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기획 창] 환상의 섬, 그늘진 민낯…제주에서 지금 무슨 일이?

입력 2017.09.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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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기획 창] 환상의 섬, 그늘진 민낯…제주에서 지금 무슨 일이?

[시사기획 창] 환상의 섬, 그늘진 민낯…제주에서 지금 무슨 일이?

국내 제일의 휴양 관광지이자 힐링의 섬 '제주'.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오름 등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제주는제주사람뿐 아니라 한국인에게 휴식을 주는 안식처다. 그런 제주가 난개발, 천정부지로 치솟은 땅값과 임대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사기획 창(26일(화) 밤 9시 40분, KBS 1TV)'은 아름다운 제주 해변 마을에 불어닥친 개발 열풍과 부작용, 지속 가능한 개발 방안을 모색해본다.


달 머물던 제주 해변, '카페촌' 된 까닭

달이 머무는 곳이라는 이름의 '월정(月亭)'.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는 달마저 반하게 만들었다는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2000년대 중반, 월정리 해변에는 카페 한 곳만 자리 잡고 있었다. 콘크리트 담벼락에 구멍을 내 해변을 볼 수 있도록 한 카페 풍경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SNS로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이 퍼지기 시작했고, 월정리는 제주를 찾는 여행객은 반드시 들러야 하는 '성지'가 됐다.


주민 7백여 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 하루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해변에는 카페가 하나 둘 늘며 옛 주택들은 사라졌다. 2~3층 규모의 건물들이 새로 들어섰다. 최근 5년 새 월정리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공사가 진행됐다. 월정리뿐만 아니라 3년간 제주도 전체의 해안 도로변에는 모두 530여 건의 건축허가가 났다.


3년 새 11배, 치솟는 제주 땅값

월정리가 유명세를 타면서 3년 전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됐다. 1km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해변에는 신축 건물이 계속해서 들어섰다. 좁은 지역에 개발 수요가 몰리다 보니 땅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시사기획 창'은 월정리 해변 주변 토지의 공시지가 변화 추이를 분석했다. 2014년 8만 원이던 토지의 ㎡당 공시지가는 올해 92만 원으로 3년 전보다 11배 상승했다. 2000년 공시지가가 4만 5천 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20배 오른 셈이다. 이는 '공시지가'일 뿐 실제 토지는 평당 천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고, 상가 분양가격은 2천만 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제주 전체로 점차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정에 인접한 행원리와 평대리 등 주변 해안마을에도 신축 건물들이 들어서며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서쪽으로 해변 산책로가 일품인 애월읍 한담 역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개발 여파가 제주 전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난개발이 빚은 제주의 민낯

저가 항공의 등장으로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변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문제는 단기간에 급속도로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땅값이 치솟고 부동산이 들썩이다 보니 부작용 또한 속출하고 있다.

제주는 부동산 계약 형태로 1년 치 월세를 한 번에 내는 '년세' 계약을 맺는다. '이주 1세대'들이 해변에 카페를 차릴 때만 해도 가게를 빌리는 '년세'는 수백만 원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3년 전부터는 10배가 오른 2천~3천만 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보증금 1억 원에 연 5천만 원짜리 상가도 등장했다.

10배 이상 오른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이주민은 다른 지역으로 떠나거나 가게를 접었다. 제주를 떠나는 이주민도 생기고 있다. 임대료 인상을 둘러싸고 건물주인과 갈등을 빚거나 법적 분쟁을 겪는 일도 늘었다.

주민들이 겪는 불편도 크다. 3년째 해변 주변뿐만 아니라 마을 안쪽까지 상가와 다가구 주택, 게스트하우스와 펜션 등 갖가지 공사가 이어지면서 소음과 먼지에 시달리고 있다. 좁은 도로에 주민과 관광객, 렌터카 차량과 공사 차량이 뒤엉키다 보니 혼잡도 심해졌다.


'제주'의 특성이 도시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채 난개발되고 있다. 제주는 지금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낭만과 아름다움 뒤에 가려져 있는 제주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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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기획 창] 환상의 섬, 그늘진 민낯…제주에서 지금 무슨 일이?
    • 입력 2017-09-26 07:00:29
    사회
국내 제일의 휴양 관광지이자 힐링의 섬 '제주'.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오름 등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제주는제주사람뿐 아니라 한국인에게 휴식을 주는 안식처다. 그런 제주가 난개발, 천정부지로 치솟은 땅값과 임대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시사기획 창(26일(화) 밤 9시 40분, KBS 1TV)'은 아름다운 제주 해변 마을에 불어닥친 개발 열풍과 부작용, 지속 가능한 개발 방안을 모색해본다.


달 머물던 제주 해변, '카페촌' 된 까닭

달이 머무는 곳이라는 이름의 '월정(月亭)'.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는 달마저 반하게 만들었다는 아름다운 바다가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2000년대 중반, 월정리 해변에는 카페 한 곳만 자리 잡고 있었다. 콘크리트 담벼락에 구멍을 내 해변을 볼 수 있도록 한 카페 풍경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2010년 이후 SNS로 이곳의 아름다운 풍경이 퍼지기 시작했고, 월정리는 제주를 찾는 여행객은 반드시 들러야 하는 '성지'가 됐다.


주민 7백여 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 하루 수천 명의 관광객이 몰리기 시작했다. 해변에는 카페가 하나 둘 늘며 옛 주택들은 사라졌다. 2~3층 규모의 건물들이 새로 들어섰다. 최근 5년 새 월정리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공사가 진행됐다. 월정리뿐만 아니라 3년간 제주도 전체의 해안 도로변에는 모두 530여 건의 건축허가가 났다.


3년 새 11배, 치솟는 제주 땅값

월정리가 유명세를 타면서 3년 전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됐다. 1km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해변에는 신축 건물이 계속해서 들어섰다. 좁은 지역에 개발 수요가 몰리다 보니 땅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시사기획 창'은 월정리 해변 주변 토지의 공시지가 변화 추이를 분석했다. 2014년 8만 원이던 토지의 ㎡당 공시지가는 올해 92만 원으로 3년 전보다 11배 상승했다. 2000년 공시지가가 4만 5천 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20배 오른 셈이다. 이는 '공시지가'일 뿐 실제 토지는 평당 천만 원대에 거래되고 있고, 상가 분양가격은 2천만 원을 넘어선 지 오래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제주 전체로 점차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월정에 인접한 행원리와 평대리 등 주변 해안마을에도 신축 건물들이 들어서며 땅값이 들썩이고 있다. 서쪽으로 해변 산책로가 일품인 애월읍 한담 역시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개발 여파가 제주 전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난개발이 빚은 제주의 민낯

저가 항공의 등장으로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변화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문제는 단기간에 급속도로 변화가 나타났다는 점이다. 땅값이 치솟고 부동산이 들썩이다 보니 부작용 또한 속출하고 있다.

제주는 부동산 계약 형태로 1년 치 월세를 한 번에 내는 '년세' 계약을 맺는다. '이주 1세대'들이 해변에 카페를 차릴 때만 해도 가게를 빌리는 '년세'는 수백만 원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3년 전부터는 10배가 오른 2천~3천만 원을 내야 하는 상황이다. 보증금 1억 원에 연 5천만 원짜리 상가도 등장했다.

10배 이상 오른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이주민은 다른 지역으로 떠나거나 가게를 접었다. 제주를 떠나는 이주민도 생기고 있다. 임대료 인상을 둘러싸고 건물주인과 갈등을 빚거나 법적 분쟁을 겪는 일도 늘었다.

주민들이 겪는 불편도 크다. 3년째 해변 주변뿐만 아니라 마을 안쪽까지 상가와 다가구 주택, 게스트하우스와 펜션 등 갖가지 공사가 이어지면서 소음과 먼지에 시달리고 있다. 좁은 도로에 주민과 관광객, 렌터카 차량과 공사 차량이 뒤엉키다 보니 혼잡도 심해졌다.


'제주'의 특성이 도시계획에 반영되지 않은 채 난개발되고 있다. 제주는 지금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낭만과 아름다움 뒤에 가려져 있는 제주의 민낯을 들여다본다.

[프로덕션2] 최정윤 kbs.choi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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