제는 없었다고 합니다.

살충제를 쓸 이유가 전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최광헌(양계농가) : "닭진드기가 기생하는 데가 이런 데인데. 이런 데 사이사이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올라와서 피를 빠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닭진드기가 없거든요. 이런 이런 부분들까지 고압분사로 싹 날려버리는 거거든요. 저희는 매일 매일 청소를 하기 때문에 (살충제는) 의미가 없어요."

이날 오후 군청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직전 검사 때와는 달리 4번째 검사에선 살충제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는 구두 통보였습니다.

오락가락하는 검사 결과에 농장식구들은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인터뷰> "해명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아니라고... 우리 농장 농약 쓴 거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너무너무 억울해요. 손해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우리 아들이 사람들한테 시달려서 주저앉았어요. 병원에도 가고... 얼마나 순진하고 착한데..."

거래처에는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인터뷰> 최광헌(양계농가) : "결과가 다시 이상이 없다고 나와서 일단 오명은 벗은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일단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한테 다 낙인이 찍힌 부분이기 때문에 이걸 회복을 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어요."

유럽 각국에 달걀을 수출하는 네덜란드.

닭진드기 통제 기술은 단연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닭을 들여오기 전에 양계장을 소독하는 건 기본입니다.

필요할 경우 특수장비를 사용해 바닥을 불로 지지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닭진드기 알까지 박멸하기 위해서입니다.

케이지가 있는 양계장은 뜨거운 공기를 불어 넣습니다.

40도가 넘는 고온을 유지해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은 진드기까지 말려죽입니다.

살충제를 쓰지 않고 닭진드기를 통제하는 기술들입니다.

방역을 농가에 맡겨놓는 우리나라와 달리 전문 방역업체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인터뷰> 김재민(농축산유통경제연구소 실장) : "농가들이 부적합 달걀을 유통 시키면 폐기를 해야 할 것 아니에요. 폐기비용이 어마어마 하니까 농가들이 친환경적으로 이것들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들을 돈을 주고 구매를 할 겁니다. 지금은 그런 시장이 없으니까 새로운 기술이 개발이 안 되고 있는데.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도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농가들이 구매의사가 생겼으니까..."

문제는 이런 첨단 기술을 가졌어도 살충제 달걀을 막지 못했다는 겁니다.

어느 나라나 값싼 살충제로 속임수를 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 수사당국은 뒤늦게 양계장에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을 공급한 업자 두 명을 체포했습니다.

<인터뷰> 네레톳 바버히스(네덜란드 검찰대변인) : "네덜란드 내에서 8곳을 압수수색해 차량과 부동산, 은행계좌를 확보했고 용의자 두 명을 체포했습니다."

이들의 적발은 벨기에 당국이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을 검출해낸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뒤캄(벨기에 농업부 장관) : "벨기에 정부는 속임수를 쓴 사람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달걀의 안전성을 상시적으로 검사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엄격한 검사를 받아온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비교하면 달걀은 그동안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인터뷰> 기동민(의원/국회보건복지위원회) : "생산되고 있는 달걀이 안전한 것이냐, 이런 것들을 규제기관이 정확하게 자기의 임무로 이걸 설정을 하고 정기적으로 혹은 불시에 조사를 해야 되죠."

이번 파동으로 달걀의 유통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여러 양계 농가들이 생산한 달걀을 한곳에 모아 공동으로 포장하는 시설을 만들면 상시적인 살충제 검사를 더 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재민(농축산유통경제연구소 실장) : "독일 같은 경우는 모든 계란이 선별포장센터를 통하게 돼 있다고 합니다. 네달란드하고 ... 그런 나라 같은 경우는 검사제도가 약간 미비할 수가 있고 독일 같은 나라는 검사제도가 되게 강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민 식재료, 달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살충제에 놀란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 게 급선무입니다.

살충제를 쓰지 않는 닭진드기 통제 기술의 개발과 함께 정부의 살충제 감시망이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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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고된 ‘살충제 달걀’ 파동…닭의 역습
    • 입력 2017-08-27 23:22:46
    • 수정2017-08-28 00:34:49
    취재파일K
<인터뷰> 유종철(수의사) : "이건 완벽한 직무 유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태가 언젠가는 분명히 올 것이다, 이쪽 업계 사람이면 다 알고 있었습니다."

<인터뷰> 최광헌(양계농가) : "결과가 다시 이상이 없다고 나와서 일단 오명은 벗은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인터뷰> 기동민(의원/국회보건복지위원회) : "가장 중요한 게 상시적인 점검 시스템이에요. 그러니까 불시에 점검을 하든, 정기적으로 점검을 하든 생산적으로 달걀이 안전한 것이냐 이 부분을..."

이번 '살충제 달걀' 파문은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입니다.

양계업계를 중심으로 몇 년전부터 꾸준히 문제가 제기돼왔지만,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달걀에 살충제 성분이 있는지 정부가 검사하기만 했어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입니다.

달걀 살충제 문제, 해법은 없는지 취재했습니다.

지난해 5월에 발간된 양계 전문지, 친환경적인 닭진드기 퇴치 방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친환경인증 달걀 생산 농가에서 절대 사용해서는 안되는 살충제 성분이 나옵니다.

살충제 사용이 달걀을 오염시킬 수 있으며, 사회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를 직접 찾아가 물어봤습니다.

<인터뷰> 유종철(수의사) : "(이런 사태를 예견하셨나요?) 제가 예견한 게 아니라 언젠가 이게 나올 수 있는 문제라는 건 이쪽 업계 사람이면 다 알고 있습니다. 농약 살충제 관련된 부분은 이미 우리가 보통 3~4년 전, 4년 전에 예견을 이미..."

이 업체가 내놓은 해결책은 생약 성분의 흡혈 기피제와 규조토를 이용한 닭진드기 퇴치 기술이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경찰에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인터뷰> 유종철(수의사) : "갑자기 (지난해) 5월에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누가 나를 고발했다고 그래서 법정까지 가게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너무 억울하고..."

친환경 닭진드기 퇴치 기술이 약사법 위반이라는 겁니다.

당시 고발한 사람은 살충제 제조회사의 영업사원이었습니다.

<인터뷰> 유종철(수의사) : "살충제 만드는 제조회사에 영업을 하시는 분이 닭진드기를 죽일 수 있다는 그 부분에 대한 문제를 삼으며 약사법 위반이 된다는 그 사실을 이용해서 저를 고발함으로써..."

그러는 사이, 살충제는 양계농가로 파고들었습니다.

<녹취> "문제가 된 살충제를 정부지원을 받아서 자치단체가 보급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친환경 농가를 상대로 지원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정부와 자치단체가 나서 농가에 살충제를 보급하는 웃지못할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닭진드기로 골머리를 앓던 양계농가들이 현실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살충제 뿐이었던 셈입니다.

<녹취> 살충제 검출 농가(음성변조) : "비펜트린이 있는지도 몰랐죠. (자치단체가) 그걸로 하라고 해서 용량의 2분의 1로 바닥 청소만 했어요."

<녹취> 살충제 검출 농가(음성변조) : "그냥 전화해서 갖다달라고 했죠. 닭장에 진드기가 많으니까 갖다달라고... (위험하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으세요.) 아니죠. 그런 얘기 들었으면 안 썼겠죠."

달걀 살충제 문제는 언젠가는 터질 시한폭탄이었습니다.

지난해 9월, 양계업자 2명이 국회의원 회관을 찾아와 대책 마련을 호소했습니다.

<인터뷰> 기동민(의원/국회보건복지위원회) : "잔류농약 기준치를 잘 지키고 있는 건지, 그렇지 않는지 검사를 받고 싶은데 절차도 복잡하고 농식품부나 식약처에서 잘 안 받아준다. 여름 되면 2주에 한 번꼴로 케이지에 있는 닭에 직접 분사하고 이래서 그분들 사이에서도 이래도 되는 건가, 이래서 소비자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거냐 이런 우려들도 많이 하셨더라고요."

<녹취> "저 까만게 다 진드기라고요."

양계업자들이 살충제 검사를 받고싶다고 정부에 자청해도 검사를 받을 수가 없는 상황.

<녹취> 기동민(의원/국회보건복지위원회) : "진드기를 떨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냥 농약을 뿌리는 거예요. 얼마나 오염돼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양계업자들의 양심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도저히 못하겠다..."

정부는 바다 건너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 파문이 터지고 나서야 부랴부랴 전수조사에 나섰습니다.

<녹취> "유럽에서 살충제 달걀 파장이 커지는 가운데 국내산 일부 달걀에서도 같은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양계업계가 우려했던 상황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매일 국민들 식탁에 오르는 달걀은 한순간에 신뢰를 잃었고, 소비는 급감했습니다.

미덥지 못한 정부의 살충제 성분 조사도 불신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 양계 농가는 처음 두번의 검사에선 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세번째 검사에선 비펜트린 성분이 검출됐습니다.

부적합 통보를 받은 후 하루하루가 악몽 같았습니다.

거래처에서 항의가 빗발치고 반품 들어온 달걀 수천 판을 폐기처분했습니다.

<인터뷰> 김기범(양계농가) : "이제 우리 농장은 살충제 뿌리는 나쁜 놈이다. 이렇게 인식이 돼 가지고 저희가 쌓아왔던 신뢰, 그 다음에 우리 믿고서 우리 달걀을 먹어준 많은 사람들이 다 실망을 했고..."

양계장은 손도 못대고 있습니다.

<인터뷰> 최광헌(양계농가) : "이것도 며칠 째 내버려둔 거예요. 어차피 폐기처분 될 것이니까..."

닭 수만 마리는 매몰처분을 기다리는 신세입니다.

며칠 째 사료도 제대로 못 먹은 상태, 기력이 약한 닭들은 견디지 못하고 하루에도 수십마리씩 죽어나갑니다.

<인터뷰> 최광헌(양계농가) : "알을 안 낳고 먹을 수 있게 조금씩... (생존만 가능하게요?) 왜냐하면 사료를 줘봤자 나오는 달걀을 다 폐기시켜야 되니까... 저희도 이렇게 하기 싫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저희도 닭들한테 너무 미안해요."

평소 고압 분사 물청소로 관리를 하기 때문에 닭진드기 문제는 없었다고 합니다.

살충제를 쓸 이유가 전혀 없다며 억울함을 호소합니다.

<인터뷰> 최광헌(양계농가) : "닭진드기가 기생하는 데가 이런 데인데. 이런 데 사이사이 숨어 있다가 밤이 되면 올라와서 피를 빠는 거거든요. 그런데 우리는 닭진드기가 없거든요. 이런 이런 부분들까지 고압분사로 싹 날려버리는 거거든요. 저희는 매일 매일 청소를 하기 때문에 (살충제는) 의미가 없어요."

이날 오후 군청에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직전 검사 때와는 달리 4번째 검사에선 살충제 성분이 나오지 않았다는 구두 통보였습니다.

오락가락하는 검사 결과에 농장식구들은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인터뷰> "해명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아니라고... 우리 농장 농약 쓴 거 아니라고 말해주세요. 너무너무 억울해요. 손해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우리 아들이 사람들한테 시달려서 주저앉았어요. 병원에도 가고... 얼마나 순진하고 착한데..."

거래처에는 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걱정입니다.

<인터뷰> 최광헌(양계농가) : "결과가 다시 이상이 없다고 나와서 일단 오명은 벗은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일단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한테 다 낙인이 찍힌 부분이기 때문에 이걸 회복을 하려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어요."

유럽 각국에 달걀을 수출하는 네덜란드.

닭진드기 통제 기술은 단연 세계 최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닭을 들여오기 전에 양계장을 소독하는 건 기본입니다.

필요할 경우 특수장비를 사용해 바닥을 불로 지지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르는 닭진드기 알까지 박멸하기 위해서입니다.

케이지가 있는 양계장은 뜨거운 공기를 불어 넣습니다.

40도가 넘는 고온을 유지해 사람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숨은 진드기까지 말려죽입니다.

살충제를 쓰지 않고 닭진드기를 통제하는 기술들입니다.

방역을 농가에 맡겨놓는 우리나라와 달리 전문 방역업체의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인터뷰> 김재민(농축산유통경제연구소 실장) : "농가들이 부적합 달걀을 유통 시키면 폐기를 해야 할 것 아니에요. 폐기비용이 어마어마 하니까 농가들이 친환경적으로 이것들을 처리할 수 있는 기술들을 돈을 주고 구매를 할 겁니다. 지금은 그런 시장이 없으니까 새로운 기술이 개발이 안 되고 있는데.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도 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농가들이 구매의사가 생겼으니까..."

문제는 이런 첨단 기술을 가졌어도 살충제 달걀을 막지 못했다는 겁니다.

어느 나라나 값싼 살충제로 속임수를 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 수사당국은 뒤늦게 양계장에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을 공급한 업자 두 명을 체포했습니다.

<인터뷰> 네레톳 바버히스(네덜란드 검찰대변인) : "네덜란드 내에서 8곳을 압수수색해 차량과 부동산, 은행계좌를 확보했고 용의자 두 명을 체포했습니다."

이들의 적발은 벨기에 당국이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을 검출해낸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인터뷰> 뒤캄(벨기에 농업부 장관) : "벨기에 정부는 속임수를 쓴 사람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달걀의 안전성을 상시적으로 검사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엄격한 검사를 받아온 쇠고기나 돼지고기와 비교하면 달걀은 그동안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인터뷰> 기동민(의원/국회보건복지위원회) : "생산되고 있는 달걀이 안전한 것이냐, 이런 것들을 규제기관이 정확하게 자기의 임무로 이걸 설정을 하고 정기적으로 혹은 불시에 조사를 해야 되죠."

이번 파동으로 달걀의 유통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여러 양계 농가들이 생산한 달걀을 한곳에 모아 공동으로 포장하는 시설을 만들면 상시적인 살충제 검사를 더 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인터뷰> 김재민(농축산유통경제연구소 실장) : "독일 같은 경우는 모든 계란이 선별포장센터를 통하게 돼 있다고 합니다. 네달란드하고 ... 그런 나라 같은 경우는 검사제도가 약간 미비할 수가 있고 독일 같은 나라는 검사제도가 되게 강하게 운영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민 식재료, 달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무엇보다 살충제에 놀란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 게 급선무입니다.

살충제를 쓰지 않는 닭진드기 통제 기술의 개발과 함께 정부의 살충제 감시망이 더욱 촘촘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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