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 쉽게 풀어보기

입력 2018.06.25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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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비싼 집을 여러 채 가진 부동산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내게 하는 '보유세 개편 권고안'이 발표됐다. 4가지 방안 중에 하나를 골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인데, 각각 어떤 내용이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보유세 개편, 무엇을 바꾸겠다는 건가요?

부동산 보유세는 크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나뉜다. '재산세'는 집이나 땅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격에 관계없이 누구나 내는 세금이다. '종부세'는 이와 달리 일정 가격 이상, 부동산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다. (복잡함을 피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주택을 기준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종부세는 공시가격 6억 원이 넘는 주택을 갖고 있다면 내야 한다. (다만 1세대 1주택자는 공시가격 9억 원 이상으로 적용한다.) '집' 기준이 아니고 '사람' 기준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공시가격 10억 원짜리 주택이어도 부부 공동명의면 각각 5억 원씩에 해당되므로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1명당 얼마나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느냐, 종합해 따진다는 얘기다. 전국적으로 27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종부세를 내고 있다.

'보유세 개편 권고안'이라고 얘기하지만 재산세는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한 것은 사실상 '종부세 강화안'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고가의 다주택 부동산 소유자들을 콕 집어서 겨냥한 '핀셋 증세'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어떻게 하는 건데요?

국민들에게 세금을 걷으려면 당연히 세금액을 산출하도록 기준이 되는 공식이 있다. 이번 개편안의 내용도 바로 종부세를 산출하는 공식을 손보겠다는 거다.

그러려면 종부세는 어떻게 계산하는지 우선 알아봐야 한다. 가령 A, B, C집 3채를 소유한 어느 부동산 부자가 있다고 치자. 공식은 아래와 같다.

종부세 = (A공시가 + B공시가 + C공시가 - 6억 원) X 공정시장가액비율 X 세율 - 세액공제

갖고 있는 주택들의 공시가격을 모두 합한 뒤 과세기준이 되는 6억 원을 뺀다. 여기에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하는데, 쉽게 생각해 '할인율'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는 80%, 그러니까 0.8을 곱한다.) 세율도 곱해주는데, 주택 가격에 따라 누진 적용된다. 마지막 항에 뺄셈으로 들어가는 세액공제는 1주택자가 집을 장기간 보유했다든지(최대 40%), 고령자일 경우라든지(최대 30%), 그 밖의 다양한 조건에 따라 할인율이 적용된다.

그래서 4가지 개편안이 어떻게 다른 거죠?

참을성 있게 위의 공식까지 따라왔다면 보유세 개편안도 거의 이해가 끝났다. 4가지 안은 다음과 같다.

①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현재는 80%인데, 90% 또는 100%로 높이는 방안이다.

② 세율 인상
주택 가격에 따라 누진 적용되는 세율을 0.05%p~0.5%p씩 더욱 높이는 방안이다.

③ 공정시장가액비율ㆍ세율 둘 다 인상
위의 ①+②를 합한 방안. 세율은 ②번처럼 올리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한 번에 올리지 않고 2~10%p를 점진적으로 인상한다.

④ 1주택자는 ①번 적용, 다주택자는 ③번 적용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즉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 비싼 집 하나를 소유한 사람은 공정시장가액만 올리고, 두 채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들은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둘 다 인상한다.

그럼 앞으로 종부세가 얼마나 늘어나요?

기획재정부가 추산해 봤다. 다 합쳐서 시가 30억 원(공시가격 21억 원)짜리 여러 채 집을 가진 사람의 경우 종부세를 462만 원 내던 게, 최대 636만 원으로 증가한다. 위의 ③번 안을 적용해 공정시장가액비율(10%p)과 세율(2.5%)을 함께 올렸을 경우를 가정한 건데, 세금 부담이 174만 원 늘었다.

시가 20억 원(공시가격 14억 원)짜리 다주택 보유자라면 같은 조건에서 최대 223만 2천 원, 전보다 46만 8천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실제로는 계산한 것보다 부담액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재산세와 종부세 총액이 지난해 납부한 세금보다 1.5배 이상 늘어나면 초과분은 면제받기 때문이다.


세금 몇백만 원 더 낸다고 부자들이 움직일까요?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개편 권고안이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니 당분간 가만히 지켜보겠다는 걸로 추측된다. 개편안이 확정돼 법으로 정해지는 9월까지는 계속 관망세가 이어질 거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다주택자들은 종부세 부담이 커질 경우 집을 팔기보다는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절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주택보다는 꼬마빌딩이나 상가 등 종부세 부담이 크지 않은 종목으로 관심을 돌릴 수도 있다.

정부 정책이 바뀌더라도 집값은 꾸준히 오르는 걸 경험해 온 부자들은 일 년에 몇백만 원 추가 세금을 감내하더라도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종부세 강화가 투기 세력들의 심리를 압박하는 수준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4가지 안 중에 ①번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안은 세율을 올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려면 법을 고쳐야 하고, 국회에서 처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최근 6.13 선거를 통해 지지세를 확인한 정부 여당은 적극적인 개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세수 확보, 두 마리 토끼를 과연 잡을 수 있을는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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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잡한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 쉽게 풀어보기
    • 입력 2018-06-25 14:53:28
    취재K
값비싼 집을 여러 채 가진 부동산 부자에게 세금을 더 많이 내게 하는 '보유세 개편 권고안'이 발표됐다. 4가지 방안 중에 하나를 골라 정부에 제출할 예정인데, 각각 어떤 내용이고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자세히 알아본다.

보유세 개편, 무엇을 바꾸겠다는 건가요?

부동산 보유세는 크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로 나뉜다. '재산세'는 집이나 땅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격에 관계없이 누구나 내는 세금이다. '종부세'는 이와 달리 일정 가격 이상, 부동산 부자들만 내는 세금이다. (복잡함을 피하기 위해 이 글에서는 주택을 기준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종부세는 공시가격 6억 원이 넘는 주택을 갖고 있다면 내야 한다. (다만 1세대 1주택자는 공시가격 9억 원 이상으로 적용한다.) '집' 기준이 아니고 '사람' 기준이다. 무슨 말인가 하면, 공시가격 10억 원짜리 주택이어도 부부 공동명의면 각각 5억 원씩에 해당되므로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1명당 얼마나 고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느냐, 종합해 따진다는 얘기다. 전국적으로 27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종부세를 내고 있다.

'보유세 개편 권고안'이라고 얘기하지만 재산세는 바뀌지 않기 때문에, 이번에 발표한 것은 사실상 '종부세 강화안'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고가의 다주택 부동산 소유자들을 콕 집어서 겨냥한 '핀셋 증세'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종합부동산세 강화, 어떻게 하는 건데요?

국민들에게 세금을 걷으려면 당연히 세금액을 산출하도록 기준이 되는 공식이 있다. 이번 개편안의 내용도 바로 종부세를 산출하는 공식을 손보겠다는 거다.

그러려면 종부세는 어떻게 계산하는지 우선 알아봐야 한다. 가령 A, B, C집 3채를 소유한 어느 부동산 부자가 있다고 치자. 공식은 아래와 같다.

종부세 = (A공시가 + B공시가 + C공시가 - 6억 원) X 공정시장가액비율 X 세율 - 세액공제

갖고 있는 주택들의 공시가격을 모두 합한 뒤 과세기준이 되는 6억 원을 뺀다. 여기에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하는데, 쉽게 생각해 '할인율'이라고 보면 된다. (현재는 80%, 그러니까 0.8을 곱한다.) 세율도 곱해주는데, 주택 가격에 따라 누진 적용된다. 마지막 항에 뺄셈으로 들어가는 세액공제는 1주택자가 집을 장기간 보유했다든지(최대 40%), 고령자일 경우라든지(최대 30%), 그 밖의 다양한 조건에 따라 할인율이 적용된다.

그래서 4가지 개편안이 어떻게 다른 거죠?

참을성 있게 위의 공식까지 따라왔다면 보유세 개편안도 거의 이해가 끝났다. 4가지 안은 다음과 같다.

①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현재는 80%인데, 90% 또는 100%로 높이는 방안이다.

② 세율 인상
주택 가격에 따라 누진 적용되는 세율을 0.05%p~0.5%p씩 더욱 높이는 방안이다.

③ 공정시장가액비율ㆍ세율 둘 다 인상
위의 ①+②를 합한 방안. 세율은 ②번처럼 올리되,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한 번에 올리지 않고 2~10%p를 점진적으로 인상한다.

④ 1주택자는 ①번 적용, 다주택자는 ③번 적용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즉 강남 재건축 아파트 등 비싼 집 하나를 소유한 사람은 공정시장가액만 올리고, 두 채 이상을 소유한 다주택자들은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둘 다 인상한다.

그럼 앞으로 종부세가 얼마나 늘어나요?

기획재정부가 추산해 봤다. 다 합쳐서 시가 30억 원(공시가격 21억 원)짜리 여러 채 집을 가진 사람의 경우 종부세를 462만 원 내던 게, 최대 636만 원으로 증가한다. 위의 ③번 안을 적용해 공정시장가액비율(10%p)과 세율(2.5%)을 함께 올렸을 경우를 가정한 건데, 세금 부담이 174만 원 늘었다.

시가 20억 원(공시가격 14억 원)짜리 다주택 보유자라면 같은 조건에서 최대 223만 2천 원, 전보다 46만 8천 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실제로는 계산한 것보다 부담액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 재산세와 종부세 총액이 지난해 납부한 세금보다 1.5배 이상 늘어나면 초과분은 면제받기 때문이다.


세금 몇백만 원 더 낸다고 부자들이 움직일까요?

발표 이후 부동산 시장에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개편 권고안이 아직 확정된 것도 아니니 당분간 가만히 지켜보겠다는 걸로 추측된다. 개편안이 확정돼 법으로 정해지는 9월까지는 계속 관망세가 이어질 거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다주택자들은 종부세 부담이 커질 경우 집을 팔기보다는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식으로 절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주택보다는 꼬마빌딩이나 상가 등 종부세 부담이 크지 않은 종목으로 관심을 돌릴 수도 있다.

정부 정책이 바뀌더라도 집값은 꾸준히 오르는 걸 경험해 온 부자들은 일 년에 몇백만 원 추가 세금을 감내하더라도 버티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종부세 강화가 투기 세력들의 심리를 압박하는 수준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4가지 안 중에 ①번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안은 세율을 올리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려면 법을 고쳐야 하고, 국회에서 처리 절차를 밟아야 한다. 최근 6.13 선거를 통해 지지세를 확인한 정부 여당은 적극적인 개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 안정화와 세수 확보, 두 마리 토끼를 과연 잡을 수 있을는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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