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장실에 온 국정원…“돈 끊어라”

입력 2018.07.04 (23:05) 수정 2018.07.04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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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4대강 사업 반대를 억누르기 위해 시민단체와 학계, 종교계까지 전방위 사찰을 펼쳤습니다.

KBS 취재진은 4대강 사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국정원 사찰의 표적이 됐던 각계 인사들을 수소문해 당시 상황을 들어봤습니다.

계속해서 이세중 기잡니다.

[리포트]

한국가스공사 과장인 김형규 씨는 9년 전 사장실에서 뜻밖의 인물을 마주했습니다.

국정원 조정관이었습니다.

[김형규/한국가스공사 과장 : "(국정원 직원이) 딱 지적을 하면서 여기는 지원되면 안 된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정확하게.. 사장님이 급하게 이 단체에 돈이 나갔는지 확인을 하셨고 그다음에 지급이 지원이 안된거죠."]

시민단체 지원 등 사회공헌사업을 담당하던 김 과장에게 국정원 직원이 4대강 사업 반대 단체에 사업비 지원을 끊으라고 한 겁니다.

사장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습니다.

[김형규/한국가스공사 과장 : "사장님께 그럼 결재란을 하나 더 만들어주셔서 국정원 사인을 받아줘라. 조직이 자존심도 없느냐, 말도 안된다고 해서 강하게 어필을 했더니 비서실장이 저를 강제로 끌고 나갔죠 사장실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면 돈줄을 끊으라는 국정원 요구는 사기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경/환경재단 상임이사 : "(기업 담당자가) 어느 날 후원금을 줄 수가 없으니까 조용하게 만나자고 그러더니만, 국정원 조정관이 직접 자기네 사회공헌팀 회의에 참석해서 주지 말라고..."]

한 손으로는 사찰로 압박하고 다른 손으로는 돈으로 회유했습니다.

정부 입맛에 맞게 4대강 관련 용역을 수행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미경/환경재단 상임이사 : "환경 단체한테 4대강을 찬성하라고 그러면 그게 말이 되느냐고...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프로젝트를 한다는 거는 적절치 않다. 해서 거절했습니다."]

4대강 사업 반대에 앞장선 교수에겐 국정원 직원이 수시로 연락하며 압박했습니다.

[윤순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 "앞으로 똑바로 해. 똑바로 안 하면 재미없어, 이런 신호라고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이제 다시 또 전화를 했더라고요. 그러면서 아, 오늘은 그냥 못 만나고 가는데 앞으로 좀 잘 지내면 좋겠다고.."]

종교계도 국정원의 감시망을 피하진 못했습니다.

[양기석/신부/4대강 사업 반대 활동 : "(국정원 직원이) 저보고 따로 인사를 하겠다 그러면서 명함을 주고, 국정원에서 왔다고 그러는 바람에 직원들이 조금 긴장하고.."]

대통령의 칼이 된 정보기관.

4대강 사업에 반대한 국민들은 불법 사찰과 협박의 표적이 되는 악몽을 겪어야 했습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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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사장실에 온 국정원…“돈 끊어라”
    • 입력 2018-07-04 23:06:02
    • 수정2018-07-04 23:4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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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4대강 사업 반대를 억누르기 위해 시민단체와 학계, 종교계까지 전방위 사찰을 펼쳤습니다.

KBS 취재진은 4대강 사업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국정원 사찰의 표적이 됐던 각계 인사들을 수소문해 당시 상황을 들어봤습니다.

계속해서 이세중 기잡니다.

[리포트]

한국가스공사 과장인 김형규 씨는 9년 전 사장실에서 뜻밖의 인물을 마주했습니다.

국정원 조정관이었습니다.

[김형규/한국가스공사 과장 : "(국정원 직원이) 딱 지적을 하면서 여기는 지원되면 안 된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정확하게.. 사장님이 급하게 이 단체에 돈이 나갔는지 확인을 하셨고 그다음에 지급이 지원이 안된거죠."]

시민단체 지원 등 사회공헌사업을 담당하던 김 과장에게 국정원 직원이 4대강 사업 반대 단체에 사업비 지원을 끊으라고 한 겁니다.

사장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습니다.

[김형규/한국가스공사 과장 : "사장님께 그럼 결재란을 하나 더 만들어주셔서 국정원 사인을 받아줘라. 조직이 자존심도 없느냐, 말도 안된다고 해서 강하게 어필을 했더니 비서실장이 저를 강제로 끌고 나갔죠 사장실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면 돈줄을 끊으라는 국정원 요구는 사기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미경/환경재단 상임이사 : "(기업 담당자가) 어느 날 후원금을 줄 수가 없으니까 조용하게 만나자고 그러더니만, 국정원 조정관이 직접 자기네 사회공헌팀 회의에 참석해서 주지 말라고..."]

한 손으로는 사찰로 압박하고 다른 손으로는 돈으로 회유했습니다.

정부 입맛에 맞게 4대강 관련 용역을 수행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습니다.

[이미경/환경재단 상임이사 : "환경 단체한테 4대강을 찬성하라고 그러면 그게 말이 되느냐고... 결과를 미리 정해놓고 프로젝트를 한다는 거는 적절치 않다. 해서 거절했습니다."]

4대강 사업 반대에 앞장선 교수에겐 국정원 직원이 수시로 연락하며 압박했습니다.

[윤순진/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교수 : "앞으로 똑바로 해. 똑바로 안 하면 재미없어, 이런 신호라고 느껴졌어요. 그러면서 이제 다시 또 전화를 했더라고요. 그러면서 아, 오늘은 그냥 못 만나고 가는데 앞으로 좀 잘 지내면 좋겠다고.."]

종교계도 국정원의 감시망을 피하진 못했습니다.

[양기석/신부/4대강 사업 반대 활동 : "(국정원 직원이) 저보고 따로 인사를 하겠다 그러면서 명함을 주고, 국정원에서 왔다고 그러는 바람에 직원들이 조금 긴장하고.."]

대통령의 칼이 된 정보기관.

4대강 사업에 반대한 국민들은 불법 사찰과 협박의 표적이 되는 악몽을 겪어야 했습니다.

KBS 뉴스 이세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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