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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열여덟 살, 세상에 내보내도 될까요?
입력 2017.08.28 (11:27) 사회
[시사기획 창] 열여덟 살, 세상에 내보내도 될까요?
보호자에게 양육되지 못해 보살핌이 필요한 '요보호 아동'들은 지난 한 해만 4,592명에 이른다. 빈곤이나 실직, 학대부터 미혼모의 아이, 기아, 미아의 경우까지 원인도 다양하다. 이들 중에는 입양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보육원 같은 시설이나 위탁가정으로 보내진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상록보육원에는 한 살 아기부터 고등학생까지 78명의 아이가 생활하고 있다. 준이네 삼 남매는 준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이곳에 왔다. 지금은 부모와 연락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준이는 보육원에 오기 전부터 동생들을 자식처럼 보살펴왔고, 동생들과 떨어져 지내는 걸 생각도 해본 적 없다. 그런데 준이는 내년이 지나면 만 열여덟 살이 된다는 이유로 보육원을 떠나야 한다. 어린 동생들을 두고 보육원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만 18살, 홀로 서야 하는 '보호종료 아동'

보육원이나 그룹홈, 위탁가정 등에서 보호를 받는 아이들은 만 열여덟 살이 되면 원칙적으로 보호가 끝나 자립을 해야 한다. 사회는 이들을 보호종료 아동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보호종료 아동은 2,876명이었다. 다시 혼자가 되어 세상에 첫발을 내디뎌야 하는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아기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라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보육원을 퇴소한 재민 씨는 지금 오토바이 수리점에서 기술을 배우며 일하고 있다. 재민 씨 같은 보호종료 아동에게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자립정착금을 준다. 자치단체 사정에 따라 100만 원에서 5백만 원까지 지급 금액 정도가 다르다. 다행히 재민 씨는 5백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월세방 하나 구하고 나니 정착금은 금세 바닥이 났다. 




지난해 아름다운재단과 아동자립지원단이 보호종료 아동 160명을 대상으로 주거권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절반 이상이 월세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증금이 있는 월세의 경우, 평균 보증금만 520만 원, 월세가 35만 원이었다. 보호종료 아동들에게 지원되는 자립정착금을 넘는 액수다. 자립 출발부터 위태로운 상황이다.

<임베드>

반복되는 빈곤…탈출구는 없나?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은임 씨는 보육원에서 생활하다가 또 다른 보호시설인 쉼터로 옮겼다. 중간에 보육원을 퇴소한 셈이 되어서 만기 퇴소자에게 주는 자립정착금을 받을 수 없었다. 지금은 하루 열한 시간씩 중국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한 달에 160만 원 정도를 번다. 언제까지 아르바이트로만 벌어서 생활해야 하는 건지, 탈출구는 없는지, 은임 씨는 하루하루가 힘겹다.

혼자 네 살 쌍둥이와 백일 된 아기를 키우는 은영 씨(가명)도 보육원에서 10여 년을 자랐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자립 준비 없이 보육원을 나와 마땅한 직업도 없이 생활해야 했다. 그녀는 방황했고 결국 미혼모가 되었다. 은영 씨는 지금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살아가고 있다.


보호종료 아동 중 24%는 진학도, 취업도 하지 못한 채 사회로 나온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아동자립지원단이 보호종료 아동 천 2백여 명을 조사했더니 41%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생활한 경험이 있었다. 문제는 보육원 퇴소 후 시간이 지날수록 자립은커녕 오히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는 비율이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2016년 아동자립지원단이 보호종료 아동 1,2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초생활 수급 비율은 퇴소 1년 차 19%에서 5년 차는 39%까지 증가했다.

지금도 불러보고 싶은 '엄마, 아빠'

만 열여덟, 한참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은 나이에 의지할 가족 없이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는 보호종료 아동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지원, 제대로 된 자립과 취업훈련, 그리고 주위의 따뜻한 관심을 꼽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엄마, 아빠다.


강한 씨는 아기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랐다. 뛰어난 운동 실력 덕분에 카바디라는 종목의 국가대표가 됐다. 비인기 종목인 카바디를 알리고, 내년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그런 강한 씨에겐 메달보다 더 큰 꿈, 더 큰 목표가 있다. 그가 이루려 하는 꿈은 무엇일까.


'시사기획 창-열여덟, 보호종료'(29일,화, 밤 10시, KBS 1TV)는 보호종료 아동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대안을 고민해 본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 [시사기획 창] 열여덟 살, 세상에 내보내도 될까요?
    • 입력 2017.08.28 (11:27)
    사회
[시사기획 창] 열여덟 살, 세상에 내보내도 될까요?
보호자에게 양육되지 못해 보살핌이 필요한 '요보호 아동'들은 지난 한 해만 4,592명에 이른다. 빈곤이나 실직, 학대부터 미혼모의 아이, 기아, 미아의 경우까지 원인도 다양하다. 이들 중에는 입양되는 아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보육원 같은 시설이나 위탁가정으로 보내진다.


서울 관악구에 있는 상록보육원에는 한 살 아기부터 고등학생까지 78명의 아이가 생활하고 있다. 준이네 삼 남매는 준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이곳에 왔다. 지금은 부모와 연락조차 되지 않는 상황이다.

준이는 보육원에 오기 전부터 동생들을 자식처럼 보살펴왔고, 동생들과 떨어져 지내는 걸 생각도 해본 적 없다. 그런데 준이는 내년이 지나면 만 열여덟 살이 된다는 이유로 보육원을 떠나야 한다. 어린 동생들을 두고 보육원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만 18살, 홀로 서야 하는 '보호종료 아동'

보육원이나 그룹홈, 위탁가정 등에서 보호를 받는 아이들은 만 열여덟 살이 되면 원칙적으로 보호가 끝나 자립을 해야 한다. 사회는 이들을 보호종료 아동이라고 부른다. 지난해 보호종료 아동은 2,876명이었다. 다시 혼자가 되어 세상에 첫발을 내디뎌야 하는 이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아기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라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보육원을 퇴소한 재민 씨는 지금 오토바이 수리점에서 기술을 배우며 일하고 있다. 재민 씨 같은 보호종료 아동에게는 지방자치단체에서 자립정착금을 준다. 자치단체 사정에 따라 100만 원에서 5백만 원까지 지급 금액 정도가 다르다. 다행히 재민 씨는 5백만 원을 받았다. 하지만 월세방 하나 구하고 나니 정착금은 금세 바닥이 났다. 




지난해 아름다운재단과 아동자립지원단이 보호종료 아동 160명을 대상으로 주거권 실태조사를 한 결과 절반 이상이 월세방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증금이 있는 월세의 경우, 평균 보증금만 520만 원, 월세가 35만 원이었다. 보호종료 아동들에게 지원되는 자립정착금을 넘는 액수다. 자립 출발부터 위태로운 상황이다.

<임베드>

반복되는 빈곤…탈출구는 없나?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은임 씨는 보육원에서 생활하다가 또 다른 보호시설인 쉼터로 옮겼다. 중간에 보육원을 퇴소한 셈이 되어서 만기 퇴소자에게 주는 자립정착금을 받을 수 없었다. 지금은 하루 열한 시간씩 중국집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한 달에 160만 원 정도를 번다. 언제까지 아르바이트로만 벌어서 생활해야 하는 건지, 탈출구는 없는지, 은임 씨는 하루하루가 힘겹다.

혼자 네 살 쌍둥이와 백일 된 아기를 키우는 은영 씨(가명)도 보육원에서 10여 년을 자랐다. 하지만 제대로 된 자립 준비 없이 보육원을 나와 마땅한 직업도 없이 생활해야 했다. 그녀는 방황했고 결국 미혼모가 되었다. 은영 씨는 지금 세 명의 아이들과 함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살아가고 있다.


보호종료 아동 중 24%는 진학도, 취업도 하지 못한 채 사회로 나온다. 그러다 보니 지난해 아동자립지원단이 보호종료 아동 천 2백여 명을 조사했더니 41%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생활한 경험이 있었다. 문제는 보육원 퇴소 후 시간이 지날수록 자립은커녕 오히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는 비율이 더 높아진다는 점이다. 2016년 아동자립지원단이 보호종료 아동 1,2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초생활 수급 비율은 퇴소 1년 차 19%에서 5년 차는 39%까지 증가했다.

지금도 불러보고 싶은 '엄마, 아빠'

만 열여덟, 한참 하고 싶은 것도, 해야 할 것도 많은 나이에 의지할 가족 없이 모든 걸 혼자 해결해야 하는 보호종료 아동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지원, 제대로 된 자립과 취업훈련, 그리고 주위의 따뜻한 관심을 꼽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한 가지가 있다. 엄마, 아빠다.


강한 씨는 아기 때부터 보육원에서 자랐다. 뛰어난 운동 실력 덕분에 카바디라는 종목의 국가대표가 됐다. 비인기 종목인 카바디를 알리고, 내년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메달을 따는 게 목표다. 그런 강한 씨에겐 메달보다 더 큰 꿈, 더 큰 목표가 있다. 그가 이루려 하는 꿈은 무엇일까.


'시사기획 창-열여덟, 보호종료'(29일,화, 밤 10시, KBS 1TV)는 보호종료 아동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대안을 고민해 본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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